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품절


자기 자신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종류의 인간으로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그렇게 통이 나를 설명한 모양이었다. 사실 그렇다. 또한 나는 다른 종에게, 특히 멸종 위기의 종들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솔로몬 씨에게 우정을 느끼는 것도 그래서였다. -63쪽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전 방위로 봉사를 계속한다면, 나는 결국 솔로몬씨 같은 기성복의 제왕이 될 것이다. 봉사는 바로 연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연민이 부족할 때는 뭔가 다른 것을 찾아내야 한다. 바보처럼 속절없이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그 무언가를 말이다. -126쪽

무엇이든 일을 하면서 보낸 세월은 그냥 허송한 시간과는 달랐다. -153쪽

"당신은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해줬어...... 자노, 나 역시 당신을 조금은 행복하게 만들어준 거야?"
"그럼요, 물론이죠.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줬어요. 당신이 그걸 깨닫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그 이상으로 사랑할 필요는 없다고. -173쪽

"네가 그러는 건 멀어지기 위해서야. 거리를 두기 위해서라고."
"무슨 뜻이야?"
"감동을 주거나 두렵게 하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멀어지기 위해, 감정으로부터 너 자신을 떼어놓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그건 일종의 자기방어라고 할 수 있어. 네가 고뇌에 시달린다고 하자. 너는 네 고뇌를 사전 속에 있는 건조한 상태로 환원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멀어지려 하는 거야. 감정을 차갑게 식히는 거지. 눈물이 난다고 해보자. 너는 그 눈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서 사전에서 눈물이라는 단어를 찾는 거라고."-181쪽

사랑amour 어떤 가치에 대한 사심 없고 깊은 집착 -194쪽

나는 언제나 철저하게 나쁜 놈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 스스로 자신을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가 나쁜 놈이 아니라는 증거다. 진짜 나쁜 놈들에겐 그런 느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나쁜 놈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짜로 나쁜 놈이 되는 것뿐. -224쪽

그가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건 극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극기란 고통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생깁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믿고 싶지 않고,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고, 더 이상 집착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는 당신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거예요. 그 나이가 되어서 집착하는 게 두려운 거죠. 극기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 이상의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고요. -268쪽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늘 뭔가가 남아 있게 마련이니까요. -275쪽

"알린."
"응?"
"우리 모두 뭘 두려워하는 걸까?"
"지속되지 못하는 거."
-297쪽

포틀래치Potlatch 신성한 성격의 파괴나 증여.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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