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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열 외 8인 ㅣ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201호에 살고 있는 맹家네 셋째, 준열이는 오롯이 혼자가 되고 싶어했다. 20년간 성실히 일했던 구두 회사가 공중분해되고 오랜 기간 동안 실직 중인 아버지, 마트 일이라면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던 어머니, 늘 무뚝뚝한 첫째 형, 갑자기 나타난 금발 머리의 러시아인 형수, 항상 불만을 입에달고 사는 둘째 누나,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넷째, 천방지축 쌍둥이 다섯째와 여섯째 맹家네 막내 여동생 그리고 맹家네 집에 하숙을 하고 있는 것마냥 자주 드나드는 셋째 준열이의 친구 동이까지 준열이의 주변은 늘 누군가 존재했다.
언제든 기회가 생기면 혼자가 되리라, 진짜 나 '맹준열'을 찾아보리라 다짐했던 준열이는 어머니의 '가족 여행을 가자.'라는 한 마디로 인해 얼렁뚱땅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을 떠나는 동안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고, 준열이는 언제나처럼 그런 사건 사고에서 배경같은 존재가 되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말이다. 그렇게 수동적인 준열이는 동이가 찾아오고나서 부터 이상하게 용기가 생겨나 가족들에게서 멀어지게 되고 그 곳에서 사고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아니었던 여행에 가족들은 각자 품고 있던 불만 하나씩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자동차가 고랑에 빠지는 사고가 나게 된다. 사고 직후 여섯째가 없어진 것을 깨달은 맹준열 외 9인은 자동차까지 들어올릴 정도의 강력한 단합력을 발휘한다. 어이없게 여섯째를 찾은 가족들은 방금까지 싸웠던 감정들이 한 번에 수그러 들며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
준열이는 결국 오로지 혼자가 될 수 없었다. 그것이 '맹준열' 그 자체였던 것이다. 가족들로부터 도망치려했던 준열이는 끝내 도망치지 못했고, 오히려 도망치려 하지 않으니 가족들이 집에서 하나 둘 떠나갔다. 첫째 형은 러시아인 형수를 따라 러시아로, 구두 회사를 다시 차리게 된 아버지는 지방으로...그렇게 하나 둘 말이다. 준열이는 형의 빈자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형이 나간 뒤에 집은 썰렁해졌다. 많은 가족 중에 한 명, 심지어 말도 별로 없는 형이지만 형의 자리를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지방에 내려가기 전 준열이에게 책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새책을 사라며 용돈을 쥐어주시던 아버지 덕분에 준열이는 그제야 깨닫게 된다. '혼자 있기 위해 책을 펼쳤던 게 아니라 책을 펼치는 순간이 좋았던 건 아닐까. 나는 아빠가 준 돈을 잘 넣어 두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이다.
우리 주변에 준열이처럼 7명의 형제가 있는 또래 친구들은 이제 흔치 않다. 하지만 우린 모두 준열이가 될 수도 있다. 사회와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나' 자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수 많은 준열이가 우리 주위에 어디든 존재한다. 나 자신도 한 때 준열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준열이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속의 준열이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도망치지 말라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남들과 비슷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