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12년 째 저자거리의 세월을 같이 보내고 있는 필통 테루군이다.
천안에 살 때 아내와 마트갔다가 문방구 코너에서 업어왔는데
어쩌다보니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
회의가서 살림살이를 주섬주섬 꺼내다 마지막에 필통을 올려놓으면
몇 사람들은 웃으며 묻는다.
"아직도 필통 가지고 다니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볼펜 여덟자루, 연필 세자루, 만년필,칼라태그,리필잉크,USB메모리, 포스트잇...
테루군의 식구들이고 그의 집은 내가 늘 메고 다니는 배낭 오른쪽 포켓이다.
식구들이 늘어나서 한동안 더 큰 필통을 찾아다니다가 마음을 접었다.
무생물이건 생물이건 이름을 짓고 호명하는 그 순간부터
피차간에 '연기(緣起)'가 시작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지내자.
꼬질꼬질한 테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