오늘, 정군님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노련한 어떤 여행가의 기록보다 진솔하고 따뜻한 글들입니다. 한번 씩은 읽었던 내용임에도 종이에 인쇄된 활자로 읽는 즐거움은 역시 인터넷 상의 글 읽기와 엄청 다르더군요. 아무리 멋진 글도 모니터로 일게 되면 적당히 무성의하게 마련이지요. 정군님 특유의 물 흐르듯 부드러운 문체가 오롯이 담겨 잔잔한 호기심과 즐거움을 선물하네요. 언제나 정군님의 글에서 느꼈던,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생각이 역시 들면서, 새로이 둥지를 튼 곳에서의 삶이 의미와 열매로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시작으로 더 멋진 곳으로의 여행 계속하시고, 그 여행의 기록 꼭 책으로 엮으심이 어떤가요.
‘책 읽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생활신조로 삼는다고 하셨지요. 그것은 정군님이 만난 수많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선함을 믿는다는 것이겠지요? 살아보니 세상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썩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간혹 그런 사람을 만나면 일단은 호감을 표시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열에 아홉은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나 책을 보는 안목이나 비슷하다고 봅니다. 저절로 좋은 사람을 찾아서 교류를 하게 되는 거지요. 책 읽는 모든 사람이 선하다는 말에 코웃음 칠 인간도 적지 않겠지만 내가 선택하여 혹은 우연으로 만난 책 읽는 사람들은 모두 다정하고 친절하고 선했습니다. 그러므로 정군님의 신조 절대 버리거나 배반당하지 마세요. 책에 대한 정군님의 열정 꼭 기억하겠습니다.
PS. 그리고 먼 나라에서 온 다른 한권의 책도 아주 흡족합니다. 올해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책을 읽자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주구장창 일본소설을 읽어댄 작년에 대한 반작용이지 싶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