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렙 올해 나온 책] #책 속으로 #사진감상 #김일영 #제주당신을만나다

안녕하세요, 알렙출판사의 알렙 氏입니다. 오늘은 [제주 사진]을 감상하고 가실게요~!

[제주, 당신을 만나다](홍죽희,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에는 제주 테마 여행 에세이와 함께 100여 점의 김일영 사진가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어떤 사진은 텍스트와 어울리기 위해 설명/자료적으로 넣었지만, 하나하나 멋지고 좋은 사진들입니다.

몇 번에 나눠서 선보이겠으니, 즐감상하시고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돌 구들 위에서 나고, 산담 두른 작지왓(작은 돌이 깔려 있는 밭)에 묻힌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 말 속에는 ‘돌에서 왔다가 돌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가 나타나 있다. 제주 사람들이 평생 돌과 함께 거칠고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변하였지만, 제주 선조들이 사는 집은 돌로 시작해서 돌로 마무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타리, 올레, 울담, 산담, 밭담, 심지어 바닷가에 고기를 잡기 위해 둘러놓은 원담까지 모두 돌로 이루어졌다. 각종 살림 도구 역시 돌을 이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돌로 마을의 허한 기운을 채워주는 방사탑을 쌓기도 하고, 죽은 자들의 넋을 지켜주는 동자석을 빚기도 했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돌담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제주 섬에 가면 부디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말라. 돌담의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빼내어 허물지 말라.”

제주의 돌은 제주인들의 한숨과 눈물의 상징이며, 세월의 무게를 함께 견디어 온 증거임을 전해 주는 말이다.

- 《제주, 당신을 만나다》(15-17쪽)(홍죽희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 알렙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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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알렙 氏입니다.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의 백지영 작가 인터뷰가 채널예스에 실렸습니다. 알렙 氏가 묻고 작가가 답한 7문 7답(사실은 8문 8답) 형식으로 된 인터뷰는요, 아래에 원문이 링크돼 있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3372


백지영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내 황홀한 옷의 기원』백지영 저자

의, 식, 주니까 옷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옷에 대한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음식은 마침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게 음식, 옷, 집, 이렇게 순서가 되었네요.(2020.11.18)



백지영 씨가 새 소설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을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그녀는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이른바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8년에는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을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첫 번째 장편이 음식을 다루었다면, 이제 두 번째 장편은 인간의 기본 욕망 중 하나인 ‘옷’을 다룬다.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근황에 대해서도요. 

어릴 때부터 글을 좀 쓴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작가도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소설을 좋아해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요. 그래서 제 오랜 친구들은 어릴 때 꿈을 이룬 사람을 생전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예요. 그러고 보면 행운아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소설가로서 갈 길이 먼 사람이네요.
근황을 말하자면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을 인쇄에 넘겼다는 말을 듣는 순간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온몸으로 달려들며 한기가 끼치더니, 그 후로 일주일 정도 몸살을 앓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현재 쓰고 있는 장편에 집중하려고 마음만 먹고 있고 첫 작품집 이후 문예지 등에 발표한 단편들이 책 한 권 분량이 돼 내년에는 단편집을 내야겠다고 역시 마음먹고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음식’이라는 소재로 가족사회의 일면을 보여주셨고, 이번 작품에서는 ‘옷’을 소재로 다루셨어요. 인간의 기본 욕망 중에 의식주의 문제를 특별히 다루시는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요? 

이번 책의 '작가의 말'에서도 말했지만 첫 작품집을 낸 후 이제 장편을 써야겠다 생각했을 때 좀 막막하더라고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하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막막할 때는 주로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것 같던데 저는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이야기는 나중에 정말 쓸 게 없을 때 쓸 생각이거든요. 처음부터 제 이야기를 풀어버리면 나중엔 정말 쓸 게 없고 더 막막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 식, 주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일단 세 권은 쓸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의, 식, 주니까 옷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옷에 대한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음식은 마침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게 음식, 옷, 집, 이렇게 순서가 되었네요. 

이번 소설은 대중들에게 매우 친숙한 매체인 영화판을 중심으로 서사가 짜였는데요. 영화배우인 현우와 영화감독인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그 전경에 옷(의상)을 만드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깔려 있죠. 이렇게 구상하게 된 계기를 '작가 후기'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작가님께서 이 소설을 구상한 이유에 대해 직접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중학교 때 우리 학교에는 유명한 에로영화 감독을 아빠로 둔 학생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 감독이 학부형 자격으로 초빙돼 우리 교실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고요. 제게는 아직도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으로 기억되지만, 중학교 교실에서 에로영화 감독이 강단에 선다는 게 어울리는 일은 아니잖아요. 더구나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엄격한 분위기였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 교실의 모습이 마치 그 사회를 상징하는 한 장면 같더라고요. 1980년대가 그렇잖아요. 정치적으로 암울했고 사회는 엄격한 분위기였으나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에로영화가 성행하고.
그래서 그 교실을 아버지의 시대로 설정하고 그런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갖고 있는 소년을 생각하게 되었죠.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가진 소년, 그래서 아버지보다 깨끗하게 살고 아버지를 뛰어넘으려는 욕망을 가진 남자. 하지만 전시대를 뛰어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치 같은 걸 예로 들어도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 시대를 만들겠다 다짐하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전시대의 잘못을 답습하고요. 

말하자면, 아버지가 만들려 했던 영화와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가 묘하게 일치했다는  모티프에다, “부정하거나 초극하려 했지만 결국 부모 세대와 자신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주제의식을 더한 거군요? 그런데, 작품에서는 초반부터 배우 정현우가 엽기적인 흉터를 남긴 사고를 당한 것에서 출발해요. 이유가 궁금하네요.

아버지의 시대는 부정하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닌, 마치 흉터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차라리 얼굴의 흉터처럼 내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전시대의 극복이 쉬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옷에 대한 책을 읽다가 흉터가 옷의 기원이라는 인류학자들의 주장을 알게 됐고, 그렇게 옷과 흉터를 매칭할 수 있었어요.

독자의 흥미와 긴장도를 위해서,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에서 쓰는 기법을 적절히 섞으셨는데요. 그러다 보니 작품의 말미에 가면 전체 소설의 얼개가 확 그려집니다. 전에 쓰셨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렇게 장르소설의 요소를 넣은 이유가 있으신지요?

솔직히 추리소설 기법을 쓰겠다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주인공 정현우라는 캐릭터가 우선 영화배우니까 외모적으로도 아름답게 그려야 했고,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여인들도 아름답고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렇게 아름다운 남자를 사랑하는 아주 볼품없는 여자가 떠올랐어요. 너무 볼품없어서 사랑을 표현하기는커녕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도 없는 여자. 그런 여자가 아름다운 남자를 사랑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할까. 만약 있어도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여자가 하는 사랑은 엽기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지요. 그런데 그런 여자를 만들고 보니 정현우라는 인물과 또 다르게 제게는 매력이 있고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그 인물을 돋보이게 하고 보다 중요한 인물로 만들려다 보니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것 같아요. 

“흉터는 옷의 기원이다.”라는 명제도 그렇고, 또 소설의 장마다 ‘패션, 옷’ 관련한 디자이너들의 코멘트를 발췌하여 넣으셨어요. 소설에는 옷을 만드는 여자들이 나오고, 각각에 스토리가 있습니다. 작가께서 생각하시는, ‘옷’이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각각의 옷 만드는 여자들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했던 ‘옷’에 대한 생각은요?

저는 솔직히 패션이나 옷에 관해서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옷을 신경 써서 입어본 적도 없고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요. 오히려 옷에 관해 관심이 많은 여자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별로 안 좋게 보이기도 했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패션에 관한 여러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디자이너들의 자서전이나 그들에 관한 자료를 보면서 옷을 만드는 것도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전에는 그저 옷을 사치품이나 소비재같이 인식했다면 이제는 창작품이나  예술품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옷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하게 그렸고, 저 또한 이제 그렇게 옷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혹시 이 작품을 쓸 때에, 염두에 두셨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는가요? 아니면, 작가님의 소설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습니까? 그리고 이 작품에 이어서 앞으로 어떤 주제와 방향으로 작품을 쓰실 것인지요?

원래 패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에서 나오는 옷은 다 한 사람이 만드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관련된 책을 읽고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하나의 브랜드에도 여러 디자이너들이 옷을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숨어서 옷을 만드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고 그렇게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었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새삼 여러 분야 다양한 책을 읽는 게 소설을 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 다시 한번 느꼈어요. 이 작품은 정현우가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실제 주인공은 이름 없는 여자거든요. 작품을 읽으신 분들이 이름 없는 여자에게 연민과 애정 등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쓰는 작품은 집이 소재예요. 어려서부터 셋방살이 설움을 너무 많이 겪어서 집에 한이 맺힌 싱글녀 하우스푸어가 주인공인 이야기죠. 그런데 그녀가 집을 끝까지 지키는 게 맞는지 아니면 집을 포기하고 여러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지 갈림길에 있네요. 그녀가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지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선택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백지영의 작품을 읽고, 백지영 소설의 팬이 될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세련된 문체를 갖고 있지도 않고 지식이 차고 넘쳐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작가는 아니에요. 그런 작품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또 내가 그런 스타일의 작품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나는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 내 자신에게 물어보면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답이 들려요. 저는 우선 쉽게 읽히는 소설을 썼으면 좋겠고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많이 노력해야겠지만요. 그리고 또 하나 독자들이 제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에 연민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왠지 마음이 짠해 돌아보게 되고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살다가 문득 한번쯤 떠올리게 되는.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 쉽고 재미있고 감동도 있는 작품.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생각이니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지영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작품집으로 「피아노가 있는 방」이 있다. 

네이버책에서 보기 : https://bit.ly/2I8I0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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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eo600 2021-05-1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례말고 소제목 옷의 인연 번호가 5번인데 책에는 6번이라 되어있네요. 소제목 6번이 책 속에 2번이나 쓰여 있습니다.

alephbook 2021-05-1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책자를 확인해 보니, 편집/교정 중의 실수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더욱 주의하여 책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에게 옷은 무엇인가?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흉터가 옷의 기원이라고요?”

“맞아.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류 최초의 옷은 핏자국이야. 원시인들은 싸움에 이긴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핏자국은 승자임을 나타냈으니까. (……) 그런 그들에게 흉터는 어땠을까. 역시 존경의 대상이었지. 흉터 또한 승자이자 용기를 증명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신이나 흉터를 갖기 위해선 고통이 뒤따랐어. 바디페인팅은 영구적이지 못했을 테고. 그래서 사람들은 영구적이면서도 고통 없이 용기를 증명할 방법을 찾았지.”(백지영 장편소설 <나의 황홀한 옷의 기원>(알렙), 본문,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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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욕망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

어느 날 얼굴에 흉터가 생긴 한 배우의 이야기

혹은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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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욕망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
 
어느 날 얼굴에 흉터가 생긴 한 배우의 이야기
혹은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 간략 소개


인간에게 옷은 무엇인가?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백지영의 신작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은 인간의 옷에 대한 욕망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다.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옷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문제를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백지영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발표해 오고 있는 신예 작가이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이른바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8년에는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을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며”“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 출판사 서평


신작 『나의 황홀한 옷의 기원』은 전작처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의·식·주의 문제를 다룬다. 전작에서는 ‘음식’을 다루었고, 신작에서는 ‘옷’을 다룬다. 옷은 욕망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소재이다. 소설에서는 옷을 만들고, 옷을 입고, 옷을 통해 욕망을 나타내고 실현하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면면이 교직된다. 중심 서사는, 한 배우의 사고에서 시작된다. 한 배우가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런데, 수상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갑자기 사라진 그는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나고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실종과 상처 자체도 미스터리하지만, 상처를 입힌 후 실과 바늘로 상처를 꿰매놓은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한 배우의 생명줄과 같은 얼굴에 흉터를 남겼을까.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김승구/세종대 교수)

주된 서사는 배우(나중에 얼굴에 흉터를 갖게 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또 다른 인물의 서사는 말미에 드러나는 이름 없는 여자(어려서부터 얼굴에 흉터를 가진)이다. 얼굴에 흉터를 갖고 있어 늘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살지만, 어린 시절 현우가 잡아준 따뜻한 손을 기억해 결국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여자의 사랑 이야기. 따라서, 이 작품은 한 배우가 아버지를 뛰어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 슬픈 상처를 가진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일지 모른다.

 

 

미스터리 장르의 정통 규칙에

80년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를 입히다.

 

백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 구상의 계기가 된 경험을 들려준다. 중학교 때 당시는 물론 지금도 한국 에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를 만든 감독을 아빠로 둔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그 감독이 학부형 자격으로 일일교사로 초빙됐다. 유명 감독을 코앞에서 본다는 설렘과 기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중학교에 에로 영화 감독이라니.

그때의 일일 강의는 백지영 작가에게 그 시대의 모순적 상황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각인되어 있었다 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이라도, 그런 상황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가진 소년.

백지영 작가는 요즘의 세대간의 불신을 보며 이 작품을 구상하였다. 아버지의 세대를 부정하고 뛰어넘으려 하지만, 현 세대가 전 세대와 무관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쓰였다.

의·식·주 중에서, 옷은 다른 것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배부르면 음식은 더 이상 먹지 않고, 집도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옷은 있어도 또 갖고 싶어하고 딱히 필요 없어도 동경한다. 따라서 인간의 욕망이라는 감정을 무엇보다도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옷이다.

 

줄거리

 

배우 정현우는 권력자들이 얽힌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하지만 수상 축하파티에서 그는 갑자기 사라졌고,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난다.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얼굴에 흉터가 생긴 후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어렵게 캐스팅된 영화는 번번이 실패하고 연기력까지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된다. 그의 후원자인 디자이너 줄리아와 재력가인 그의 아내 신애가 그의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추락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다큐멘터리 감독에게서 그와 그의 아버지를 다룬 프로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영화감독이었던 그의 아버지 정인호는 데뷔작이 인정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에로물을 주로 찍었으며, 감독으로의 삶보다는 여자들을 배우 시켜준다며 꾀어 데리고 다니는 한량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런 아버지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말이 현우는 내키지 않았지만, 아내 윤신애는 다큐멘터리가 그를 재기시킬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푼다. 다시 그의 인생에 끼어든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영화 인생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윤색되고 현우는 그런 상황이 혼란스럽다.

건달처럼 살아가던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방에 들어앉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며 돈을 끌어들이던 아버지는 엄마의 친정에까지 손을 벌리고 친정과 의절을 하고 살던 엄마는 분노했다. 엄마의 분노에 아버지는 일생일대의 걸작을 만들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집을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주검이 돼 돌아오고 집에는 아버지가 영화를 만든다며 진 빚 때문에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모든 걸 가져갔다.

현우가 사랑하는 엄마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 재봉틀에 앉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집안에 들이닥친 빚쟁이들은 엄마의 재봉틀까지 가져가고 재봉틀을 빼앗긴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갔다. 이후 고아가 된 현우는 가난과 수치만을 물려준 아버지를 원망하며 떠돌다가 지방의 한 술집에서 심부름을 하던 중 우연히 알 파치노의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와는 다른 영화인 즉 정말 좋은 작품을 남기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우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 영화를 찍은 것도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늘 그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후원자 줄리아는 그 영화를 찍는 것을 반대했다. 줄리아가 반대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아내 신애는 자신이 자본을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영화를 완성하고 결국 현우에게 남우주연상이라는 쾌거를 안겼다. 하지만 그 영화로 인해 결국 상처를 입고 현우는 그렇게 경멸하던 아버지를 끌어들여 재기를 노리는 처지가 되었다.

드디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현우는 뜻밖에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에 아버지가 개입돼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는 다른 진정한 영화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현우는 깨닫는다. 좋은 작품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을 것이라 생각한 건 오만이었음을.

(작품의 말미에서, 현우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를 실과 바늘로 꿰매 흉터를 남긴 이가 누구인지 밝혀진다. 또 현우의 영화 출연을 반대했던 후원자 줄리아의 과거 행적도. 또, 아버지 자신이 만들려 했던 영화가 실제 아버지의 일이었음도.)

     

추천의 글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일상의 사건들을 맛깔나게 그려내던 백지영의 새 소설을 기대하며 읽어보았다. 이 작품은 인간에게 옷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과정에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김승구(세종대 교수)

 

작가가 된 후, 정갈한 단편을 발표해 오던 그녀가 두 번째 장편을 내놓습니다. 저자의 아름다운 심성이 장편의 서사 안에 어떻게 교직되어 있을까. 문장을 너머 그 뒤를 흐르고 있는 저자의 가슴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수산(소설가)

 

저자 소개

백 지 영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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