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1 - 큰 숲 속의 작은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너, 이거 한 이만 번쯤 읽었지? 어차피 다 외우겠지만 추억이나 하라고 준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코앞에 둔 오빠가 내개 준 선물. 어린 시절, 책벌레였던 오빠를 따라 옆에서 읽지도 못하는 책을 거꾸로 들고 옹알대곤 했던 나는 나랑 놀아주지 않는 오빠를 원망하고, 그를 뺏어간 책을 시샘했다. 결국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보란 듯이 책을 읽어댔는데, 그때 처음 만나 날 온통 사로잡았던 책이 바로 이 초원의 집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큰 숲 작은 집'이었다.

아무리 천만 번을 읽었기로서니(...) 달달 외울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새로 번역된 이 책에서 쓴 어휘나 문장들이 다소 다르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가 재미있었을까? 이 기묘한 중독성은 도대체 뭐냔 말이다. 지금 읽어도 나도 모르게 돼지 오줌통으로 공놀이를 하는 장면, 훈제 고기를 만드는 장면, 버터에 색을 입히는 장면에 온통 넋이 나가버리고 만다. ...생각해보니 거의 다 먹을 것과 관련된 이야기였나. -_-;

특히 좋아했던 건 훈제 고기를 만드는 장면이었는데, 겨우내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배가 든든해지고 흐뭇해지고 기운이 나곤 했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어디건 들고 다녔던 책.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하지만 굳이 캐보고 싶진 않다. 그 아름답던 첫 경험을 분석해서 조각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그 특별했던 감각을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이 책을 선물 받고 난 후, 언니한테서는 원서까지 선물 받았다. 천만 번 반복해서 읽는 게 그렇게도 인상에 남았던 것일까. -_-; 이렇게 말하면서도 교보에서 본 오디오북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집었다가 눈물 지으며 내려놓는 나는 또 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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