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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신아현 지음 / 데이원 / 2024년 8월
평점 :
나의 이름은
- 신아현,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를 읽고
나의 이름은 몇 개일까. 집에서는 ‘웅이’, 아이에게는 ‘아빠’, 아내에게는 ‘여보’, 그리고 직장에서는 ‘박대위’로 불린다. 이름 대신 직책과 계급으로 불리는 일이 많다. 누군가가 부르는 나. 직책이 전부는 아니지만, 사회에서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저자가 사회복지사로서 겪은 경험들이다. 어머니와 아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깊이 와닿았다.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더욱 세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힘들어도 큰 내색 없이 묵묵히 일해왔던 어머니와 아내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지나고 보니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경험은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돌고 돌아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선 저자에게서 나를 봤다. 대학을 1년 휴학하고 내 미래에 관한 깊은 고민을 했다. 결국 복학 후 평생교육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사회복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끝내 평생교육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 중요성이 커져서 점점 수요가 늘고 있는 평생교육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었다.
평생교육을 공부하면서 사회복지와 평생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복지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고, 평생교육은 그들의 사회화를 돕는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이 시대에 이 두 분야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신조를 지니고, 복지와 교육은 모든 계층에게 필요하다. 지금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엔 어김없이, 돕는 이들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보다는 직책으로 불리며.
“나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제발 나에게 관심 좀 가져 줘.”
저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악성 민원인에게 폭언을 듣고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때로는 손 내밀고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주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저자는 알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고독사, 독거노인, 무연고 사망, 자살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고독사는 특별한 이슈로 여겨졌다. 고등학생 때 무연고 사망과 고독사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점점 고독사에 대한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더니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익숙해졌다는 건,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온정을 갖고 이웃에게 관심을 두기 위한 노력.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쩌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 자살 등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혼자만 잘 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나에게도 언제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올 수 있다.
나는 잠시 평생교육의 길을 가다가 멈추어 섰다. 입대하여 장교로 군 복무 중이다.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들었고, 계급은 대위가 되었다. 이름보다 박대위로 불리는 날이 많다. 업무도 평생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헬기 조종사가 되어 하늘에서 나라를 지킨다. 때로는 긴급 환자 이송 등을 통해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평생교육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중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를 지키는 일. 사회복지사의 일도, 평생교육사의 일도 결국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복지와 교육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 곧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오늘도 힘써 국가의 근간인,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명을 감당한다. 나의 이름은, ‘박대위’다.
주요 문장
매번 술을 먹고 찾아와 욕을 하는 민원인도 그의 아픈 삶이 적힌 기록을 보면 그에게 미움보다 애잔함이 남는다. 퉁명스럽고 까칠한 할머니의 작은 방 안의 잘 정돈된 각진 이불을 보면 외로움을 담은 듯해 눈물이 난다.
그는 누구도 들어 주지 않는, 들어 줄 것 같지도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하는 방법을 몰랐고, 오직 술기운을 빌려 소리를 지르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내비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난 그저 내 가족과 함께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잘 살려고 했는데, 사회복지가 왜? 사회복지사가 뭐라고 우리 가족을 이렇게 갈기갈기 젖어 놓는 거야? 왜?'
그게 당신이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당신이 조금 다른 방법으로 나에게 찾아왔다면, 아마 나는 당신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넸을 겁니다.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그러나 당신의 방법은 옳지 않았습니다.
우리 앞에는 고경호 씨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를 내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고함과 욕설, 눈물과 호소, 가끔은 온몸에 난 상처와 문신으로.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요구는 늘 한결같다.
"나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제발 나에게 관심 좀 가져 줘."
지나고 보니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경험은 없었다. 그 길에서 무엇을 배울지는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다.
바람을 헤치며 뛰자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이 따스하게 내 몸을 감쌌다. '바람이 나를 응원하는구나.'
가끔 후배들이 묻는다.
"선배님, 사회복지 공부한 거 후회되지 않으세요? 난 힘
만 들고, 인정도 못 받고, 재미도 없어서 왜 이 공부했나 싶은 생각이 가끔 들어요."
"나? 난 몸에 안 맞는 옷 입은 것 같은 공부 하다가 내가 사는 세상,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우니깐 재밌던데. 너도 처음부터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갔거나, 다른 공부 이것저것 하면서 돌고 돌아왔다면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거야."
처음부터 정해진 길만 걸으며 공부하고 일해 온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다. 나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돌고 돌아 긴 방황과 고민의 시간이 더해져 내 앞에 펼쳐
진 이길이 난 더없이 고맙고 소중하다.
임신 중 입원으로 인한 불안, 새로운 진로에 대한 희망, 공부할 때의 고통 시험의 긴장과 기적 같은 합격의 기쁨, 임용의 설렘과 발령의 설움. 2002년 시작된 사회복지 공무원의 삶은 짧은 시간, 많은 감정을 넘나들며 내게로 다가왔다.
쓰인 글자 수만큼 일이 싶다면 무수한 고민의 시간을 줄이고, 그들에게 상처 주는 일도 없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를 낳아 작고 따뜻한 핏덩이를 품에 안는 순간, 누군가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 이 짧은 생을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소중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생일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그저 그런 날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 어떤 날보다 의미 있고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큰 상처와 아픔을 겪고, 시간이 지나 그 모든 것이 다져져 다시 일상을 찾고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가 좀 불편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제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선생님을 만나 이렇게 잘되었습니다. 저도 이제 남을 도울 만큼 여유가 생겼으니 저처럼 힘든 학생들을 도울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들이 찾는 선생님이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힘든 시간을 잘 버텨 멋지게 한 사람의 인생을 가꿔 나가고 있음을 알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부모도 없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을 이상호 씨의 인생을 서류 한 장으로 만나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도 일이 힘들고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나가 나고 내 앞에 놓인 불안과 갈등으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
지만, 그것조차 먼 미래의 내가 그토록 간절히 그리워한 하루, 돌아가고 싶은 하루라고 생각하면 지금의 모든 일이 감사하다.
글을 쓰면서 몇 가지 고민이 있었다.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쓴 글이 어려운 누군가의 삶을 세상에 끄집어내어 그저 그런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건 아닌지, 궁금하지 않은 타인의 삶에 억지스러운 관심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하는 것이었다. 특히 타인을 향한 관심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알기에 이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런데도 이 글을 끝까지 쓸 수 있었던, 써야 했던 이유는 한 가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리가 쳐다보지 않고 관심 없다 해서 외롭고,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삶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외면하면 할수록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난다. 독거노인, 우울, 자살, 고독사, 무연고 사망 등 과거에는 낯설었던 단어들이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인 우리를 만났던 기억이 힘들고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삶의 여정 중 한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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