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면서 '스마트 혁명'의 바람이 생활 곳곳에 몰아치고 있다. 출근길에 이메일과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는 등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은 스마트폰을 선전하면서 '세상이 만만해진다'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과연 스마트 기기 덕분에 세상은 만만해졌고 인간은 과연 더 '스마트'해졌을까.
미국의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와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되면서 "뇌를 잃어버렸다"고 고백한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했다."
2008년 미국 언론에 기고한 칼럼 '구글이 우리는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에서 인터넷이 양산해내는 얕고 가벼운 지식을 경고해 주목받았던 그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청림출판 펴냄)에서 인터넷이 인간의 사고 능력을 빼앗아가 버렸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문자혁명부터 인쇄혁명, 인터넷혁명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도구의 발전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이후 인간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글을 쓰고 읽는 방식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 디지털 기기와 정보기술의 폐해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저자는 인터넷이 인간의 생각을 넘어 뇌 구조까지 바꿨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검색된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는 등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뇌 신경회로는 강화된 반면 상대적으로 깊이 사고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는 능력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기술의 편리함을 얻기 위해 지불한 대가도 크다.
저자는 "기술의 힘을 지니기 위해 우리가 지불한 대가는 소외"라면서 "사고의 도구들은 확장되고 그 대가로 우리의 자연스러운 능력들 중 가장 사적이고 인간적인 것들, 즉 이성, 인식, 기억, 감정 등은 마비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운전자들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GPS(위성항법장치).
저자는 런던 택시 운전사들의 뇌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연구를 이끌었던 신경과학자인 엘리노어 맥과이어는 "위성 내비게이션은 택시 운전자들의 뉴런(신경세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GPS를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GPS를 사용하면 시내 도로 지리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뇌는 학습 흥미를 잃게 되고, 뇌에 쌓이는 지식의 양도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뇌의 신경세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결과와 사례를 제시하면서 인터넷 등 기술 혁명이 결국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깊은 사고'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가 새로운 정보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들은 분명 옳다"면서 그러나 "인간성의 정수라고 여긴 '깊은 사고'는 돌진하는 진보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원제는 'The Shallows'로, 영문판은 지난해 출간됐다. (연합뉴스, 황윤정 기자,2011/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