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식민 지배, 군사 독재, 폭력, 착취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유왕무 교수는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아리엘 도르프만, 로돌포 왈쉬,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 등 여섯 명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폭력의 본질, 독재의 구조, 은폐된 진실, 그리고 저항의 목소리를 조명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최근 목격한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의 그림자와 맞닿아, 과거를 기록하고 이야기로 남기는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통령 각하』는 라틴아메리카 독재 체제를 리얼리즘적이며 동시에 환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은 독재자가 아니라 독재 체제이다. 비록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대통령 각하의 그림자를 진하게 느끼더라도 실제로는 등장 횟수가 매우 적다. 대통령 각하는 단지 6번(V-VI, XIV, XIX, XXXV, XXXVII장에서) 등장할 뿐인데, 마치 사탄이 지옥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고 실제 독재자가 국가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는 것처럼, 모든 장에서 동기화 작용을 하고 있다. 아스뚜리아스가 창조한 체제 안에서 독재자의 직접적 참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자가 지닌 초자연적 신비스러움으로 인해, 작품 속에 창조된 체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간략 소개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식민 지배, 군사 독재, 폭력, 착취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을까?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의 저자 유왕무 교수는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아리엘 도르프만, 로돌포 왈쉬,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 등 여섯 명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폭력의 본질, 독재의 구조, 은폐된 진실, 그리고 저항의 목소리를 조명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최근 목격한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의 그림자와 맞닿아, 과거를 기록하고 이야기로 남기는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출판사 서평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 폭력을 증언하다


유왕무 지음|212쪽|16,000원|2025년 6월 30일

140×205mm|ISBN 979-11-89333-97-3 (93870)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국내도서 > 역사 > 아메리카사 > 중남미사

책 소개

폭력의 대륙, 문학의 투쟁: 독재와 불평등에 맞선 작가들의 뜨거운 글쓰기

라틴아메리카를 생각하면 눈부신 안데스의 설산, 끝없이 펼쳐진 우유니 소금사막, 리오넬 메시로 대표되는 열정적인 축구 문화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풍경과 열정의 이면에는 식민 지배와 군사 독재, 폭력과 착취로 얼룩진 참혹한 과거가 있다. 유왕무 교수는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문화를 오랜 시간 연구해온 연구자이자 번역가로, 현지에서 직접 학위를 받고 수많은 저작과 번역을 통해 이 대륙의 억압과 저항의 목소리를 국내에 전해왔다.

유왕무 교수의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폭력과 억압의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는지 살핀다. 과테말라의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는 독재자 소설로 절대 권력의 실체를 형상화했고,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백년의 고독』으로 은폐된 학살과 폭력을 마술적 사실주의로 풀어냈다. 우루과이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군부 독재와 망명을 겪으며 억압의 현실을 증언했고, 칠레의 아리엘 도르프만은 연극과 에세이를 통해 검열과 폭력에 맞서 침묵 당한 내면의 목소리를 무대에 올렸다. 아르헨티나의 로돌포 왈쉬는 르포와 허구를 결합해 진실을 폭로했으며, 페루의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는 인디헤니스모 사상을 통해 토착민 현실과 해방의 길을 제시했다. 이 여섯 작가는 시대와 장르를 달리했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폭력과 독재를 기록하고 검열과 억압에서 진실을 건져 올려 후세에 전했다.

최근 한국 사회는 비상계엄으로 인해 다시금 독재의 그림자를 목격했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전 국민이 목격했다. 이렇듯 갈등과 분쟁, 혐오와 왜곡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지금도 사회 곳곳에 스며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과 균열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이야기로 후세에 남길 것인가이다.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의 참혹한 역사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억압받은 목소리를 증언하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학이 해부한 절대 권력: 권력의 신화를 벗긴 문학의 칼끝

제1장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중요한 갈래인 ‘독재자 소설’을 중심으로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19세기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반복된 군부 쿠데타와 독재 체제를 통해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고, 폭력은 정치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현실에서 접근할 수 없었던 권력의 실체는 문학이 대신 기록했다.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Miguel Ángel Asturias, 1899-1974)의 『대통령 각하』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그 대표적 성취다.

아스뚜리아스는 『대통령 각하』에서 절대 권력이 개인의 일상과 내면까지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환상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그려냈다. 독재자는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체제 전체를 조종하며, 공포는 일상화된다. 반면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독재자의 신화적이고 모순적인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절대 권력으로 민중을 억압하는 동시에 외세에 종속되며 스스로 고독의 덫에 갇힌 존재로 그려진다. 두 작품 모두 독재자 개인을 넘어서 폭력의 구조가 어떻게 사회를 잠식하는지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독재자 소설은 라틴아메리카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단순한 폭력 고발을 넘어, 문학이 권력의 본질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독재자 소설이 여전히 읽혀야 하는 이유는, 폭력의 언어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1장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권력과 폭력의 구조를 어떻게 기록하고, 그 기억을 오늘에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그 시작점을 다시 묻는다.

망각에 맞선 기록: 폭력의 시대를 증언하다

제2장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 1940-2015)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을 중심으로 군부 독재가 지배하던 라틴아메리카의 집단적 기억과 증언의 의미를 탐구한다. 갈레아노는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과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업을 지속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가 아니라, 침묵 당한 민중의 목소리를 이어 붙인 집단적 증언이다.

134개의 단편 에세이로 구성된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갈레아노가 작가로서의 글쓰기와 기자로서의 글쓰기를 융합한 첫 번째 시도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회고 형식으로 펼치며 정치・사회적 문제와 연결 짓는 방식으로 기존 증언 문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이 작품을 통해 갈레아노가 드러내려 하는 문제는 단순히 정치・사회적 사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인간의 문제에도 관심을 두며, 작품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계층 간 갈등을 통해 불의, 착취, 억압을 강렬하게 부각한다.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비판적 자세를 일관되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그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상처럼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진 사회를 꿈꾼다. 한 시대의 권위적 구조와 부조리의 원인을 성찰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진정한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마꼰도 그리고 콜롬비아: 바나나 농장 학살의 기억

제3장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ía Márquez, 1927-2014)의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파업과 학살 사건을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새겨진 폭력의 기억을 문학이 어떻게 다시 기록하는지를 살펴본다. 『백년의 고독』은 마꼰도라는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콜롬비아의 역사적 현실을 환상과 사실이 교차하는 서사로 풀어낸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대표작이다.

마꼰도에 들어선 다국적 바나나 회사는 마을의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이내 노동자 착취와 불평등을 낳았다. 가혹한 노동 조건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을 때, 권력과 결탁한 군대는 파업을 진압하며 수많은 노동자를 학살했다. 그러나 이 참사는 국가 권력과 기업에 의해 은폐되었고, 희생자들은 공식 역사에서 사라졌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지워진 사건을 허구와 환상을 섞어 다시 이야기하며, 폭력이 어떻게 기억되고 전승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학살은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외세 자본과 권력의 결탁, 그리고 폭력의 반복을 상징한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정부에 의해 역사에서 지워진 이들의 죽음을 이야기로 남김으로써, 망각과 은폐에 맞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증명했다.

침묵을 깨는 문학: 독재 정권에 맞서는 내면의 목소리

제4장은 칠레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1942- )이 군부 독재 정권의 검열과 폭력에 맞서 어떻게 문학과 연극으로 억압된 목소리를 살려냈는지를 살핀다. 그의 문학은 단순히 독재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재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분석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눈을 키워라』, 『과부들』, 『유모의 빙산』은 삐노체뜨 쿠데타 이후 칠레의 정치적 현실과 사회적 변화를 문학적으로 압축해 내면서도, 도르프만의 풍부한 예술적 감각과 독창적 서사 능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눈을 키워라』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탐구한 강렬한 작품으로, 억압적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과 공동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과부들』은 죽음을 통해 기억을 붙잡고, 애도를 통해 사회적 저항을 표현하며, 단순한 피해자상이 아닌 능동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낸다. 『유모의 빙산』은 1992년 스페인 세비야 박람회를 앞두고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도르프만의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모험, 에로티시즘, 서스펜스와 유머가 적절히 어우러지며, 삐노체뜨 이후 칠레 사회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도르프만의 문학은 독재와 억압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진실을 직시하며 상처 입은 이들이 회복되고 화해할 길을 모색한다. 그의 희망은 맹목적 낙관이 아니라 기억과 책임 위에 세워진 약속이다. 도르프만은 문학을 통해 망각에 맞서 싸우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를 놓았다.

기록과 허구의 경계: 억압 속 은폐된 진실을 복원하다

제5장은 아르헨티나의 언론인이자 작가 로돌포 왈쉬(Rodolfo Walsh, 1927-1977)가 어떻게 사실과 허구를 결합해 은폐된 진실을 복원했는지를 살핀다. 그는 인터뷰와 기록을 삽입하여 진실의 무게를 더함으로써, 문학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로돌포 왈쉬는 역사적 사건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는 작가다. 『그 여자』에서는 에비따의 시신을 둘러싼 비밀과 권력의 암투를 탐색하고, 『집단학살』에서는 호세 레온 수아레스 쓰레기 매립장에서 벌어진 은폐된 처형 사건을 파헤친다. 또한 『누가 로센도를 죽였는가?』에서는 노조 지도자의 피살 사건을 좇으며 노동운동 내부의 부패와 타락을 비판한다. 왈쉬는 중심부에서 벌어진 역사적 대사건보다는, 주변부에서 간과된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사회적 문제의 본질이 주변에서 시작될지라도, 그 뿌리는 체제의 중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왈쉬는 사건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진실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언론의 침묵이 얼마나 강력한지, 정의가 실현된다는 기대가 얼마나 헛된 희망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동시대인들이나 후대 하위 계층이 불행한 과거사의 진실을 올바로 알게 하는 증언자의 역할을 다했다.

뿌리로부터 혁명: 가모날리스모를 넘어선 해방의 꿈

제6장은 페루의 사상가이자 비평가인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José Carlos Mariátegui, 1894-1930)와 그가 주장한 인디헤니스모 사상과 운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핀다. 마리아떼기는 식민지적 억압과 토착민 차별, 외세 자본의 착취 구조 속에서 페루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유럽식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잡지 『아마우따』를 창간해 사상과 예술, 민족 문제를 논의하는 장을 열고, 토착민 현실과 토지 문제, 민족 해방을 사상적으로 결합하며 당대 지식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마리아떼기는 『페루 현실 진단을 위한 일곱 편의 에세이』에서 페루 사회의 불평등과 토지 소유 문제를 분석하며, 특히 토착 농민을 착취하는 토착 지주 권력인 가모날리스모(Gamonalismo) 를 구조적 억압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는 가모날리스모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회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토착민의 삶과 언어,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새로운 라틴아메리카를 여는 출발점이라 강조했다.

마리아떼기의 사상은 이후 인디헤니스모 문학과 사회운동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그는 비평과 평론, 문화 운동을 통해 토착민의 목소리를 도시의 독자들에게 전하며, 억압받은 이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저자 소개

유왕무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의 ‘까로 이 꾸에르보 연구소(Instituto Caro y Cuervo)’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Javeriana)’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배재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백년의 고독,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승화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단계별로 배우는 스페인어 독해』,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즐거움』(공저), 『라틴아메리카의 생태 위기와 부엔비비르』(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축구, 그 빛과 그림자』, 『포옹의 책』, 『꼬마 구스따보의 바보 일기』, 『메소아메리카 전통의 꼬스모비시온』 시리즈(공역) 등이 있다. 또한 「뒤틀린 세상에 대한 기억과 비판적 전망」 등, 라틴아메리카의 폭력과 생태 문제를 다룬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들어가며: 폭력의 시대를 살아온 문학

제1장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과 폭력의 문학적 재현

『대통령 각하』와 『족장의 가을』을 중심으로

제2장 군부 독재 시대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증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을 중심으로

제3장 폭력의 역사와 문학적 기억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파업을 중심으로

제4장 침묵을 넘어선 기록, 독재 정권에 맞선 내면의 목소리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5장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한 시대의 증언

로돌포 왈쉬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6장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와 인디헤니스모

페루 혁명의 사상적 토대

참고문헌

책 속에서

이 책은 각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억압적 사회 구조와 싸웠는지, 그들이 문학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가 어떻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여섯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문학적 접근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바로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일이었다. 또한 그들의 문학은 저항의 힘을 믿고, 문학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의식적인 실천이었다.

⏤들어가며: 폭력의 시대를 살아온 문학, 5-6쪽

『대통령 각하』는 라틴아메리카 독재 체제를 리얼리즘적이며 동시에 환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은 독재자가 아니라 독재 체제이다. 비록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대통령 각하의 그림자를 진하게 느끼더라도 실제로는 등장 횟수가 매우 적다. 대통령 각하는 단지 6번(V-VI, XIV, XIX, XXXV, XXXVII장에서) 등장할 뿐인데, 마치 사탄이 지옥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고 실제 독재자가 국가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는 것처럼, 모든 장에서 동기화 작용을 하고 있다. 아스뚜리아스가 창조한 체제 안에서 독재자의 직접적 참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자가 지닌 초자연적 신비스러움으로 인해, 작품 속에 창조된 체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제1장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과 폭력의 문학적 재현, 19쪽

『대통령 각하』가 독재자 개인보다는 독재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절대 권력의 추구가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파괴하고 결국 고독으로 귀결되는지를 탐구한다. 그는 독재자의 심리를 파헤치면서 절대 권력에 대한 집착이 인간 소외와 비인간화의 과정과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사회적 차원에서는 권력과 폭력의 연관성을 조명하며, 공포와 탄압, 혼란을 통해 유지된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제1장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과 폭력의 문학적 재현, 34쪽

공포의 문화는 국민에게 이기주의와 거짓말을 가르친다. 이 점이 독재가 저지른 또 하나의 범죄다. 정부는 국민이 결속하지 못하도록 조종하고 통제한다.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남을 경계해야 한다. 내 생각을 말한다면 상대방이 나를 파멸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 생각을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이웃은 경쟁자이자 적이다. 학생들은 친구를 고발하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고발하도록 요구받는다.

⏤제2장 군부 독재 시대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증언, 52쪽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비판적 자세를 일관되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이는 하나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집단의식을 대변하며, 부조리한 체제를 정의와 합리성이 살아 있는 체제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강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상처럼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진 사회를 꿈꾼다. 한 시대의 권위적 구조와 부조리의 원인을 성찰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갈레아노는 진정한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제2장 군부 독재 시대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증언, 62쪽

그는 문학 속에서 실제 현실을 재창조하는 마치 연금술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신화, 전설, 미신, 마술의 도움 없이 설명할 수 없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문학적 현실로 표현함으로써, 전 세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를 통해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한때 소설이 쇠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존재했던 시기에, 소설의 생명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한 작가가 되었다. 『백년의 고독』은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하여 라틴아메리카의 변화무쌍한 현실을 시적으로 형상화했고, 이를 통해 세계문학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제 누구도 이 작품이 문학의 흐름을 바꿨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제3장 폭력의 역사와 문학적 기억, 66-67쪽

20세기 초 콜롬비아의 경제 구조는 봉건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섞인 과도기적 상태였다. 봉건적 농업 경제가 점차 자본주의적 산업 경제로 이전되는 가운데, 외국 자본의 유입이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했다. 미국 연합청과회사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적 요소였으며, 콜롬비아 북부 산따 마르따 지역에서 철도, 용수, 토지를 독점하며 지역 경제를 장악했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백년의 고독』에서 이러한 경제적 현실을 마꼰도의 바나나 회사와 노동자들의 갈등을 통해 문학적으로 재현했다.

⏤제3장 폭력의 역사와 문학적 기억, 86-87쪽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 세계는 칠레의 아옌데 혁명과 삐노체뜨에 대한 반혁명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아옌데 정부에서 문화보좌관을 지낸 그는 모네다 대통령 궁에서 아옌데 대통령과 최후를 같이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누군가 살아남아서 사건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동료의 배려 때문에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그는 이 말을 마치 종교적 신념처럼 명심하며 평생 칠레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쿠데타의 악몽에 시달리는 기억을 다루고 있으며, 주로 독재 정치가 개인과 사회에 입힌 상처가 얼마나 깊고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제4장 침묵을 넘어선 기록, 독재 정권에 맞선 내면의 목소리, 101쪽

그의 모든 작품은 역사적 책임의 문제를 탐구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한다. 도르프만의 문학은 독재와 억압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처를 입은 자들의 회복을 모색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러므로 그의 희망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다. 그것은 죽은 자들과의 약속이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서사적 다리이다. 도르프만의 문학은 망각에 맞서 싸우며, 기억을 붙잡고 그 속에서 빛을 길어 올리는 끊임없는 투쟁이다. 결국 그의 문학 속 희망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역사가 반드시 도달해야 할 궁극적 목표이다.

⏤제4장 침묵을 넘어선 기록, 독재 정권에 맞선 내면의 목소리, 136쪽

왈쉬의 문학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억압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포착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직면하게 하며, 그 속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길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시대와 인간을 향한 강렬한 증언이자 저항의 몸짓이었다.

⏤제5장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한 시대의 증언, 143쪽

왈쉬는 형식적인 면에서 자료 수집의 과학적 방법과 미학적 텍스트 구성이라는 중립성을 유지한다. 그럼으로써 공식 언술과 차별화하면서 기록적 사실을 미학적으로 승화하는 서사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왈쉬의 작품은 사실과 허구의 복합 양식이며, 구체적 요소를 통해 보편적 당위성을 강조하는 구체적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5장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한 시대의 증언, 175쪽

마리아떼기는 페루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인디오 문제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페루 현실 진단을 위한 일곱 편의 에세이(Siete ensayos de interpretación de la realidad peruana)』(1928)을 집필했다. (……) 『페루 현실 진단을 위한 일곱 편의 에세이』에서 그는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토지 문제를 분석하며, 토지 개혁을 포함한 경제 구조 변혁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마리아떼기는 단순한 법적 개혁이나 행정적 조치로는 인디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페루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저서는 단순한 분석서가 아니라, 페루의 새로운 사회・경제 체계를 구상하는 혁신적 제안서였다.

⏤제6장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와 인디헤니스모, 181-182쪽

마리아떼기의 사회주의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원주민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론이었다. 그는 잉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집단 공동체 구조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협동과 단결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페루 사회주의 실현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 마리아떼기는 원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 개혁과 토지 개혁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원주민들이 국가의 한 부분으로 복귀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되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인디헤니스모 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제6장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와 인디헤니스모, 203-204쪽



이 책은 각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억압적 사회 구조와 싸웠는지, 그들이 문학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가 어떻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여섯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문학적 접근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바로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일이었다. 또한 그들의 문학은 저항의 힘을 믿고, 문학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의식적인 실천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박태현 저자의 신간 『좋은 삶과 자연의 권리』는, 환경 위기 시대의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인간 중심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 자체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특히 에콰도르 헌법에 명시된 '자연의 권리'와 '부엔 비비르(Buen Vivir, 좋은 삶)'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합니다. 저자는 현대 환경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제주 남방큰돌고래 사례에서 논의되는 생태법인과 같이 자연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하며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법적, 철학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신간 소개

 

좋은 삶과 자연의 권리

환경보호의 새로운 패러다임


 

박태현 지음17615,0002025228

140×205mmISBN 979-11-89333-91-1 (93300)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생태/환경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국내도서 > 역사 > 아메리카사 > 중남미사



 

책 소개

 

인간의 권리를 넘어 자연의 권리로

인간중심주의에 도전하는 에콰도르 헌법,

환경보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도롱뇽, 뉴질랜드의 황거누이 강은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가? 이 책 좋은 삶과 자연의 권리는 현대 환경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에콰도르 헌법에 명시된 자연의 권리와 부엔 비비르(Buen Vivir, 좋은 삶)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의 권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저자 박태현은 환경 전문 변호사이자 환경법학 연구자로, 국내에 소개된 지구법학 분야의 주요 저서들의 집필에 참여하고, 야생의 법(코막 컬리넌 저)최후의 전환(프리초프 카프라, 우고 마테이 저) 등을 번역했다.

저자는 현대 환경법이 지난 수십 년간 체계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환경위기가 더욱 심화된 현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 환경법이 경제성장, 산업 개발, 개인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근대주의 프로젝트의 일부이기 때문이라는,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기존 환경법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자연의 권리라는 환경보호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저자는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최초로 담아낸 에콰도르 헌법에 명시된 자연의 권리와 부엔 비비르(Buen Vivir, 좋은 삶) 개념을 참고해, 성장주의를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한다.

또한 저자는 자연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검토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 뉴질랜드의 강에 법인격을 부여한 사례,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생태법인(Eco-Personhood) 도입 가능성 등 실질적인 법적 대안을 탐색하며, 자연을 더이상 단순한 자원이나 재산으로 보는 것이 아닌, 고유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법적·철학적 변화를 촉구한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 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지구적 환경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이 책은, 새로운 시대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환경법을 넘어 생태법으로,

에콰도르 헌법이 가르쳐주는 좋은 삶자연의 권리

 

들어가며에서는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발전한 현대 환경법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생태법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197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은 환경법을 제정하여 국내외의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 체계의 변화와 서식지의 훼손, 수질대기해양 오염 및 멸종 등 지구의 생명 부양 체계의 침식 속도 또한 급격하게 진행됐다. 현대 환경법이 체계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전 지구적 환경위기가 감소완화되기는커녕 되려 가속화한 까닭에 대해, 저자는 현대 환경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환경법이 적정하게 집행되었더라도 근본적으로 환경위기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현재와 같은 환경위기를 완화하여, 인간과 비인간 실체가 거주하기에 적합한 관계 공동체로서 지구를 보전하려 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법, 곧 생태적 상호의존성을 전제하는 생태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논의를 에콰도르 헌법이 제시하는 좋은 삶의 방식과 자연의 권리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국가,

에콰도르의 헌법을 읽는다

 

1장에서는 에콰도르 헌법에서 좋은 삶과 자연의 권리를 다룬다. 20089월 에콰도르는 자연의 권리 조항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킴으로써 헌법에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 그리하여 에콰도르 헌법은 전문에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그와 조화하는 방식으로 안녕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 삶의 방식이라고 보고 이를 성취하는 국가와 사회를 건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권리 조항이 늘 헌법의 본래 취지에 따라 해석,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자연의 권리 조항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에는 에콰도르의 정치·경제적 개발 구조와 기득 이익집단의 세력, 사법부의 독립성, 법률가들의 자연의 권리에 관한 법적 소양 등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자연적 실체의 법적 보호를 지지하는 정치적 의지의 향방이다.

 

 

법은 자연의 권리를 담아낼 수 있는가?

자연의 권리를 둘러싼 쟁점과 해답

 

2장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자연의 권리론을 다룬다. 환경법을 포함한 현행 법체계는 살아 있는 존재(living beings)를 단순한 객체 내지 재산으로 취급하는 태도, 달리 말하면 자연을 생명의 원천으로 보지 않고 단지 인간에 대한 효용성에 따라 자원이나 재산으로 그 가치를 평가한다. 그리고 이는 자연 파괴를 동반하는 무한 성장에 터잡은 경제 패러다임을 가속화한다. 따라서 자연을 고유한 이익을 가진 이해당사자로서 우리 인간의 법체계 내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핵심 장치가 바로 자연의 권리이다. 이러한 자연의 권리론를 둘러싸고 세 가지 쟁점에 대해 저자는 세 가지 답을 제시한다. 첫째 자연의 권리는 개체적 권리가 아니라 집단적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권리가 귀속되는 법 주체성의 문제는 법에서 ‘person(, )’의 인정 문제로 다루어진다. 셋째,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다면 이른바 대표(representation)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후견제도 (gaurdianship)로 나타난다.

 

 

자연과 비인간은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생태법인을 통한 자연의 법적 권리 보장

 

3장에서는 자연물의 법인격을 다룬다. 특정 생태계에 법인격을 부여하거나 전체 자연 또는 특정 종을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법체계는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한다. 이는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범세계적 흐름으로 자연의 권리 인정은 의사결정에서 자연을 독립한 이해당사자로 인정하고, 자연의 이익과 권리를 대표할 후견 체제를 마련하는 의의를 갖는다. 모든 생명은 존속과 번영이라는 본래 목적성과 이를 위하여 일정 행위를 수행할 능력인 행위수행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인간 존재와 마찬가지로 본래 가치를 지닌 주체로 보아야 한다. 권리는 더 이상 인간 존재의 보호에 배타적으로 사용되는 법적 장치일 수 없다. 저자는 생태법인을 활용하여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권리능력, 곧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생태법인을 통해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온전한 삶의 유지를 위한 법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부엔 비비르,

근대성 패러다임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

 

나가며에서는 자연의 권리의 미래로서 부엔 비비르를 다룬다. 남미에서 탄생한 부엔 비비르는 기존 개발에 관한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대안을 의미한다. 남미에서 탄생한 부엔 비비르는 기존 개발에 관한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대안을 의미한다. 이는 서구의, 인간중심적인, 자본주의적 경제 중심의 근대성 패러다임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부엔 비비르는 서로 다른 유래를 가진 지식의 융합을 대표하며 단지 토속적아이디어로 한정될 수 없다. 결국 부엔 비비르는 서로 다른 입장이 개발과 일반적인 근대성에 대한 비판에서 만나는 공통의 플랫폼 또는 분야로 해석되어야 한다.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자연과의 관계의 재정립하며, 그러한 관계 속에서 인간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이 인류 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불가결한 요소이다. 부엔 비비르 담론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좋은 안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엔 비비르 총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은 ‘21세기 문명 전환의 플랫폼, 라틴아메리카: 산업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본 사업단은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생태 문명으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투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안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부엔 비비르 총서를 기획해 출판하고 있다. ‘부엔 비비르(Buen vivir)’는 안데스 원주민이 추구하는 삶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핵심 내용은 공동체에서의 조화와 공존이다. 부엔 비비르 총서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융합해 라틴아메리카의 생태 문명을 탐구한 결과가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 소개

 

박태현

2001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지금은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환경법을 강의하는 한편 포럼 지구와사람(지구법학회)에서 동료와 함께 지구법을 공부하며 기후·생태 헌법안 마련과 생태 법인의 창설 등 지구법의 사상과 가치를 인간 법과 제도에 반영하려는 실천 활동을 하고 있다.

공저로 공동자원론, 생태헌법을 제안한다, 지구를 위한 법학, 지구법학: 자연의 권리선언과 정치 참여등을 썼고, 야생의 법최후의 전환을 번역했다.

 

 

 

차례

 

들어가며 환경보호의 새 패러다임, 자연의 권리

 

1 에콰도르 헌법에서 좋은 삶과 자연의 권리

2 자연의 권리론

3 자연물의 법인격: 생태법인

 

나가며 자연의 권리의 미래: 부엔 비비르 혹은 수막 카우사이

 

참고문헌

 

부록 자연의 권리 연표

책 속에서

 

나는 성장주의의 자장에서 벗어나는 좋은 출발점은 개인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이 시대에 적합한 좋은 삶에 대한 관념을 갖는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은 각자 자신의 세계관, 인생관, 종교관, 가치관, 역사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좋은 삶을 정의하고 이러한 삶을 추구할 수 있다. 한 사회 또한 집단적으로 좋은 삶에 관한 이상을 가질 수 있고 또 이를 법(특히 헌법)에서 표현할 수 있다(물론 이러한 입장에 반대하는 정치철학도 존재한다). 나는 이 연구에서 환경, 생태,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려 한다. 이를 위하여 에콰도르 헌법이 제시한 좋은 삶의 방식에서 시작하여 자연의 본래 가치와 고유한 이익의 인정을 전제로 자연의 권리를 법체계에 반영하자는 주장을 거쳐 다시 서구 근대성 패러다임과는 다른 좋은 삶의 방식에 관한 발언인 부엔 비비르(Buen Vivir)에 관한 논의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환경보호의 새 패러다임, 자연의 권리, 10-11

 

부엔 비비르는 물질적으로 또 영적으로 안녕을 암시하면서, 충만하고 균형 잡혀 있는 삶과 인간 존재의 다양한 차원에서의 조화를 특징으로 한다. 부엔 비비르의 정확한 의미와 함의에 관하여 일치된 견해는 없지만, 몇 가지 기본적 요소에 관한 동의는 존재한다. , 자연과의 조화, 원주민의 가치와 원칙의 존중, 기본적 필요의 충족, 국가의 책임으로서 사회 정의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다. 이는 서구의, 인간중심적인, 자본주의적 경제 중심의 근대성 패러다임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1장 에콰도르 헌법에서 좋은 삶과 자연의 권리, 29-30

 

자연의 주체성을 전제로 권리 부여를 통하여 그 당사자성 내지 주체성을 법체계 내로 받아들이자는 제안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며 다음과 같은 하위 질문들이 잇따라 제기될 것이다. 자연에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은 실제 어떤 것일까? 구체적으로 자연에 어떠한 내용의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일까? 자연의 권리를 인정된다면 그것이 침해되거나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 누구에 의해 어떻게 권리가 방어되고 또 회복될 수 있을까? 세계에서 처음으로 헌법에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에콰도르 헌법 조항과 이 조항에 근거하여 일어난 소송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의 구체적인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1장 에콰도르 헌법에서 좋은 삶과 자연의 권리, 37

 

왜 권리인가? 그것은 권리가 힘의 불균형을 교정하는 도구 또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인권사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그리고 사회적경제적정치적법적 지위가 박탈된 사람이 부당한 상황에 맞서 자신의 존엄과 가치 등을 지키고자 할 때 권리는 거듭 호명돼 왔다. 살아 있는 존재로서 자연이 더 이상 인간의 이익을 위한 단순한 자원 또는 재산으로 편의적으로 취급되지 않도록 법 주체로 법 지위를 부여하고자 권리를 다시 호명하는 것이다.

2장 자연의 권리론, 63

 

첫째, 자연의 권리는 개체적 권리가 아니라 집단적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 (……) 둘째, 권리가 귀속되는

법 주체성의 문제는 법에서 ‘person’의 인정 문제로 다루어진다. 법에서 사람은 권한과 의무를 가질 수 있는 실체로 정의된다. (……) 셋째,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다면 이른바 대표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후견제도로 나타난다. 자연의 권리는 현실에서 후견인에 의해 행사된다.

2장 자연의 권리론, 93-94

 

인간 법체계에 자연의 권리를 수용하려면 자연 자체와 인간 아닌 다양한 형태의 생명 존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근본적으로 문화의 문제인데 여기서 법의 전환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법이 전체로서 자연또는 특정 생태계나 생물종 등 이른바 자연물을 권리를

갖는 주체로 인정하고 이를 선언한다는 것은 이제 전체 자연 또는 자연물을 단순한 자원이나 재산이 아닌 본래 가치와 고유 이익을 지닌 어떠한 실체로 여기고 그것에 합당한 지위 또는 권능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로써 전체 자연 또는 자연물에 대하여 우리의 개별적, 집합적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자연의 본래 가치와 고유 이익을 존중하고 보호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체 자연 또는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출되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생태법인(legal eco-person)이다.

3장 자연물의 법인격: 생태법인, 104-105

 

생태법인은 재산 관계의 구분 처리나 법률관계의 간명한 처리 등 실용적인 의도로 구상된 법 제도가 아니다. 살아 있는 자연물의 실체성을 인정하며, 그 실체로서 지닌 본래 가치와 고유 이익을 보호하고자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창출된 새 유형의 법인(제도). (……) 자연물은 자신의 고유한 이익에 근거해 법인격을 갖

는다. 이와 달리 회사와 같은 법인은 다른 법 실체, 즉 인간의 이익에 근거해 법인격을 갖는다

3장 자연물의 법인격: 생태법인, 114

 

우리가 에콰도르 헌법에서 각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자연의 권리를 명문으로 인정했다는 점을 넘어서 자연의 보호, 자연의 권리 인정, 그리고 자연과 조화하는 삶을 인간의 좋은 삶의 방식으로 규정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자연과 조화하는 삶이 당위 명제가 아니라 그냥 그것이 좋은 삶의 방식이라는, 선조들로부터 전승돼 온,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생태위기 시대에 이르러 더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된, 인생관 내지 세계관을 에콰도르 헌법은 담대하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나가며 자연의 권리의 미래: 부엔 비비르 혹은 수막 카우사이, 149

 

모든 생명은 존속과 번영이라는 자기 목적성과 일정한 행위를 수행할 능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인간 존재와 마찬가지로 주체로 보아야 한다. 권리는 더 이상 인간 존재의 보호에 배타적으로 사용되는 법적 장치일 수 없고, 모든 형태의 생명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자연(전체 자연이든 자연물이든)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인간 법체계에 반영한다는 것은 자연이 인간 이익을 위해 단순히 사용되는 자원에 불과하다는 관념을 거부하고, 자연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재하고 번영하며 진화할 권리를 가짐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가며 자연의 권리의 미래: 부엔 비비르 혹은 수막 카우사이, 154-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안녕하세요!

🙋‍♂
📚서울리뷰오브북스입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18호가 어제 제작을 마쳤습니다.
몇 달간 함께한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곧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텐데요!
사진으로 먼저 인사드립니다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
▶ 정기구독 바로가기

▶ 전권(0~17호) 세트 바로가기

#서울리뷰오브북스 #서리북 #신간 #여름호 #신간안내 #제작완료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안녕하세요!

서울리뷰오브북스입니다.

5월의 푸르름을 건너 마주한 쨍쨍한 6월도 어느새 절반 가까이 지나가 버렸네요. 들이쉬는 숨에 후덥지근한 물기가 느껴지는 것이,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긴 여름의 초입에 서서 독자님께 곧 서울리뷰오브북스 여름호(18호)가 출간됨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호에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무뎌지지 않는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낸 글들이 가득 실렸습니다.

18호 특집: 혼돈 그리고 그 너머

이번 호는 '혼돈 그리고 그 너머'라는 특집 주제로, '내전의 위협', '국가의 취약성', '냉전적 서사의 재생산', '반주변적 사고의 필요성' 등 한국 사회에 잠재된 위협과 위기를 통찰하는 네 편의 특집 리뷰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공직 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과 AI 시대의 기술 윤리를 톺아보는 『이것이 기술윤리다』에 대한 리뷰부터, 영화 〈미키 17〉에 흐르는 자본주의와 파시즘 맥락을 살핀 이마고 문디까지, 다채로운 글이 실립니다.

특히, 지난 12호에 실렸던 권석준 편집위원의 서평 「미학과 철학의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운명」에 대해, 『AI 빅뱅』의 저자 김재인이 직접 반론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서평자 권석준의 재반론까지 함께 실립니다. 이를 통해 한 권의 책을 둘러싼 치열한 지적 논의의 흐름을 생생하게 따라가며,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사유해 보시길 바라요!

18호도 많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리면서, 한 가지 특별한 소식을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서리북 웰컴 패키지!

서리북은 지난 봄호(17호)에서 네 번째 돌을 맞이했습니다. 서리북이 이렇게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님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이에 독자님들의 사랑에 보답해 드리고자, 기존의 정기구독과 똑같은 가격으로, '정기 구독' + '전자책' + ' 단행본' +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쿠폰' + 리뷰 노트까지 제공해 드리는 '서리북 웰컴 패키지'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서리북 웰컴 패키지를 구매해 주세요!

https://smartstore.naver.com/seoulreviewofbooks2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울리뷰오브북스 #신간 #신간도서 #신간소개 #서평지 #서평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