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대통령을 뽑은 게 벌써 두 번째다. 두 번 경험은 한 번 경험보다 더 좋은 선생님이다. 경험에서 배우고 경험을 오래 기억하는 시민이 늘어날수록, 어리석은 권력자에 대한 대중의 인내심이 줄어들수록 정책적 무능과 자의적 권력행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질수록, 윤석열은 더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이다. 군주민수(君民水), 민중은 물이고 권력자는 배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그도 경험에서 배우게 될지 모른다. - P28
윤석열은 경청하지 않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날 때를 빼고는 모든 곳에서 발언 시간을독차지한다. 게다가 툭하면 ‘격노‘한다. 격노는 비속함의 표현이다. 사악한 사람은 화가 나도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든다. 조용히 타격을 가하고 손을 봐준다. - P32
보수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대한 뉴스를 보면 자신에게 이익인지 여부를 먼저 생각한다. 진보는 그 정책이 옳은지여부를 먼저 생각한다.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지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쪽이 좋다거나 나쁘다는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 P41
박근혜 탄핵에서 윤석열은 이런 교훈을 얻었다. ‘확실한충성파를 공천하라. 의석을 손해 본다 해도 잠재적 배신자를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 유승민이 당 대표가 되면 그런 작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경원도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인기도 능력도 없지만 말을 잘 듣는 김기현을 낙점했다. 그런데 김기현이 자꾸 자기 의견을 내세우자 김기현을내치고 한동훈을 세웠다. - P78
기관지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권력자를 비판하지않는다. 심지어는 찬양한다. 둘째, 권력자를 비판하는 개인과집단의 약점을 찾아 공격함으로써 권력 비판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셋째, 권력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도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자가 원하면 사실을 날조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 P151
1963년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호프스태터(Richard Hofstadter)가 미국의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 in American Life)』(유강은 옮김, 교유서가, 2017) 제1장「우리 시대의 반지성주의」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는 이념이 아니라 감정과 태도의 복합체다. 어떤 말로 정의하든 반지성주의가 반드시 포함하는 요소가 있다. 고귀한 가치나 이상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의심하고 경멸하고 혐오하는 감정, 비판적 지식인을 배척하는 태도다. 반지성주의가 국가권력과 결합하면 독재와 전체주의로 나아간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폴 포트 같은 독재자는 모두 지식인을 박해하고 죽였다. - P162
널리 인정하는 견해에 따르면 과학은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물질의 증거와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논리의 규칙에 따라 생각하고 추론함으로써 대상의 실체에 다가서는 태도가 과학이다. 윤석열한테서는 과학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 없다. ‘완성형 권력자‘여서 그 무엇도 배우고 익히지않는다. - P167
집단은 양심이 없다. 개인은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이지만 집단은 그렇지 않다. 집단은 크면 클수록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가장 크고 강력한 집단이 국가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와 정부를 구성하는 권력자들의 책무는 국가의 이기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힘과 능력만 있으면 국가는 무엇이든 한다. 미국은 19세기에 다른 나라의 식민지를 힘으로 빼앗았다. 20세기에는 베트남을 침략했고 군사쿠데타를 배후조종해 칠레를비롯한 여러 나라의 민주정부를 전복했다. 21세기에는 국내법으로 국제무역의 규칙을 짓밟는다. 특별히 나쁜 국가라서 그런 게 아니다. 미국에 앞서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이나 냉전 시대 소련은 더한 짓을 했다. (하략) - P174
적 사실은 말한다. 육군의 뿌리는 일본군이고 육사의 뿌리는일본군인지 광복군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제 질문을 바꾸자. 육군과 육사는 어디에 뿌리를 두어야 하는가? 이것은 당위 또는 지향에 관한 질문이니 역사의사실이 아니라 헌법에 의거해 대답해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육사교정에 특정한 역사 인물의 흉상을 세우거나 철거하는 것은국가의 강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다. 국가의 강제 권력을 행사할 때는 목적과 방법이 헌법에 맞아야 한다. - P179
나는 그를 이해한다. 그는 자신이 사회적 위계의 꼭대기에 섰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알파 메일의 본능적 욕망을 끝없이 추구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 윤석열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이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다른 무엇에, 예컨대 헌법이나 특정한 이념에 충성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윤석열의 인생을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사법시험을 아홉 번 본 것은 어떤 가치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검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략) - P187
사람은 능력이 저마다 다르다. 능력은 일반지능, 전문 지식, 업무 자세, 타인을 대하는 태도, 전략적 사고 능력, 경험의폭과 깊이 등 많은 것을 포함한다. 그 모두를 종합해서 뛰어난능력을 가진 사람을 A급이라고 하자. A급은 A급을 알아보고 좋아한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흔하다. A급 책임자가 전권을 쥐면 주로 A급 인재를 기용한다. 그러면 그 A급들이 또 다른 A급을 불러들인다. 그러나 B급을 조직 책임자로 임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B급은 A급을 반기지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B급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B급책임자는 기껏해야 B급을 기용한다. 아부를 잘하면 C급, D급도 마다하지 않는다. A급은 기용하려고 해도 어렵다. A급 능력자는 B급 밑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조직은 C급 이하 등외까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으로 채워진다. - P191
윤석열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다. "특검을 왜 거부하느냐?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다." 특검이 엄중하게 수사를 하면 윤석열이 부당하고 위법한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죄가 없다면 의혹을 털어내고 결백을 증명할 기회로 삼으면 된다. 그런데도 사실의 근거도 없고 논리의 규칙에도 어긋나는 말들을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의 어록에 따르면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 P262
민주주의 정치는 ‘전쟁의 문명적 버전‘이다. 권력투쟁을할 때도 정책경쟁을 내세운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는 데서 멈춘다. 내가 죽이려 하면 상대방도 죽이려 들기 때문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계가 없이 싸우면 정치는 전쟁이 된다는 것을, 정치가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이 되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통 정치인은 다 안다. 그러나 그는 보통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정치인이다. 권력을 휘두르는 즐거움 말고는 정치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다. 윤석열은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을 서로 죽이고 죽는 악순환에 끌고 들어갔으며, 자신이 누구보다 큰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 - P264
오래전 읽은 책에서 본 이론을 소개한다. 지금은 서점에없는 책이라 제목은 말하지는 않겠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직후 영국 노동당 대표였던 해롤드 라스키다. 폭력혁명을 옹호한다고 비난받을 정도로 급진적인 지식인이었지만 사회혁명에 대한 통찰은 지금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 라스키는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사회혁명이 일어난다고 했다. 첫째, 대중이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집권세력이그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셋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수단을 모두 사용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한국에서는 사회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 첫 번째와 두번째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세 번째 조건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P268
국회의원은 당선과 동시에 재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국힘당 국회의원은 대다수가 정치업자다. 정치업자에게재선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대통령 때문에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정치적 신의나 동지애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 이르면 지방선거 전에 윤석열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탈당하면석고대죄를 하라고 할 것이다. 민심이 압도적으로 탄핵을 요구할 경우에는 탈당 여부와 무관하게 여당 의원 일부가 탄핵대열에 가담한다. 인기 없는 대통령을 패대기쳐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차기 대선을 노리는 야심가들은 냉정하게선을 그을 것이다. - P273
아모스와 고블린의 권력 상실 과정과 상실 이후의 삶을결정한 것은 인간의 윤리 도덕이 아니라 알파 메일에게 보안관 행동을 기대하는 침팬지 무리의 생물학적 본능이었다. 권력과 관련하여 인간이 형성한 윤리 도덕은 호모 사피엔스와침팬지가 공유한 본능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 본능의 유전자는 두 종의 조상이 갈라진 6백만 년 전에 이미 자연에 존재하고 있었다. 인간은 윤리 도덕을 무(無)에서 창조하지 않았다. 자연이 준 능력이 있었기에 문명의 규범을 세울 수 있었다. 본능은 끈질기고 힘이 세다. 역사의 시간에는 사라지지 않는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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