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놈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런 저런 식순이 끝나고

교가를 부르는 순서에 무심히 장내를 둘러보니

요즘 여자 중딩들의 '표준 화장법'을 충실히 따라

하얀 계란에 빨간 칠을 한 '달걀 귀신'형용으로 

내내 재잘거리던 여자 아이들이 막 운다. 


달걀 귀신들이 단체로 우는 모습을 어디에서 목도하겠는가.

그것도 검은 눈물을 흘리는 달걀 귀신들을 말이다.



어른인양 흰 분칠을 하고 붉은 가루를 발라도

속내는 아직 여리고 순한 애기들일 뿐이다.


애들아. 순하게 잘 자라거라.

마음으로 합장하고 가피를 빌었다.

 

우리 아들도

무탈하게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잘 마무리해줘

다행이고 고맙다.


또 몇해가 지나면 이제 아들놈도

우리 부부 품을 떠나 세상으로 가는구나.


나보다 머리 두 개가 더 높은 아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빠르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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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16-02-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루가 중학교를 졸업했군요.
미루에게 축하를, 선배에게는 애쓰셨다는 인사를....
저는 빨간칠 한 하얀 달걀들이 예쁘면서도 애처러워보일 때가 종종 있어요. ^^

알케 2016-02-15 20:58   좋아요 0 | URL
고맙다. ㅎ
 


로드 맥퀸 할배. (1933 - 2015)



흑백갈등, 반전 운동으로 온 세상이 어지러워도

홀로 음풍농월하는 노래만 만들고 불러

'마시멜로 시인'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할배.


하지만 의붓애비의 폭력에 시달리던 그의 유년기를

떠올리다 보면 나라도 그럴것 같아.


내 인생이 지옥인데 바깥의 지옥이 눈에 들어오랴?


스티븐 킹의 초기 중편들에 자주 나오던 소년 캐릭터.

메인 주 낡은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밤낮으로 허리띠로 두들겨 맞던 키크고 마른 소년.


키 보다 작은 깡충한 바지와 

얼룩진 셔츠를 입은 우울한 눈빛의 백인 소년....


그러다 'It'에게 희생당해 고단한 짧은 생을 마무리하고 마는 소년 캐릭터....


....


나는 요즘 로드 할배의

그 마르고 거친 목소리가 갈수록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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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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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환희 2016-01-2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글씨로 등록된 글을 보니 정감가요 ^^
 

참 우연이겠지만 선생님의 <담론>을 읽고 있다가

황망한 부음을 듣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편히 쉬십시오.

합장하고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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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5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랭키 2016-01-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ㅜㅜ

2016-01-15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요즘 좋아하는 가수 Daniela Andrade

목소리에 한 서른 겹의 layer가 lay up된 것 같은 가수.


cover곡들이 많지만 너무 좋아.


이 가수의 유튜브 채널을 매일 듣는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사연있는 목소리...사연있는 사람이 좋아진다.

설령 그게 나의 성급한 편견일지언정.


그녀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막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아.


오늘 어디 멀리 운전을 하며 가는데

들판에 서있는 허수아비를 보다가 괜시리 슬펐다.


너나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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