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구들 위에서 나고, 산담 두른 작지왓(작은 돌이 깔려 있는 밭)에 묻힌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 말 속에는 ‘돌에서 왔다가 돌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가 나타나 있다. 제주 사람들이 평생 돌과 함께 거칠고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변하였지만, 제주 선조들이 사는 집은 돌로 시작해서 돌로 마무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타리, 올레, 울담, 산담, 밭담, 심지어 바닷가에 고기를 잡기 위해 둘러놓은 원담까지 모두 돌로 이루어졌다. 각종 살림 도구 역시 돌을 이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돌로 마을의 허한 기운을 채워주는 방사탑을 쌓기도 하고, 죽은 자들의 넋을 지켜주는 동자석을 빚기도 했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돌담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제주 섬에 가면 부디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말라. 돌담의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빼내어 허물지 말라.”

제주의 돌은 제주인들의 한숨과 눈물의 상징이며, 세월의 무게를 함께 견디어 온 증거임을 전해 주는 말이다.

- 《제주, 당신을 만나다》(15-17쪽)(홍죽희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 알렙 펴냄)










제주, 당신을 만나다

저자 홍죽희, 여연

출판 알렙

발매 2020.10.05.

네이버 책에서 보기 : https://bit.ly/3lU9co9

예스24 : https://bit.ly/3dsqLIN

교보문고 : https://bit.ly/318AxdY

알라딘 : https://bit.ly/2T2te33

인터파크 : https://bit.ly/3k1uW0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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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죽희, 여연 지음 / 김일영 사진 / 알렙 펴냄



동갑내기 두 여인이 제주의 신을 찾아 순례길에 오릅니다. 한라산 기슭에서, 마을마다 있는 신당에서, 그리고 제주의 돌과 나무와 바다에서 ‘제주의 신들’과 만납니다. 두 벗은 함께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 갑니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그 자체가 한판 ‘굿’입니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는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가는 두 벗이 한라산과 제주 바다에서 만난 신의 이야기를 다시 인간에게 들려주는 ‘영게울림’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소미’들의 ‘연물 장단’이 들리고, 푸른 대나무에 장식한 ‘기메’처럼 사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두 여인의 ‘영게울림’을 들으면서 우리 자신도 제주의 마을이 되고, 삶의 역사가 되고, 마침내 하로산또가 되어갑니다.

―박성인, 가장자리 농원지기



■ 출판사 서평


하로산또와 미륵신이 들려주는 제주 신화 테마 기행

제주의 한라산 자락에는 하로산또가, 바닷길에는 미륵신이 좌정하고 있다. 한라산의 하로산또는 한라산에서 솟아나 바람신으로 사냥신으로, 산신백관 풍수신으로 시대 흐름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였다. 그리고 미륵신은 먼 바다 물길을 따라 제주섬으로 넘어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 주며 바닷가 해안길에 좌정하였다.

따라서 바닷가 마을에 좌정하고 있는 ‘미륵신’ 이야기와 한라산에서 솟아난 ‘하로산또’ 이야기를 아우르면 제주 신화의 전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50대 두 벗이 자신의 삶을 본풀이하듯 풀어놓은 읽기 쉬운 에세이기도 하다. 여행객들에게는 신당을 통해 제주의 또 다른 참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길라잡이이며 제주 신화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한라산 기슭에서, 마을마다 있는 신당에서, 그리고 제주의 돌과 나무와 바다에서 ‘제주의 신들’과 만났다. 두 벗은 함께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갔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그 자체가 한판 ‘굿’이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는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가는 두 벗이 한라산과 제주 바다에서 만난 신의 이야기를 다시 인간에게 들려주는 ‘영게울림’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소미’들의 ‘연물 장단’이 들리고, 푸른 대나무에 장식한 ‘기메’처럼 사진이 펼쳐진다. 그리고 두 여인의 ‘영게울림’을 들으면서 우리 자신도 제주의 마을이 되고, 삶의 역사가 되고, 마침내 하로산또가 되어간다.

제주신화연구소에서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두고 오랫동안 신당 답사를 해온 저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신들의 성소인 신당을 보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당신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욱 필요하다.

이 글은 선인들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제주 신화와 문화유산인 신당이 잘 제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나간 발걸음의 기록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 신화 테마길을 열었다. 그리하여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성숲을 걸으며 앞서 걸어간 선인들의 삶을 생각해 보길 바라는 소박한 염원을 담았다.

동갑내기 저자인 여연과 홍죽희는 국어 교사로, 영어 교사로 재직한 경험에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신화에 관한 관심에 있어서 닮은 점이 많다. 여연의 이전 책은 각각 출판산업진흥도서(『제주의 파랑새』, 2016)와 세종도서(『신화와 함께하는 당올레 기행』, 2017)에 선정된 바 있다.

사진 작가 김일영 역시 제주도 중산간 마을과 신당을 찾고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제주의 성숲 당올레』(2020)를 펴내고, 사진전시회를 열기도 하였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제주 바다와 산에서 만난,

당堂과 신神들의 소소한 이야기

이 책은, 바닷가 미륵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홍죽희의 글(1부)과 한라산에서 솟아난 신 하로산또를 기록한 여연의 글(2부),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한 김일영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주로 바닷가 마을에 좌정하고 있는 미륵신 이야기이다. 바다에서 건져올린 미륵돌을 모시고 나서 부자가 되었다는 윤동지영감당 이야기, 잠수(해녀)와 어부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바다의 삶을 어떻게 미륵신앙으로 극복했는지 생각해 보는 신촌 일뤠당과 함덕 서물당, 토속적이고 해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화천사 오석불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한라산 자락으로 가서 산신미륵을 만나고 나서, 한라산에서 산신이 내려와 거대한 암반을 신체로 삼은 하가리 큰신머들 새당도 둘러보았다.

2부는 한라산에서 솟아난 신 하로산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산신이 좌정하고 있는 신당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사냥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부인으로부터 쫓겨나는 소천국 이야기와 강풍이 휘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신의 노여움을 떠올리게 하는 광양당신 이야기를 앞에 두었다.

그리고 아버지 소천국과는 달리 사냥신이면서도 또한 문장도 뛰어나고 늠름한 기상으로 마을을 지켜주는 하로산또 형제 이야기와 바람신이면서 바람을 제대로 피운 바람웃도에 대한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요즘 말로 거의 천재에 해당하는 재능을 보여주면서 도교의 신선을 떠올리게 하는 산신백관 하로산또들을 만나보고, 바다와 강남천자국을 평정한 영웅신 궤네기또 이야기도 음미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도두봉 허리에 자리잡은 오름허릿당의 존재감 없는 하로산또를 되살리고 나서 꼭대기에 올라 탁 트인 제주의 바다를 조망하였다.

이 글은 딱딱하고 거창한 학자의 담론이 아니다. 또한 무게 있는 신들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신들의 이야기를 씨실 삼고, 앞서 제주 땅에 뿌리 내렸던 선인들의 이야기와 그 삶을 이어받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날실 삼아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았다. 여기에 제주의 산과 들을 그야말로 귀신에 씐 듯 훑고 다니며 건져 올린 사진 작품들을 배경 무늬로 깔았다.

제주에서는 ‘신화’를 ‘본풀이’라고 한다. ‘본풀이’는 신의 본(本)을 풀어낸다는 의미의 제주 말이다. 제주 신화의 ‘본풀이’는 심방들이 굿을 통해 풀어내는 신들의 이야기여서, 이 구술된 자료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저자들이 들려주는 신들의 이야기는 신당 답사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반인들이 공감하기 쉽게 풀어진데다, 자연스럽게 저자들의 개인사가 곁들여지게 되어 누구나 쉽게 이들의 이야기 산책에 동행할 수 있다. 발이 편한 신발, 물병 하나, 곧 사라질지 모르는 신당을 기록할 휴대폰 카메라만 있으면 말이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

저자 홍죽희, 여연

출판 알렙

발매 2020.10.05.

네이버 책에서 보기 : https://bit.ly/3lU9co9

예스24 : https://bit.ly/3dsqLIN

교보문고 : https://bit.ly/318Ax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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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알렙 씨입니다.
오늘은 몇 회에 걸쳐 <어셈블리관련 해외 자료를 공유할까 합니다이 자료들은, assembly가 2017년에 출판된 이후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가 공동으로 혹은 각각 진행했던 각종 글과 영상들입니다.
 
먼저, <어셈블리>(2017, 한국판 2020) 출간 이후 마이클 하트가 MFU(media for us)와 나눈 인터뷰입니다.
 
Michael Hardt on Leaderless Movements and Organizing The Multitude,
 
https://mediaforus.org/interviews/har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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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어떤 책인가?

오늘날 가장 창의적인 (좌파) 사상가들인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어셈블리』(2017)는 2000년부터 3-5년 주기로 출간된 『제국』(2000[한국어판 2001]), 『다중』(2004[2008]), 『공통체』(2009[2014])의 작업을 반복·계승하면서도 그것을 새로운 현실에 맞게 진화시킨다. ‘아랍의 봄’과 ‘월가 점거’라는 급박한 정세에 맞게 소책자로 발표한 『선언』(2012[2012])을 포함하는 5부작 혹은 4+1부의 전체(하지만 완료되지 않는) 저작은 공통의 기획에서 발간되어 왔다.

『어셈블리』는 영미권(assembly), 독일어(assembly), 스페인어(Asamblea), 이탈리아어(Assemblea) 등으로 번역되고, 미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중국/일본/캐나다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20여 종이 넘는 그들의 이전 저서들이 출판되어 있다. 독일어로 번역된 『assembly』에는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assemblea』에 달린 설명은 “현재와 미래의 풀뿌리운동을 위한 정치 및 경제 조직에 대한 기본 가이드”이다.

이 저작들에 대해서 ‘아래로부터 본 제국의 역사’, ‘21세기 절대민주주의의 구성 기획’, ‘탈근대 코뮤니스트 선언’ 같은 이름을 부여할 수도 있는데, 이는 5편의 저작 모두 근대의 별종들인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그 개념들을 밑바탕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옮긴이 해제 참조) 4+1부작은 각각 독립된 주제를 다루지만, 자세히 보면 바로 이전 저작에서 제기한 문제를 새로운 정세 속에서 반복, 변형, 추가시킴을 알 수 있다.

이 공통주의(commonism)의 옹호자들은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사회 발전에 있어서 가장 문제적인 지점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제공한다. 중심 이슈는, 그토록 많은 이들의 요구와 욕망을 표현하는 사회운동들이 어째서 새롭고 진정으로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해 왔는가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많은 명제와 개념들이 그렇듯이, 문제제기의 노선 자체가 이미 논쟁적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리더십과 제도의 문제를 대면해야 하며, 과감히 다중의 기업가 정신(the entrepreneurship of the multitude)을 상상하고, 낡은 말들을 전유해서 그 의미를 역전시켜야 한다.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네그리와 하트는 <한국어판 서문>을 추가하여 써주었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에 맞는 조언도 부가하였다. 다음은 책에 수록된 <한국어판 서문>이다.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한국어판 저자 서문

미완의 사업

『어셈블리』는 2011년에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투쟁들의 순환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자들이 전속력으로 달리고는 기진맥진하며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올림픽 육상 계주처럼, 투쟁들은 전 지구를 가로질러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어졌다.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싸운 튀니지와 이집트의 투쟁들에서 시작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스페인, 그리스로, 그리고 미국의 월가 점거로 뻗어나갔다. 그에 뒤이은 시기에는 투쟁들이 전 세계의 여러 나라들, 브라질, 터키, 홍콩 등으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블랙라이브스매터로 출현했다. 2016-2017년 박근혜 정부에 맞서 일어난 한국의 촛불투쟁 역시 이 순환에 중요하면서도 강력한 기여를 했다. 그리고 순환은 지금도 계속된다.

물론 이 투쟁들 각각은 독특하며, 국지적이거나 일국적인 상황과 연관된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두 가지 결정적인 속성을 공유한다. 첫째, 이 투쟁들은 모두 (공공연하든 암묵적이든) 우리가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시위로는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의 미국, 에르도안의 터키, 푸틴의 러시아, 보우소나루의 브라질 등과 같은 반동적인 정부와 마주할 때, 물론 저항이 본질적이고 필수적이지만, 또한 우리는 해방으로 향하는 대안적인 길을 기획하고 창출해야 한다. 이 대안의 한쪽 면에 민주주의에의 요구가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오랫동안 얘기 들었지만,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다. 2011년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들은 “진짜 민주주의는 이제부터!”라고 요구함으로써 이러한 거짓을 돌파하고자 했다. 그들의 슬로건은 적어도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진짜가 아님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것은 과거의 어떤 민주주의를 되찾는 문제가 아니며, 대신 우리는 오늘날의 시대에 맞는 민주주의 사회를 발명해야 한다. 사실 우리의 기존의 정치적 어휘들인 민주주의, 자유, 평등과 같은 개념들 대부분이 부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들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지난 세기의 사회적 투쟁들은 이러한 방향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요구한 것만으로도, 그것이 무엇이 될지 우리가 아직 정확하게 표명할 수 없을 때조차, 이미 위대한 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 운동들이 전 지구에 걸쳐 공유하는 두 번째 결정적인 속성은 그것들 모두가 다중의 투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다중의 투쟁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와 강하게 중첩되어 있다. 이 운동들은 중앙집중화된 리더십을 가지지 않으며, 그 안에는 다양한 요구를 제기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주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추상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이 운동들은 오늘날 유일한 정치적 지평은 다양성이라고 선언한다. 실천적인 의미에서 운동들은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들을 실험함으로써 조직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모두가 모이는 총회總會, general assembly야말로 이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하지만 운동들의 다양성은 보다 심오한 사회적 분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계급투쟁 개념이 다양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어떻게 새로이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운동들의 다양성을 계급투쟁의 재발명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계급은 획일화된 통일체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어떤 이상적인 노동자 유형으로 대표되어서도 안 된다. 대신 노동계급은 공장 노동자, 무급 가사노동자, 불안정 노동자, 그리고 불법적인 노동 착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이르는 엄청나게 다양한 노동의 형상들로 채워져야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계급 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은 페미니즘, 반인종차별, 탈식민주의, 퀴어, 장애인 차별 반대 등 다른 지배의 축에 맞서는 투쟁과 같은 기반 위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중의 개념과 실천은 미국의 흑인 페미니즘의 이론적 실천에서 연원하는 교차성 분석 및 실천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실제로 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런 식으로 다양성의 정치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바로 그것이 지난 세기들의 사회운동들, 다중의 투쟁들이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어셈블리』에서 우리는 운동들의 정치적 발전과 민주적 협치 구조를 향한 잠재력을 분석하고, 이에 더해 경제적·사회적 조건들이 민주주의적 미래의 씨앗을 배태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가령 분석 중 일부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것의 확장을 탐구하고, 그래서 그것이 사적 소유의 지배(그리고 모든 것을 사유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광기)를 무너뜨리고 전복시킬 잠재력을 갖는 방식에 대한 탐구를 포함한다. 이러한 분석에서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진정으로 해낼 수 있는 사회적 주체들이 오늘날 출현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제를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있다. 물론 우리의 분석의 다른 목적에는 그러한 민주적 해방 과정의 길에 놓여 있는 모든 장애물들을 인식하는 것도 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의 구조들과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지배, 특히 자본이 다양한 추출 형태 및 금융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착취하는 방식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이 형태를 바꿀수록 우리의 반자본주의 투쟁 또한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일었던 다양한 다중의 투쟁들을 존중하지만, 다양성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인식한다. 이것은 우리가 전통적인 정치적 형태인 통일성이나 중앙집중화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들이 조직화되어 효과적이면서 오래 지속되는 정치 세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때로 이것은 연대, 연합, 수렴의 형태를 취한다. 가령 반자본주의 투쟁들은 페미니즘 투쟁들 및 반인종주의 투쟁들과의 공감sympathy을 표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들의 목적이 실제로 수렴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즉 가부장제나 백인 우월주의 그리고 다른 지배의 축들 또한 공격하지 않는다면 자본은 결코 도전받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지배 형태들은 실제로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된 다중들은 현재 우리의 다양한 정치적 욕망을 고려하여 대항권력이나 이중권력과 같은 공산주의 전통에서 쓰던 핵심 개념들 중 몇 가지를 재발명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해방으로의 길이 경유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조직화 과정이다.

근래에 있었던 다중의 투쟁들에 공감한 목격자들, 그리고 심지어 투쟁에 참여한 사람들조차 투쟁의 결과를 두고는 낙담하곤 한다. 운동들이 많은 경우에서 극劇적인 정치적 변화(심지어 독재자 타도와 같은)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몇 년 뒤에는 다시 억압 장치가 돌아와 있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패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무엇보다도 실패라기보다 차라리 패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다. 그러한 투쟁들 모두와 맞서는 억압 세력들이 경찰 폭력, 비밀정보 작전, 정치적 탄압 등을 가하면서 반대편 극단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극적인 역사적 과정의 끝이 아니라 중간 지점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중의 투쟁들은 좌절되고, 한동안 지연될지언정 중단되지 않을 과정과 욕망을 가동시키고,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운동들은 미완의 사업unfinished business이며, 머지않아 세계 전역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시작했던 것을 완성하려고 거리에 설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활동가들이 이 과정에 앞장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0년

마이클 하트, 안토니오 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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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개요


좌파 중 가장 창의적인 사상가 2명의 새롭고 중요한 발언

21세기 사회운동에 대한 진단, 그리고 새로운 민주 질서


최근 몇 년간 ‘지도자 없는 사회운동’의 투쟁 순환이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운동들이 권위적인 지도자를 실각시키거나, 진보적인 정책을 도입하거나, 억압적인 국가권력을 저지하는 등 인상적인 결과들을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네그리와 하트는 신작 『어셈블리』에서 이 운동들이 아직까지는 오래 지속되는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이제는 지도자와 다중의 역할의 전도가 필요하고 나아가 그것을 장기적 안목에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다중이 전략을 주도하고 지도자들은 전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에게 전략을, 리더십에게 전술을!”

저자들은 이 책에서 사회 변혁을 지속시키기 위한 힘을 사회운동이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제안한다. 그럼으로써 사회운동이 전통적인 중앙집중화된 정치 리더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가정에 도전한다. 또한, 금융자본과 화폐의 지배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제공하면서, 화폐의 소유형태를 벗겨내 그것을 어떻게 공통화시킬지를, 즉 협동의 화폐와 특이화의 화폐로 만들어낼지를 모색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투쟁과 조직화의 방향으로 전통적인 의미의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이 결합된 ‘사회적 노조’와 그 투쟁형태로서의 ‘사회적 파업’의 여러 성공적 사례를 제시한다. 


『어셈블리』, 어떤 책인가?


오늘날 가장 창의적인 (좌파) 사상가들인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어셈블리』(2017)는 2000년부터 3-5년 주기로 출간된 『제국』(2000[한국어판 2001]), 『다중』(2004[2008]), 『공통체』(2009[2014])의 작업을 반복·계승하면서도 그것을 새로운 현실에 맞게 진화시킨다. ‘아랍의 봄’과 ‘월가 점거’라는 급박한 정세에 맞게 소책자로 발표한 『선언』(2012[2012])을 포함하는 5부작 혹은 4+1부의 전체(하지만 완료되지 않는) 저작은 공통의 기획에서 발간되어 왔다. 

『어셈블리』는 영미권(assembly), 독일어(assembly), 스페인어(Asamblea), 이탈리아어(Assemblea) 등으로 번역되고, 미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중국/일본/캐나다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20여 종이 넘는 그들의 이전 저서들이 출판되어 있다. 독일어로 번역된 『assembly』에는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assemblea』에 달린 설명은 “현재와 미래의 풀뿌리운동을 위한 정치 및 경제 조직에 대한 기본 가이드”이다.

이 저작들에 대해서 ‘아래로부터 본 제국의 역사’, ‘21세기 절대민주주의의 구성 기획’, ‘탈근대 코뮤니스트 선언’ 같은 이름을 부여할 수도 있는데, 이는 5편의 저작 모두 근대의 별종들인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그 개념들을 밑바탕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옮긴이 해제 참조) 4+1부작은 각각 독립된 주제를 다루지만, 자세히 보면 바로 이전 저작에서 제기한 문제를 새로운 정세 속에서 반복, 변형, 추가시킴을 알 수 있다.


이 공통주의(commonism)의 옹호자들은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사회 발전에 있어서 가장 문제적인 지점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제공한다. 중심 이슈는, 그토록 많은 이들의 요구와 욕망을 표현하는 사회운동들이 어째서 새롭고 진정으로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해 왔는가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많은 명제와 개념들이 그렇듯이, 문제제기의 노선 자체가 이미 논쟁적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리더십과 제도의 문제를 대면해야 하며, 과감히 다중의 기업가 정신(the entrepreneurship of the multitude)을 상상하고, 낡은 말들을 전유해서 그 의미를 역전시켜야 한다.



어셈블리(assembly), 무슨 뜻인가?


새로운 군주가 지평선 위로 출현하고 있다. 이 군주는 다중의 열정에게서 태어났다. 이는 어떤 개인 혹은 심지어 어떤 당이나 지도자 회의를 가리키지 않고, 오늘날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상이한 형태의 저항과 투쟁이 마디마디 이어져서 이루어진 정치적 결합체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군주는 일관된 배열로 움직이며 암묵적으로 어떤 위협을 가하는 떼swarm, 다중multitude으로서 나타난다. 

‘어셈블리(Assembly)’라는 이 책의 제목은 함께 모여드는 힘과 정치적으로 합심하여 행동하는 힘을 포착하려는 의도에서 붙여졌다. 네그리와 하트는 이 개념에 횡단적으로 접근하여 그것이 어떻게 정치적 원칙들과 실천들의 광범한 망과 공명하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의 사회운동들에 의해 제도화된 총회들에서 근대 정치의 입법의회들까지, 법적 전통에서 옹호된 집회의 자유에서 노동조직에 핵심적인 결사의 자유까지, 종교 공동체들의 다양한 회중 형태들에서 새로운 주체성들을 구성하는 기계적 배치(machinic assemblage)라는 철학적 개념까지. ‘모으기/모이기’는 그것을 통해 새로운 민주적인 정치적 가능성들을 인식하는 렌즈이다.

집회/모이기(assembly)는 구성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사회적 대안을 구성하는, “권력을 장악하되 다르게”, 사회적 생산에서의 협동을 통해 장악하는 메커니즘이 되고 있다

오늘날 집회/모이기(assembly)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형태의 구성권력으로 나타난다. 이 구성권력은 단순히 헌법을 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권력을 장악해(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그로부터 자유, 평등, 민주주의, 부 등의 의미와 내용을 새롭게 재편할 제도화로 나아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제도화는 주어진 주체성 형태를 계속해서 갱신할 수 있는, 존재론적으로는 자연-인간-기계의 결합으로서, 인간 형태로는 정체성이 지닌 소유적 성격을 넘어서는 복수적이며 교차하는 특이성들의 결합으로서, 생산 형태로는 인지노동과 정동노동이 구현하는 인간생성적 생산, 삶형태의 생산의 활성화로서, 법과 권리 형태로는 공유지, 공유재, 공통적인 것을 다중에게 위임하는 공통권의 확립으로서 구체화될 것이다.  



주요 논점


이 책은 『제국』, 『다중』, 『공통체』에 이어 전체 기획을 4부작(『선언』을 포함하여, 혹은 5부작)으로 확장시킨다. 전작보다 더 깊어지고 구체화된 현실 분석이나 개념적 정밀화가 있으며, 새로운 제안도 포함한다. 주요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네그리와 하트는 전통적인 중앙집중화된 ‘리더십’을 비판한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정치조직과 제도에 대한 포기 즉 ‘수평주의의 물신화’로 이어지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전략과 전술의 전도’를 제안한다. “운동에게 전략을, 리더십에게 전술을!” 지도부가 전략을 담당하고 대중이 전술을 담당하던 과거와 달리 다중이 전략을 담당하고 지도부가 전술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전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도는 지난 몇 년간의 전 지구적 투쟁 순환에서, 터키의 탁심 광장, 미국의 월가 점거시위와 블랙라이브스매터, 아랍의 봄, 스페인의 15M 운동, 브라질·칠레의 카세롤라소[냄비 두드리기 시위], 그리고 한국의 촛불집회와 홍콩의 우산혁명 등에서 나타난 시위, 봉기, 반란의 공통된 특성이며, 또한 그 잠재력을 현실에서 완전히 실현하지 못한 채 좌절하고 약화된 사회운동들의 향후 과제이기도 하다.


둘째, 네그리와 하트는 오랫동안 ‘구성권력[제헌권력](constituent power)’ 개념을 통해 ‘구성된 권력(constituted power)’이나 ‘입헌권력(constitutional power)’과 구별되는, ‘혁명적 사건’을 통해 표출되는 저항자들의 활력이나, 법과 규범, 제도를 구축해내는 법질서로부터의 예외적 힘을 지시해 왔다. 놀랍게도 그들은 『어셈블리』에서 한 절을 할애해 ‘구성권력’ 개념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적 전 지구화의 몇 가지 측면”이 “구성권력 개념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의 비판은 개념의 폐기나 역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데리다와 아감벤의 비판을 거쳐 낡게 변색된 개념을 현실의 살아 있는 혁명적 힘들에 맞게 진화 및 갱신시키기 위함이다. 그러한 갱신을 위해, 근대를 떠나 ‘탈근대의 구성권력’을 말하기, 주권으로 흡수되고 통일성으로 환원되는 법 예외 권력으로서의 구성권력을 사회적 생산이 가진 협동적이고 복수적인 힘과 결합된 구성권력으로 대체하기, 국가폭력으로 환원되면서 소멸되는 구성권력을 연속적인 어셈블리에 따라 새로운 잠재력을 축적시키는 연속혁명의 힘으로 재기획하기 등이 제안된다.

셋째, ‘정치적인 것의 자율’을 비판한다. 『어셈블리』는 시위와 반란의 목소리가 자본이나 신자유주의의 흡수 논리를 따라 포섭되거나, 기존 권력의 반혁명으로 좌절되거나, 아니면 사회운동들을 모방하고 등장하는 보수주의의 득세로 위축될 때, 좌파의 대안으로 등장하곤 하는 ‘정치적인 것의 자율’과 대결한다. 신자유주의가 전통적인 주권권력을 붕괴시키고, 그래서 전 지구적 자본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정치적인 것의 자율’은 묵시록적인 분위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하나의 역설이 존재하게 된다. 즉 시위와 사회운동이 ‘정치적인 것의 자율’에 맞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수록,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역설이 그것이다. 네그리·하트는 이러한 역설적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은 결국 저항자들의 조직화와 그들의 생산적 잠재력에게 더 많은 힘을 부여하고, 그래서 그들이 ‘권력을 잡을 수 있게’ 하지만 ‘다르게 잡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주권권력으로 흡수·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다중들이 비주권적 제도들을 발명할 수 있도록 ‘권력을 잡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자율주의의 하나의 문제의식인 ‘권력(장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는 ‘다른 방식의 권력 잡기로 세상을 바꾸자!’로 다시 제안된다.


넷째, 금융과 화폐의 문제는 이 책에서 더 상세하게 분석된다. 금융과 화폐를 자세히 분석하는 이유는 자본으로서의 측면 말고 화폐가 가진 다른 측면 즉 “사회적 관계를 제도화하는” 능력을 살려서 “공통적인 것의 화폐”를 발명하는 실천적인 목적에 있다.


다섯째, 공통적인 것과 공적인 것/사적인 것의 대립이 더 분명히, 따라서 더 간명하게 제시된다. 공적인 것이 사실은 사적인 것을 가리고 보호하는 도구로 등장했음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사유재산의 ‘주권적’ 성격을 밝힌다. 따라서 공통적인 것과 공적인 것/사적인 것의 대립은 공통적인 것과 사유재산의 대립에 다름아니다.(“공통적인 것은 재산이 아니다”) 책 전체에 걸쳐서 ‘공통적인 것’의 개념은 이전보다 더 확연하게 제시되고 있어 그만큼 개념화의 성숙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여섯째, 사회적 투쟁의 형태에 대해서는, 새로운 조직화의 유형으로 ‘사회적 연합주의(social unionism)’가 제시되고 그 무기로서 이전의 총파업의 새로운 형태―삶정치적 생산의 시대에 맞는 형태―인 ‘사회적 파업(social strike)’이 제시된다. 물론 이는 모두 출발점들이지 그 자체로 충분한 대안들이 아니다.


일곱째, 자본가들이 예전에 하던 기능―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금융의 형태로 생산과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본이 하지 않는 기능―인 생산 요소들의 결합을 이제는 생산자들 자신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음을 ‘다중의 기업가정신/활동(entrepreneurship of the multitude)’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최종적으로 네그리·하트는 새로운 군주가 대항권력을 갖게 되는 경로를 밝힌다:


다중의 구성이 대항권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점을 긍정한 뒤에 우리는 현재의 투쟁 상태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대항권력들의 놀이가 조화롭거나 선형적인 것으로는 인식될 수 없다. 대신 대항권력은 자본주의적 주권을 전복하려고 노력하면서 항상 적대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때의 전복은 투쟁을 이동시키는 것, 즉 그 관점을 사회투쟁들의 수평축을 권력투쟁의 수직축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하고 재생산하는(결국 새로운 군주로 행위하는) 다중이 표현하는 대항권력은 기획을 발전시키며, 지배의 장(場) 안에서 그에 맞서 자신의 힘을 표현한다. 그 힘은 사회 전체로 수평적으로 확대되고 명령의 형태로 수직적으로 뛰어오른다. 새로운 군주는 (1) 수직축을 공략해 억압적 권력을 비어내야 한다. (2) 수직축에 맞서 사회적 생산·재생산의 수평축에서 형성되는 대항권력을 구축해야 한다. (3) 대항권력의 구축이 성취되었을 때에만 새로운 군주는 구성권력의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리뷰/추천사


지도자 없는 사회운동, 리더십에 대한 전복적 사유

이 책은 텐트농성이나 점거 시위 같은 최근의 사회운동이 제도적으로 실패했다는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저자들은 발언과 연결이라는 이중적 의미에서 정치적 표현의 한 형태로 ‘어셈블리’를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사회운동에 적합한 리더십에 대한 사유를 실질적으로 지각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민주주의를 위한 준비가 되셨습니까?”

『어셈블리』는 민주주의를 다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하트와 네그리는 좌파의 정치적 습관과 사상의 전통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다중으로부터 새로운 군주를 상상하고 자기 통치를 위한 새로운 도구를 상상한다.  

―로렌 벌랜트, 『잔혹한 낙관주의』의 저자, 코넬대 교수


새로운 세기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에 대한 검토

하트와 네그리의 최근 저서 『어셈블리』는 현재의 마르크스주의를 재조명하는 기획이다. 이 책에서 그들은, “함께 모여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힘”으로 정의되는 집회(assembly)의 역동적인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중에 대한 개념을 확장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정치 이론가 하트와 네그리의 최근 저서 『어셈블리』는 현재의 마르크스주의를 재조명하는 기획이다. 이 책에서 그들은, “함께 모여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힘”으로 정의되는 집회(assembly)의 역동적인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중에 대한 개념을 확장한다. 

이 책에서 하트와 네그리는 생산, 리더십, 기업가정신과 같은 신자유주의에 익숙한 개념을 민주주의적이며 비자본주의적 사회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적절한 개념으로 재구성했다. 예를 들어, 그들의 분석에서, 지도자의 개념은 “결정하는 사람”에서 다수의 요구에 따라 임시직을 맡은 사람으로 변형된다. 이러한 재수용되고 전복된 개념에 도달하기 위해 저자들은 사적 소유나 정치적 주권과 같은 자본주의의 중심적인 원칙과 실천을 풀어나간다. ‘공통적인 것’은 자유와 평등을 이룰 수 있는 이상화된 공간이 된다. 

새로운 세기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에 대한 영리하고 심도 있는 검토이지만 전통과 광범위한 주장 사이의 충돌로 인해 좌파에서도 분명 비판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넘어 미래로 가는 흥미롭고 도전적인 지적 여정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전문)


『어셈블리』는 매우 권장되는 읽을거리다

“마르크스주의에 바탕을 둔 통찰력 있는 분석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의해 정의된 사회적 현실 속에서 조직하는 것에 대한 이성적인 시선의 결합.”  

―《카운터펀치》


“『어셈블리』는 이 책 전체에 걸쳐 새로운 투쟁 방식을 제시하면서 세계 자본에 좌파가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한 놀라운 탐구를 제공한다. 『어셈블리』는 급진적 좌파에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루이스 조지 블러드워스, 《마르크스 & 철학 북리뷰》



“현대 사회에 대한 광범위하며 포괄적인 비판적 분석. 이 글은 더 나은 미래에 관심을 갖고 진보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는 많은 활동가, 시민, 학자 및 비-물질 노동자들이 읽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의 토론, 투쟁, 이론, 비평, 실천, 전략 및 전술에 영향을 줄 용감하고 지능적인 개입.”

―크리스천 푹스, 웨스트민스터 대안사회연구소 소장



“이 책은 인상 깊고 이론적으로 정교하며 정치적으로 그럼직하다. 『어셈블리』는 모든 세계적인 비평가들이 직면해야만 하는 대단히 영향력 있는 생산물이다. 하트나 네그리에 의견을 달리할 수 있겠지만, 하나의 걸작이 나올 때마다 의견 불일치의 동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 우고 마테이, 이탈리아 토리노대학 법학 교수






저자 및 옮긴이 소개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1933~)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정치학자이며 자율주의를 대표하는 이론가이다. 1957년에 독일 역사주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후반 파도바 대학 <정치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오페라이스모와 아우토노미아 사상을 발전시켰다. 1979년 수감되었다가, 1984년 프랑스로 망명해 가타리와 들뢰즈의 후원으로 파리 8대학에서 강의했다. 1997년 이탈리아로 돌아가 재수감되었으나 2003년에 풀려나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이클 하트와 함께 쓴 『제국』, 『다중』, 『공통체』, 『선언』 등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마르크스, 들뢰즈, 푸코, 마키아벨리, 스피노자를 아우르는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저서로 『맑스를 넘어선 맑스』, 『야만적 별종』, 『전복적 스피노자』, 『혁명의 시간』, 『혁명의 만회』, 『다중과 제국』 등이 있다.


마이클 하트(Michael Hardt, 1960~)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질 들뢰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듀크 대학의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탈리아의 자율주의 사상을 미국에 소개하며, 여러 자율주의 사상가들의 책을 번역했다. 네그리와 함께 『디오니소스의 노동』, 『선언』, 『제국』, 『다중』, 『공통체』 등을 썼다. 주요 저서로 『들뢰즈 사상의 진화』, 『네그리 사상의 진화』, 『토머스 제퍼슨』 등이 있다.


옮긴이 이승준

동국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여성과 철학 분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웹진 『자율평론』의 편집위원, ‘맑스코뮤날레’ 편집 간사 등을 했으며, 현재는 ‘연구공간 L’ 회원으로 있다. 공저로 『비물질노동과 다중』, 『21세기 자본주의와 대안적 세계화』, 『페미니즘 고전을 찾아서』가 있으며, 『자유주의자와 식인종』, 『자본의 코뮤니즘, 우리의 코뮤니즘』 등을 함께 옮겼다. 


옮긴이 정유진

한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연구공간 L’ 및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여성과 철학 분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현재 여성정책연구원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성 평등 정책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공저로 『페미니즘 고전을 찾아서』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극적인 역사적 과정의 끝이 아니라 중간 지점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중의 투쟁들은 좌절되고, 한동안 지연될지언정 중단되지 않을 과정과 욕망을 가동시키고,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운동들은 미완의 사업이며, 머지않아 세계 전역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시작했던 것을 완성하려고 거리에 설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활동가들이 이 과정에 앞장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0년
마이클 하트, 안토니오 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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