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생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이레 / 2006년 9월
절판


요시다를 만나고 난 겐조의 가슴 속에는 문득 이런 어렸을 적 기억이 끊임없이 되살아났다. 그것들은 모두 단편적이면서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또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무엇 하나 결코 그 사람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세세한 사실들을 더듬을수록 무진장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또 그런 이야깃거리 속에 반드시 모자를 안쓴 남자가 끼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는 괴로웠다.
‘그런 광경은 이렇게도 잘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그 때 느꼈던 내 마음은 안 떠오르는걸까.’-47쪽

부부는 겐조를 귀여워했다. 하지만 그들의 애정속에는 이상한 보상심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마치 부자가 돈으로 예쁜 여자를 소유해서 여자가 좋아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사주는 것 같이 그들도 자기들의 애정 자체를 주지 못하고 오직 겐조의 환심만을 얻기위한 친절을 보여야 했다. 그리고 그 불순함에 대한 벌을 받았는데도 전혀 몰랐다.
-123쪽

"인간은 평소 자신의 미래만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그 미래가 어느 순간에 일어난 어떤 위험 때문에 순식간에 막혀 아, 나는 이제 끝장이로구나 싶으면 불현 듯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니까 그 순간 모든 과거의 경험이 한꺼번에 의식된다는 거야. 그 설에 의하면."
-134쪽

세상은 모두 속아서 사는 것과 같은거야. -208쪽

"인간의 운명이란 쉽게 끝나지 않는거야."
아내에게는 남편의 말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248쪽

‘그러나 지금의 나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모든 게 이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이상함 속에는 자신의 주위와 용케도 잘 싸워 나왔다는 자랑도 꽤 섞여 있었다. 그리고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이미 만들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의기양양함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대조해보며 과거가 어떻게 해서 현재로 발전해 왔는지 부쩍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현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276쪽

이 세상에 끝나는 것이란 하나도 없어. 일단 한번 일어난 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 그저 여러 가지형태로 모양만 바꾸는 거니까 남도 나도 느끼지 못할 뿐이야.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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