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키우는 사람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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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렐리앙은 꿀벌 키우는 사람이다. 남프랑스 랑글라드 마을은 라벤더 생산지로 마을사람들은 모두 라벤더를 키운다. 그는 돈이 되는 라벤더를 키우기를 거부하고 기다림 속에서 꿀벌을 키운다. 그에게는 꿀이 금이고 라벤더이다. 평온함 속에서 삶의 환희를 맛보던 어느 날 저녁, 그에게 운명과도 같이 불운이 닥쳐 그는 키우던 벌을 모두 잃게 된다.

 

나는 여기서 그만 가슴이 철렁,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바닥까지 내려간 인간이 몰락하는 이야기, 덧없이 스러져 가는 이야기, 아니면 바닥을 치고 올라와 성공가도를 향해 달리는 이야기. 그 둘 중 하나이기를 기대하고 바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작가가 역자에게 보낸 편지에 나와 있듯, 이 소설은 우리의 기대를 져버린 채, 로망(roman)과 콩트(conte), 그리고 시(poiesie) 사이를 오가며 꿈을 찾아 떠나는 오렐리앙의 순례길로 안내한다.

 

남프랑스의 마르세유에서 수에즈 운하 끝에 있는 포트사이드, 예멘의 아덴과 소말리아의 제일라, 에티오피아의 하라르에 이르기까지. 독자는 금을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에 함께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와 같이 바짝 타는 입으로 사막길을 걸으며, 그가 금을 찾지 못하게 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는 금을 보았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는 금을 찾았는가? 나는 잘 알 수 없다. 오렐리앙이 꿈꾸는 금이란 무엇인가? 모두가 꿈꾸지만 모두가 가질 수는 없는 것.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대가를 치른다고 해서 오래도록 내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닌 어떤 것. 그런데 그는 왜 금을 꿈꾸는가? 이 질문의 답은 작가의 다음과 같은 말로 갈음할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은 꽃 한 송이를 사랑해서 죽을 수 있다.


꿀벌은 사랑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

꿀벌은 그럴 수 있다. 


어떤 독자에게 이 책의 결말은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을 걷는 동안 삶의 기쁨보다 생의 절박함을 맛볼 수 있고, 금은 보았으나 금을 찾지는 못한, 내 삶의 허무를 위로할 수 있다.

 

휴일 겨울날 어느 카페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반짝이는 금빛이 넘실대는 듯한 환상 속에서 그만 아득해졌다. 꿈은 금이다. 말해질 수 없고, 해될 수 없다. 이것이 내가 작가의 캔버스를 통해 본 꿈에 관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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