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그 비유를 구체화하는 행위, 몸과 상상력을 통해 인생을 구현함으로써 세상의 지형에 정신적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이다.”라고 리베카 솔닛이 말했듯, 작가도 일종의 순례 여행에서 한 걸음씩 힘들게 몸을 움직여 목적지에 닿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고된 여정을 통해 목적지에 닿은 작가에게 어떤 변화가 있고 무엇을 얻었는가? 정신적 차원의 변화가 있었을까?
이 책에서의 여정은 단순히 고향으로의 물리적 이동을 넘어, 자기 성찰과 존재의 이유를 되새기는 심리적 여정으로 확장된다. “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두 발이 움직여야 내 머리가 움직인다.”(루소의 『고백록』)라고 했듯이, 걷기는 육체적 행위가 아니라 사색의 도구이자 목적이 된다. 저자는 삼남대로,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길, 그리고 조선시대 유배객들의 길을 포함한 역사적인 경로를 선택하며 과거의 발자취를 되새긴다. 이렇듯, 길 위에서의 만남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고, 고향이란 단순히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마음의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귀향은 외적 여행이 아닌, 내면의 쉼터와 안식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확장된다.
- 《걸음마다 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