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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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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출간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출간과 함께 화제를 일으켰다. 이 책은 제131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책이다. 이 책을 가만히 읽어보면, 입가의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의사는 고상하며 엘리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깨어버린 이라부 의사의 행동은 기상천외하다. 그러나 그에게 상담을 받는 모든 환자들은 예기치 못한 처방으로 당황하지만, 모두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를 받는다.

이것이 이라부 의사의 특별한 처방이다. 그의 행동과 처방을 보면, 가벼울 수밖에 없는 행동과 처방이었지만, 그러한 처방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모든 환자들의 상태를 해결해 가는 독특한 행동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입가의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의 사건연출이 예기치 못한 구성으로 진행되어 재미가 있다. 각박한 사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인간미도 느껴보고,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새삼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지금도 이라부의 행동이 떠올려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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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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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방송매체마다 사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SBS에서는 "왕과 나"를 방영함으로써 잘 다루지 않은 내시의 삶과 애환을 조명해 주고 있다. 또한 이에 맞대응이라도 하듯 MBC에서는 같은 날 같은 시간때에 "이산" 즉, 정조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역사적인 무대에 다룸으로써 더 큰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정조 대왕에 대해 다룬 드라마로써 모 케이블 방송에서 "정조 암살 미스테리 8일"을 주말마다 방영하고 있다. 여기서 방영되어지고 있는 드라마에서는 개혁 군주인 정조대왕을 기존에 다뤘던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낄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역사는 어떤 사관에 따라 기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을 돌출시킬 수 있다는 익히 들은바가 있어서 두 드라마를 아주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된 "정조 암살 미스테리 8일"의 원작은 오세영의 "원행"이라는 소설에 그 기초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후 소설 "원행"을 구입하였고, 구입 즉시 이틀만에 "원행"을 다 읽었다.

오세영의 소설 "원행"은 정조 19년(1795년) 윤2월 9일에서 16일까지 8일간에 걸친 원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 원행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왕의 행차를 행행이라고 하는데, 왕이나 왕비의 무덤으로 가는 행차를 능행, 왕의 후궁이나 세자의 무덤에 가는 행행을 능행이라고 한다. 흔히 을묘원행이라고 불리는 정조의 화성(수원)원행의 과정 속에서 정조 대왕을 암살하려는 세력과 그로부터 지키려는 세력간의 음모와 암투를 픽셕과 논픽션의 공간을 오고감으로써 스릴과 긴장감으로 사건을 한층 더 재미를 이끌어가고 있다.

개혁을 단행하는 정조의 원려를 따른 시파와 전통적인 근간을 지키려는 수구세력(벽파)들과 얽히고 섞힌 음모, 예기치 못하게 혹세무민하여 이상국(소운릉)을 세우려는 이상주의자(문인방)의 출연으로 이 소설 안에서 삼각 구도를 형성시켰다. 이 소설 속에서 정약용을 통해서 건축된 수원화성에 대한 설명과 과정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잘 서술되어지는 듯하다.

소설"원행"을 통해서 보면, 정조는 왜 도읍을 화성으로 천도하려고 했는가? 그 이유는 정조가 단행하려고 했던 개혁의 절정이 화성으로 천도함으로 인해 실행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안고서라도 서둘었던 것인가? 그러나 정조의 급진적 개혁으로 인해 개혁의 이보다는 실이 더 많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개혁은 급진과 보수과 조화로움 속에서 이루어질 때 가능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이 소설 "원행"을 통해서 이 시점에 이루어지는 대통령 선거와 우연(?)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지금 세간의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을 것이다. 보수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을 가지며 급진를 선택할 것인가? 이런 기로 속에서 소설 "원행"은 많은 고민을 남기고 있는 듯하다.  

또한 소설 중간중간에 박진감과 긴장감을 가미시켜 소설의 흥미를 맛깔스럽게 진행해 나가는데, 그 매료를 느꼈다. 오세영의 소설 "원행"을 통해서 계속해서 방영되어진 "정조 암살 미스테리 8일"을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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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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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님이 근간에 출간한 바리데기는 한 동안 한겨레 신문에 연재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 동기는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책의 제목을 보면, 그 책의 흐름과 내용 등을 어림짐작 할 수 있지만, 이 책은 나에게  전혀 그런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였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더 큰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바리데기"을 읽어보면, 서사적인 부분들이 현실과 함께 어울러져 재미와 인간의 희노애락을 잘 재현해 주는 듯하다. 황석영님이 말하는 "바리데기"의 의미는 한반도에 구송되어 온 무속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바리공주", "바리데기", "칠공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서 저승을 다녀오는 영매의 의미를 뜻하고 있다고 황석영님은 이야기 한다. 이 의미처럼 "바리데기"을 읽어보면, 주인공이 이승의 몸을 벗어나 저승에 다녀오는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또한 "바리데기"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은 북한의 현실과 함께 시작되는데에 다른 책과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현실적 상황을 저자의 기술로 그때 상황을 머리속에 재현되어질 수 있을 만큼  아주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북한 사투리며 또한 김일성 타계 후의 북한의 정황과 현실을 적나라게 피력됨으로써 북한에 대한 문외한이라할지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리의 배경이 중국과 영국에까지 이동되어질 때에도 마침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섬세하고 현실적인 긴장감을 느끼는 듯하였다.

영국에서의 생활 속에서도 문화와 인종, 종교, 전쟁, 이념, 등 현실에 대두되는 모든 현안들을 주인공 바리의 삶과 희노애락을 통해서 잘 비춰준 것 같다. 황석영님은 이 현안의 해결점 또한 바리를 통해서 투영시키고 있는데,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 이승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해결 방안인 생명수를 찾아나서는 서사적인 기술 또한 나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안겨다 주었다.

결국, "바리데기"에서 황석영님은 주인공 바리가 해결책인 생명수의 획득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단지 독자의 몫에 남겨둠으로써 "바리데기"를 끝맺고 있다. "바리데기"는  구송으로 전해 내려온 서사적인 이야기를 현실을 통해서 재현됨으로써 글 속에 함축된 재미와 현실에 대한 문제를 잘 지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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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카라얌 2007-11-3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쵝오 잼나써용~~~^^

두나미스 2007-12-0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황석영의 소설은 왠지 모르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현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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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현의 노래"는 2001년에 출판된 "칼의 노래"보다 세심한 문장력과 풍부한 표현력이 한층 더 고조되 읽는 이로 하여금 생생한 역사적인 사실을 목격할 수 있도록 우리의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다. 또한 2007년에 출간된 "남한산성"에 비해 허구이지만, 생생한 현장감과 사실적인 표현으로 삼국사기의 역사적인 현장 속에 있는 듯 글의 흐름이 깊다.

이 소설에서 작자는 가야 왕조의 멸망에 치다른 역사적 배경과 그 속에서 주인공 우륵의 삶과 비애, 소리를 통해서 소리를 소리로서 그 가치를 승화시키고 있다. 12줄의 가야금은 가야의 12고을의 각각의 소리를 고스란히 축적된 가야 나라의 애환이 담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작자가 곳곳에서 "소리는 살아 있을 동안의 소리이다"라고 밝힘으로써 소리는 죽은 후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살아있을 때에만 그 가치를 인정받음을 가르치고 있는 듯하다.

이 속에서 소리와 생명은 같은 뜻일 것이다. 죽은 자의 소리는 허무요, 허공을 치는 몸놀림이지만, 산자의 소리는 살아있음을 알리는 변주곡이요,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하나의 울림이지만, 산 자의 귓 속에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현의 노래"는 사색적이면서도 역사적 소설이지만, 그 내용에 속에 삶의 애환과 인생의 순환을 그려 소리는 살아있을 동안의 소리이듯이 생명 또한 살아있을 때에 생명임을 넌지시 보여주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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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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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가 김훈을 <<남한산성>>이라는 소설로 처음 대하게 되었다. 그를 뛰어난 문장가로 발 돋움 시켰던 <<칼의 노래>>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문장으로 만나게 된 계기는 <<남한산성>>이라 하겠다. 처음 서점에서 책을 보는 순간, 책 제목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남한산성>>이었다.

남한산성하면 병자호란의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할 수 밖에 없는 지난 날의 조국의 아픔이 다시 살아나서일까? 마침, 김훈의 <<남한산성>>이 그때의 역사적인 상황을 역사소설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남한산성>>을 구구절을 읽어가는 중에 그때 당시의 역사적인 상황이 피부로 와 닿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밖에는 청나라라는 거대한 대국과의 싸움, 안에는 분열된 정분과의 싸움에 고뇌하는 인조의 갈등이 마침 그곳에서 느끼듯이 뛰어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음에 감탄을 숨길 수가 없었다.

특히, 이 책은 병자호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있을 무렵 우리나라는 FTA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시기였다. 마침, 거대한 청나라의 무력 앞에 힘 한번 써 보지 못한 조국의 나약함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약속국의 무기력함인가?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시대의 상황과 그때 역사적인 상황이 함께 오버랩되면서 나에게 많은 고민과 아픔을 느꼈다. 또한 잔잔한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이 소설을 통해서 김훈을 처음 만났는데, 그 후로 <<칼의 노래1, 2>>, <<현의 노래>>, <<자전거 여행1, 2>>을 거침없이 읽게 되었다.

 

다음은 남한산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해  <<출처 : 채널예스>만나고 싶어요!>>에서 자료를 스크랩한 것이다. 혹시나 남한 산성을 읽는 독자들에게 참조가 되었으면 한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김훈의 신작 『남한산성』은 370년 전 47일간의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참담했던 날을 재현한다. 작가는 그 치욕적인 역사를 냉정하리만치 담담하게 그린다. 『칼의 노래』가 이긴 전쟁인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패배한 전쟁인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칼의 노래』가 인간 이순신의 개인적인 면모를 중심으로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은 죽음으로써 삶을 얻고자 한 척화파 김상헌과 치욕적인 삶일망정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화파 최명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임금 인조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해지는 가슴은 그 모든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입장이 이해된다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29일 김훈 작가와 함께 70여명의 독자가 그 역사 속 현장을 다녀왔다.



아침 9시, 답사여행 참가자들이 한국관광공사 앞에 속속 도착해 출석체크를 하고 있다.



“자! 빨리 타세요. 비가 올지도 모르니까 빨리 출발하자고요.”




 

치욕과 굴종의 삼전도비. 이 비석에 새겨진 글은 칸(청 태종)이 조선을 침공한 사태의 책임이 조선에 있음을 천명하고, 칸이 조선을 멸망시키지 않고 군사를 돌이킨 은혜에 감사하고, 조선은 청을 천자의 나라로 섬기며 그 속국이 되어 충성을 다하겠다는 맹약을 담고 있다.

최근에 누군가가 비석에 페인트칠을 해놓아 이것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삼전도비 옆에 서 있는 부조. 소설에서는 이 현장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조선 왕은 황색 일산 앞에 꿇어앉았다.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칸이 술 석 잔을 내렸다. 조선 왕은 한 잔에 세 번씩 다시 절했다. 세자가 따랐다. 개들이 황색 일산 안으로 들어왔다. 칸이 술상 위로 고기를 던졌다. 뛰어오른 개가 고기를 물고 일산 밖으로 나갔다.

- 아, 잠깐 멈추라.

조선 왕이 절을 멈추었다. 칸이 휘장을 들추고 일산 밖으로 나갔다. 칸은 바지춤을 내리고 단 아래쪽으로 오줌을 갈겼다. 바람이 불어서 오줌 줄기가 길게 날렸다. 칸이 오줌을 털고 바지춤을 여미었다. 칸은 다시 일산 안으로 들어와 상 앞에 앉았다. 칸이 셋째 잔을 내렸다. 조선 왕은 남은 절을 계속했다.” (356쪽)



남문을 오르는 길에 있는 남한산성 안내도.



소설 속 현장을 타박타박 오르는 독자들.




 

남문. 정조 3년 성곽을 개축하면서 현재의 지화문(至和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인조 임금은 적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성남 쪽으로 돌아서 산성의 정문인 이 남문을 통해 성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것은 임금의 위엄이었다.




 

그러나 병자호란을 마감할 때, 청 황제는 임금이 남문으로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곳 서문은 너무 낮아서 말을 타고는 나갈 수도 없지만, 임금과 소현세자는 말에서 내려 문을 통과한 다음, 가파른 비탈길을 걸어서 평지까지 내려갔고, 삼전도에서 항복했다.




 

좁은 서문 앞에 선 작가와 독자들. 작가는 치욕의 현장을 찾으면서 삶의 경건함을 느끼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했다.

“임금은 감당할 것을 다 감당하면서 삶의 길을 열어나간 것입니다. 아무리 치욕스럽고 고통스럽더라도 인간의 삶은 영원한 것이죠. 저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여기 와서 성벽의 돌덩이를 만져 봅니다. 그러면 삶의 경건성이 느껴지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합니다.”




 

소설 속 수어사 이시백이 동-서-남-북-중 5개 군영을 총괄해서 지휘했던 곳. 삼전도 들판과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지만, 이 날은 간간히 내리는 빗줄기로 생긴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이 건물은 인조 2년(1624) 남한산성 축성 때 단층 누각으로 지어 서장대라 불리던 것을 영조 27년(1751) 이층 누각으로 다시 쌓고 현재의 '수어장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힘이 없는 듯한, 약간 느린 말투로 소설 속 상황을 들려주는 작가.



수어장대 앞에 세워져 있는 사적 제57호 남한산성 비석.




 

성벽을 뒤로 한 이정표. 남한산성 안의 교통 중심지는 산성로터리다. 소설에서는 ‘삼거리’와 그 주변 마을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삼거리에 큰 종이 매달려 있어서 관아에서 종을 쳐서 성 안 백성에게 시간을 알렸다고 한다. ‘종로’는 그 삼거리로 가는 길이다.




 

성벽을 이렇게 구불구불하게 축성한 것은 적이 성벽에 바짝 붙어있을 때 건너편으로 총이나 활을 쏴 공격하기 쉽도록 한 목적에서다.

다음은 소설 속 용골대가 통역 정명수와 산성을 두고 나눈 대화다.

- 단단해 보인다. 산골나라에는 저런 성이 맞겠어.
- 조선은 성 안이 허술합니다.
- 허나 성벽은 날카롭구나. 깨뜨리기가 쉽지는 않겠어.




 

총안. 성벽 위에는 성첩살받이터를 쌓았다. 성첩은 세 개의 총안을 묶어서 한 개의 타를 이룬다. 타와 타 사이에는 성 밖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을 두었다. 총안을 통해 다가온 적을 쏠 수 있도록 바닥면의 각도를 성 밖의 지형에 따라 다르게 했다.




 

서문에서 내려오다 보이는 마을. 소설에서는 서날쇠의 대장간을 비롯해 초가집으로 된 민가가 있던 곳이리라. 작가는 소설 속 인물 김류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다음과 같이 전달한다.

“백성의 초가지붕을 벗기고 군병들의 깔개를 빼앗아 주린 말을 먹이고, 배불리 먹은 말들이 다시 주려서 굶어 죽고, 굶어 죽은 말을 삶아서 군병을 먹이고, 깔개를 빼앗긴 군병들이 성첩에서 얼어 죽는 순환의 고리가 김류의 마음에 떠올랐다.”



점심식사 후 유일한 어린이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저자.



한 독자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는 저자.




행궁은 적의 침공을 받아 도성이 위태로울 때 임금의 피난처이자 항쟁의 거점.



행궁 안 텅 빈 편전. 소설 속 격론이 벌어졌을 상황을 상상하면 쓸쓸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깜짝’ 상황극이 이어졌다. 소설 속 인물들이 현실에 나타난 20여 분의 공연은 병자호란 그때 역사의 현장으로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실감나는 것이었다. 극중 김상헌은 ‘임금이 없으면 백성도 없다’며,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대척점에 선 최명길은 ‘백성이 없으면 임금도 없다’고 반박하며,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 못함을 강변한다. 그들은 같은 목적을 향해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지식인이었다. 작가는 다른 책에서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라고 언급한다.



격정적인 공연에 모두가 숙연한 가운데, 일부 참석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청군의 칸을 대신한 통역 정명수 앞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곧 세 번 절하고 한 번씩 절할 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조아리는 인조 임금.




 

공연이 끝나고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 한 독자의 “주전파와 주화파의 공박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허무하게 끝난다”라며 결말을 아쉬워하는 데 대해 작가는 “사실 마지막 문장은 ‘남한산성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썼다가 지웠다”라고 답했다.

통렬한 풍자지만, 독자에게는 크나큰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자 격렬한 논쟁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염려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소설 속 마지막 문장에서의 결말인 대장장이 서날쇠의 웃음으로도 작가의 뜻은 충분하게 전달된 듯하다.




 

무심한 듯한 표정의 작가는 따뜻함보다는 엄격함에 가까워 보인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부르는 원고를 대필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는 ‘소설을 쓰는 것은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없는데 말을 걸어야 하는 자의 고통’이라며 ‘나에게 글은 밥벌이’라고 표현했다.

6월 초입 한낮에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데도 이날은 중간 중간 가랑비까지 내려 서늘했다. 가벼운 반소매 차림에다 아침까지 거르고 온 필자는 서문 근처 성벽 주위에서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성벽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덜덜덜 떨기도 하고, 겨우 한 끼 걸렀는데 배고픔을 느끼기도 했다. 소설 속 배경처럼 한겨울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와 배고픔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때 그 현장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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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22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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