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에 담긴 단편 소설들이 대체로 어렵 게 느껴졌다. 주인공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추상적인 표현이었으며 그 추상적인 표현들은 과하게 세부적이었다. 그래서 글을 읽고 있자면 새하얀 안개 속에서 그 장면들을 흐릿하게 보고 있는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이 한 가지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괜찮지 않은' 상황을 알면서도, 그 상황에 무뎌져, 혹은 다른 것들의 눈치를 보느라 알아채지 못해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라며 안도하며 살아간다. 그 인물들의 모습이 어쩐지 우리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전혀 괜찮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겨우 괜찮다는 말 한 마디만을 건네며 괜찮은 척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은 그 안개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찜찜하고 갑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