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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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에서 보듯 백석 시에는 '밝고, 거룩하고, 그윽하고, 깊고, 맑고, 무겁고, 높은'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며 , 그가 찾고자 하는 전통이기도 하다.백석시는 결국 그 마음들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 마음들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를 풍요로 넘치게 하며 과거의 행복했던 시대를 가득 채웠던 그 마음들은 그의 시대에는 아우라로만 남아있다. 그것은 음식이나 맛을 통해 인식되는 순간에 다시 사라져 버리는,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로만 포착될 수 있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백석이 유품 수집이나 추상적 이념의 발견을 통해 전통을 발명해내려 하는 민족주의자들의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전통의 존재 방식과 그것을 인식하는 방법을 깊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찬가지 이유로 그는 맹목적 서구 추종으로부터도 충분히 거리를 둘 수 있었다.
-246-247쪽

물론 그 '마음'들을 찾기 위해 백석은 끊임없이 유랑해야 했다. 그의 유랑이 관광을 위한 여행이나 생존을 위한 이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유랑을 과거의 행복했던 시대의 아우라를 보아버린 자의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그의 운명론을 허무의식이나 식민지 체험의 소산으로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의 후기 시에 보이는 운명론을 두고 역사적 유토피아를 믿지 못한데서 비롯된 허무의식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아우라는 유토피아에 대한 지향없이는 생겨나지 않는다.
그의 체념은 속물적인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을 단념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토피아와 현실의 낙차는 그가 유랑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동력이었다.
-246-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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