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붙들고, 사유를 담금질하고,

치열하게 써 내려간 최전선의 책 읽기

바야흐로 ‘재난의 시대’이다. 기후위기, 팬데믹, 지정학적 충돌, 불평등의 심화, 정치적 불안 등 위기와 위협의 목록을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위기의식은 날로 선명해지고 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환경 전 분야에 걸쳐 재난이 일상화되고, 해결은 난망하다. 우리는 이 재난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해답을 책에서 찾기 위해 치열하게 읽고 써왔다. 브뤼노 라투르의 『녹색 계급의 출현』을 통해 생태적 전환의 가능성을, 드라마 〈체르노빌〉을 통해 인류세의 감각을, 『클라라와 태양』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를 고민해왔다. ‘읽기의 최전선’에서 재난의 시대를 헤쳐나갈 최량의 지혜를 모색하기 위해 책을 붙들고, 사유를 담금질하고, 치열하게 써 내려간 지난 3년의 결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 간략 소개

《서울리뷰오브북스》창간 3주년 특별판, 『읽기의 최전선』

재난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77인의 필자, 198권의 리뷰 도서, 156편의 서평.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는 바람을 담아 창간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지난 3년간 더 나은 지식 공론장을 위해 뿌린 씨앗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 3주년 특별판 『읽기의 최전선』은 그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혹은 오늘날 더욱더 긴박한 사유와 성찰을 요하는 이슈들인 ‘인류세’, ‘과학기술’, ‘위험’, ‘자본주의’, ‘전쟁’, ‘차별과 연대’를 주제로 한 열다섯 명의 필자들의 서평 스물한 편을 한 권으로 다시 엮어냈다.

1부 ‘인류세를 읽다’는 홍성욱·조문영·김홍중 편집위원과 이두갑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가 기후위기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현실로 닥친 생태 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2부 ‘과학기술을 읽다’에서는 권보드래·송지우·박진호·심채경·정우현 편집위원이 인공지능과 우주 탐사, 유전학 분야의 현주소를 고찰한다. 3부 ‘위험을 읽다’는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호의 특집 ‘안전의 역습’을 재구성한 것으로, 김홍중·권보드래·조문영 편집위원이 우리 시대 위험과 안전의 지형을 살핀다. 4부 ‘21세기 자본주의를 읽다’에서는 칼럼니스트 박상현과 김두얼·강예린 편집위원의 리뷰를 통해 21세기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자본, 도시, 감시 체계를 들여다본다. 5부 ‘전쟁을 읽다’는 ‘전쟁의 해’를 지나오며 구한말과 한국 전쟁이라는 과거와 인도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전쟁을 송지우·권보드래·박훈 편집위원이 톺아본다. 마지막 6부에서는 ‘차별과 연대를 읽다’라는 제목 아래 조문영·홍성욱 편집위원과 과학기술학 연구자 장하원, 편집자 서경이 빈자, 자폐인, 성소수자의 삶과 연대를 읽는다.



오늘의 이슈를 책으로 읽고, 서평으로 사유한다!

“이 시점에서 『읽기의 최전선』을 기획한 것은 가히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앞만 보고 뛰어왔는데, 이제 《서울리뷰오브북스》에 실린 좋은 서평을 주제별로 묶어서 세상에 한번 내놓을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뒤도 잠깐 돌아보면서 숨을 한번 가다듬고, 새로운 미래를 기획해 보겠다는 약속이다. 여기 실린 서평들은 ‘인류세’, ‘과학기술’, ‘위험’, ‘21세기 자본주의’, ‘전쟁’, ‘차별과 연대’라는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해 독자들에게 다시 소개해 주고 싶은 글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 글을 읽으며, 서평의 묘미와 깊이를 감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첫 편집장 홍성욱, 「책을 펴내며」

서평 전문지로 알려진 《뉴욕리뷰오브북스》와 《런던리뷰오브북스》가 창간된 지 각각 61년, 45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세계를 보는 창(窓)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손꼽아 기다리는 흥미로운 읽을거리였던 서평은 지성사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서평 덕분에 생명력을 얻은 책들은 때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며 역사를 만들어 왔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는 바람을 담아 2020년 12월 창간준비호(0호)를 거쳐 2021년 3월 창간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어느덧 창간 3주년을 맞았다. 창간 3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3년간 책을 붙들고 치열하게 담금질한 사유와 성찰을 한 권으로 엮었다. 우리 시대의 숱한 위기들을 헤쳐 나가는 데 작은 밀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읽기의 최전선’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부터 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

인류세를 읽다


첫 번째 최전선은 ‘인류세’다. 기후위기의 현실 속에 ‘녹색 계급’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등장에 주목하는 홍성욱, 자본주의에 의한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을 직시하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조문영,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참사 속에서 인류세라는 현실을 인식하는 김홍중의 리뷰를 한데 모았다.

“지금 당장 녹색 계급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리뷰오브북스》 첫 편집장인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은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녹색 계급」에서 브뤼노 라투르와 니콜라이 슐츠의 『녹색 계급의 출현』을 들여다본다. 라투르가 평생 치열하게 연구・고민하며 형성해 간 그의 사상을 책 속 ‘녹색 계급’을 통해 살펴보고, 더 이상 “지구공동체가 직면한” 큰 위기를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되기 전에 막아보자고 책의 목소리를 빌려 외친다.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생존을 위해 채취와 오염 생산에 동원되는 빈자들을 위해 어떻게 정의를 구현할 것인가?” 이두갑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자본주의」에서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와 롭 닉슨의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를 리뷰한다. “기후 위기의 구조적 배경과 재난의 일상성”의 극복을 아프리카의 빈자와 작가-활동가들의 실천적·대안적 활동에서 찾는다.

“새로운 위기는 새로운 대안을 요구한다.” 인류학자 조문영은 「다른 세계를 디자인하고 선언하는 인류학자」에서 『플루리버스』의 서평을 실었다. 조문영은 콜롬비아 출신의 인류학자 아르투로 에스코바르가 책에서 주장한 “자본주의・제국주의”를 넘어선 “다중의 우주와 세계인” 플루리버스가 가리키는 방향성에 십분 동의함을 피력한다. 또한,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존재론-디자인-정치의 관계를 둘러싸고 더 풍성한 질문, 비판, 논쟁, 제안을 촉구한다.

“인류세의 참된 의미는 바로 이 은신처의 불가능, 피난의 불가능성이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HBO에서 방영된 드라마 《체르노빌》을 통해 인류에게 닥친 참사의 흔적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환기하며 다층적 질문을 길어 올린다. “방사능에 오염된 산천초목에도 불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사유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거쳐 인류세에 이른다.

인공지능, 우주 탐사, 유전학까지,

과학기술을 읽다

두 번째 최전선은 ‘과학기술’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조건을 질문하는 권보드래와 송지우,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와 현주소를 톺아보는 박진호, 우주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심채경, 유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정우현의 리뷰를 모았다.

“인간이 이렇듯 여러 의미로 대체 가능한데도 불가침성을 지니는 이유가 무엇인가.” 문학연구자 권보드래와 정치철학 연구자 송지우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대담 형식의 서평을 시도했다. 권보드래와 송지우는 각각의 자리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따로 또 같이 리뷰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의 미래 시대의 면면을 ‘클라라’라는 AF(Artificial Friend)의 시선으로 조망하는 『클라라와 태양』은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이다. ‘클라라의 눈으로 본 세계’에서 인간다움의 조건은 어떻게 설명되는지, 인공지능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클라라가 어떤 인간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 그로 인해 독자가 느끼는 불안과 긴장의 원천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또 분열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능력주의화된 세상 속에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을 소외, 차별하는지 설명한다. 두 편집위원은 오늘의 세계를 반영하는 이러한 모습을 훑고 경제, 교육, 인간관계 등의 주제 등을 건드리며 교차, 대화의 가능성과 서평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인간에 필적하는, 또는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르다.” 언어학자 박진호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더 닮으려면?」에서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의 서평을 실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과도한 관심과 기대 속에, 독자로 하여금 현재 인공지능 기술로 “할 수 있는 일과 한계”를 신중하게 돌아보게 하는 데 이 책의 효용이 있다고 말한다.

“탐험의 다른 이름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두려움이기도 하다.” 천문학자·행성과학자 심채경은 「우주를 보는 새로운 시선」에서 2020년에 출판된 ‘우주 탐사’ 관련 서적 4권을 리뷰한다. 『관찰과 표현의 과학사』, 『호모 스페이스쿠스』, 『비욘드』,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에 대한 서평을 통해, 심채경은 인류의 DNA에 새겨진 탐험 유전자를 읽어내며, 우주 탐사를 위한 인류의 기나긴 탐험의 여정을 개관한다.

“유전만큼이나 우리 존재에 중대하게 기여하는 환경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분자생물학자 정우현은 「유전 vs. 환경, 무엇이 웃음을 닮게 하는가」에서 칼 짐머의 『웃음이 닮았다』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칼 짐머는 유전이 수평적으로도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전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칼 짐머를 따라 유전만큼이나 환경이 우리 존재에 중대하게 기여함을 지적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유전의 역사를 돌아보며 통념을 벗어나 유전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할 수 있음을 보인다.



‘전쟁의 해’를 지나오며, 어제와 오늘의

전쟁을 읽다

다섯 번째 최전선은 ‘전쟁’이다. 2023년은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목도한, ‘전쟁의 해’였다. 5부 ‘전쟁을 읽다’에서는 평화에 이를 수 없는 인도주의의 한계를 짚는 송지우, 한국전쟁기 고발과 학살의 기록을 살피는 권보드래, 구한말 대한제국을 둘러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되돌아보는 박훈이 어제와 오늘의 전쟁을 화두로 다룬다.

“인도주의의 대척점은 총력전이 아니라 평화주의이다.” 송지우는 「인도주의는 평화를 가로막는가」에서 새뮤얼 모인의 『인도주의(Humane)』를 리뷰했다. 이 책에서 모인은 『인권이란 무엇인가』, 『충분하지 않다』에서의 논쟁을 ‘국제인도법’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해서 가져온다. 그는 ‘인도주의의 확산이 평화주의의 성장을 막는다’는 모인의 주장에도 전쟁이 종속되지 않았다는 “슬픈 사실”을 지적하며, ‘인도적 전쟁’은 괜찮다며, 더 나아간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진보 진영의 “윤리적 안일함과 상상력의 빈곤”에 씁쓸함을 보낸다.

“친밀한 존재끼리 휘두른 폭력의 세계.” 권보드래는 권헌익의 저서 『전쟁과 가족』을 통해 전쟁이라는 재난을 겪었던 70년 전의 한국 사회를 지금 이곳에 불러낸다. 『전쟁과 가족』은 한국전쟁의 발발과 전개 과정을 추적하는 대신 부역, 고발, 학살 등 한반도 주민들이 생활 세계에서 겪은 전쟁을 추적한다. 권보드래는 권헌익의 시선을 따라 전쟁 중과 전쟁 이후의 화해와 치유의 노력을 톺아보며, 오늘날 한국 사회에 진실과 화해, 애도와 존엄의 현주소를 성찰한다.

“설마 했던 전쟁이 ‘어? 어!’ 하는 사이에 실제로 일어났다.” 역사학자 박훈은 「구한말, 21세기 벽두의 데자뷔?」에서 구한말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한 일본 역사학계의 도달점을 보여주는 책 두 책, 『러일전쟁』과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를 리뷰한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구한말의 경험을 다시금 읽는다.

차별을 넘어 연대로,

차별와 연대를 읽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최전선은 ‘차별과 연대’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오늘을, ‘대혐오의 시대’라 지칭하고는 한다. 6부 ‘차별과 연대를 읽다’에서는 쪽방촌 주민들의 고투를 이야기하는 조문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집을 리뷰하는 장하원,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개신교를 바라보며 종교의 역할을 질문하는 홍성욱, 성소수자 주거 공동체를 통해 주거와 가족, 돌봄의 의미를 질문하는 서경이 홈리스, 자폐인과 장애인, 성소수자의 취약한 삶, 저항과 연대를 읽는다.

“가난은 쉽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조문영은 「가난한 개인은 그 자체로 세계다」에서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로, 자본주의 시대에 빈자들의 주거에 대한 문제 제기 앞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담담히 묻는다. “서울역 맞은편 양동 쪽방촌” 주민과 활동가 등이 함께 만들어 온 이 책을 빈자의 “섬세한 선언문”으로 고쳐 읽는다.

“이제는 우영우 실험이 남긴 잔상과 질문들에 집중할 시간이다.” 과학기술학 연구자 장하원은 「자폐인 변호사라는 실험」에서 올해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본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서평을 썼다. ‘자폐인도 직업인으로서 변호사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대본을 써내려 간 저자의 질문에 드라마가 아닌,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답을 찾는다. 다소 엉뚱하고 귀엽지만, 무해한 ‘우영우’라는 캐릭터와 ‘변호사’라는 직업 세계가 드라마 속 판타지로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자폐인도 장애인도 현실 사회에서 ‘직업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점이 무엇인지 묻고, 특히 개인보다 사회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마 예수가 살아 있다면 가장 먼저 호통치고 야단칠 대상이 지금의 한국 교회일 것이다.” 홍성욱의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는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개신교에 대한 한 신학자의 비판을 담았다. 박경미의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의 서평을 통해, 동성애는 진정으로 기독교의 교리와 어긋나는 것일까에 대한 답을 구해 본다. 필자는 이 책이 동성애를 배척하는 한국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증거로 삼는 성경의 몇몇 구절들에 대해서 대안적인 해석이 존재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과학기술학자로서 홍성욱은 동성애에 대한 최근의 과학 연구들을 보면서 신학자 박경미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며, 이를 토대로 한국 교회나 한국 보수 개신교계를 비판한다.

“무엇을 위해 가족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 집을 어떻게 본래 목적으로 되돌릴 것인가라는 질문과 나란히 놓여 있다.” 서경은 「‘문란한 돌봄’의 세계로 초대합니다」를 투고하여, 성소수자 주거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를 소개했다. 서경은 무지개집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두고, 성소수자를 돌보지 않는 국가에 맞서, 국가의 역할을 민간에서 먼저 해 보이는 방식의 저항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서경은 성소수자들이 겪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있어 제도적 변화가 지니는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를 넘나드는 다양한 상상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제기한다.



저자 소개

기획

서울리뷰오브북스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1년 3월 창간한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학,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공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7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아 함께 만든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필자 (게재순)

홍성욱

《서울리뷰오브북스》 첫 편집장.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 가습기 살균제나 세월호 참사 같은 과학기술과 재난 관련 주제들, 그리고 이와는 상당히 다르지만 1960-1980년대 산업화와 기술 발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이두갑

서울대학교 과학학과에서 가르친다. 과학기술과 자본주의, 과학기술과 법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저서로 『재조합 대학(The Recombinant University)』이 있으며 편저로 『아는 것이 돈이다』, 함께 옮긴 책으로 『자연 기계』가 있다.

조문영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저서로 『빈곤 과정』, 『‘인민’의 유령(THE SPECTER OF “THE PEOPLE”)』, 엮은 책으로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민간중국』, 『문턱의 청년들』,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 옮긴 책으로 『분배정치의 시대』가 있다.

김홍중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사회학자. 사회 이론과 문화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가르친다. 최근 관심은 물성(物性), 인성(人性), 생명, 영성(靈性)의 얽힘과 배치이다. 저서로 『은둔기계』, 『마음의 사회학』과 『사회학적 파상력』이 있다.

권보드래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한국 근현대문학 전공자.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연애의 시대』, 『1960년을 묻다』(공저), 『3월 1일의 밤』 등이 있다.

송지우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치철학, 법철학, 인권학의 교집합에 있는 문제를 주로 연구한다.

박진호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언어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공저로 『한국어 통사론의 현상과 이론』, 『현대한국어 동사구문사전』, 『인문학을 위한 컴퓨터』, 『디지털로 읽고 데이터로 쓰다』 등이 있다.

심채경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태양계 천체를 연구하는 행성과학자.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에 재직하며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옮긴 책으로 『우아한 우주』 등이 있다.

정우현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덕성여자대학교 약학과 교수이자 분자생물학자. 생화학, 분자생물학, 신경과학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유전체 손상과 불안정성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과 생명의 다양한 대응 기전을 연구한다. 저서로 『생명을 묻다』가 있다.

박상현

전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미디어스피어 공동 창업자, 《오터레터》 발행인으로 《중앙일보》 등에 디지털 미디어와 시각 문화, 미국 정치에 관해 쓰고 있다. 저서로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나의 팬데믹 일기』가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아날로그의 반격』, 『생각을 빼앗긴 세계』,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이 있다.

김두얼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장. 명지대학교에서 경제사, 제도경제학, 경제학 등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저서로 『경제성장과 사법정책』, 『한국경제사의 재해석』,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살면서 한번은 경제학 공부』가 있다.

강예린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건축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브릭웰’, ‘미래농원’, ‘윤슬’ 등의 공간을 디자인했으며, 공저로 『도서관 산책자』, 『아파트 글자』 등이 있다.

박훈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서 일본 근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메이지유신, 동아시아의 정치문화 등을 연구해 왔고 한일관계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메이지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 『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위험한 일본책』 등이 있다.

장하원

서울대학교 과학학과에서 과학기술학을 전공했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에 소속되어 코로나19부터 발달 장애까지 우리 사회의 질병과 장애 경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겸손한 목격자들』, 『마스크 파노라마』, 『대한민국 재난의 탄생』 등이 있다.

서경

교육공동체 벗 편집부. ‘밀루’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에서 활동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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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최전선 텀블벅 프로젝트 성료] 


안녕하세요, 알렙(서울리뷰오브북스)입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 3주년 특별판, 『읽기의 최전선』 텀블벅 펀딩이 성료했습니다. 

(2월 1일~2월 29일)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읽기의 최전선』은 정식 출간 이후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등을 통해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서평 문화의 전통을 세우고 '더 나은 지식 공론장'을 열어가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서울리뷰오브북스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알렙(서울리뷰오브북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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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 새로운 녹색 운동을 위하여』(알렙, 2024년 2월)


저자(글) : 신승철, 정유진, 최소연


기획 :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이 책은 생태 운동의 이론적·실천적 영역에서 오랜 시간 논쟁과 갈등의 대상이었던 근본파와 현실파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새로운 녹색 운동’의 길을 모색한다. 이는 기후위기와 인류세라는 긴박한 현실 앞에서 오늘날 더욱더 깊은 토론과 성찰이 요구되는 주제다. 우리는 근본파와 현실파의 갈등, 대립, 분열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어떻게 양자를 뛰어넘어 새로운 녹색 운동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함께 쓴, 여성주의와 생태철학 및 퀴어 이론 연구자 정유진과, 미학 연구자 최소연, 생태철학자 신승철은 그 해답으로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에 기초한 연대를 제안한다.


ㅇ 일시 :    2024년  3월 8일(금) 저녁 7시 30분


ㅇ 장소

.. 현장참여_철학공방 별난(영등포구 도림로125가길 11-2 402호)

.. 줌회의실 회의 ID: 896 4445 6128/ 암호: 2024


ㅇ 프로그램

  • 사회 이승준_생태적지혜연구소 이사장
  • 공동저자 : 정유진 ‧ 최소연_『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 공동저자
  • 토론 : 장윤석_생태적지혜연구소 학술위원 ‧ 김영준_기후위기기독인연대 공동대표


ㅇ 구글폼 신청


ㅇ 주최: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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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파와 현실파를 넘어 떡갈나무 혁명으로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으로 상상하는 생태적 전환의 길

지난해 여름, 생태철학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35년간 왕성하게 활동해 온 고(故)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이 51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알렙 출판사는 생태적 전환에 대한 그의 신념과 헌신을 기리며, 생태적지혜연구소와 함께 그의 유고들을 펴낼 계획이다. 이 책 『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는 그 첫 번째 결과물이자, 알렙 그린풋 생태민주주의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우리의 책 『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 새로운 녹색 운동을 위하여』는 바로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녹색 운동이 가능할지를 고민하며,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 철학을 살펴보았다. 가타리는 몸소 근본파와 현실파 사이에서 살았던 경계인이자 활동가이자 이론가였다. 그는 “좌도 우도 아닌 녹색이라는 근본파”의 입장을 견지하는 녹색당 활동가로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녹색당과 사회당의 연정을 주장하는 현실파”의 입장을 지닌 생태세대에도 이중 가입해 활동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 과정에서 근본파와 현실파 갈등을 실제로 마주하며, 가타리는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전환으로서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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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


 

새로운 녹색 운동을 위하여

 


 

 

신승철·정유진·최소연 지음 26813,00046(128×187)

출간일 202325ISBN 979-11-89333-74-4 93300

 

분야: 사회/정치 > 생태/환경



본파와 현실파를 넘어 떡갈나무 혁명으로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으로 상상하는 생태적 전환의 길

알렙 그린풋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지난해 여름, 생태철학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35년간 왕성하게 활동해 온 ()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이 51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알렙 출판사는 생태적 전환에 대한 그의 신념과 헌신을 기리며, 생태적지혜연구소와 함께 그의 유고들을 펴낼 계획이다. 이 책 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는 그 첫 번째 결과물이자, 알렙 그린풋 생태민주주의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여성주의와 생태철학 및 퀴어 이론 연구자인 정유진과, 미학을 연구하는 최소연, 생태철학자 신승철은 생태 운동 전선이 근본파와 현실파로 양분화되는 문제에 천착하여, 양자를 넘어서는 새로운 녹색 운동의 길을 도모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근본파와 현실파의 대립은 생태 운동의 이론적·실천적 영역에서 오랜 시간 논쟁과 갈등을 겪어 온 숙제이다. 또한, 기후위기와 인류세라는 긴박한 현실에 대한 개입이 요구되는 만큼, 오늘날 더욱더 깊은 토론과 성찰이 요구되는 주제이다. 우리는 근본파와 현실파의 갈등, 대립, 분열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어떻게 양자를 뛰어넘어 새로운 녹색 운동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그 해답으로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에 기초한 연대를 제안한다.

 

생태적 전환을 위한 연대를 어떻게 꾸려낼 것인가?

 

생존의 위기가 되어 버린 생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제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그 방향과 속도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과 논쟁이 따른다. 그중 생태 운동의 전선에 오래도록 자리한 구도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즉각적 대전환을 추구하는 근본파(근본주의적 생태주의)’와 기성 정치와 타협하며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진해 나아가려는 현실파(현실주의적 환경주의)’의 양분이다. 현실파가 현실 정치의 장에서 정당 간 연합을 통해 정책적으로 실행 가능한 대안을 직접 관철하고자 한다면, 반대로 근본파는 독립적인 정파를 추구하거나 혹은 현실 정치에의 개입이 과연 유효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두 분파, 근본파(근본주의적 생태주의)와 현실파(현실주의적 환경주의)의 논쟁은 이미 1980년대 독일과 프랑스의 녹색당 내부에서 대두된 바 있다. 시기별, 지역별로 논쟁이 되는 구체적인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 40여 년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녹색 정치는 이러한 막다른 골목에서 배타적인 양자택일적 선택지로 갈라져 그 이상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로든 전환을 실천할 구체적인 사람들전 지구인은 물론이고, 한 국가 내에서 살아가는 주민, 시민, 민중,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한 근본주의적 생태주의의 이상과 목표는 늘 그 실효성이 의문에 부쳐질 것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양쪽 어느 한쪽에 온전히 기댈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생태주의 정치란 어떤 것이어야 하고, 생태민주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자 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녹색 운동이 가능할지를 고민하며, 저자들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 철학이었다. 가타리는 몸소 근본파와 현실파 사이에서 살았던 경계인이자 활동가이자 이론가였다. 그는 좌도 우도 아닌 녹색이라는 근본파의 입장을 견지하는 녹색당 활동가로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녹색당과 사회당의 연정을 주장하는 현실파의 입장을 지닌 생태세대에도 이중 가입해 활동하는 행보를 보였다. , 그 자신이 근본파와 현실파를 횡단하는 이론가이자 활동가였다. 가타리는 그 과정에서 근본파와 현실파의 갈등을 실제로 마주하며,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전환으로서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을 제언했다.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개인 및 계급, 모든 사회를 고정된 것으로 한정하여 수용함으로써 오히려 변혁을 저해하는 근대적 주체사상에서 벗어나, 모든 개인에게 내재된 창조성을 강조하고 각 개인이 주체성을 생산하고 새로운 배치의 판을 짜고 있음을 인지하게 하는 존재론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본파도, 현실파도 아닌 관점에서 가타리는 생태주의를 세 가지 차원(마음생태와 근본생태주의, 사회생태와 사회생태주의, 자연생태와 환경관리주의)으로 분류, 이를 세 가지 생태학이라고 부르며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보다 이것들이 서로 맞물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세 가지 생태학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실천으로서 서로 구별되지만 동시에 하나의 공통적인 윤리-미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근본파와 현실파라는 이원 대립 구도에서 나아가, 더욱 다양한 흐름이 형성되게 만들었다. 임박한 위기파, 모두의 책임파, 기후정의파, 체제 전환파, 혹은 다른 무엇이든, 이들은 모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 함께하고 있다. 이 책은 가타리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을 통해 생태 운동 내부의 각 세력들을 상호 경합·보완하고 재배치를 이루어 나감으로써, 여러 생태학들을 접합하고 연결하자고 주장한다.

 

여성 운동이나 퀴어 운동은 왜 탈자연화의 길을 가는가?

1자연주의는 생태주의가 아니다에서 정유진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여러 시기 속에서 자연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고 재조정되었는지에 대해 밝힘으로써 자연에 대한 개념의 차이가 야기한 생태 운동과 여성퀴어 운동의 대립 구도를 재편한다. 이를 위해 정유진은 각각의 자연 개념이 가진 특성과 자연을 둘러싼 여러 지배적 권력의 형태는 최근 부상 중인 여러 현대 철학적 경향(브루노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 도나 해러웨이의 공산과 공생의 이론’, 티머시 모턴의 생태주의적 객체지향 존재론’, 폴 프레시아도의 횡단 신체성과 대항성(countersexual)의 관점)을 참고해 분석했다. 나아가 그러한 분석을 통해 일부 생태 담론이 배제했던 비인간 존재들의 행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연을 탈자연화하면서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근본파-현실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2근본파와 현실파의 논쟁에서 신승철은 ‘n분절의 생태주의’, ‘스펙트럼으로서의 생태주의’, ‘과정형적이고 재특이화 과정으로서의 생태주의라는 대안을 재고한다. 또한, 그에 앞서 본격적으로 근본주의적 관점과 현실주의적 관점의 대립을 짚어보며, 독일 녹색당 내의 대립 양상과 아르네 네스의 심층생태주의와 머레이 북친의 사회생태주의 등 생태주의를 둘러싼 여러 이항 대립적 설정의 문제점과 한계를 살펴보았다. 나아가 신승철은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두 가지 흐름, 즉 생태민주주의와 에코파시즘의 대립을 지적하면서 에코파시즘에 대한 경계를 촉구한다. 이를 토대로 신승철은 오늘날 생태주의 운동 내의 논의 구도와 지형을 임박한 위기파’, ‘모두의 책임파’, ‘기후정의파’, ‘체제 전환파라는 새로운 배치 구도로 정리해 본다.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이란 무엇인가?

3근본파와 현실파를 넘어서는 펠릭스 가타리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에서는 동시대 미술 작품을 통과하며 세 가지 구도를 전부 아우르는 차원에서 주창된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최소연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 찾아가며, 가타리의 제언이 결코 형이상학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실천 가능함을 논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실제 예술 작품, 그리고 이를 마주하는 관람객의 신체와 정동 등을 아울러 분석하며 예술의 방식윤리-미학적 패러다임’, 그리고 새로운 생태 운동사이의 접점을 점진적으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최소연은 예술의 방식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 다양한 것들을 풍부하게 창조해 내는 힘이 어떻게 단단하게 고착화된 세계를 변화시키는지 탐구했다.

 

여러 생태학들을 접합하고 연결시키는 관점이란 무엇인가?

4근본파/현실파 논쟁에서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의 의미에서는 가타리가 주장한 세 가지 생태학의 차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의와 분석이 전개된다. 이 장에서는 마음생태와 근본생태주의’, ‘자연생태와 환경관리주의’, ‘사회생태와 사회생태주의라는 세 항이 그려내는 도표를 상세히 분석하고, 그 안에서 n분화되어 배치된 여러 생태학적 담론 및 현실화된 실천들을 실증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적 지도 제작의 방법을 활용하여 우리는 마음과 영성의 문제, 자연과 인간의 신진대사의 문제, 사회적 관계망과 배치의 문제를 아우르는 정신생태학, 사회생태학, 자연생태학이 어우러진 하나의 판을 짤 수 있다. 이것은 그간의 근본파와 현실파로 분열되어 있던 생태주의를 횡단적이고 통섭적인 형태로 아우르기 위한 시도이다.

 

생태적 다양성의 미학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5펠릭스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의 미적 재전유에서는 앞서 3장과 4장에서 살펴본 가타리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 그리고 세 가지 생태학적 차원들에 관한 분석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이 글은 기획전 미래 과거를 위한 일의 참여 작가 갈라 포라스-김의 작업에 대해 신승철이 쓴 평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갈라 포라스-김의 휘파람과 언어 변용이라는 작품의 분석에서 출발한다. 신승철은 갈라 포라스-김의 예술 실험에서 힌트를 얻어 가타리가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핵심적인 전략으로 내세웠던 주체성 생산’, ‘소수자 되기의 실천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풍부하게 달라져갈 때, 우리의 새로운 녹색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제안한다.

 

 

녹색 운동이 나아갈 새로운 길은 무엇인가?

 

이 책이 목표하는 바는, 생태주의의 주요 논의를 살펴봄으로써 생태주의를 올바로 이해하고 생태 운동의 대안과 방향을 잡는 것이다. 미증유의 생태적 재난에 직면하여, 생태 운동의 대안과 방향을 고민하는 것은 결코 한가한 일이 아니다. 위기에 대한 대응이 긴박하고 절실할수록, 운동의 방향을 신중히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철학 및 생태철학 연구자인 정유진, 미학을 연구하는 최소연, 생태 철학자 신승철이 함께 이 책을 집필하는 여정은 그 자체로 서로를 횡단하며 잇는 과정이었다. 세 저자는 때로는 생태근본주의자로, 때로는 기후정의파로, 때로는 사회생태주의자로, 또 때로는 근본파와 현실파를 오가며 생태 운동의 각 세력을 연결·접합하고, 예술의 창조적 방식으로 재배치를 이루어 내는 길을 모색했다.

 

 

그린풋 생태민주주의시리즈는?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에 우리 사회에 대한 인문적 성찰과 대안을 작지만 탄탄한 지식의 풍경으로 담아냅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와 함께 미래진행형의 지혜의 판(plan)’을 만드는 생태민주주의시리즈를 첫선으로, 답으로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는 수많은 문제제기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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