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지음|176쪽|15,000원|2025년 4월 28일
140×205mm|ISBN 979-11-89333-95-9 (93950)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생태/환경
국내도서 > 역사 > 아메리카사 > 중남미사
■ 출판사 서평
고대 문명과 생태 다양성의 요람, 페루를 다시 읽는다
문명과 자원, 생태와 정치가 교차하는 복합 지대를 탐색하는 인문 여정
『깊은 페루』는 라틴아메리카 안에서 페루가 지닌 독특한 역사와 생태적 다양성, 문화적 혼종성을 ‘안데스적 가치’라는 사유의 틀로 풀어낸다. 저자 강정원은 잉카 문명과 식민지 경험, 현대 개발주의의 파고 속에서도 이어지는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에 ‘안데스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즉, 이 책은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관계를 지향하는 ‘안데스의 가치’를 중심으로 페루의 생태문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재조명하는 시도이다.
페루는 한편으로는 잉카 문명 등 찬란한 고대 유산을 간직한 땅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원 개발로 인한 생태 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곳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이중적 현실을 ‘깊은 페루(Perú profundo)’와 ‘공적 페루(Perú legal)’라는 프레임으로 설명하며, 진정한 상생의 사회를 위한 대안으로서 안데스적 가치를 제시한다.
페루의 생태문명을 탐색하는 중심 세계관: 안데스적 가치
저자는 이 책에서 안데스적 가치는 페루의 역사와 문화 형성에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탐색한다. ‘안데스적 가치’는 현재 페루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이다. 이는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관계를 지향하는 세계관으로 제시되며, 페루의 생태문명을 탐색하는 중심 세계관으로 기능한다. 페루는 안데스 문명의 중심지였으며, 역사적 격변 속에서도 문화적 연속성을 유지하고 고유의 가치를 보존해 왔다. 『깊은 페루』는 고대 잉카 문명과 노르테 치코 문명부터 현대 페루가 지닌 생태적, 지리적, 경제적 복합성을 안데스적 가치라는 틀로 통합하여 조명하고 있다. 이는 안데스적 가치가 페루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핵심 개념임을 보여 준다.
이 책은 현재 페루가 직면한 정치적 위기의 근저에 ‘공적 페루’에 의한 ‘깊은 페루’의 소외가 자리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핵심 가치로 삼는 안데스적 가치가 소외와 배제의 정치를 극복하고,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깊은 페루와 공적 페루 프레임은 페루의 구조적 불평등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저자는 ‘깊은 페루(Perú profundo)’와 ‘공적 페루(Perú legal)’라는 프레임을 페루의 사회구조 현실을 분석하는 핵심 틀로 사용하며, 이를 통해 페루의 구조적 불평등을 설명한다.
공적 페루는 권력과 제도가 집중된 중앙 중심의 공식 질서를 말한다. 이는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한 중앙 권력을 상징하며, 식민지 초기 리마로의 수도 이전은 리마를 공적 페루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깊은 페루는 보이지 않지만 뿌리 깊게 존재하는, 원주민적 삶과 세계를 대표한다. 이는 주로 안데스 및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적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이 책은 현재 페루가 직면한 정치적 위기와 구조적 불평등의 근저에 ‘공적 페루’에 의한 ‘깊은 페루’의 소외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한 중앙 권력과 안데스 및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적 삶의 방식 간의 구조적 긴장을 분석하는 개념이다.
또한, 페루는 원주민 문화와 스페인 문화가 융합된 혼종성을 핵심 사회·문화적 특징으로 가지는데, 이러한 혼종성은 역동성을 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관계를 정당화하거나 지속시키는 근거로 악용되어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다양한 인종 집단이 지역별로 구분되어 살아온 페루의 독특한 혼종성은 각기 다른 생태 환경과 결합하여 지역별 독특한 사회 구조를 형성했으며, 이러한 구조는 불평등과 연관될 수 있다.
심지어 ‘공적 페루’의 상징인 리마 내에서도 구조적 불평등과 이중적 사회 구조가 재현되는데, 이는 ‘바리아다’ 또는 ‘푸에블로 호벤’이라 불리는 무허가 정착지를 통해 분석된다. 이곳에서는 생존을 위해 도시로 이주한 원주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 집단의 삶이 얽혀 있으며, 이는 ‘공적 페루’ 내에서 ‘깊은 페루’적인 요소가 겪는 현실을 보여 준다. 결론적으로, ‘공적 페루’와 ‘깊은 페루’ 프레임은 중앙 권력(공적 페루)이 주변부의 원주민적 삶과 세계(깊은 페루)를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구조적 관계가 페루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심화시킨다고 설명한다.
페루의 생태적 다양성과 문화적 혼종성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페루의 혼종성은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면모가 있는데, 바로 다양한 인종 집단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된 지리적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왔다는 점이다. 이 지리적 지역은 곧 다양한 생태 환경과 결합되어 있다. 지역별 인종 분화가 각기 다른 생태 환경과 결합하여 다채로운 생활양식, 생산 활동, 그리고 지역별로 독특한 사회 구조를 형성하는 배경이 되었다.
즉, 페루의 풍부한 생태적 다양성(다양한 생태 환경과 구분된 지리적 지역)은 서로 다른 인종/문화 집단이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한 생활양식과 사회 구조를 발전시키는 기반이 되었고, 이러한 지역별 다양성은 페루 전체의 문화적 혼종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단순한 문화의 융합을 넘어, 생태 환경의 차이가 문화적 특징과 사회 구조의 지역적 다양성을 심화시키고, 이것이 페루 혼종성의 독특한 면모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결성은 ‘공적 페루’와 ‘깊은 페루’ 프레임과도 관련된다. 깊은 페루는 주로 안데스 및 아마존 지역과 같이 생태적으로 다양한 지역에 뿌리내린 원주민적 삶과 세계를 대표하며, 공적 페루는 리마 중심의 중앙 권력과 제도를 의미한다. 공적 페루에 의한 깊은 페루의 소외는 결국 생태적 다양성에 기반한 지역별 삶의 방식과 문화가 중앙 중심의 공식 질서에 의해 배제되는 구조적 불평등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깊은 페루와 공적 페루, 그 사이에서 생태적 다양성은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이 되는가
『깊은 페루』는 고대 잉카 문명과 노르테 치코 문명을 비롯한 페루 고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대 페루가 지닌 생태적, 지리적, 경제적 복합성을 안데스적 가치라는 틀로 통합하여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 강정원은 ‘공적 페루’와 ‘깊은 페루’라는 개념을 통해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한 중앙 권력과, 안데스 및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적 삶의 방식 간의 구조적 긴장을 분석한다. 이 책은 페루를 단순한 관광지나 고대 유적지로 소비하는 시선을 넘어, 그 내부에 잠재된 가치와 가능성을 살피고자 한다.
저자는 제1장에서는 페루 고유의 매력과 잠재력을 문화적, 생태적,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이 장은 페루가 라틴아메리카라는 맥락에서도 어떠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가를 조명하며, 그 잠재력을 탐색한다. 기원전 3500년경 노르테 치코 문명부터 시작하여, 모체, 차빈, 와리, 나스카, 치무, 잉카 제국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사회 구조와 생태 적응 전략, 종교 의례와 기술 발전 등을 따라가며 페루 문명의 계보를 복원한다.
제2장에서는 안데스 문명의 중심지였던 페루가 역사적 격변 속에서도 어떻게 문화적 연속성을 유지하고 고유의 가치를 보존해 왔는지 탐구한다. ‘안데스적 가치’라는 개념적 틀을 통해 이 장은 이러한 가치가 역사적 변동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계승되었는지를 분석하며, 페루의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양상을 탐색한다.
제3장에서는 식민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페루 경제의 중추였던 광산 개발이 안데스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검토한다. 광산은 수백 년에 걸쳐 페루에 막대한 부를 창출했으나, 동시에 심각한 사회 갈등과 환경 파괴를 초래했다. 특히 페루의 광산은 대부분 안데스에 밀집되어, 안데스 원주민 공동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 이 장은 민족지 연구를 바탕으로, 광산 개발의 파괴적 영향에 맞서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생계 기반을 지키고자 하는 원주민·농민 공동체의 저항과 생존 전략을 분석한다.
제4장에서는 호르헤 바사르데(Jorge Basarde)의 ‘깊은 페루(Perúprofundo)’와 ‘공적 페루(Perú legal)’ 개념을 통해, 안데스와는 대비되는 현대화된 페루의 상징인 수도 리마를 조망한다. 식민지 초기 리마로의 수도 이전은 리마를 ‘공적 페루’의 상징이 되게 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부터 원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노동 이주를 통해 도시로 유입되었고, 이는 리마를 유럽계, 메스티소, 원주민의 삶이 얽힌 복합적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이 장은 ‘바리아다(barriada)’ 또는 ‘푸에블로 호벤(pueblo jóven)’이라고 불리는 무허가 정착지를 통해 리마 내에서 재현되는 페루의 구조적 불평등과 이중적 사회구조를 분석한다.
『깊은 페루』는 단순한 역사서나 지역 연구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와 사회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풍부한 자료와 실증적 사례를 통해 페루 사회의 복잡성과 가능성을 균형 있게 제시하며, 안데스적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대안적 미래를 사유할 수 있도록 한다.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 식민과 탈식민의 경계에서 새로운 상생의 사유를 제안하는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생태 문명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