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점령하라 사계절 중학년문고 4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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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간단한 이야기클럽을 하고 있다. 첫번째 책은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였고, 두번째 책은 친구의 추천으로 바로 이 책, '과수원을 점령하라'를 선택했다. 수업 방식은, 아이들에게 책을 한 단원씩 읽어주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독서지도사 과정 같은 것을 배워본 적도 없는 나는, 아이들에게 거창한 논술을 가르치는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있으며, 다만 이런 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이 보다 바른 생각을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목표를 향한 성취감 등을 갖게 하는 것을 주 목표로 하여 수업하고 있다. 사실상 학원 다니랴 바쁜 아이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책과 친해지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선택하여 읽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구체적인 교훈을 제시하게되는 마시멜로 이야기와 달리 이 책은 더 재미나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첫 단원인 '오리가족의 나들이'를 읽었을 때에는, 그 단원에 대해서 마인드맵으로 꾸며보라는 숙제를 내주었고, 두번째 단원인 '쥐한테 잡힌 고양이' 편에서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였다. 네 컷 짜리 만화를 그려온 아이도 있고,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온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세번째 단원 '과수원을 점령하라'를 읽었는데, 점점 더 흥미진진해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번 숙제는, 그 다음 단원인 '이사 가는 나무 귀신' 편을 상상해서 지어오라는 것이다. 노트 한 쪽 이상으로 써오라고 했는데 싫다는 녀석이 없다. 오히려 더 길게 써도 되느냐고 아우성이다. 다들 머릿 속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미고 싶은 것이다. 한 편으로는 스리슬쩍 도서관에 가서 다음 이야기를 당겨서 읽고 싶기도 하겠지만, 수업이 더 흥미롭게 되기 위하여 스스로 그것을 참고 숙제를 해오는 아이들... 나도 아이들의 다음 숙제가 기대된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수업하기 참 좋다. 전체가 하나의 장편이면서도 각각의 단원은 주인공이 따로 있어서, 여러 동물의 시각에서 상황을 훑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 단원씩 진행될 때마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사건이 조금씩 맞물려 다른 시각으로 보여줌으로써, 같은 사건이 시각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하니, 아이들에게 입장이라는 것을 설명하기도 아주 좋다.

동화이지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엄마들이 사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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