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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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에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언제나 합리적’ ‘객관적이고자 했던 인류의 그 오랜 숭고한 노력조차도 지극히 인간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 이제 일상에서 느끼는 이상기후 증상은 인간이 그동안 해왔던 악행과 어리석음의 방증이다. 동물도 식물도 그저 대량생산과 소비의 대상이었을 뿐 동등한 지위를 가진 종으로서 대우한 적이 없었다. 식물을 사랑해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었지만, 채취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의 양심과 자기반성이 있었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식물상담소를 찾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는 나도 한 번쯤 의구심을 가졌던 주제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금껏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었다. 식물에 관한 어떤 관심도 정보도 없었던 탓이다. 집 안에 어떤 식물을 들여야 잘 자라는지 궁금해 펼친 책이었지만, 다 읽은 후에는 식물이라는 거대한 종에 대한 궁금증과 식물과 인간의 공존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P. 67
자연의 모든 것은 형태를 바꾸며 계속 순환하고 있다. 변하여 본래의 것이 사라지고, 다른 것에 보태어지는 과정 속에 우리도 존재한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아갈 때, 자연의 순환 속에 우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불필요한 결핍과 불안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식물이 건넨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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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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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불안을 경험한 지금이야말로 내재 된 불안을 깨뜨릴 수 있다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싶다. 불안은 말 그대로 영혼을 잠식하는 게 아닌가. 네가 느끼는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은 거짓이거나 확증되었기에 너의 노력만으로 얼마든지 치유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하라는 아들러식 얘기다.

저자는 아들러의 관점에 따르면 인생의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걱정하거나, 실패가 빤히 보이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일을 그르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 같다. 과제를 하지 않으면 선생님께 꾸중을 들을 것을 아는 데도 미루거나, 먹으면서 살찔 걱정을 하는 일과 비슷하다. 이런 불안은 거짓 불안에 가깝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에 대한 걱정이나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를 TV로 보면서 전쟁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같은 불안이라도 두 가지가 엄연히 다르기에 섣불리 거짓 감정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불안에 대해 왜곡된 태도를 버리고, 떨쳐낼 수 있는 것은 떨쳐내고 맞설 수 있는 것은 맞서며 뒤죽박죽 불안을 정리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

 

아들러는 불안의 ‘원인’이 아닌 ‘목적’에 주목했다. 그는 일이나 대인관계처럼 살아가는 데 피해 갈 수 없는 과제를 ‘인생의 과제’라고 명명하고, 불안은 이런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지는 감정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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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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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책 바로 뒤 김영하 작가의 신작 <작별 인사>를 읽었다. 근 미래 당대 가장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철이와 클론, 그리고 다양한 기계,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의 이야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묻고 답한다. 

600년 전 유럽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비록 고대 지혜의 신을 소환했지만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과학을 가져와 인간을 보다 객관적으로 해부해 알고자 한다. 그리고 불안과 고통스러운 현실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인 꼼꼼한 복원사는 깊게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 르네상스 미술은 ‘생각하기 시작한 인간과 느끼기 시작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성, 사랑, 영혼, 행복, 이성 등 13개의 소제목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르세상스 미술가들의 질문이자 대답이다. 복원사라는 특성상 작품과 작가의 이해도가 높다. 무엇보다 차분하고 객관적인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모처럼 르네상스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여행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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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책 바로 뒤 김영하 작가의 신작 <작별 인사>를 읽었다. 근 미래 당대 가장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철이와 클론, 그리고 다양한 기계,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의 이야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묻고 답한다. 

600년 전 유럽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비록 고대 지혜의 신을 소환했지만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과학을 가져와 인간을 보다 객관적으로 해부해 알고자 한다. 그리고 불안과 고통스러운 현실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인 꼼꼼한 복원사는 깊게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 르네상스 미술은 ‘생각하기 시작한 인간과 느끼기 시작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성, 사랑, 영혼, 행복, 이성 등 13개의 소제목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르세상스 미술가들의 질문이자 대답이다. 복원사라는 특성상 작품과 작가의 이해도가 높다. 무엇보다 차분하고 객관적인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모처럼 르네상스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여행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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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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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스페인어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주인공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화가 나도 참고, 안 해 본 짓을 한다

말년 운이 좋은 사람일까, 척척해 낸다. 암만 봐도 행운아다. 단지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일 뿐. 아내와 딸에게 어떤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이혼 후 한 번도 돌보지 않은 딸을 어렵게 만나지만 밀린 양육비 얘기를 꺼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기 불편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글자를 익히고 말을 배우는 것은 물론 문화와 정서, 습관까지 알아야 하는데 그게 과연 노년에도 가능한 일일지

바르게 살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고단한 남훈 씨의 반평생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하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저항 없이 척척 진행되니 갑자기 나름 치열했던 그의 삶이 두둥실, 허술해진다

시간은 많은 것을 치유하지만, 마냥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상처는 더 깊어질 수 있다. 뼈아픈 반성 없이 잘못한 것은 바로잡을 수 없다.

"...어떤 언어형식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것과 같지요. 이 언어는 미래의 언어입니다. 멋진 기회와 새로운 만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억하세요.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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