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혁명법
펠릭스 가타리의 분자혁명을 읽는 14가지 방법
신승철 지음|468쪽|18,000원 |신국판|무선
2019년 5월 25일|ISBN 979-11-89333-16-4 (03100)
분야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 간략 소개
펠릭스 가타리가 제시한 14개 아포리즘에 대한 화답,
소수자운동, 대안운동, 생태운동이 나아가야 할 책략서
어떻게 책략에서 앞설 것인가?
펠릭스 가타리의 『분자혁명』에는 가타리 자신이 제시한 분자혁명의 14가지 실천강령이 수록돼 있다.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펠릭스 가타리라는 철학자, 그리고 까다로운 그의 저작 『분자혁명』을 이해하는 핵심이 이 14가지 강령에 담긴 것이다.
공동체와 생태민주주의, 구성주의 담론을 사유해 온 철학자 신승철의 기획은, 이 14가지 프리즘으로 펠릭스 가타리의 사상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가타리의 행동강령이 던져주는 메시지들은 한 사람의 분자혁명에서 모두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미래진행형의 사유를 펼쳐가자는 것이다.

■ 출판사 서평
“기표를 부숴라.”_펠릭스 가타리
『모두의 혁명법』은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저작인 『분자혁명(La Rèvolution Molèculaire)』(1980)에 수록된 14개의 강령에 대한 저자의 화답과 해설을 담고 있다. 저자 신승철은 가타리가 제시한 14개 아포리즘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분자혁명’이 소수자운동, 대안운동, 생태운동이 나아가야 할 책략임을 밝힌다.
『분자혁명』이 출간된 1980년이라는 시점은 1968년 혁명의 탈주의 흐름이 제도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또, 1981년 미테랑 사회당 정부가 수립되기 직전 무수히 많은 소집단과 공동체의 활성화가 이루어졌던 시점이었다고도 한다. 마치 한국 사회에서 촛불집회와 탄핵, 문재인 정부 수립, 생태계 위기와 기후변화 시대의 개막, 탈성장 담론의 등장 등을 경유하면서, 진보세력과 대안운동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부심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도 오버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그 과도기와 이행기에 가타리는 강령이라는 색다른 아포리즘을 제시하였고, 그 미지의 문자에 아로새겨진 무의식의 행렬을 탐색하는 것이 2019년 이 책의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분자혁명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색다른 주체성이 등장하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혁명이다. 펠릭스 가타리의 『분자혁명』에서의 14개의 강령은 소수자들이 어떻게 사랑과 욕망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한다.”_저자
이 책 『모두의 혁명법』의 각 장은 펠릭스 가타리의 강령의 문제제기들로서, 이는 마치 간화선(看話禪)의 화두와도 같이 우리를 당황시킬 특이한 문제제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타리의 강령에는 분자적인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예술, 과학, 혁명을 촉발하고 생산하는 욕망을 탐색하고 있다. 여기서 욕망은 생명에너지이자 활력이며, 지배 질서와 문명의 잉여성과 기표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해독제이다. 그래서 “[강령 2] 욕망을 하부구조 쪽으로 보내고 가족, 나, 그리고 사람을 반생산 쪽으로 보내라.”라고 말하면서 철저히 분열적인 흐름으로서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가족무의식과 같은 신경증적 포획을 벗어나기 위한 책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이 만들 놀랄 만한 변화의 가능성, 즉 분자혁명, 즉 모두의 혁명을 촉진시키기 위함이다.
그 욕망은 개인적인 욕망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복수적인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집합적 배치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강령 6] 현실적인 복수성 쪽으로 미끄러져 가라.”, “[강령 11] 자신만이나 ‘개인적으로’ 탈주하지 말고 사람들이 도관을 뚫고 종기를 제거하듯이 탈주하라.”라고 거침없이 집합적 배치를 탈주에 연루시키고 흐름의 해방으로 향하게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68혁명의 현기증 나는 무수한 소집단과 공동체운동, 생태주의 등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타리는 그의 강령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과 삶, 욕망을 따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보자고 거침없이 제안한다. 그리고 아포리즘과 같은 화두는 집합적 두뇌를 가진 기계-인간의 네트워크를 예감하듯 전대미문의 문제제기의 폭발 시기를 미리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지금 이 탈성장 시대의 개막이 바로 네트워크상의 분자혁명 즉, 모두의 혁명의 격발에 있음을 직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모두의 혁명법』을 통해 미래진행형적인 사유로서의 가타리가 남긴 14가지의 강령의 윤곽을 잡으면서, 그가 생각한 분자혁명, 네트워크 혁명, 모두의 혁명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책의 구성 및 내용
피에르 펠릭스 가타리(Pierre-Félix Guattari)는 1930년 4월 30일 파리 북서부의 노동자계급 지역이자 파리 코뮌이 일어났던 비예뇌브-레-샤블롱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르본대학에서 학사학위조차 포기하고 정신분석학적 작업에 매진하였으며, 이미 15살 때부터 정신과 의사인 장 우리와 함께 보르드 정신병원의 설립을 도왔다. 그가 아카데미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계기를 살펴보면, 제도분석에서 기계 개념과 배치 개념으로 이행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형이상학, 책임주체, 의미화, 기표, 구조 등의 지적 구조물로 이루어진 아카데미가 실천적 자율성의 입장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등가교환을 가능케 할 고정관념의 교두보라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완전한 절단을 수행한다. 특히 그의 강령에서는 기존 아카데미의 폐쇄되고 코드화되며 닫힌 기계학을 넘어서 열리고 자기생산하는 기계―네트워크―에 대한 사상을 욕망과 기계의 관계를 통해서 다루고 있다.
가타리는 1953년 이후 장 우리가 주도하여 설립한 보르드 병원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였다. 또한 라캉이 주도한 격월 세미나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라캉이 갖고 있는 무의식과 욕망에 대한 태도에 문제제기를 하고 뛰쳐나왔다. 라캉에 따르면 구조는 어쩔 수 없이 개인의 무의식을 장악하고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면 심각한 분열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언표 주체(말 속의 나)와 언표행위 주체(말하는 나)의 분열 때문에 안정감을 찾기 위해서는 불변항의 구조에 의존해야 한다는 레퍼토리가 그것이다. 라캉은 상상계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분열되고 흔들리는 주체성이 결국 상징계라는 불변항의 구조에 의해서 장악되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가타리는 이와 달리 구조를 바꾸려는 좌파 기획이 아니라, 관계망이 발생시키는 자기생산적인 조직 양식인 기계가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가타리의 14가지 강령은 이러한 이행의 과정에서의 단상을 유감없이 담고 있다.
하라! 하라!
펠릭스 가타리는 장 우리로부터 심리치료사 수련을 받으면서, 배치에 대한 기본적인 구도에 영감을 얻었다. 가타리 자신이 청년 시절 동안 혼란스럽고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악몽을 꾸고 장 우리를 찾아갔다. 꿈 내용을 한 시간 동안 찬찬히 듣던 장 우리는 “어느 쪽으로 돌아누워 자지?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 그럼 될 거야?”라는 꿈 내용과 무관한 꿈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를 사소한 것으로 보지 않았던 가타리는 이후에 배치(agencement)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다. 즉, 언표행위 주체와 언표 주체의 분열을 끝장낼 ‘언표행위의 집단적 배치’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가타리의 사상은 가족성좌를 불변항의 구조로 보지 않고 유한하고 망가질 수 있고 찢어질 수 있는 배치로 보면서 배치에 대한 재배치의 미시정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후 1968년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가타리는 지인들의 소개로 들뢰즈를 만나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30년 동안 철학사만 파오던 들뢰즈에게 가타리와의 만남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색다른 사유의 계기가 된다. 다양한 활동을 해온 가타리의 사상적인 구도를 귀담아 듣고 들뢰즈는 공동 저작인 『안티 오이디푸스』라는 책으로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책, 『안티 오이디푸스』는 프로이트-라캉에 이르는 노선에 반대해서 스피노자-라이히에 이르는 노선을 계승한 저작으로 평가된다. 펠릭스 가타리의 강령은 가타리의 독자적인 이론적 위치를 잘 드러내 보인다. 가타리가 들뢰즈의 부속물로 간주되는 이유는 들뢰즈가 학문적 아카데미즘에 더 적합한 인물이며, 가타리가 지식인이라기보다는 제도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혁명적 실천가로 간주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혁명적인 그의 사상을 잘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강령의 내용이다.
가족주의 전망을 넘어선 복수의 욕망으로
강령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가타리는 욕망의 야성성이 바로 자율성이라는 생각을 가진 욕망의 자율주의로 분류될 수 있다. 그는 광기해방운동이 욕망의 야성성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며, 색다른 생각과 색다른 삶의 방식을 추방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문명이 광기에 대한 목록을 세분화하고 배제하여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가족주의 전망을 전혀 갖지 않는 청년일 수도 있지만, 정신분석은 이를 가족으로 환원하려 들 것이다. 가타리는 반정신의학을 개괄하고 기호론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의 고정관념과 고정된 격자―기표―로 욕망을 사로잡는 모든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등가교환을 위해서 공동체로부터 낯선 타자를 만들었고, 이에 대해서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기표적 질서를 통해서 이러한 문명의 정상영업 상태의 삶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서 심리학, 정신분석학, 정신의학은 함께 공모한다. 결국 대중의 욕망의 야성성은 기호-흐름이라고 일컬어지는 냄새, 음악, 색채, 몸짓 등 지극히 동물적인 기호인 비기표적 기호작용에 접속하여 고정관념에 맞서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가타리는 『분자혁명』의 강령에서 언급하고 있다.
강령 이후 저작에서 가타리는 기표에 맞선 도표를 주장하는데, 기표가 자본주의의 고정관념이라면 도표는 고도로 조직되어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기호작동을 의미한다. 기표화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기호를 순환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가타리의 모색이 이 강령에 숨어 있는데, 아직까지 도표라는 개념으로 전진하지 못한 상황을 드러내 보인다. 1992년 8월 29일 보르드 병원에서의 가타리의 죽음은 바로 강령의 기획이 끝나는 지점이었지만, 사실은 강령의 기획을 자신의 마음속 도표작용으로 갖고 있었던 가타리의 미완의 기획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가타리의 강령을 통해서 고도로 자유로우면서 고도로 조직되었던 혁명가 가타리의 마음속 기호작용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영원한 미래진행형적인 사유로서의 강령을 남겼던 것이다.
저자 신승철
동국대학교에서 『가타리의 분열분석과 미시정치』(2010)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래동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면서 공동체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 등을 친구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의 『세 가지 생태학』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줄곧 생태철학을 연구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생태적지혜연구소(ecosophialab.com)>를 만들어서 기후변화와 생명 위기 시대를 극복하고 전환사회를 만드는 지혜를 탐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누가 방안의 코끼리를 꺼낼까?』(2019),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2019), 『탄소자본주의』(2018),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201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2014년 환경정의 올해의 환경책), 『욕망자본론』(2014),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2013), 『식탁 위의 철학』(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추천도서), 『눈물 닦고 스피노자』(2012년 간행물위원회 선정도서) 등이 있다.
서점에서 책 보러 가기
알라딘 http://bit.ly/2X7DL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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