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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차례를 보면 스물 두개의 산사가 소개되어있다. 이 중에 당신은 얼마나 가보았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단 하나도 가보지 못하였다. 사실 가본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으니 설령 갔다한들 허투로 본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어렵다. 모르는 단어들이 투성이고, 한 문장에 여러 개의 한자가 등장하기도 하며, 생소한 건축 구조의 명칭도 등장한다. 하지만 친절하다. 직접 두 발로 산을 올라 산사에 가본 것처럼 산사에 담긴 정보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발품을 팔지않고 책상에 앉아 편안하게 정보를 얻는 주제에 어려운 단어들을 접하는 것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일이었다.
'정원과 사찰의 도시' 일본, '정원의 도시' 중국 그리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산사의 나라 대한민국. 이 책은 '우리나라는 산사의 나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며 나에게 있어서 산이라 함은 어딜 가나 볼 수 있는것, 산사라함은 산에 가면 볼 수있는 건축물 쯤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사의 나라다.'라는 이 문장에서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산사라는 존재가 세계에 얼마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산사들 중,순천의 선암사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글쓴이가 외국인과 동행하며 외국인의 시야에 비춰진 우리나라의 산사와 정경들을 묘사해줌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에서 새로운 아름다움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글쓴이가 외국인에게 한국 특유의 겹쳐진 산세를 깊은 산 (Deep mountai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산을 수식하기에 적절치 않은 '깊은-'이라는 단어를 한국의 산을 보며 이해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등산도, 산사와도 친하지 않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장 가장 가까운 산사에 찾아가 그 것이, 그 곳에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혼자 분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 만큼 이 책에서 산사,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그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해야할 공부를 한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