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는 '김대중 옥중서신'이다. 노회찬씨의 당선으로 JP마저 정계은퇴한 이 마당에 웬 김대중?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1981년 당시 신군부의 전두환 정권 하에서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언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29통의 편지는 현재의 엇갈리는 평가와는 상관 없이 당시 민주화 운동을 이끌던 한 지도자의 생각과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형을 언도받은 당사자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련의 시기에 더욱 강해진 종교적 신념을 얘기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님에도 별 거부감 없이 이해할 수 있었고 여러 면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도저히 마음으로는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이런 시련을 안겨 준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라는 말인데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강한 사람,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나같은 일반 소시민의 삶에서는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아직 수양이 부족한 탓인지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3년을 넘게 보아왔지만 변함 없이 자기 중심적이며 이기적인 그 후배 녀석 때문에 나는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겸손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필요한 그 녀석을 직장 동료라는 이유로 매일 봐야 하는 내 몸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치가 높아지며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 되는 효소의 인산화 레벨도 무척 높아진다. 이쯤하면 내가 그 녀석을 이해하고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들 하시려나...

나도 진정으로 강한 사람,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김전대통령은 그 당시 정말로 박정희와 전두환을 용서하는 마음이었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05-30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