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태나 송두율 교수 문제 등과 같이 한국의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를 제외하곤 평소 한국인임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치 자신도 한국인임을 잊은 양 '이래서 한국사람들은 안돼' 라든가 '한국은 죽었다 깨어나도 일본 못 따라가' 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안스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주말 사이에 방송된 MBC 스페셜 <어머니, 나 여기 있어요>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내 조국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부끄럽게 만드는 프로였다.

19년전인 1989년 MBC를 통해 방송되었던 '우리는 지금'이라는 프로에서 해외로 입양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19년이 흐른 지금 그 때 방송되었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왔고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이번 MBC 스페셜을 통해 보여준 것이었다. 토요일엔 미국편, 일요일엔 유럽편을 방송했다. 옛날 화면을 보면서 나도 기억이 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수잔 브링크'였다. 그 당시에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해외 입양아들에 대한 관심이 잠시 높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미국으로 갔던 아이들은 그래도 좀 더 적응을 잘 하면서 자란 반면 스웨덴이나 벨기에 쪽으로 간 아이들은 백인들 특유의 배타적인 문화 때문인지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어디고 할 것 없이 피부와 머리색이 달라서 생기는 주변의 시선과 놀림, 사춘기에 찾아오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방황은 그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었다. 한국에 있는 친모를 찾는 일에 있어서는 'Truth might hurt me.'라면서 굳이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들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왜, 무엇 때문에 엄마가 나를 버렸고 그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고 싶어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한국 전쟁 이후부터 시작된 해외 입양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한 해 평균 2000(!)명이라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19년 전 보내졌던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이 지금 보내지는 2000명의 아이들 앞에 놓여져 있다고 생각해 보라. 한국인임이 부끄럽게 생각되는 일이다. 진정 그 아이들을 대한민국에서 품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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