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란 모름지기 현재의 기술에서 한 발자국 앞서서 우리의 소망을 문학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김상균은 기억거래소에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펼친다. 우리 삶 속에서 기억 때문에 벌어지는 인간사를 실감나게 그리면서 기억을 거래하는 기술은 마치 최근 저널에서 읽은 논문처럼 생생하다. 혹시 김상균은 SF를 알리바이 삼아 실제로 기억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 간략 소개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 김상균 교수의 실험적이고 지적인 과학소설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 김상균 교수가 소설 기억 거래소를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공기나 물 같은 것마저 상업화가 가능하다. 작가는 이른바 무한한 상업화가 가능한 지금, 인간은 무엇까지 사고 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런 생각은, 인간이 뇌 속의 기억(일종의 뉴런 신경)을 조작하거나 삭제 혹은 재생할 수 있다는 데에 미치게 된다. 기억을 조작하거나 삭제 혹은 재생하는 기술이 가능하다면, 그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지 않을까?
소설 기억 거래소는 바로 기억의 기술을 거래하는 회사를 둘러싼 갈등과 음모, 그리고 묵시록적 전망을 담고 있다. 덧붙이자면, 그동안 문학을 통해 어디까지가 실재이며 실재의 가치는 무엇일까를 묻는 질문을 해왔다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고도화되어 가는 현대 과학기술을 통해 그 고민의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은 문학적 상상력에 영향을 주었고, 그 상상력으로 어디까지 실재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SF는 현재의 기술에서 한 발자국 앞서서 우리의 소망을 문학으로 구현하는 것이라 한다. 김상균은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새로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기억 거래소에서 기술과 인간에 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펼친다.
기억 때문에’, ‘기억을 소재로 하여벌어지는 인간사를 실감나게 그리면서, 기억 상품을 만들어내고 그 상품을 거래하는 방식은 마치 최근의 과학 전문 저널에서 읽은 논문처럼 생생하다. 기억 거래소는 우리가 특정한 꿈을 만들어내고 또 사람의 뇌에 영화를 틀듯 틀어주는 일이 가능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에 얽힌 사람들의 고민의 편린을 보여준다.


■ 출판사 서평

당신은 어떤 기억을 지우거나, 갖고 싶은가?


기억 거래소 기억 상품을 사고파는 것에 관한 소설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로 구도를 잡을 수 있다. 하나는 기억 (조작) 상품은 실재하는가, 또 하나는 그 기억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인간은 행복해지는가일 것이다. 우선 김상균 작가가 관련 전공 교수라는 점에서 보자면, 최근 과학의 발전 방향과 고민들을 그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작몽 동반 안락사’ ‘브로카 & 베르니케 이식술’ ‘트라우마 기억 재설정술등등 이름만 봐도 어려운 과학기술 용어이지만, 사실 이 기억의 기술들은 현재 수준에서 가능하다. 문제는 기술의 상용화, 상품화일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탐구심 혹은 욕심은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다. 인간 복제마저 가능한 시대인데, 기억의 복제/삭제/재생이 불가능할까? 하지만 과학기술은 일정한 제도와 관습 그리고 윤리의 통제를 따른다. 그것이 문학에서라면, 실재하는가 아닌가와는 별개로 상상의 한계는 없을 것이다. 복제 인간을 다룬 소설과 영화가 많다! 또한 기억의 조작을 다룬 소설과 영화 역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상균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이 작품 속의 기억 거래소’=‘기술 상품은 그 한계가 없어 보인다. 김상균 교수는 최근의 뇌과학의 기술 수준과 상용화 수준을 잘 알고, 또한 연구하고 있는 전공 교수이기에, 한계와 가능성까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상균 작가는 인간은 무엇까지 사고팔 수 있는가(무한한 상업화)라는 탐구심에서 나아가, 어디까지가 실재이며, 실재의 가치는 무엇일까(가상현실&증강현실의 고도화)라는 질문을 던지고, 뇌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인간의 욕망에는 어떤 위험이 뒤따르는가(뇌과학의 발전)라는 묵시록적 전망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품 소개


평범한 20대 청년 완우는 춘천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잠시 일하다가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대학 시절 은사인 김상균 교수의 소개로 사무실도, 이름도 없는 기업에서 일하게 된다. 그 기업은 발달된 뇌과학을 이용해 인간의 기억을 조합하고 바꿔주는 서비스를 음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그 회사를 더컴퍼니(The Company)라고 칭한다. 완우는 그 회사의 영업 담당자인 조민석 실장 밑에서 일을 하게 된다.
<상품 : 조작몽 동반 안락사(Euthanasia with Manipulated Dream)>
불치병에 걸린 사람에게 조작된 꿈(Dream)을 꾸게 해서, 평온하게 삶을 마감하도록 돕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 춘천 지역의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친구인 유리를 다시 만난다.
<상품 : 브로카 & 베르니케 이식술(Broca & Wernicke Areas Transplantation)>
가난한 이가 가진 언어(영어) 능력을 부유한 사람에게 이식시키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완우는 유리가 더컴퍼니를 비밀리에 취재하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된다.
<상품: 안면이식 동반 작화증 유도술(Induced Confabulation with Face Transplantation)>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죄를 저지른 사람이 기억 속에서 고통을 받도록 만드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 실장의 일을 돕는 L이 유리의 취재를 제지하려고 유리의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를 한다.
<상품 : 부분 마인드 복사술(Partial Mind Transfer)>
목표 의식이 없는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임의로 욕망과 목표 의식을 만들어주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김상균 교수가 유리에게 최면을 걸어서 취재원들을 파악하고 정리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만간 김 교수가 유리의 기억도 모두 지우려 한다.
<상품 : 트라우마 기억 재설정술(Memory Reconsolidation for Trauma)>
죄를 뉘우치지 않는 상대방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상대방에게 사과를 받았다는 거짓 기억을 심어주거나, 상대방에게 상처받은 일에 대한 일체의 기억을 지워주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완우는 김 교수를 만나서 유리를 지켜달라고 애원하지만, 김 교수는 모호한 반응만 보인다. 완우는 유리가 위험해질 것을 염려해서 취재를 중단하라고 요청하지만, 유리는 이를 거부한다. 유리는 김 교수가 갖고 있는 무서운 계획을 완우에게 들려준다.
<헤븐 서버(Heaven Server)>
죽은 사람의 뇌를 컴퓨터로 연결하여 가상의 세상 속에서 소통하고 생활하며 무한히 살아가게 만드는 제품(헤븐 서버)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실장은 암이 악화되어서 죽는다. 조 실장은 처음부터 자신이 하던 일을 완우에게 넘기려던 계획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병과 계획을 완우에게 숨겨왔다. 조 실장은 죽은 후 헤븐 서버에 들어갔으며, 김 교수도 나중에 이 서버에 들어가려 한다 . 완우는 조 실장이 더 컴퍼니에 합류하기 전에 했던 일을 기록한 문서를 얻는다.
<인턴의 끝>
완우는 일주일 이내에 조 실장의 역할을 대행할지, 아니면 일을 그만둘지 결정해야 한다. 일을 그만두면 완우가 알고 있는 더컴퍼니에 대한 모든 기억은 초기화되어 삭제된다. 더컴퍼니에 대한 두려움과 유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두고 완우는 갈등한다. 유리를 만나지만, 유리는 완우의 선택을 믿는다고만 말한다.
 
(더 이어진다.)




■ 추천의 글 및 저자 소개


추천의 글특별히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닌데 하필 지우고 싶은 기억은 유난히 지워지지 않는다. 그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웬만큼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기억을 지우는 기술이 있다면 지운 기억을 재생시키는 기술도 생길 것 같다. 마치 망가진 하드디스크를 복구하고 삭제한 파일을 살려내는 것처럼 말이다. 기껏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덮어쓰기를 해야 하는가? 그렇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건을, 아니면 내가 원했던 사건을 파일로 만들어 내 뇌 특정 영역에 깔아 놓고 싶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뇌를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SF란 모름지기 현재의 기술에서 한 발자국 앞서서 우리의 소망을 문학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김상균은 기억거래소에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펼친다. 우리 삶 속에서 기억 때문에 벌어지는 인간사를 실감나게 그리면서 기억을 거래하는 기술은 마치 최근 저널에서 읽은 논문처럼 생생하다. 혹시 김상균은 SF를 알리바이 삼아 실제로 기억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어린 시절 토탈 리콜이란 할리우드 영화를 본 일이 있다. 영화 속에서 미래 세계 인류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여러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하였는데, 그중 가상체험 기술도 매우 발달하였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도 컴퓨터와 인간의 뇌를 연결시킴으로써 매우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삭제당한 채 평범한 노동자로 살고 있던, 화성 식민지와 관련이 깊은 비밀 공작원 출신 주인공이 화성에서의 스파이 모험 가상체험을 해보다가 봉인되었던 과거가 풀리면서 시작된다.
김상균 교수의 기억 거래소도 인간의 뇌와 기억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뇌를 다루는 뇌과학의 세계는 아직도 광활하고도 신비한 미답지가 있는 상태라 앞으로 미래에 과학과 의학이 발전했을 때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섣불리 짐작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기억과 꿈에 대한 여러 상상을 참을 수 없다. 이 호기심과 궁금증은 아마도 인류가 어느 정도 문명을 터득하면서부터 늘 지니고 있던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기억 거래소는 전문 작가가 아닌 관련 과학 전공 교수의 저작이라 최근 뇌를 둘러싼 과학의 발전의 방향과 고민들을 그 바탕에 깔고 있는 소설이란 점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우리는 누구나 꿈에서 깨어나 잠시나마 그 꿈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꿈의 잔영에 취해 있던 기억을 지니고 있다.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라고 인식을 했던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 꿈이 너무 행복하여 깨어나기 싫거나 반대로 너무나 고통스럽거나 두려운 꿈이어서 어서 이 악몽에서 깨어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꿈을 왜 꾸는 것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꿈이 만들어지고, 또 그 꿈을 꾼다는 게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한 꿈을 만들어내고 또 사람의 뇌에 영화를 틀듯 틀어줄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기억 거래소는 그런 일이 가능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몇 가지 에피소드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고민의 편린을 보여준다.
이 책을 덮고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완우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컴퍼니에서의 경험이 완우의 삶에 미친 영향은 뭘까? 기자로서의 사명에 충실하고자 하였던 유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나라면, 내게 컴퍼니의 완우 같은 직원이 다가와 상품 구매를 권하면, 나는 컴퍼니 상품을 구매하게 될까, 구매한다면 어떤 상품을 선택하게 될까? 기억이 사라지면, 그 인생도 사라지는 걸까? 마찬가지로 기억이 만들어지면 우린 그 인생을 경험한 게 되는 걸까?
한희(MBC 드라마 PD)
저자 소개
 
김상균
 
제어계측공학(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으며,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게임과 놀이를 활용한 동기 부여, 행동 변화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지향하며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여러 기업과 기관의 게이미피케이션 프로젝트에 자문을 해왔고, 빅게임(Big Game), LARP(Live Action Role Playing)와 보드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를 창작했다.
전문서로는 대표적으로 Gamification in Learning and Education: Enjoy Learning Like Gaming(Springer 출판사)을 집필했다.
email: saviour@kangwon.ac.kr
facebook: saviour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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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항쟁이 아니었으면 헌법 제1조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여러분에게 세계 10개 국가의 헌법과 한국의 3개 헌법이 벌이는 전투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참여하기도 전에 겁부터 먹지 마시기를 바란다. 어느 나라 헌법이나 다 비슷하다. 그리스, 남아공, 독일, 미국, 베네수엘라, 스페인, 일본, 중국, 프랑스, 필리핀의 헌법과 한국의 제헌헌법, 유신헌법, 1987년 개정헌법을 동시에 보고 판단한다면, 헌법을 보고 자신의 권리를 새롭게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 《헌법 전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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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고 지혜를 공유하는 것은 이상주의가 아니다. 지혜는 권리를 심사숙고하여 서로 비교하는 것이고, 옳은 것과 올바른 변화를 위해 진실을 재현하는 것이다. ‘민’이 권리에 대한 기억상실에서 깨어나 권리를 재현하며 살아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권리 정치의 블록화’를 실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디딤돌로 작용한다면 좋겠다. ‘권리 자치 공동체 네트워크’가 삶 속에서 권력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정치의 일상화를 꿈꾼다. 권력으로 비쳐지는 정당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상상이기도 하다.”

- 《헌법 전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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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서문
 
헌법 전쟁의 품격






최근 토머스 모어(Thomas More)의 『유토피아』 때문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졸저인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를 펼쳐놓고 상념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왜 이 책들을 썼을까? 연구자는 무엇을 가지고 타인과 공유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인가? 해답이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이지만 단순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상상력’을 공감의 연결고리로 선택해서 두 책을 썼던 것 아닌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빠져 있었던 민주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보자는 절박함이었는데, 타인에게 공감을 얻기가 쉽지는 않았다. 문장이 수려하지 못하고 투박하여 그러려니 했다. 권력이 만든 민주주의의 울타리 밖을 보려 하지 않는 ‘권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나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다. 이 책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1516년에 출간한 『유토피아』로 영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목숨을 내준 이상주의자가 몸 속 어딘가를 헤집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유토피아』가 나를 옭아맸다. 토머스 모어는 16세기 영국 사회의 ‘을’들이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난 이후에 목숨을 걸었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을’의 세상이자, ‘을’들이 ‘갑’으로 살아가는 권리를 상상한 것이다. 토머스 모어의 꿈을 좇는 것이 또 다른 유토피아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유토피언은 권리 자치의 세상을 또 다르게 상상한다. 정치와 권력은 등치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우리가 덫에 걸려 있는 것이다. 권력은 단지 정치의 부속품에 불과하다. 정치의 핵심은 권리이고 자치다. 
이 책에서 나는 문재인 행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한 것과 무관하게 새로운 헌법의 쟁점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리고 세계 헌법과 비교해서 그 쟁점을 보다 깊이 있게 톺아보고 있다. 헌법을 알아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것까지 보고 싶어서다. 헌법의 프레임을 권력에서 권리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권리에 대한 상상력을 헌법으로 끌어왔다. 민주주의는 언제 어디서든 물음표와 함께 새롭게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지 않지만 간명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쟁점을 만들어서 각각의 내용들을 세계 헌법으로 확인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 개헌특별위원회나 전문가들도 개헌의 쟁점들을 말하였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획위원회도 쟁점들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또 다른 이상주의자는 헌법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계관부터 바꾸어 버렸다. 권력을 정화시킬 수 있는 힘을 권리에서 찾고자 하였다. 헌법은 권력 구조가 아니라 ‘권리 헌장’이어야 한다는 헌법의 가치를 20여 가지의 쟁점과 함께 버무린 이유이다.

헌법의 주인이 누구인가?

헌법에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규정이 있는데, 어리석게도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그러나 익히 알려져 있는 쟁점을 새롭게 해석하고, 숨어 있던 쟁점을 새롭게 찾아낸 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 여러분도 헌법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촛불 항쟁이 아니었으면 헌법 제1조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여러분에게 세계 10개 국가의 헌법과 한국의 3개 헌법이 벌이는 전투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참여하기도 전에 겁부터 먹지 마시기를 바란다. 어느 나라 헌법이나 다 비슷하다. 그리스, 남아공, 독일, 미국, 베네수엘라, 스페인, 일본, 중국, 프랑스, 필리핀의 헌법과 한국의 제헌헌법, 유신헌법, 1987년 개정헌법을 동시에 보고 판단한다면, 헌법을 보고 자신의 권리를 새롭게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나는 『헌법 전쟁』을 통해 주요 쟁점을 드러내 놓았고, 이 전쟁에서 세계 각국의 헌법은 다양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근대 헌법의 근원적 가치를 부활시켜 권리가 주인으로 서야 한다. 그리고 이 헌법의 쟁점 속에서 권리를 드러내는 지침서가 있어야 한다. 헌법을 새롭게 여행하게 할 가이드와 안내 책자가 있다면,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헌법의 쟁점들을 세계 헌법과 비교하고 이해하면서 품격을 갖춘 헌법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헌법 전쟁이 바라는 주권자의 격이다.
정의롭지 않은 헌법과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러한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면서 개정에 성공할 때까지 그 법을 준수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 법을 어길 것인가? 또는 그 법을 폐기하거나 바꾸기 위해 싸울 것인가?

권력의 힘에 맞서는 권리 정치의 블록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권력을 설득해서 바꿔나가자고 생각한다. 정의롭지 못한 법이 삶의 병이라 하더라도, 권리가 권력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을 병보다 더 끔찍하게 여기고는 한다. 헌법의 기본 질서와 가치를 놓고서 싸우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마도 권력이, 권리가 싸움을 걸기도 전에 야단법석을 떨어서 그러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권력의 힘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심을 가져다줄 수 있다. ‘갑’이 권력을 가지려는 목적 중 하나이다. 이 권력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와 함께 ‘을’의 생명 권리와 세월호 침몰의 진실까지 수장시켜 버린 힘이다. 이 힘 때문에 진실에 기여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조차 더듬거리거나 못 본 체한다. 그래서 지성은 현실을 바라보는 두 개의 눈이 있어야 한다. 하나는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 권력의 다른 얼굴을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에 현혹되지 않고 권리의 본성과 권리의 자리를 찾는 ‘민’의 눈이다. 이런 눈은 ‘격리된 지성’의 토대이다. ‘민’은 권력에 대해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고, 어떤 권력도 그 지성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까다롭고 유창하면서도 신랄하게 비판할 용기와 분노야말로 격리된 지성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16일에 이 책을 출간하는 이유인 것이다.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고 지혜를 공유하는 것은 이상주의가 아니다. 지혜는 권리를 심사숙고하여 서로 비교하는 것이고, 옳은 것과 올바른 변화를 위해 진실을 재현하는 것이다. ‘민’이 권리에 대한 기억상실에서 깨어나 권리를 재현하며 사는 기회로 작용한다면, 여러분이 저에게 주는 최고의 찬사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권리 정치의 블록화’를 실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디딤돌로 작용한다면, 이보다 큰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권리 자치 공동체 네트워크’가 삶 속에서 권력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정치의 일상화를 꿈꾼다. 권력으로 비쳐지는 정당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상상이기도 하다.
책을 출간하면서 밝혀야 할 점이 있다. 나는 이 모든 나라의 언어를 알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책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헌법재판연구원 덕택이다. 헌법재판연구원은 이미 다른 나라의 헌법들을 번역해 놓았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해서 그 노고를 가져다 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또한 국회사무처도 이 책을 쓰는 데 큰 거름이 되었다. 국회사무처는 2017년 1월에 『헌법개정 조문별 참고자료(1권-7권)』를 발간하였는데, 헌법을 둘러싼 기존의 쟁점들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법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나는 정치학을 연구하고 있어서 법학에 문외한일 수 있다. 그래서 서문에서 미리 밝힌다. 이 책은 오로지 헌법의 조문을 중심으로 이해하면서 전투하고 있으며, 조문들을 법리적인 해석이 아니라 권리의 눈으로 바라본다. 학문적인 통섭의 시작이라는 점만 인정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세계 헌법들은 각 나라별 특성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고, 헌법이 아닌 법률과 동시에 보아야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지적과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점이다. 세계 헌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책임은 필자의 몫이다.
이번 책도 알렙 조영남 대표와 함께했다. 기획하는 순간부터 편집하고 인쇄해서 독자들의 손에 쥐어주는 그 순간까지 조영남 대표의 숨과 땀이 배어 있는 책이다. 또한 아내와 가족들에게는 책을 출간할 때마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또 표시해도 늘 부족하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큰 울타리가 되어준다. 하지만 나는 가족들에게 그 부족함을 채워줄 것이라고는 없다. 단지 모두가 헌법의 주인이 되는 권리 여정의 이정표를 이 책을 통해 찾아 나서는 진짜 주권자들의 소란스러움과 난리법석만이 보상일 것이라고 상상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출간 503년째를 기리는 한국의 유토피언     

     
    
    
지은이 김영수
 
 
아프리카 정치의 역사를 공부하고 연구하였다. 그들의 공동체적인 삶 속에 들어 있는 다양한 민주주의적 대안에 천착하였다. 그곳에는 권력보다 권리가 살아 있었다. 그리고 권리 주체들의 생활이 자유로웠다. 권력은 그저 권리의 보조 장치로 남아 있었다.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을 아프리카 공동체의 권리 모델에서 찾고자 배우고 가르쳤던 이유였다.
정치학으로 학위를 받은 이후 학술 연구지 진보평론의 편집위원으로 연구 활동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공공운수노동조합의 조직국과 정책국에서 활동하였다. 삶의 현장과 멀리 떨어진 이론의 추상성과, 사유와 성찰의 빈곤함 때문에 드러나는 구체적 삶의 앙상함을 넘어서기 위해 각종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 연구자 혹은 연구활동가로 살았다.
보편성과 특수성이 만나는 교차로의 복합성과 접합성을,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인 것보다 그 두 가지를 융합시키는 중범위적인 접근으로 탈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적인 권력 관계와 이상적인 권리 자치 사회를 모색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10여 년 전부터 귀농귀촌해 시간의 절반은 사과밭에서 노동을, 나머지 절반은 대학에서 연구와 가르침과 배움을 함께하는 반노반지(半勞半知)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는 화해는 용서보다 진실을 요구한다남아공 민주주의의 역사·현실·미래, 과거사청산, 민주화를 넘어 사회화로,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등이 있고, 공저로 지식의 공공성 딜레마, 공무원 노동운동사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헌법 대 헌법이 그리는 전쟁
 
 
 
1 쟁점1: 주권 - 다양한 소유자
국민 주권 대 인민 주권 / 사람 권리 대 국가 권리
 
2 쟁점2: 공화국 - 나누어 가진 권력
민주공화국 대 사회공화국 / 권력 과점 대 권리 배제
 
3 쟁점3: 권력 구조 - 제왕의 신민
제왕적 대통령 대 신민적 주권자 / 특권 남용 대 의무 방기
 
4 쟁점4: 헌법 기구 - 별의별 권력 기구
권력 장치 대 권리 장치 / 권력 재판 대 권리 재판
 
5 쟁점5: 민주 질서 - 무늬만 자유민주
위헌 정당 대 합헌 정당 / 탄핵 심판 대 면죄 심판
 
6 쟁점6: 공공성 - 세금의 권리
백지수표 권력 대 부도어음 권리 / 징수 권력 대 수혜 권리
 
7 쟁점7: 공공 경제 - 공공 자산인 노동
공공 재화 대 사유 재화 / 평생 노동 대 젊은 실업
 
8 쟁점8: 정당 대의 - 현대판 군주의 비극
대의 제도 대 대리 제도 / 정당 보조금 대 정당 민주성
 
9 쟁점9: 공무 노동 - 제한과 차별 181
공무 담당자 대 공무원 노동자 / 정치적 중립 대 정치적 자유
 
10 쟁점10: 생명 평화 - 지속가능한 딜레마
약탈 전쟁 대 공존 평화 / 지속개발 대 지속가능
 
보론 권력 대 권리: 숨어버린 권리를 찾아서
부록 권리헌장
 


추천사
2018320일에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따르면 헌법 제11조가 모든 국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로 바뀐다. 이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 헌법전쟁을 보면 그 뜻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 책은 국민 외에도 외국인, 난민, 탈북자 등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의 권리 투쟁을 위한 헌법 이야기이다. 그래서 대단히 논쟁적인 책이다. 시종일관 권력 대 권리의 프레임으로 논의를 풀어간다. 국가 권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국가 권력에 의해 배제되거나 억압된 사람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반적인 주제는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사람들은 권리만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면 되지, 굳이 권력 을 만들어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이런 문제의식으로 인해 저자가 말하는 자유민주공화국이 과연 이러한 지배 없는 권리 중심의 국가형태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을 넘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권리 못지않게 권리를 실현하게 해줄 권력 개편도 개헌의 주요한 또 다른 초점이기 때문이다. 김성우(상지대 교수, 철학)
 
헌법 전쟁은 개헌론이 한창인 한국 사회에 개헌이란 무엇인가 또는 헌법이란 무엇인가의 화두를 던진다. ‘전쟁이란 말은 매우 공격적이다. 모든 사회는 이질적이고 대립적이고 그래서 생존을 걸 만큼 치열하다. 한국 사회도 , , , ……으로 이어지는 위계화와 함께 그 틈이 점점 벌어지는 양극화 경향이 강하다. 일방적 폭력의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의 복잡성과 원심력이 강한 시점에서 헌법은, 개헌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개헌이라는 한 방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 이런저런 단어와 문구로 헌법을 윤문하는 개헌이란 권력자들의 말놀음이다. 민중이 참여할 문도 열어 놓지 않았다. 헌법전쟁은 스무 가지 쟁점을 통해 전쟁터보다도 더 절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과 관점을 풀어낸다. 다른 나라 열 개 그리고 역사 속 한국의 세 개 헌법은 그것이 투영된 결과다. 헌법 전쟁이 던진 스무 가지 화두에 대한 답을 인민에게서 구하지 못한다면 개헌은 허상이다. ‘헌법 투쟁이 먼저다. 오동석(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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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논쟁적인 책이다. 시종일관 권력 대 권리의 프레임으로 논의를 풀어간다.
국가 권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국가 권력에 의해 배제되거나 억압된 사람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성우(교수/철학자)
 
헌법전쟁은 스무 가지 쟁점을 통해 전쟁터보다도 더 절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과 관점을 풀어낸다. 다른 나라 열 개 그리고 역사 속 한국의 세 개 헌법은 그것이 투영된 결과다. 헌법 전쟁이 던진 스무 가지 화두에 대한 답을 인민에게서 구하지 못한다면 개헌은 허상이다. ‘헌법 투쟁이 먼저다.
오동석(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간략 소개

권력 대 권리: 숨겨진 을의 권리를 찾아서

 헌법 전쟁에서 정치학자 김영수는 10개 나라의 헌법, 한국의 3개의 헌법과 함께 헌법 개정의 20가지 쟁점을 톺아보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개헌의 핵심은 권력 구조를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권리 헌장을 제정하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지금까지의 개헌이 권력 제도의 개편에 맞춰져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왔다면, 헌법의 최고 가치 즉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에 부합하는 실질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의 상당 부분이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국가 조직의 권력권한형태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과연 인민 주권이 실현된 헌법인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이번 헌법 개정에서 가장 쟁점적인 사항 20가지를 선별하였다. 그 기준은 저자의 자의적인 잣대에서 오는 게 아니다. 국회의 개헌특별위원회나 전문가들도 개헌의 쟁점들을 말하였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획위원회도 쟁점들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저자는 헌법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계관부터 바꾸어 버렸다. 권력을 정화시킬 수 있는 힘을 권리에서 찾고자 하였다. 헌법은 권력 구조가 아니라 권리 헌장이어야 한다는 헌법의 가치를 20여 가지의 쟁점과 함께 버무린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10개국의 헌법 조문을 독해하고 이를 정리하여, 쟁점 사례별로 한국의 3개의 헌법과 비교하였다. 이러한 교차 비교는 국회개헌특위의 기초 활동과도 맥이 서로 통한다.
저자는 정치학자이다. 그럼에도 헌법을 논의하는 것은 헌법이 헌법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헌법은 정치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그 첫째 이유이다. , 그동안 헌법을 전공하고 연구한 법학자 중에는 헌법을 권력 구조 중심으로 사고해 왔다는 점이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는, 오로지 헌법의 조문을 중심으로 이해하면서 전투하고 있으며, 조문들을 법리적인 해석이 아니라 권리의 눈으로 바라본다. 학문적인 통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저자는, 세계 헌법들은 각 나라별 특성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고, 헌법이 아닌 법률과 동시에 보아야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지적과 비판을 미리 겸허하게 수용한다.


■ 출판사 서평

  

헌법의 주인은 누구인가, 한국 사회에 개헌이란 무엇인가!


헌법에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규정이 있다. 이 단순한 규정은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읽힌다. 그 전환기는 세월호 참사와 촛불 항쟁이 마련했다. 촛불 항쟁이 아니었으면 헌법 제1조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익히 알려진 쟁점을 새롭게 해석하고 숨어 있던 쟁점을 새롭게 찾아내, 헌법을 다시 보게 해줄 것이다. 저자는 세계 10개 국가의 헌법과 한국의 3개 헌법이 벌이는 전투에 독자들에게 참여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스, 남아공, 독일, 미국, 베네수엘라, 스페인, 일본, 중국, 프랑스, 필리핀의 헌법과 한국의 제헌헌법, 유신헌법, 1987년 개정헌법을 동시에 보고 판단한다면, 헌법을 보고 자신의 권리를 새롭게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저자는, 근대 헌법의 근원적 가치를 부활시켜 권리가 주인으로 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헌법의 쟁점 속에서 권리를 드러내는 지침서가 있어야 하며, 헌법을 새롭게 여행하게 할 가이드와 안내 책자가 있다면,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헌법의 쟁점들을 세계 헌법과 비교하고 이해하면서 품격을 갖춘 헌법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헌법 전쟁이 바라는 주권자의 격이다.


헌법의 프레임을 바꾸는 전투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헌법 전쟁을 규정한 이유를 밝힌다. 먼저, 헌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이 나라의 기본을 새롭게 정비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나라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헌을 시도하는 것도 ‘촛불 혁명’의 가치와 정신을 헌법 속에 녹아들게 하려는 정치적 전쟁의 선포이다. 전면적인 헌법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헌법 전쟁은 정치 세력이나 권력 간 전투로 제한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과 국민의 ‘권리’는 그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개헌을 위한 전투에 ‘국민’과 ‘권리’를 참여시킨다. 국회의 개헌특위나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가 마련한 헌법의 쟁점과 개헌안을 마련하고, 그것에 대한 선호만 표시하라는 권력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저자는, 헌법 전쟁에 참여하는 다양한 세계 헌법을 통해 주권자들의 권리와 국가의 권력이 그 모습을 드러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 헌법과 세계 헌법을 동시에 바라보게 한다. 권력이 제공하는 쟁점과 개헌안이 아니라, 주권자의 권리가 만들어 내는 쟁점이자 그러한 쟁점들과 관련된 세계 헌법의 조문들을 통해서이다.

주요 쟁점 1: 주권자는 누구인가

한 나라의 주권자는 꼭 ‘국민’이어야만 하는 것인가? 이 책은 그 해답을 풀어준다. 세계 주요 국가의 헌법이 주권의 주체를 어떻게 호명하고 있는가가 그 실마리다. 외국어로 표기된 인민(Popular, the People, Das Volk, el Pueblo, au Peuple)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또 다른 논란일 수 있고, 내국인이 보는 것과 외국인이 보는 차이도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국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권력을 만드는 선거에 모든 국민이 아닌 유권자들만 참여하는 것이고, 권리의 내용에 따라 국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계 헌법은 주권의 주체를 ‘인민’으로 바라보고 있다.
권리의 내용에 따라 권리의 주체가 다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권리의 주체는 국민이지만, 또 다른 권리의 주체는 사람이고 자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헌법에 권리의 주체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람, 공민, 인간, 국민, 시민, 민족 등이다. 한 나라에 국민 말고도 이주 노동자, 관광객, 유학생 등 외국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헌법은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리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주요 쟁점 2: 제왕적 대통령제란 무엇일까?

개헌 전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에서 발원되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통령제는 아주 간단하다.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국민을 위해 일 잘하면 그만이고, 한 나라의 최고인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최고의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제도이다.’ 대통령이 나랏일에 대한 권한을 대부분 다 가진다. 법률안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입법부의 권한, 사법부에 대해 인사 권한, 기타 권력 기관의 인사 권한 등은 권력 분립이 아닌 권력 독점의 현상이다.
독재자들이 권한을 독점하는 형태라고 할 때, 각종 권한을 독점한 대통령제는 독재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사람들 생각은 다르다. 대통령은 한마디로 왕의 재탄생이고, 보통 사람들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가 권력으로 명령할 수 있다는 의식이 지배한다. 대통령에 대한 제왕적 상징 의식을 당연시 한다.
대통령이 없는 나라가 없다. 대통령제가 아니면 군주나 천황이 있고, 의원내각제를 하면서도 대통령이 있다. 세계 헌법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요소가 결합되는 혼합형 권력 구조가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런데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아니면 이원집정부제든, 카르텔 구조 속에서 권력이 작동한다면, 또는 권력에 보장되는 각종의 특권들이 그러한 카르텔을 구축하는 힘으로 작용한다면, ‘민’의 권리가 앉아야 할 자리에 관료와 권력 엘리트가 대신하는 권력의 시대가 지속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권력자의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만이 난무하는 ‘과두제의 철칙’을 ‘민’의 권리가 권력을 관리하고 제한할 수 있는 ‘권리 지배의 철칙’으로 바꾸는 권리의 시대를 꿈꾼다.

주요 쟁점 3: 권력을 어떻게 견제한다는 것인가?

어떤 나라든 권력 기구의 핵심인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권력을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 기관들은 권력 분립의 원칙에 따라 서로 견제하면서 권력의 균형을 이루어낸다고 한다.
권력은 그저 권력일 뿐인데, 권력끼리 무엇을 견제한다는 것인지? 저자는 이 고민을 풀어낸다.
세계 헌법은 각 국가의 특성에 맞게 많은 권력 기관에게 헌법 권력을 보장하고 있다. 법률이나 법령의 수준에서 보장해도 될 만한 기관들이 헌법 기관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만든 특별위원회 수준의 기관들이 헌법 기관으로 보장되기도 한다. 남아공 헌법에는 ‘민’의 권리를 위한 기구들이 많다. 전국주(州)협의회(60-72조), 갈등조정위원회(78조), 인민보호자(182-183조), 남아공인권위원회(184조), 문화·종교·언어공동체 권리보호 및 권리촉진 위원회(185-186조), 성평등위원회(187조), 감사관(188-189조), 선거위원회(190-191조)가 헌법 기관의 권력을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한국 헌법은 어떤 기관들에게 헌법의 권력을 부여했을까? 주권자의 권리를 위한 기관인지, 아니면 권력을 위한 기관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한국 헌법의 민낯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헌법 기관은 헌법재판소이다.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민’의 촛불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을 강제하고 난 이후,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결정을 인용해서 촛불혁명이 성공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처럼 권력을 심판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권력을 심판하는가? 또 권력 재판을 정의롭게 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는 것인가? 헌법 전쟁은 이 두 가지의 쟁점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인사권으로 해소하고 있다. 세계 헌법은 그 인사권을 의회가 주로 행사하는데, 과연 한국은 어떻게 되는가?

주요 쟁점 4: 공공의 주인이라는 허구--세금은 권리이자 의무

저자는 공공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한다. 국가와 ‘민’이 등치되지 않는 한, 국가와 ‘민’은 항상 그 주인의 자리를 놓고서 서로 싸워 왔다. 국가가 ‘공공’을 독점한 상태에서 그 힘으로 ‘민’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민’이 공공의 주인이 아니라면,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허구일까? 저자는 이런 허상의 미로에서 벗어나려 한다. 물론 세계 헌법도 대부분 ‘민’을 권력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보호하려 한다. ‘민’을 보호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남아공과 프랑스는 헌법의 내용이 아닌 「권리장전」이나 「인권선언」의 규정들에 대해 헌법 권력을 부여한다.
사람들은 권리만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면 되지, 굳이 권력을 만들어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헌법 전쟁은 그 이유를 풀어내고 있다. 인간이 너무 허약해서 권력을 추구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권력의 힘은 공공 재정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민’을 지배하는 수단이자 대외적인 국가 관계의 우위를 점하는 증표이다. 세계 헌법들이 세금을 ‘민’의 의무로 규정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세금이 왜 권리로 인정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국회가 민의 권리를 대신한다는 관점을 전복한다는 전제에서, 민이 직접 세금을 거두는 방식이나 그 양을 결정하고, 그렇게 만든 공공 재정의 쓰임새까지 권리임을 헌법이 보장하면 되지 않을까.
헌법은 공공 재정의 역할을 ‘인간다운 생활, 사회보장의 추진,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초 생활의 보장, 노동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복지’ 등으로 선언하고 있다. 헌법은 세금이 권리이어야 할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색안경을 쓰고서 사회보장 정책을 바라보는 것일까.
‘민’ 스스로도 세금을 의무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세금은 의무이면서 동시에 권리’라는 생각의 전환만 이루어진다면,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는가 여부에 관심도 많아질 것이고, 일상에서 굳이 기부하지 않고 살아도 떳떳한 마음이 유지되지 않을까?

주요 쟁점 5: 정당은 누구를 대표하는가?

대의 제도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그 정당성을 갖는다. 그런데 대의 제도는 권리를 위임받고 난 이후에 권력으로 돌변하여 권리를 지배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우리 모두 권리를 위임받는 권력자들을 탓하면서도 왜 대의 제도라는 권력 시스템을 문제 삼지 않는가? 세계 헌법은 대의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비례대표 제도조차 비례주의의 원칙과 가치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헌법 전쟁은 그러한 현상과 원인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해소하지 못한 궁금증이 있다. 정당이 왜 국고보조금을 받아야 하는가?
세계 헌법에도 정당을 보조하는 규정들이 있다. 물론 정당은 절대군주제의 신분적·전통적 질서에서 해방된 개인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함께 활동하는 정치 조직이고, 공공적 활동을 한다는 이유가 제시될 수 있다. 그런데 자유로운 개인들의 정치 조직이라고 한다면, 정당 활동의 재정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 아닐까.
한국의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는 1980년 12월 당시, 12·12 쿠데타 세력들이 국회를 해산시키고 법률 개정의 권한조차 없는 상태에서 만들었다. 위헌 상태에서 도입한 제도가 지금은 모든 정당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합헌적 제도로 남아 있다. 헌법은 정당에게 그 권력을 보장하고 있다.

권력 대 권리 : 숨어버린 권리를 찾아서

저자는 권리의 힘을 강조한다. 특히, 이번 헌법 개정을 갑의 권력 대 을의 권리의 투쟁으로 바라본다. 87년 체제의 핵심 코드를 개념화할 때, ‘권력과 권리의 잣대’로 디밀어 보면, 그 열쇳말은 ‘민의 권리’가 될 것이다. 결국 87년 체제를 벗어나거나 넘어서는 것은, ‘권리의 실체 드러내기’이며, 형식화된 권리를 실질적인 권리로, 의존적인 권리를 주체적인 권리로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권리의 힘은 무엇일까, 상상해 본다. 첫째, ‘권리’란 사람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릴 수 있는 힘이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주어지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천부인권적 권리를 의미한다. 둘째, ‘권리’란 공공의 권력 체계를 만들 수 있는 힘이다. 셋째, ‘권리’란 ‘권력’에게 공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힘이다.
마하트마 간디(M. Gandhi)가 권리를 사랑한 방식은 권리가 권력을 실제로 지배하는 것이었다. 간디가 제안한 인도의 평화헌법(안)에 그 가치가 들어 있다. 물론 이 헌법(안)이 인도의 헌법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간디는 권리를 마을 공동체에서 실현하려 하였다. 간디는 주권재민의 권리를 마을에서 찾았다. “주류 국가들의 주권재민은 실제로는 어쩌다 행사하는 선거 참여의 권리 외에 구체적인 의미가 없다. 주권재민은 인민이라는 막연한 존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확실한 조직인 마을에 두었다. 주권재민은 국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신화가 아니라 정치사회의 구조에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원리이다. 인도의 70만 개의 마을이 각기 독립공화국으로 되어야 하고, 그 상위에 전국을 연결하는 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주권재민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헌법의 시스템으로 들어가 버린 인민의 권리는 위임과 동시에 의회 주권으로 변해 버렸다. 정당 대의제가 그 힘을 대신한다. 주권자들이 선거할 기간에만 자유롭지, 선출하고 난 이후에 곧바로 그들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루소(J. Rousseau)의 격언에 비추어 본다면, 의회나 의회주의로 말미암아, 자유의 이념이 현실적·본질적으로 침해당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결국 헌법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헌법은 근대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게 한 ‘민’이 주인이라고 한다. 그 근거도 헌법에서 제시한다. 세계 모든 헌법이 “국가의 모든 권력이 ‘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이 의미하는 것처럼, 주권이 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실현이다. ‘민’의 권리 체제는 ‘권력을 국민에게, 권리를 권력으로’ 체계화하는 것이다. 무수한 권한들이 ‘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그러한 권한들을 모으고 모아서 권력으로 전화되는 원리가 실현될 때, 권력의 실제 주인이 ‘민’이고, ‘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는 헌법의 원리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가 민에게 ‘삶의 자존감’을 부여하는 현상이다. 복잡할 것 같지만 아주 단순하다. 사회 체제를 지배하는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권력을 실제로 통제하고, 정치 세력이나 관료들이 보유하고 있는 권한을 국민이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민’의 권리가 국가의 권력으로 융합되는 상상의 세상이다. 한국 유토피언의 권리 자치 세상은 허상이 아니다. 꿈과 희망으로 다가가는 실체적 상상이다. 헌법의 자리에 권리헌장이 들어앉는 세상, 권력이 일반 법률의 자리로 찾아가는 세상. 헌법 전쟁이 원하는 최고의 목표이다. 이 목표는 인간 해방을 선언하고 자유롭고 해방된 세상의 출현을 실제로 보장하는 헌법의 품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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