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라틴아메리카 모데르니스모의 창시자이자,

쿠바의 국민 영웅 호세 마르티의 대표작 국내 첫 번역

 

황금시대는 쿠바의 호세 마르티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월간지였다. 황금시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언어로 어린이들에게 얘기를 들려주면서 한 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참신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첫 잡지는 18897월에 빛을 보았다. 그 당시 마르티는 스페인 식민주의에 맞선 쿠바 독립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뉴욕에 있었다. 그 전쟁에서 마르티는 목숨을 잃게 된다.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도 초인적 노력을 기울이던 마르티는 이 잡지를 네 번이나 출간했다. 잡지는 32쪽으로 이뤄졌고 예쁜 판화와 삽화를 가지고 있었다. 잡지에 실린 글은 마르티의 휴머니즘과 이상주의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소설, 에세이, 그리고 시들이었다. 거기서 다뤄지는 방대한 주제와, 시대를 초월해 보편성을 띤 휴머니즘 가치가 우리에게 전해진다. 황금시대는 어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랑과 정의를 추구하도록 이끌어준다. 네 번 출간된 잡지는 같은 이름을 가진 한 권의 책으로 엮이면서 수도 없이 출판되었고 쿠바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고전이 되기에 이르렀다.

 

호세 마르티(1853~1895)는 쿠바의 정치가, 외교관, 시인, 수필가, 언론인, 철학자이며 쿠바혁명당의 창립자이자 독립 전쟁의 조직자였다. 그는 쿠바의 국민 영웅인 동시에, 라틴아메리카 모데르니스모(문학적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여겨져 왔다. 호세 마르티의 자유와 독립을 향한 신념, 문화와 역사를 자각하는 정신을 담은 대표 저작인 황금시대는 수많은 국가와 수많은 언어로 출판되었고 지금도 라틴아메리카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고전이 되어 있다.

 

이 책은 원래 18897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발간된 월간지의 내용을 함께 묶은 것이다.(황금시대4개월 동안 간행된 월간지 4권을 말하기도 하며, 이를 한데 묶은 단행본을 말하기도 한다.)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상에 있다가 사라진 간행물이지만, 이를 한데 엮어 호세 마르티의 정신세계와 역사의식, 문학적 향연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책으로 100여 년이 넘는 동안 전 세계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황금시대는 중남미 최초의 아동문학 작품이라고 간주되기도 한다. 그의 관심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바로 세상의 균형을 잡아줄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소박한 사업이었다. 수많은 라틴아메리카의 지식인, 정치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인간의 가장 고귀한 열망을 전달하며, 문학이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어린이 문학이 얼마나 깊이 있고 교육적일 수 있으며, 동시에 하나의 문학적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미겔 데 우나무노)이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쓰였으며, 그 지혜와 인간성으로 빛나는 작품”(피델 카스트로)이다.

 

이렇듯, 황금시대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 쿠바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며, 마르티의 문학적 기량과 사회적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안에서 마르티는, 문학적 형식과 내용에서의 혁신(현실과 환상의 혼합, 쿠바의 현실과 민속을 문학으로 승화)을 이루어냈고, 사회적 비전(쿠바 사회의 모순과 문제 조명, 사회적 개혁과 민족적 자각 촉구)을 담아냈으며, 결국 문학적 성취(풍부한 상징과 상상력,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통한 독자의 감정과 사고를 자극)를 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쿠바와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며, 해당 지역의 문학과 문화적 자산에 큰 기여를 했다. 호세 마르티의 황금시대는 단순한 문학작품을 넘어, 사회적 비전과 문학적 혁신, 문화적 기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아메리카의 역사는 마치 소설처럼 아름답다.”

호세 마르티의 삶과 문학

 

호세 마르티의 생애는 문학과 정치, 그리고 민족적 자각이 어우러진 복잡한 여정으로, 그의 작품과 사상은 오늘날에도 쿠바와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그의 비전과 노력은 라틴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호세 마르티는 마리아노 마르티와 레오노르 페레스 카브레라 사이에서 1853128일 태어났다.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학교에 다니는 와중에도 집안일을 열심히 돕는 기특한 소년이었다. 그가 공부하던 아바나 학교의 교장 라파엘 데 멘디베는 시인이자 독립을 주장하던 혁명가였다. 마르티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멘디베는 평생에 걸쳐 마르티의 정신적 아버지 역할을 한다. 호세 마르티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쿠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혀 간다. 1869년 마르티는 스페인 군대에 입대하는 학교 친구를 비난하는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징역 6년을 선고받는다. 그때 나이가 열여섯 살. 두 발에 쇠고랑을 차고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자 부모들이 백방으로 석방을 위해 노력한다. 호세 마르티는 1871년 석방되어 스페인 추방을 당한다. 하지만 쇠고랑으로 생긴 발의 상처는 한평생 지니고 살아야 했다. 스페인에 간 마르티는 마드리드와 사라고사 대학에서 법학과 인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를 거쳐 미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과테말라 등지로 여행하다가 미국 뉴욕에 자리를 잡는다. 멕시코에 체류할 때인 1876년에는 쿠바 카마구에이 출신의 카르멘 사야스 바산과 결혼해 유일한 자식인 호세 프란시스코(1878-1945)를 얻는다. 1차 쿠바 독립전쟁이 끝난 후 1880년 다시 뉴욕에 와서 정착한 마르티는 평생의 집념인 쿠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영혼을 불살라 버릴 뜻을 세웠고 1892년에는 쿠바혁명당(PRC)을 창당한다. 황금시대를 펴낸 것도 뉴욕 시절이었다. 그는 1895년 쿠바로 돌아가 제2차 독립전쟁에 참전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첫 전투였던 도스 리오스에서 말을 타고 선두에서 진격하던 그는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누가 대신 해줄 것을 기다리는 것은 범죄가 된다고 말했던 마르티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식인이었다.

호세 마르티는 독립 혁명가로서 쿠바의 국부로 간주되지만 중남미 문학을 빛낸 위대한 시인의 반열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가 니카라과 시인 루벤 다리오와 함께 만들어놓은 시 세계는 모데르니스모라는 새로운 유파다. 모데르니스모는 중남미 최초의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문학 운동이자 전통과의 단절을 꾀한 최초의 미학이다. 모데르니스모는 중남미 고유의 순수 시어를 창조했는데, 이는 우리 아메리카(Nuestra América)’를 주창한 호세 마르티의 정치적 독립 정신과도 연관된다. 마르티는 시뿐만 아니라 편지, 에세이, 기사 등 모든 장르의 글을 썼고, 이스마엘리요(Ismaelillo), 소박한 시(Versos sencillos), 자유시(Versos libres)등 세 권의 대표 시집을 남겼다.

 

 

중남미 최초의 아동문학 작품, 황금시대국내 첫 번역

중남미의 새 역사를 쓴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파리 만국박람회와 주거로 본 인류의 역사까지

 

황금시대는 중남미 최초의 아동문학 작품이라고 간주되기도 한다. 그의 관심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바로 세상의 균형을 잡아줄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소박한 사업이었다. 마르티는 부당한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보고 누가 대신 나서서 해결해 주겠지 하고 미루는 행위는 옳지 않을뿐더러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죄를 짓는 행위가 된다고 강조한다. 정의를 위해서는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잡지 첫 호는 세 사람의 영웅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몬 볼리바르, 이달고, 그리고 산 마르틴, 이 세 사람은 출신은 다르지만 중남미의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영웅들이다. 마르티는 이어서 고대 그리스 작품이며 세계적인 고전으로 알려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록 먼 나라, 먼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지식을 겸비할 때 균형 있는 사고와 분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2호에서 마르티는 주거 문제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의 역사를 돌아본다. 또한 세계적인 음악가, 시인, 화가 들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능력을 발굴하고 발전시킨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린이 각자가 지닌 능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3호에서는 18899월의 파리 만국박람회 소식을 다룬다. 그로부터 100년 전인 1789년 프랑스에서는 자유, 평등, 박애를 앞세운 대혁명이 일어나고 이 새로운 물결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 대륙까지 울려 퍼진다. 그러나 혁명을 주도한 이들이 나라 경영을 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나라가 혼란과 무질서에서 헤맸고, 그 기회를 틈타 등장한 나폴레옹이 황제로 군림하다가 몰락하는 사태까지 진전된다. 이러한 격동의 역사를 극복하고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는 인류의 대잔치가 되었다. 이어서 독자의 관심을 끄는 글은 스페인의 라스 카사스 신부 이야기다. 특히 백인 정복자들에게 희생당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그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마지막 4호에서는 안남 사람들이 나라를 찾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데, 안남은 인도를 뜻하고 월남을 뜻하기도 한다. 네 명의 장님이 코끼리를 만져보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글은 불교의 탄생 과정과 그곳 사람들의 풍습, 역사, 연극, 파고다 등을 설명한다.

 

 

저자 소개

 

 

호세 마르티(José Martí, 1853-1895)

 

쿠바 혁명에 큰 영향을 끼쳤던 국가적 영웅이자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중요 인물이다. 그는 시인, 수필가, 저널리스트, 혁명가, 번역가, 교수, 정치이론가였다. 그는 1853128, 쿠바 아바나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868년 스페인에 맞서는 쿠바의 독립 투쟁인 ‘10년 전쟁이 일어나자, 독립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동참했다. 1869, 스페인 군대에 입대하는 친구를 비난하는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6년형을 받고, 이듬해 스페인으로 추방됐다. 1874년 사라고사 대학에서 법학과 인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그해 말 쿠바 귀국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1875-1878년 프랑스를 거쳐, 주로 멕시코와 과테말라에 머물면서 쿠바 독립을 위한 활동을 계속했다. 1878‘10년 전쟁이 끝나자 귀국했다. 그러나 반정부 폭동의 주도자로 몰리면서 또다시 스페인으로 추방됐다. 그 후 1881년부터 1895년 쿠바 독립전쟁을 위해 떠날 때까지 주로 뉴욕에서 다양한 장르의 창작을 하고 신문 칼럼을 썼다. 이 시기 주요 시집으로는 이스마엘리요(1882), 자유 시집(1891)이 있고, 대표적인 에세이로는 우리들의 아메리카(1891)가 있다. 1892년 자신이 창당에 관여한 쿠바혁명당 대표로 선출된다. 이때부터 1895년까지 미국 전역을 포함해 아메리카 대륙 곳곳을 누비며 쿠바 독립의 대의를 설파하고 쿠바 독립전쟁을 계획한다. 18951, 뉴욕을 떠나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향한다. 224, ‘쿠바 혁명의 목적과 원칙을 밝히는 <몬테크리스티 선언>을 발표하면서 독립전쟁을 선포한다. 411, 쿠바에 상륙해 현지 혁명군과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독립전쟁을 시작한다. 519, 도스 리오스 전투에서 백마를 타고 스페인군 진영으로 돌격하다가 총에 맞아 전사한다.

 

옮긴이 조갑동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KBS 국제방송국 스페인어 방송을 하며 이듬해 스페인 방송문화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스페인에 유학하여 마드리드 국립 저널리즘 대학을 졸업하고 마드리드 대학교 문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 외교부에 입부하여 주 볼리비아 대사, 주 바르셀로나 총영사, 주 콜롬비아 대사 등을 지낸 다음, 정년 퇴임했다. 이후 한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관계학과 과장, 문화언어연수원 원장, 정보산업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한-쿠바문화친선협회 회장 및 한국 중남미협회 이사로 있다. 번역서로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윤흥길의 장마, 이문열의 그해 겨울, 그리고 삼국유사, 한중록,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등이 있다. 또한 스페인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은, 호세 마르티의 소박한 시, 루벤 다리오의 푸름, 라울 라이스마르티 림 김의 쿠바의 한인들등이 있다.

 

옮긴이 신정환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장 및 스페인어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스페인·중남미 문학과 문화, 바로크 미학, 생태비평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두 개의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역사 산책, 라틴아메리카 생태를 읽다, 역사를 살았던 쿠바(이상 공저) 등이, 역서로는 돈키호테 성찰, 7개의 목소리, 달콤한 고통: 알폰시나 스토르니 시선집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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