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놈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런 저런 식순이 끝나고
교가를 부르는 순서에 무심히 장내를 둘러보니
요즘 여자 중딩들의 '표준 화장법'을 충실히 따라
하얀 계란에 빨간 칠을 한 '달걀 귀신'형용으로
내내 재잘거리던 여자 아이들이 막 운다.
달걀 귀신들이 단체로 우는 모습을 어디에서 목도하겠는가.
그것도 검은 눈물을 흘리는 달걀 귀신들을 말이다.
ㅎ
어른인양 흰 분칠을 하고 붉은 가루를 발라도
속내는 아직 여리고 순한 애기들일 뿐이다.
애들아. 순하게 잘 자라거라.
마음으로 합장하고 가피를 빌었다.
우리 아들도
무탈하게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잘 마무리해줘
다행이고 고맙다.
또 몇해가 지나면 이제 아들놈도
우리 부부 품을 떠나 세상으로 가는구나.
나보다 머리 두 개가 더 높은 아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빠르다.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