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콘을 튼 실험실에 있으니 잘은 모르지만 밖은 아마 많이 더울 것 같다. 4층에 있는 기숙사 방 역시 덥겠지. 집에 가서 거실에 누워 있으면 시원할텐데... 과일도 먹고 TV도 보고 낮잠도 자고 싶다. 하지만 볼은 아직 부기가 안 빠졌고 어머니는 서울에 가셔서 안 계신다고 하니 집에는 다음주에 가야 겠다.

자꾸 우울해 지려고 하는 토요일 오후다. 프로포절 이후에 교수님께서 격려를 하시는 건지 압박을 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다. 동기들 중 작년에 가장 먼저 졸업한 친구 얘기를 자주 하시는 거며 (이름까지 같아서 더 신경이 쓰인다) 굳이 실험실에 들어 오셔서는 이번에 졸업하는 한 친구가 디펜스를 했는지를 물어보시는 것, 그리고 어제 밤에는 독일에서 교수님이 톡을 하기로 한 학회가 얼마 안 남았으니 '세계적인 대가들 앞에서  mature 한 내용을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는 메일도 보내셨다.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 건지 아니면 내가 요즘 노는 것처럼 보이셔서 그러는 건지 참 감을 잡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오늘과 내일 실험하려고 생각했던 뉴런들이 contamination 되는 바람에 1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쳇...

내 모토인 '즐기면서 연구하자'를 떠올려야 겠다. 이런 상황, 예상했지 않았던가. 지금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천천히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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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털이 2004-06-0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근데 '설마 교수님이 여기 들어오시지는 않겠지?' 라는 불안함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