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신문의 내일자 만평을 봤더니 법원의 판결에 대해 극우언론들은 '법원에 빨갱이 세력 있다'를 기사 제목으로 뽑아 놓고 있었다.
제목을 이렇게 달았으니 나도 빨갱이인가?

(이 사진은 37년만에 귀국하던 모습이다.)
나는 그가 과거에 정말로 주체사상의 전파자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37년만에 고향땅에 돌아와서 (그것도 자신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온) 지금까지 감옥에 있었던 9개월 동안 이 사회와 언론이 보여준 모습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언론(특히 신문들)이 보여준 선정적 접근과 마녀사냥식 보도 그리고 그 이후의 무관심... 한 때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하는 정치인들의 침묵.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는 이런 한국의 상황을 빗대 '야만의 나라'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민주적 제도와 합리적 시스템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상식의 범위가 매우 좁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지만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 부분과 '저술 활동을 통한 반국가단체 종사'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북한을 전쟁상대가 아닌 평화통일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합리적, 미래지향적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