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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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가설은 본질적으로 시장만능주의가 불러들인 사회악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이것을 개인의 악덕을 합리화하는 알리바이로 오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악과 개인적 악덕은 연관되어 있지만 둘 사이에 필연적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53쪽

내 나름의 비법이 있기는 하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리감'이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89쪽

아이를 잘 키우려면 도를 닦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두 가지만 이야기하자. 따지고 드는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공정성fairness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하는 아이일수록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성은 가장 높이 발달한 생물학적 재능이다. 끝없이 "왜?"를 쏟아내는 아이를 억압해서는 안된다. 더 창의적인 아이들은 덜 창의적인 아이들보다 부모를 더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의 규범으로 길들이면 아이는 호기심을 버리고 창의적이기를 그만둔다. -216쪽

나이를 먹어도 삶은 똑같이 귀한 것이다.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이다. 자기 힘으로 삶을 꾸려가야 존엄과 품위를 지킬 수 있다. 자식이든 친구이든 타인에게 의존하면 삶은 존엄과 품격을 상실할 수 있다. 늙어도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설계하고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몇 가지를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돈, 건강, 그리고 삶의 의미이다.-221쪽

젊은 시절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떨쳤던 홍사중 선생은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일흔여덟에 쓴 수필집에서 그는 밉게 늙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1. 평소 잘난 체,있는 체,아는 체를 하면서 거드름 부리기를 잘 한다.
2. 없는 체 한다.
3. 우는 소리,넋두리를 잘 한다.
4. 마음이 옹졸하여 너그럽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낸다.
5.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다.
6.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224쪽

측은지심은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 앞에서 나는 품격있고 행복한 인생의 비결이 하고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즐겁게 놀고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측은지심이 할 일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도, 놀이도, 사랑도 모두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은 인생의 성공비결목록에 없다. 그러나 맹자가 말한대로 측은지심이 없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다. 그가 중국 대륙을 돌면서 여러 왕들을 만나 한 모둔 이야기의 초점은 한 가지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 측은지심을 발휘하면 만인의 삶을 고통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241쪽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일까? 왜 일부 사람들은 진보적인 것일까?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일을 하지만, 진보주의 자체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임이 확실하다. 크게든 작게든, 급격하든 점진적이든 생활환경은 늘 변화한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필요하다. 모두가 예전의 상황에 맞는 익숙한 생각과 행동만 한다면 개체 뿐만 아니라 집단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절멸할 수 있다. (중략) 정치적 이념에 대한 지능의 영향력은 성이나 인종보다 두 배나 강력하다. -256쪽

신념을 지니고 살면서 그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나도 정답은 모른다. 내 나름의 방법이 있을 뿐이다. 신념은 훌륭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훌륭해야 한다. 나는 내가 가진 신념 덕분에 내 자신과 내 삶이 더 훌륭해지는지 주의깊게 살핀다. 내 자신을 비루하게 만드는 신념은 좋은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도 신념 그 자체가 확실해 보인다면,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의 관심과 비판을 받았던 '통진당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신념 그 자체 보다는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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