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고 추모하는 내용을 가진 책이나 영화에 대해서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러브레터의 포스터를 따 왔다. 오늘은 어린이날임과 동시에 2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제사일이라 집에 와 있다.
2년 전 그날은 비가 내렸다.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터라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2주일 전 쯤 병원으로 할아버지를 뵈러 갔을 때, 그 때만 해도 설마 곧 돌아가시겠느냐는 생각이었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일 때문에 집으로 가는 버스 내내 슬픔과 죄송함 뿐이었다.
3일장을 치루는 동안 울면서 든 생각은 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지낼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었다. 누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 그와 같이 만든 추억들을 떠올리며 이젠 더 이상 그와 함께 그런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주는 슬픔... 그리고 좀 더 잘 해 주지 못한 일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
"할아버지 친구 손자는 전문대 나오긴 했지만 취직해서 지가 돈 벌고 하는 거 보니까 보기 좋더라. 가는 할아버지 용돈도 준다는데 너는 언제 그렇게 될 것이냐?"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건강하실 때 날 보고 웃으시며 하시던 말씀이다. 나 역시 웃으며 '박사 졸업할 때까진 아직도 한참 남았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 땐 정말 당신이 예뻐하시던 큰 손자가 며느리 얻는 것도 보시고 증손주도 보실 때까지 사실 줄 알았는데... 지금에서야 '돈 모아서 금강산 관광이라도 보내 드릴 걸', '값도 싼 우리학교 매점에서 과자도 많이 사 드렸어야 했는데...' 같은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한문 시간에 배웠던 말이 이런 때 쓰라고 있는가 싶다.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 :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