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몫의 밥이나 사료를 먹은 후, 갸릉갸릉 골골 대는 소리를 내며 눈을 지그시 감고 누워서 제 손을(고양이에게 앞발은 영락없는 손이다) 맛있게 빠는 양군을 보며 드는 생각. 너는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 살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니. 그렇게 홀연 표류하는 배처럼 살던 곳을 떠나 생전 처음 보는 집의 문 앞에서 울었던 이유는 뭘까. 전에는 정말 몰랐는데, 고양이도 존귀한 생물이다. 살아서 배고파 울고, 성내고, 심심하면 놀자고 방방 뛰고 구르는 귀여운, 때로는 장난이 지나쳐 날카로운 송곳니와 손톱으로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그 행위에 적의란 눈곱만치도 없음을 안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홀로 깨어 살금살금 손을 건드리고 옆구리를 툭툭 쳐서 잠을 깨우는 성가신 녀석. 제 밥그릇을 집어 올리면 와, 밥이다 하면서 칭얼칭얼 양양 대면서 종종 거리고, 그런 애교가 통하지 않는다 싶으면 이내 제 자리로 돌아가 드러눕는다. 이럴 땐 녀석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알고 싶다. 녀석의 이런 행동을 기억하는 전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 사람은 녀석을 버렸는지(혹은 녀석이 그 사람을), 왜 찾지 않는지, 궁금하다. 물론 들은 바에 의하면, 고양이는 원래부터 그랬다고들 한다.
과거의 나한테 동물은 관심 밖의 생물이었다. 귀찮고 성가신,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게 편한 냄새나고 더러운. 개털, 고양이털이 묻으면 온몸이 가려운 기분이고 그네들의 오줌이나 변을 보면 질색을 했다. 그랬던 내가, 현관 앞이지만 모래 속에서 고양이 변을 골라내고 마루에 흩어진 모래를 쓸고 닦는다. 노란 곰돌이 푸우 방석에 엎드려 있던 녀석이 반쯤 감긴 눈으로 느릿느릿 걸어와 발치에 서는 건 안아달라는 신호라는 것도 알았다. 무릎 위에 올려놓으면 이내 둥글게 몸을 말고 다시 손을 빤다. 그토록 만족스런 얼굴이라니.
> 고양이라서 좋은 이기적인 생각. 애정을 강요하지 않고 주면 받고 안 줘도 그만이라는 태도. 저 혼자 묵묵히 놀며 있는 듯 없는 듯. 밥 때가 되면 아주 맛나게 먹는 거. 기척에 민감하여 한밤중에도 벌떡 일어나 화장실까지 쫓아와 닫힌 문을 긁어주는 섬세함(아님 호기심?). 독립적, 개인주의적, 자유분방함, 고고하고 도도하게 앉아있는 자세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까지. 대충, 이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