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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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욕망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것인데, 욕망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우리 사회의 묵시적 계율 때문에 우리 욕망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어 졌습니다. -24쪽

남의 숨겨진 야심을 잘 찾아내는 사람은 대개 그 자신이 동일한 야심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유난히 남의 욕망이 눈에 잘 들어올 때는 먼저 자기 내면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38쪽

보수는 자기 욕망에 비교적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욕망에 정직하다 보니 욕망이 굴절될 여지가 적습니다. 그러나 진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권력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명예를 지키기 위해 권력을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최소한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중략) 명예를 위해 돈과 권력을 포기한 사람들은 이상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뭘 포기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41쪽

모방욕망과 무한경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게 우리 영혼입니다. 그 영혼이 잠깐 산소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에서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꼽아봐야 열 손가락을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그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이 차가운 진실의 인정은 욕망의 인정만큼이나 소중한 정신승리의 출발점입니다. -108쪽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는 것'은 상대방과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기 위치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 용기 또는 에너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관계를 유연하게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관계를 끝장낼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원칙은 거의 모든 관계에 적용됩니다. -120쪽

애인과 헤어지지 않으려면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직장상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그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절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생의 슬픔과 묘미가 있습니다. -124쪽

노골적이지 못하고 '은근하게'표출되는 욕망은 우리 삶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부작용에 비해 효과는 너무 미미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남의 은근한 욕망을 귀신처럼 잡아내는 무시무시한 센서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누구나 자신의 은근한 자랑이 상대방에게 먹혀들기를 원하지만, 누구도 상대방의 은근한 자랑을 듣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은근해도 내 자랑이 상대방에게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146쪽

'남에게 해를 가하는 경우 외에 개인은 자유롭다'는 밀의 선언은 오늘날까지도 무엇이 범죄인지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252쪽

'내가 착하고 의롭다면 나에게는 어떤 나쁜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프레임에 인생을 건 근본주의자들은 이런 불행에 대해 딱 한가지 설명만 내놓을 수 있습니다. "내가 착하고 의롭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나쁜 일이 생겼다"는 해석입니다. 이런 단순한 프레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작은 불행을 겪어도 우울, 불안, 편집증, 공황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모든 불행은 내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안은 근본주의 교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273쪽

거품을 거두고 자기가 정말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살펴보는 건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사람 뿐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중략)
"'판검사할 성적이 됐는데도 변호사를 선택했다'는 소리를 죽을 때까지 안하고 살 자신이 있느냐? 그럴 자신이 있으면 판검사 포기하고 변호사를 해도 된다. 그런데 입을 열 때마다 그 소리를 하며 남은 평생을 보낼 것 같으면 그냥 판검사로 가라. 주변 사람들이 평생 그런 얘기를 듣고 사는 것도 정말 피곤한 일이다. 괜한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284쪽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중에는 모범생이 많고 아무래도 '색'보다는 '계'쪽에 가까운 성향을 갖게 되지요. 자기가 바른 생활을 하는 만큼 남에게 돌을 던지기도 쉽습니다. 대신에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접하고 경계선을 넓히기도 쉽죠. 서둘러 돌을 던지기 보다는 경계선을 넓히는 쪽이 자기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291쪽

고백을 들어줄 귀가 없는 사회에서는 고백이 나올 수 없습니다. 고백이 없는 곳에서는 성찰이 아니라 사냥만이 힘을 얻지요. (중략)
사냥꾼들의 악플 대부분은 사안과 전혀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쏟아놓은 넋두리일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억눌린 욕망과 분노를 그렇게 폭력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한 거죠. 그걸 깨닫고 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사냥꾼들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고백과 함께 이런 내면의 힘을 다져가는게 중요합니다.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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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1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알리샤님, 제가 그은 밑줄과 몇 가지가 겹쳐요.^^
이 책 좋더라구요.^^ 한겨례신문에서 본 그의 '고백'을 재미나게 보는데
고백성 짙은 그의 글도 재미났어요. 마지막 인용 구절도 고백의 힘에 대한 이야기네요.

Alicia 2012-06-14 00:34   좋아요 0 | URL

저도 '고백' 본 적 있어요. 혜신명수 부부의 이야기 였는데, 재밌었어요~!
눈치보며 경계선을 넓혀온 사람이기에, 그의 고백은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있고 또 언제나 폭탄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이 편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