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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책 낙천주의자의 무규칙 유럽여행 - 노플랜 사차원 정박사의 두 번째 여행에세이
정숙영 지음 / 부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많이 컸다. 여유의 폭도, 열정의 깊이도, 아픔의 크기도, 삽질과 실수의 규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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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1 - 큰 숲 속의 작은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너, 이거 한 이만 번쯤 읽었지? 어차피 다 외우겠지만 추억이나 하라고 준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코앞에 둔 오빠가 내개 준 선물. 어린 시절, 책벌레였던 오빠를 따라 옆에서 읽지도 못하는 책을 거꾸로 들고 옹알대곤 했던 나는 나랑 놀아주지 않는 오빠를 원망하고, 그를 뺏어간 책을 시샘했다. 결국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보란 듯이 책을 읽어댔는데, 그때 처음 만나 날 온통 사로잡았던 책이 바로 이 초원의 집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큰 숲 작은 집'이었다.

아무리 천만 번을 읽었기로서니(...) 달달 외울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새로 번역된 이 책에서 쓴 어휘나 문장들이 다소 다르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가 재미있었을까? 이 기묘한 중독성은 도대체 뭐냔 말이다. 지금 읽어도 나도 모르게 돼지 오줌통으로 공놀이를 하는 장면, 훈제 고기를 만드는 장면, 버터에 색을 입히는 장면에 온통 넋이 나가버리고 만다. ...생각해보니 거의 다 먹을 것과 관련된 이야기였나. -_-;

특히 좋아했던 건 훈제 고기를 만드는 장면이었는데, 겨우내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배가 든든해지고 흐뭇해지고 기운이 나곤 했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어디건 들고 다녔던 책.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하지만 굳이 캐보고 싶진 않다. 그 아름답던 첫 경험을 분석해서 조각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그 특별했던 감각을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이 책을 선물 받고 난 후, 언니한테서는 원서까지 선물 받았다. 천만 번 반복해서 읽는 게 그렇게도 인상에 남았던 것일까. -_-; 이렇게 말하면서도 교보에서 본 오디오북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집었다가 눈물 지으며 내려놓는 나는 또 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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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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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뭘까, 이 여고괴담스러운 소설은.

처음 든 의문은 끝까지 읽고나서야 풀렸다. 아, 이것도 온다 씨의 소설이구나, 싶은 마음.

엔딩이 다소 김빠지는 것을 빼고는 나무랄 데 없는 심리묘사와 캐릭터리티, 그리고 적절한 수준의 공포. 실망스럽다고 하기에는 잘 읽히고, 대단하다고 하기에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상이라는 틀은 굉장히 유연하긴 하지만, 적극적인 확장력이 없는 이상 폐쇄성을 띠게 마련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정해진 사람과 만나서 관계를 구축한다. 고등학생들은 특히 학교와 부모가 마련한 규율 때문에 일상을 적극적으로 넓힐 수 있는 자유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학교'는 분명히 오픈된 공간이면서도 폐쇄성이 도드라진다.

폐쇄성은 수많은 왜곡을 낳게 마련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지만, 모순이나 부조리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 자체를 그 특별한 폐쇄성이 박탈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크게 보면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세계 안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스스로 납득시키기 위해 결국 왜곡이 생겨나는데, 그 일례가 바로 학교에 널리 퍼져 있는 전설 같은 게 아닐까.

'손님'이 공포스러운 이유는 하나의 진실이 된 '왜곡'을 '왜곡'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납득'이 주는 질서의 달콤함을 깨버릴 수도 있는 손님에게 '손님'이라는 제3자의 입장을 주지시킴으로써, 즉 개입의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그 작은 세계를 지키려는 마음.

그 왜곡이 어떻게 깨지는 지를 가만히 지켜보면, 손님이면서도 일원인 사요코가 그들의 룰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선택한 전공이 정치 쪽이라니,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 맹랑한 녀석이다.

그나저나 온다 씨가 만드는 캐릭터들은 대개 항상 매력적이다. 평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영웅의 풍모를 지니고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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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되지 않은 장치들이 좀 있다. 재미는 있지만 확실히 약하다는 느낌. 별 넷.

그래도 남자애들이 정말 귀여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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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장해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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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들이 추억하고 숭상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대개 자기최면이다. 내 기억으로 어린시절은 절대 순수하지 않았다. 사회적 룰을 모르니만큼 훨씬 잔인하기도 했고, 부모와 친구, 학교 틈바구니에서 지금처럼 치열했다. 그렇지만 항상 아련한 회상에 젖기 마련이다. 세상을 놀래킨 대도가 어린 시절의 첫번째 도둑질을 회상하듯, 세상을 감동시킨 작가가 어린 시절에 처음 쓴 글을 회상하듯.

어른이 되어서 그리워하는 것은 '순수함'이 아니라 소중한 첫 경험들이다. 그리고 이 책, <리듬>에서 수많은 그 첫 경험 중 한 뭉치를 찾아낼 수 있다. 처음 맛보는 의미 있는 이별. 처음 맛보는 쓸쓸함.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의 작가 모리 에토의 처녀작이란다. 서점에 갔다가 반가워 덥썩 집어들고 말았다. 내용도 보지 않고 샀는데, 아뿔사. 청소년 소설이란다.

중학생이 아니라 크게 감명 받지는 못했지만, 모리 에토 글의 원형을 볼 수 있어서 의미는 있었다. 아아.. 당신은 소녀였군요. 이토록 섬세하고 씩씩한. 그렇게 원석 그대로인 작가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성인 쪽으로 전향하셨으니, 얼른 장편을 내주세요.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

또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다. <...비닐 시트>처럼 묵직하진 않지만, 가벼운 청량감이 나름 매력적이다.

학교 선생님인 친구에게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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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독자가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을 것 같은 예쁜 책이라 보완해서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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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아아, 좋구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울컥 하는 마음에 절로 나오는 말이다. 그래, 평화 만세다. 세상은 이토록 아름답구나. 너무 당연한 것 같은 일상의 행복도 사실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처럼 그렇게 나약하기만 한 것을. 그것을 붙잡으려는 사람의 의지가 세상 이곳 저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구나.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착해빠진 말을 하다니, 나한테도 아직 영혼이라는 게 남아있구나.(....)

이 작품으로 모리 에토와 처음 만났다. 요즘 온다 씨와 데이트(...)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어쩜 이렇게 시기 적절하게 모리 씨를 만나게 되었는지, 참 이것도 인연인 것 같다. 온다 씨의 손을 잡고 추억 속으로, 신화 속으로, 비일상 속으로 훨훨 공중부양을 하고 있던 찰나에 만난 모리 씨는 나를 슬금슬금 끌어당겨 다시 땅 위에 발을 딛게 만든다. 그렇게 일상 속으로 나를 도로 데려다 놓으면서 말한다. 너덜너덜하고 따분한 그 일상이, 실은 가장 아름다운 평화라고.

여섯 편의 단편이 죄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앞의 세 단편은 메인 메뉴 전에 먹는 전채처럼 입만 다시게 하더라. 그러다가 만나게 된 <종소리>와 < X세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뭐라 할 말이 없다.

이기적인 삶이 추앙받는 지금에 와서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착한 이야기냔 말이다, 촌스럽게.......라는 외침이 울먹임이 되어버렸다. 그래, 조만간에 까맣게 잊고 투덜투덜 건성건성 살아갈 게 분명하지만, 지금은 잊지 않겠다.

평화 만세다.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웠구나. 그리고 그 아름다운 일상의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은 바로 너와 나였구나. 아아 기특해라 나의 비루한 일상이여.

천만 배쯤 착해진 듯한 느낌이다.

물론 느낌뿐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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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한호흡에 읽는 단편집으로서는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골라서 읽는' 단편집으로서는 부족하다. 크레센도의 느낌이랄까. 이 때문에 별 하나 뺀다.

그릇을 찾아서 ★★★ | 강아지의 산책 ★★★ | 수호신 ★★★ | 종소리 ★★★★☆ | X세대 ★★★★ |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마음의 별점♡)

2. 심리묘사가 좋다. 섬세하면서 힘이 있다. 이 측면에서 최고는 역시 또 마지막 작품.

3. 냉소적이고 절망적인 책들이나 불량한(...) 책들과 데이트를 하다가 지치면,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작가. 차기작은 부디 장편이 되길 빈다. <바람...>을 장편으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 덕분에 이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리듬>이란 책을 샀다. 처녀작이라니 기대는 많이 안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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