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놈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런 저런 식순이 끝나고

교가를 부르는 순서에 무심히 장내를 둘러보니

요즘 여자 중딩들의 '표준 화장법'을 충실히 따라

하얀 계란에 빨간 칠을 한 '달걀 귀신'형용으로 

내내 재잘거리던 여자 아이들이 막 운다. 


달걀 귀신들이 단체로 우는 모습을 어디에서 목도하겠는가.

그것도 검은 눈물을 흘리는 달걀 귀신들을 말이다.



어른인양 흰 분칠을 하고 붉은 가루를 발라도

속내는 아직 여리고 순한 애기들일 뿐이다.


애들아. 순하게 잘 자라거라.

마음으로 합장하고 가피를 빌었다.

 

우리 아들도

무탈하게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잘 마무리해줘

다행이고 고맙다.


또 몇해가 지나면 이제 아들놈도

우리 부부 품을 떠나 세상으로 가는구나.


나보다 머리 두 개가 더 높은 아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빠르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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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16-02-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루가 중학교를 졸업했군요.
미루에게 축하를, 선배에게는 애쓰셨다는 인사를....
저는 빨간칠 한 하얀 달걀들이 예쁘면서도 애처러워보일 때가 종종 있어요. ^^

알케 2016-02-15 20:58   좋아요 0 | URL
고맙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