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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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옥상에서 만났다. 절망적인 자신의 삶을 마주한 것, 세 명의 언니들과 잠시 동안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다고 믿는 외계인 행색의 남편까지 모두 옥상에서 만났다.
회사의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남편을 만나고 주인공은 옥상에서 만난 것들을 차례로 잃어갔다. 절망, 언니들 그리고 남편이라 부르는 것까지도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을 잃어갈 때쯤 주인공은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건강한 관계들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주인공은 그것을 옥상에 남겨두고 왔다. 자신이 변할 수 있었던 그 비결을 또 다른 자신이 될 누군가를 위해. 가슴과 허벅지 언저리를 오고가는 더러운 손길들로부터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냄새나는 농담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가 더욱 현실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 외계인 남편을 도피의 장치로 설정한 것은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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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들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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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중 한 구절인 "어느 누구도 상처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잔혹한 청춘"에 작가, 누카가 미오가 이 책을 쓴 의도가 전부 담겨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청소년 문학을 좋아한다. 청소년 문학을 읽으면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한 때 청소년일 때 느꼈었던, 지금은 잊어버린,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심리들을 다시 떠오르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인공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자의 이유로 초등학생때의 모습을 잃게 된 주인공들은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 변한 모습의 '나'도 결국은 '나'인 것이다.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고, 사죄를 하고, 용서를 하며 그것을 깨달아간다. 
 사실 어른이 된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그런 상처에 무뎌지고, 돌보지 않아 나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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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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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호에 살고 있는 맹家네 셋째, 준열이는 오롯이 혼자가 되고 싶어했다. 20년간 성실히 일했던 구두 회사가 공중분해되고 오랜 기간 동안 실직 중인 아버지, 마트 일이라면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던 어머니, 늘 무뚝뚝한 첫째 형, 갑자기 나타난 금발 머리의 러시아인 형수, 항상 불만을 입에달고 사는 둘째 누나,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넷째, 천방지축 쌍둥이 다섯째와 여섯째 맹家네 막내 여동생 그리고 맹家네 집에 하숙을 하고 있는 것마냥 자주 드나드는 셋째 준열이의 친구 동이까지 준열이의 주변은 늘 누군가 존재했다.

 언제든 기회가 생기면 혼자가 되리라, 진짜 나 '맹준열'을 찾아보리라 다짐했던 준열이는 어머니의 '가족 여행을 가자.'라는 한 마디로 인해 얼렁뚱땅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을 떠나는 동안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고, 준열이는 언제나처럼 그런 사건 사고에서 배경같은 존재가 되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말이다. 그렇게 수동적인 준열이는 동이가 찾아오고나서 부터 이상하게 용기가 생겨나 가족들에게서 멀어지게 되고 그 곳에서 사고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아니었던 여행에 가족들은 각자 품고 있던 불만 하나씩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자동차가 고랑에 빠지는 사고가 나게 된다. 사고 직후 여섯째가 없어진 것을 깨달은 맹준열 외 9인은 자동차까지 들어올릴 정도의 강력한 단합력을 발휘한다. 어이없게 여섯째를 찾은 가족들은 방금까지 싸웠던 감정들이 한 번에 수그러 들며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

 준열이는 결국 오로지 혼자가 될 수 없었다. 그것이 '맹준열' 그 자체였던 것이다. 가족들로부터 도망치려했던 준열이는 끝내 도망치지 못했고, 오히려 도망치려 하지 않으니 가족들이 집에서 하나 둘 떠나갔다. 첫째 형은 러시아인 형수를 따라 러시아로, 구두 회사를 다시 차리게 된 아버지는 지방으로...그렇게 하나 둘 말이다. 준열이는 형의 빈자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형이 나간 뒤에 집은 썰렁해졌다. 많은 가족 중에 한 명, 심지어 말도 별로 없는 형이지만 형의 자리를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지방에 내려가기 전 준열이에게 책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새책을 사라며 용돈을 쥐어주시던 아버지 덕분에 준열이는 그제야 깨닫게 된다. '혼자 있기 위해 책을 펼쳤던 게 아니라 책을 펼치는 순간이 좋았던 건 아닐까. 나는 아빠가 준 돈을 잘 넣어 두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이다.

 우리 주변에 준열이처럼 7명의 형제가 있는 또래 친구들은 이제 흔치 않다. 하지만 우린 모두 준열이가 될 수도 있다. 사회와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나' 자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수 많은 준열이가 우리 주위에 어디든 존재한다. 나 자신도 한 때 준열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준열이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속의 준열이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도망치지 말라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남들과 비슷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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