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혁명법

 

펠릭스 가타리의 분자혁명을 읽는 14가지 방법

 

 

 

신승철 지음46818,000신국판무선

 

2019525ISBN 979-11-89333-16-4 (03100)

 

 

분야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간략 소개

 

 

펠릭스 가타리가 제시한 14개 아포리즘에 대한 화답,

 

소수자운동, 대안운동, 생태운동이 나아가야 할 책략서

 


어떻게 책략에서 앞설 것인가?

 

 

펠릭스 가타리의 분자혁명에는 가타리 자신이 제시한 분자혁명의 14가지 실천강령이 수록돼 있다.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펠릭스 가타리라는 철학자, 그리고 까다로운 그의 저작 분자혁명을 이해하는 핵심이 이 14가지 강령에 담긴 것이다.

 

공동체와 생태민주주의, 구성주의 담론을 사유해 온 철학자 신승철의 기획은, 14가지 프리즘으로 펠릭스 가타리의 사상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가타리의 행동강령이 던져주는 메시지들은 한 사람의 분자혁명에서 모두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미래진행형의 사유를 펼쳐가자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기표를 부숴라.”_펠릭스 가타리

  

모두의 혁명법은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저작인 분자혁명(La Rèvolution Molèculaire)(1980)에 수록된 14개의 강령에 대한 저자의 화답과 해설을 담고 있다. 저자 신승철은 가타리가 제시한 14개 아포리즘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분자혁명이 소수자운동, 대안운동, 생태운동이 나아가야 할 책략임을 밝힌다.

 

분자혁명이 출간된 1980년이라는 시점은 1968년 혁명의 탈주의 흐름이 제도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 1981년 미테랑 사회당 정부가 수립되기 직전 무수히 많은 소집단과 공동체의 활성화가 이루어졌던 시점이었다고도 한다. 마치 한국 사회에서 촛불집회와 탄핵, 문재인 정부 수립, 생태계 위기와 기후변화 시대의 개막, 탈성장 담론의 등장 등을 경유하면서, 진보세력과 대안운동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부심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도 오버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그 과도기와 이행기에 가타리는 강령이라는 색다른 아포리즘을 제시하였고, 그 미지의 문자에 아로새겨진 무의식의 행렬을 탐색하는 것이 2019년 이 책의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분자혁명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색다른 주체성이 등장하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혁명이다. 펠릭스 가타리의 분자혁명에서의 14개의 강령은 소수자들이 어떻게 사랑과 욕망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한다.”_저자

 

 이 책 모두의 혁명법의 각 장은 펠릭스 가타리의 강령의 문제제기들로서, 이는 마치 간화선(看話禪)의 화두와도 같이 우리를 당황시킬 특이한 문제제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타리의 강령에는 분자적인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예술, 과학, 혁명을 촉발하고 생산하는 욕망을 탐색하고 있다. 여기서 욕망은 생명에너지이자 활력이며, 지배 질서와 문명의 잉여성과 기표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해독제이다. 그래서 “[강령 2] 욕망을 하부구조 쪽으로 보내고 가족, , 그리고 사람을 반생산 쪽으로 보내라.”라고 말하면서 철저히 분열적인 흐름으로서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가족무의식과 같은 신경증적 포획을 벗어나기 위한 책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이 만들 놀랄 만한 변화의 가능성, 즉 분자혁명, 즉 모두의 혁명을 촉진시키기 위함이다.

 

그 욕망은 개인적인 욕망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복수적인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집합적 배치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강령 6] 현실적인 복수성 쪽으로 미끄러져 가라.”, “[강령 11] 자신만이나 개인적으로탈주하지 말고 사람들이 도관을 뚫고 종기를 제거하듯이 탈주하라.”라고 거침없이 집합적 배치를 탈주에 연루시키고 흐름의 해방으로 향하게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68혁명의 현기증 나는 무수한 소집단과 공동체운동, 생태주의 등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타리는 그의 강령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과 삶, 욕망을 따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보자고 거침없이 제안한다. 그리고 아포리즘과 같은 화두는 집합적 두뇌를 가진 기계-인간의 네트워크를 예감하듯 전대미문의 문제제기의 폭발 시기를 미리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지금 이 탈성장 시대의 개막이 바로 네트워크상의 분자혁명 즉, 모두의 혁명의 격발에 있음을 직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모두의 혁명법을 통해 미래진행형적인 사유로서의 가타리가 남긴 14가지의 강령의 윤곽을 잡으면서, 그가 생각한 분자혁명, 네트워크 혁명, 모두의 혁명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책의 구성 및 내용

 

 

피에르 펠릭스 가타리(Pierre-Félix Guattari)1930430일 파리 북서부의 노동자계급 지역이자 파리 코뮌이 일어났던 비예뇌브--샤블롱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르본대학에서 학사학위조차 포기하고 정신분석학적 작업에 매진하였으며, 이미 15살 때부터 정신과 의사인 장 우리와 함께 보르드 정신병원의 설립을 도왔다. 그가 아카데미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계기를 살펴보면, 제도분석에서 기계 개념과 배치 개념으로 이행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형이상학, 책임주체, 의미화, 기표, 구조 등의 지적 구조물로 이루어진 아카데미가 실천적 자율성의 입장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등가교환을 가능케 할 고정관념의 교두보라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완전한 절단을 수행한다. 특히 그의 강령에서는 기존 아카데미의 폐쇄되고 코드화되며 닫힌 기계학을 넘어서 열리고 자기생산하는 기계네트워크에 대한 사상을 욕망과 기계의 관계를 통해서 다루고 있다.

 

가타리는 1953년 이후 장 우리가 주도하여 설립한 보르드 병원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였다. 또한 라캉이 주도한 격월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라캉이 갖고 있는 무의식과 욕망에 대한 태도에 문제제기를 하고 뛰쳐나왔다. 라캉에 따르면 구조는 어쩔 수 없이 개인의 무의식을 장악하고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면 심각한 분열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언표 주체(말 속의 나)와 언표행위 주체(말하는 나)의 분열 때문에 안정감을 찾기 위해서는 불변항의 구조에 의존해야 한다는 레퍼토리가 그것이다. 라캉은 상상계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분열되고 흔들리는 주체성이 결국 상징계라는 불변항의 구조에 의해서 장악되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가타리는 이와 달리 구조를 바꾸려는 좌파 기획이 아니라, 관계망이 발생시키는 자기생산적인 조직 양식인 기계가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가타리의 14가지 강령은 이러한 이행의 과정에서의 단상을 유감없이 담고 있다.

 

 

하라! 하라! 

 

펠릭스 가타리는 장 우리로부터 심리치료사 수련을 받으면서, 배치에 대한 기본적인 구도에 영감을 얻었다. 가타리 자신이 청년 시절 동안 혼란스럽고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악몽을 꾸고 장 우리를 찾아갔다. 꿈 내용을 한 시간 동안 찬찬히 듣던 장 우리는 어느 쪽으로 돌아누워 자지?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 그럼 될 거야?”라는 꿈 내용과 무관한 꿈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를 사소한 것으로 보지 않았던 가타리는 이후에 배치(agencement)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다. , 언표행위 주체와 언표 주체의 분열을 끝장낼 언표행위의 집단적 배치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가타리의 사상은 가족성좌를 불변항의 구조로 보지 않고 유한하고 망가질 수 있고 찢어질 수 있는 배치로 보면서 배치에 대한 재배치의 미시정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후 1968년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가타리는 지인들의 소개로 들뢰즈를 만나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30년 동안 철학사만 파오던 들뢰즈에게 가타리와의 만남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색다른 사유의 계기가 된다. 다양한 활동을 해온 가타리의 사상적인 구도를 귀담아 듣고 들뢰즈는 공동 저작인 안티 오이디푸스라는 책으로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책, 안티 오이디푸스는 프로이트-라캉에 이르는 노선에 반대해서 스피노자-라이히에 이르는 노선을 계승한 저작으로 평가된다. 펠릭스 가타리의 강령은 가타리의 독자적인 이론적 위치를 잘 드러내 보인다. 가타리가 들뢰즈의 부속물로 간주되는 이유는 들뢰즈가 학문적 아카데미즘에 더 적합한 인물이며, 가타리가 지식인이라기보다는 제도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혁명적 실천가로 간주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혁명적인 그의 사상을 잘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강령의 내용이다.

 

 

가족주의 전망을 넘어선 복수의 욕망으로

  

강령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가타리는 욕망의 야성성이 바로 자율성이라는 생각을 가진 욕망의 자율주의로 분류될 수 있다. 그는 광기해방운동이 욕망의 야성성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며, 색다른 생각과 색다른 삶의 방식을 추방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문명이 광기에 대한 목록을 세분화하고 배제하여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가족주의 전망을 전혀 갖지 않는 청년일 수도 있지만, 정신분석은 이를 가족으로 환원하려 들 것이다. 가타리는 반정신의학을 개괄하고 기호론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의 고정관념과 고정된 격자기표로 욕망을 사로잡는 모든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등가교환을 위해서 공동체로부터 낯선 타자를 만들었고, 이에 대해서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기표적 질서를 통해서 이러한 문명의 정상영업 상태의 삶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심리학, 정신분석학, 정신의학은 함께 공모한다. 결국 대중의 욕망의 야성성은 기호-흐름이라고 일컬어지는 냄새, 음악, 색채, 몸짓 등 지극히 동물적인 기호인 비기표적 기호작용에 접속하여 고정관념에 맞서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가타리는 분자혁명의 강령에서 언급하고 있다.

 

강령 이후 저작에서 가타리는 기표에 맞선 도표를 주장하는데, 기표가 자본주의의 고정관념이라면 도표는 고도로 조직되어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기호작동을 의미한다. 기표화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기호를 순환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가타리의 모색이 이 강령에 숨어 있는데, 아직까지 도표라는 개념으로 전진하지 못한 상황을 드러내 보인다. 1992829일 보르드 병원에서의 가타리의 죽음은 바로 강령의 기획이 끝나는 지점이었지만, 사실은 강령의 기획을 자신의 마음속 도표작용으로 갖고 있었던 가타리의 미완의 기획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가타리의 강령을 통해서 고도로 자유로우면서 고도로 조직되었던 혁명가 가타리의 마음속 기호작용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영원한 미래진행형적인 사유로서의 강령을 남겼던 것이다.

 

 

저자 신승철

 

동국대학교에서 가타리의 분열분석과 미시정치(2010)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래동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면서 공동체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 등을 친구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세 가지 생태학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줄곧 생태철학을 연구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생태적지혜연구소(ecosophialab.com)>를 만들어서 기후변화와 생명 위기 시대를 극복하고 전환사회를 만드는 지혜를 탐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누가 방안의 코끼리를 꺼낼까?(2019),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2019), 탄소자본주의(2018),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201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2014년 환경정의 올해의 환경책), 욕망자본론(2014),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2013), 식탁 위의 철학(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추천도서), 눈물 닦고 스피노자(2012년 간행물위원회 선정도서) 등이 있다.

 

 

서점에서 책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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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가타리는 파리 북서부의 노동자계급 지역이자 파리 코뮌이 일어났던 비예뇌브-레-샤블롱에서 태어났으며, 장 우리와 함께 보르드 병원의 심리치료사로 젊은 시절부터 활동해 왔다. 가타리는 68혁명의 도화선이 된 3·22 운동을 주도했으며, 68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들뢰즈를 만나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개의 고원』 등의 저작을 썼다. 68혁명 이후 <제도교육조사연구센터>와 《르세르슈》라는 잡지를 중심으로 대안정신의학, 여성운동, 동성애운동, 감옥정보운동 등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의 결과물이 『분자혁명(La Rèvolution Molèculaire』으로 발간된다.

분자혁명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색다른 주체성이 등장하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혁명이다. 『분자혁명』에서의 14개의 강령은 소수자들이 어떻게 사랑과 욕망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지도 제작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책 『모두의 혁명법』은 가타리의 14개 강령의 전모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주해서이다.



다음은 『분자혁명』에 수록된 펠릭스 가타리의 14개의 강령이다.

강령 1 욕망을 조만간 사라질 주체적 상부구조로 생각하지 마라.

강령 2 욕망을 하부구조 쪽으로 보내고 가족, 나, 그리고 사람을 반생산 쪽으로 보내라.

강령 3 신경증과 가족에 의한 무의식 접근법을 포기하고, 가장 특정한 분열적 과정의 무의식을 욕망하는 기계의 무의식을 택하라.

강령 4 독재 전체가 지닌 상징적인 완전한 대상에 대한 강제 차압을 단념하라.

강령 5 기표를 부숴라.

강령 6 현실적인 복수성 쪽으로 미끄러져 가라.

강령 7 인간과 기계 모두를 쫓아내는 것을 멈춰라,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욕망 그 자체를 구성한다.

강령 8 색다른 논리, 즉 현실적 욕망의 논리를 촉진시키고, 구조에 대한 역사의 우선성을 정립하라. 상징주의와 해석에서 벗어난 색다른 분석을 촉진시키고, 지배 질서의 의미작용의 전투주의를 해방할 수단을 제공하는 색다른 전투주의를 촉진시켜라.

강령 9 언표행위의 주체와 언표 주체 사이의 단절을 초월하는 언표행위의 집합적 배치를 인식하라.

강령 10 권력의 파시즘에 대해, 욕망으로, 욕망 기계로, 그리고 무의식적 사회적 장의 조직으로 인도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탈주선을 대립시켜라.

강령 11 자신만이나 ‘개인적으로’ 탈주하지 말고 사람들이 도관을 뚫고 종기를 제거하듯이 탈주하라.

강령 12 흐름을 가로막고 수로화하려는 사회적 코드들 아래로 흐름을 통과시켜라.

강령 13 국부적이고 미세한 욕망의 입장에서 출발하여 점차 자본주의 체계 전체를 문제 삼아라.

강령 14 흐름을 해방시켜라, 책략에서 항상 앞서가라.

출처: 펠릭스 가타리, 『분자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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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은의 세 번째 소설 비밀 경기자<이치은 컬렉션>으로 재출간되었다. 단편들의 모음이자 연작소설로써, 환상, 추리, SF적 상상력을 통한 문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밀 경기자는 인류가 꾸는 에 관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인류는 모두 똑같은 꿈을 꾼다라는 도발적 명제와, ‘남의 꿈에 몰래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전복된 사유와, ‘꿈의 도서관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SF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이 짧은 글들의 모임이, 그저 단지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위한 그냥 레고 블록의 낱낱의 부품만은 아니라는 것, 해서, 그저 처음에는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나중에 커다란 이야기로 연결될지 그런 고민 없이 단편이 주는 재미에 집중해 주시고, 나중에 연결되기 시작할 때는 차분히 작가의 어설픈 마술을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치은(작가)
꿈으로만 직조된 미궁 같은 환상소설
환상, 추리, SF, 바이오컴퓨팅 비즈니스로 빚어낸 거대한 꿈의 만다라
《비밀 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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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은의 유 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가 산뜻한 장정과 새 판형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 롤플레잉게임, 온갖 공문서 양식으로 채워진 보고서 등 다양한 기법으로 소설의 장을 꾸며, 기존 소설 형식을 대담하게 파괴하고 새로운 소설 형식을 선보인다. 한 챕터가 끝나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 시점과 화자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치은 소설 작품들은 대체로 문학적 알레고리가 것으로 이름나지만, 이 작품만은 유독 소재-모티프 그 자체에 착목한 소설이다. 다시 말해, ‘유 대리가 어디에서, 어디로, 어떻게, 왜 사라졌는가?’를 다양한 글쓰기 형식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물론, 개인 정체성에 대한 물음, 견고한 커넥션-국가에 대한 속절없는 한 개인의 저항이 담겨 있기도 하다.


“각각의 장에서 어떤 형식적인 실험을 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어떤 구체적인
문법-표현-장치들을 통해 표현되었는지,
그리고 다른 형식들에 의해 나누어진 다른 장들에서
이야기들이 어떻게 분절되고-이어지고-말소되고-재생되는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면
조금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치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1인칭 총격 게임,
르포르타주 등으로 직조된 다양한 장르의 조각
전위적 실험 작가, 이치은의
《유 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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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은 장편소설, <마루가 꺼진 은신처> 발문


발문
매력적인 악몽의 세계


강영규(출판편집인)





한 번쯤 그런 적이 있지 않나. 분명 악몽인데 꿈속 이야기가 흥미로워 깨어나고 싶지 않았던 적이. 혹은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가도 중단된 이야기가 궁금해 다시 잠을 청했던 적이. 이치은의 소설을 내 식대로 말하자면 이런 매력적인 악몽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그는 꿈을 테마로 삼거나 주요 소재나 장치로 활용하는 작품을 여럿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악몽이고 무엇이 매력적인가? 그것에 답하려면 우선 꿈 이야기에서 시작해야 하겠다.
꿈이란 그 자체로 독특한 생리 현상이자 정신 활동이다. 이성과 합리의 일과를 마치고 몸과 머리가 완전히 휴식에 들어가면 비로소 시작되는 꿈에서는 그 몸과 마음의 주인이 평소의 의식 상태라면 떠올리지 못했을 이야기가 풀려져 나온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누구인가? 오랫동안 몸과 마음의 밖에 있는 초월적 존재를 상정했던 우리는 20세기가 되어서야 이 질문에 무의식이라는 답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꿈을 통해서 현실에서 억압된 여러 욕구가 가상적으로나마 해소되어 우리를 다시 정상의 삶으로 돌려보낸다는 설명도 듣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답은 우리의 궁금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어쩌면 인류에게 픽션(fiction)이란 일회성의 꿈을 보존하여 의식 상태에서도 경험하기 위해 만들어낸 발명품일지도 모른다. 물론 꿈꾸기와 소설 읽기는 사뭇 다른 행위다. 전자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과 마음이 수동적인 상태에서 경험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두뇌가 각성된 상태에서 여러 인식 기능이 결합되어 벌어지는 능동적인 의식 활동이다. 이치은 소설의 매력은 두 극단의 차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 실제와 허구가 뒤섞이는 그의 이야기는 편집자에게 ‘리얼 판타지’라는 명칭을 만들어 붙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판타지가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있음직하게 그려내는 것이라면, 그 효능은 우리의 상상력을 강화하고 개연성의 굴레에서 풀려나게 함으로써 이성과 합리의 규칙을 의심케 하고 현실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 주는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확신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니까. 하지만 판타지가 그저 허황된 몽상에 불과하다면 혹은 말초적인 재미를 좇는 데 그친다면 이는 실패한 판타지가 된다. 대체로 외양상으로 기발한 설정과 묘한 인물을 내세우지만 그 이야기의 내부는 현실 세계의 고정관념을 답보하는 경우가 그렇다.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일급 킬러 ‘나’가 암살 의뢰를 수행하는 사흘간의 행적을 뼈대로, 그 수행 과정에 연루된 인물들의 짧은 사연을 모자이크식으로 엮은 이야기다. 이 인물들의 사연 속에서 또 다른 인물들이 꼬리를 물며 등장해 충돌하고 굴절하며 점점 이야기의 그물코가 촘촘해진다. 우리는 서사의 결말에서 매끈하게 짜인 그물의 완성을 보고 싶게 마련이고 그것이 미스터리 장르의 관습적 규칙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세 번의 변주와 다성음악적 구성을 통해 그물의 완성을 계속 늦춤으로써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
주인공 킬러를 포함해 수많은 조역들은 모두 비슷한 딜레마를 갖고 있다. 1) 누군가로부터 수수께끼 같은 일을 제안받는다, 2) 그 대가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요긴한 물질적 보상이다, 3)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사태는 뜻하지 않게 흘러간다. 여기서 실제의 우리 삶이 이 같은 우연과 필연, 선택과 강제, 의심과 맹목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음을 연상하는 것이 아주 엉뚱하지는 않겠다. 이 소설이 이야기의 완성을 ‘목격’하려 달려나가는 우리의 욕망을 잡아끌어 다른 방향으로 ‘사유’하게 만드는 예술적 힘이 여기에 있다.
그 힘은 많은 부분 정교한 구성에서 연유한 것 같다. 앞서 다성음악이라는 비유를 썼지만 주제의 제시와 전개(‘소멸’), 이어지는 변주(‘시도’)와 종결(‘은신처’)은 소나타나 카논이라는 악곡 형식을 떠올리게 한다. 내친 김에 이 소설의 제목이 어어부프로젝트 사운드 2집 『개, 럭키스타』의 열다섯 번째 트랙에서 왔음을 기억해 보자. 지금 다시 꺼내 들어도 감탄할 만한 실험성으로 무장한 이 앨범의 발매와 이치은의 데뷔 연도가 겹치는 것도 독자/청자로서는 재미난 우연이다.
그 20년간 작가의 주된 관심이 꿈과 기억, 언어의 영역을 오가며 경계를 넓혀갔지만 ‘이치은 시그내처’라고 할 만한 독특한 문체가 일관되었음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대체로 서사의 전개에 필수적인 진술 외에 부가적인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그의 문장은 묘한 리듬감과 군데군데 삽입한 잠언 투로 마치 산문시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의 질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어느 순간 이야기가 현실의 맥락을 떠나 환상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그 결과 네덜란드 화가 에셔(M.C. Escher)의 회화처럼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장면을 보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잘 알려진 ‘그리는 손’이나 ‘상승과 하강’ ‘위와 아래’ 같은 에셔의 그림은 언뜻 보면 정상적인 이미지가 곰곰이 뜯어보면 상식에 위배되는 것임을 드러낸다. 이는 상식에 기반한 우리의 관념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반어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나아가 상식/비상식, 정상/비정상이 대립 관계가 아닌 상보 관계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마루가 꺼진 은신처』에서도 각각의 인물이 처한 기묘한 상황은 현실 맥락에서 그들의 절박한 사연과 더불어 환상 차원에서 전개되는 고투와 절망적 결말이 이어지면서 개연성을 뛰어넘는 한층 깊은 이해와 공감으로 다가간다. 물론 이때의 이해와 공감은 지금까지 우리가 체험했던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치은 소설에서 환상이라는 장치가 그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 또 다른 예술적 힘을 가지는 이유다.
1998년 장편소설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로 혜성같이 등장한 이래(이 작품은 스물여덟 살의 작가에게 ‘오늘의 작가상’을 안겼다) 세간에 좀처럼 모습이 비치지 않았던 그는 지금까지 총 다섯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을 냈다. 여기에 신작과 미공개 장편까지 묶여 데뷔 20주년 기념 ‘이치은 컬렉션’으로 우리 앞에 그 전모를 드러낸다고 한다. 그렇게 20년 전 우리를 찾아온 혜성은 거대한 타원형 궤도를 따라 조용히 그러나 맹렬히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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