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
나의 가난한 마음.
다시 읽는 책.
이 세 가지가 만나는 날에 서평을 쓰게 된다. 내게는 없지만 책에는 있는 목소리와 시선을 빌려 쓰는 글이다.
나로는 안 될 것 같을 때마다 책을 읽는다. 엄청 자주 읽는다는 얘기다. 그러고 나면 나는 미세하게 새로워진다. 긴 산책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처럼, 현미경에 처음 눈을 댔을 때처럼.
낯선 나라의 결혼식을 구경했을 때처럼, 어제의 철새와 오늘의 철새가 어떻게 다르게 울며 지나갔는지 알아차릴 때처럼.
커다란 창피를 당했을 때처럼,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나는 사랑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매일 조금씩 다시 태어난다.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 P7

입장료는 1만 원이며
제한 시간은 없습니다.


입구와 출구가 다른 곳에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 P16

이른 아침 그는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해질녘 그가 식물원에서 나왔을 때는
전 생애가 지나가버린 뒤였다.
- P16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한 생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잖아.
좌절이랑 고통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주니까.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태어나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느라 이렇게 맘이 아픈 것일지도 몰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은 채로 내일 다시 태어나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어. 같이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자고, 빛이 되는슬픔도 있는지 보자고. - P20

"이제 잘래, 태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야."
엄마는 웃었어. 태어난 아이를 꼭 껴안고 잘 자라고 입맞췄어. 태어난 아이는 푹 잠들었어.
『태어난 아이』는 이렇게 끝나.
『100만 번 산 고양이』의 마지막과는 달리, 태어난 아이는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겠지. 그리고 한참을 더 살아가겠지. 태어났으니 이제 너무나 상관있게 된 것들을 모조리 느끼면서, 가끔은 이렇게 또 말하겠지. 태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라고,
오늘은 나 역시 그 말을 내뱉은 하루였어. 태어나는 건정말 피곤한 일이지 뭐야.
하지만 또 어느 날에는 태어나서 참 좋다고 말하는 날이 또 오게 될 것을 알아. 시인 쉼보르스카가 말했듯 두 번은 없을 테니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기까지 우리는 모든 일을꼭 한 번씩만 겪어.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지. 두번의 똑같은 밤도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어.
『100만 번 산 고양이』와 『태어난 아이』 사이에서 얻은힘으로 나는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해, 사랑할 힘과 살아갈 힘은 사실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어.
- P28

의 말만 기억하며 살아가기엔 빈약해서일까? 『박완서의말은 이렇게 시작해.
내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
첫 장에 적힌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나, 소설가들의 고생이자 힘의 원천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 같아서,
- P31

‘유리가 들어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래엔 깨진 컵의 모양이 간단히 그려져 있었지. 우리는 같이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곳에 그 봉투를 두고 왔어.
네가 붙인 경고문이 잘 보이도록 놓았어. 나도 너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지만 그런 건 해본 적이 없었어.
너를 보며 생각했어. 윤리란 나의 다음을 상상하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고. - P42

2년 전 4월 16일에 세상에 나온 책이야. 이 책은 슬픔과 애도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 슬픔은 상실을 마주한 채로 고통받는 감정이야. 반면 애도는 슬픔을 끝내기 위한 작업이야. - P44

이제야 우리는 그들이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된다. (…) 그것은 세계의 균열이었던 그 상실을 봉합할 정당한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처를 위로할 합당한 단어와 문장들이, 말을 지탱하는 법과 규범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존재하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들이 슬픔을 통해 항변하려 했던 것은 부당함이었다.
- 백상현,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 21~22쪽 - P44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적당한 속임수에 동의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잖아. 하나의 사회는 사실 적당히 속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유지되니까. 하지만 유가족은그 모든 것에 속지 않는 자들로서 방황했어. 기존 권력으로 유지되는 현재 세계를 거부하면서. 그들의 요구는 현재세계에서 통용되는 정의를 낡고 초라한 것으로 만들었어.
적당한 수준의 정의가 민낯을 드러내도록 했어.
- P45

이 책을 통해 나는 슬픔을 다시 배워. 그들이 슬픔으로얼마나 엄청난 일들을 해냈는지를, 그러므로 어째서 보존되어야만 하는지를 알게 돼, 속지 않는 자들의 방황을 지지하고 알리게 돼. 그들 덕분에 우리는 미래의 정의를 얻었다고, 이 책은 말해.
- P47

내가 겪은 이 나쁜 일을 당신은 부디 겪지 말라고 알려주는 게 바로 연대라는말 그 말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도 말이야.  - P47

당신들도 아시다시피 월요일에는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합니다. 주말이 끝났기 때문이고 이제 겨우 한 주의 시작이기 때문이고 감당해야 할 요일이 한참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채로 시작하는 월요일 역시도 당신들은 아실 겁니다. 월요일이 밝았는데도 추슬러지지 않는 몸과 마음을 말이에요.
어제는 조금 아프고 조금 슬프고 많이 게으른 월요일이었습니다. 일요일의 끝을 붙잡고 늘어지고 싶은 월요일이요. - P58

하지만 무척 고요한 여행을 해요. 생각 여행이라고도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저 걷고 그저 보고 그저 내맡기고 그저 먹고 특별한 목표도 없이 시간을 쓰고 그러다가 뭔가 압도적인 풍경 앞에 넋을 잃고, 놀란 나머지 그만 내 자신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게 되고, 마침내 풍경 속에 저의 일부분을 두고 오면 가벼워지고 행복해져요. 괴테가 말한 나를 잃고 세계를 얻었다!‘ 같은 순간이 있다는 것을 저도 알게 된 거지요. 내가 누구인지가 전혀 중요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아니고 그저 풍경의 한 조각이라서 오히려 뛰는 가슴을 지그시 눌러야 할 정도로 행복한 순간 아시죠?
- 정혜윤, 인생의 일요일들, 22쪽 - P60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줄 수는 없어.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
- 같은 책, 209쪽 - P63

사랑할수록 구체적으로 말하게 된다. 사랑은 인생의세부사항이 몹시 소중해지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아끼느라 시선이 촘촘해지고 질문이 많아진다.  - P65

기업주의 감시를 피해 겨우 배포하고 회수한 이 한 쪽짜리 설문지에서물러설 수 없는 마음이 전해진다.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는삶이어서는 안 된다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라는 확신 같은 것. 그는 구체적으로 묻는다. 동료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과 건강과 월급과 여가를,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을 살핀다. 너무 오래 일하지 않는지, 너무 적게 자고 적게 쉬지 않는지 정확히 조사한다. 주변 이들의 열악한 삶과 노동 증명하는 근거 자료로 만들기 위해서다. - P67

만약 돈을 아주 많이 벌게 되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나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프거나 슬프면 일을 쉬어도 되는 시간을 말이다.  - P69

"살면서 나는 알게 되었어. 그는 자신을 참 사랑하는사람이었구나. 그 눈으로 남을 볼 줄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마치 자기를 보듯이, 남을 나처럼 여기니까 고민에 빠졌던 거야. 어떻게 해야 나 같은 남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을까를 고민했던 거야.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잖아."
- P73

 "누구를 만날 때 적당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또하나의 나를 만드는 것처럼 남을 만나야 돼, 최선을 다해야 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듣자 어느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이규리 시인의 시 특별한 일에서 읽은 몇 문장이었다.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 아무렇지도 않게 / 몸이 몸을 버리지요 // 잘려나간 꼬리는얼마간 움직이면서 /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 - P75

그런데 지금 내 앞에 누군가가 한 명 더 있었다면 오늘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첫 출근했던 날, 너랑 나랑 좋은 동네에 가서 삼계탕을 먹었었잖아, 하면서. 그렇지만 어쨌든,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서, 스스로를 챙길 줄 아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덕목이다. 적어도 나는 나의 고생을 알아주는 내가 있는 것이다.
- 양다솔, 간지럼 태우기, 15쪽 - P101

이렇게 마음 아픈 이야기를 왜 여러 번 다시 읽나,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슬픔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아름답기도 하기 때문이다. - P104

천재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다시‘의 천재가 되고 싶다. 정혜윤 작가가 쓴 문장들 때문이다. 무의미와 허무와 자포자기에 빠지기 쉬운 우리에게 신이 준 은총이 하나 있다며그는 이렇게 적었다.
"그건 바로 ‘사랑을 알아보는 힘‘이야. 우리의 멋진 친구 심보선이라면 사랑을 다시 알아봄‘이라고 표현할 것같아. 우리가 미래를 사랑하기 시작했단 것은 뭔가를, 특히 사랑할 만한 것을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말과도 같아.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포함해서, 무릇 다시 시작하려는 자는 자기 자신도 다시 알아볼 수 있어야만 해."
- P105

하다.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라고, 절대이 재앙을 닮아가진 않을 거라고,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겠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옆에는 바로 그를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 세계는 망해가고 있으며 그들은만났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부끄러움을 아는 존재를 만나고 싶었다. 강도와 살인과 폭력과 강간이 범람하는 와중에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고싶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각박한 세상의 끝까지 같이 걸어갈 수도 있었다.
- P112

솔직함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함과 작품의 완성도는 무관한 경우가 많고 솔직한 글이 늘 좋은 글인 것도 아니다. 어떤 솔직함은 몹시 무책임하고, 어떤 솔직함은 너무 날것이라 비린내가 나며, 어떤솔직함은 부담스러워서 독자가 책장을 덮어버리게 만든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쉴 새 없이 주절대는 친구처럼눈치 없는 솔직함도 있다. 그러므로 솔직하게 쓴다는 피드백이 내게는 칭찬에 포함되지 않는다. 솔직함만으로는 좋은 글이 될 구 없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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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우스는 빈 접시와 김이 올라오는 커피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지금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확실하게 깨어 있는 순간임을 절감했다. 천천히 잠을 떨치고 의식이 완전히 들 때까지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는 그런 명료함이 아니었다. 지금 이 느낌은 아주 달랐다. 이제껏 몰랐던 세상에 있다는 각성, 전혀 이질적인 눈뜸이었다. 리용 역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후 플랫폼에 발을 내딛으면서, 온전한 의식으로 기차에서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 P50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이런 경험은 폭음이나 불꽃이나화산 폭발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서 경험을 하는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빛과 멜로디를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이루어진다. 이 아름다운 무음(無音)에 특별한 우아함이 있다.
- P55

교장에게 시(詩)는 값비싼가구나 고급 와인, 멋진 만찬용 양복과 마찬가지였다. 그레고리우스는 교장이 자기만족 때문에 아이스킬로스나 소포클레스의 시구절들을 훔친다고 생각했다. - P57

조용한 고어(古語)들을 그 무엇보다도 더 숭배하며 사랑하는 소년이 아니라, 그때 돈 상자에서 돈을 꺼냈던 그 소년이 자기 인생을결정했더라면 그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때와 지금의 일탈에는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공통점이 있기는 한 것일까.
- P59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의 책을 집어들고, 히르쉔그라벤에 있는에스파냐 책방 주인이 그에게 번역해준 간결한 문장을 찾았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60

"사람들은 가끔 정말 두려워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다른무엇인가에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요." 그때 그가 한 말이었다.
- P63

여기서 얻는 결론이 뭘까? 그와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적용할 수있는 이 사람들의 반응은? 속으로 그의 행동에 동의하거나 한걸음더 나아가 그를 부러워할까? 그레고리우스는 몸을 일으키고 앉아은빛으로 동이 터오는 올리브 숲을 내다보았다. 그가 지난 세월 내내 동료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 익숙함은 착각에 가득한습관이요, 틈이 생긴 무지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이 자기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정말 중요한 일인가? 이문제에 대답할 수 없는 이유가 잠을 못 자서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늘 존재했지만, 사회적인 의식 뒤에 숨어 있어 깨닫지못했던 낯설음을 지금 막 깨닫고 있는 중인가?
- P69

프라두의 글이이 도시를 그레고리우스의 마음속에 자라게 하고, 완전히 낯선 도시라는 생각을 사라지게 하는 듯했다.
- P72

그때 형태가 잡히지 않은 채 우리 앞에 놓여 있던 그 열린 시간에 우린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을 해야 했을까. 자유로워 깃털처럼 가벼웠고, 불확실하여 납처럼 무거웠던 그 시간에.
- P75

이렇게 계속 학교로 다시 찾아오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과거는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갔으나 미래는 아직 시작되기전이었던, 그 순간의 학교 운동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시간은 머뭇거리며 숨을 멈추고 있었다. 그 뒤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 마리아 주앙의 갈색 무릎, 그녀의밝은 옷에서 나는 비누 냄새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아니면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그 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꿈과 같이 격정적인 갈망인가.
- P77

이 갈망은 약간 이상하고 역설의 냄새가 나며, 논리적으로독특하다. 아직 미래를 경험하지 않은, 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사람은 이런 갈망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온, 그래서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를 겪은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돌이키기 위해 옛날로 돌아가길 원한다. 지나온 시간이 괴롭지 않은 사람도 돌아가려고 할까? 다시 한 번 손에 모자를 쥐고 따뜻한 이끼 위에 앉아 있고 싶은 것,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면서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이미 겪은 나를 이 여행에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이는 모순적인 갈망이 아닌가. 내가요즘 가끔 생각하듯이 당시의 그 소년이 아버지의 소원에 거역하고 의학부 강의실에 들어서지 않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그렇게 반항한 소년이 여전히 나였을 수 있을까. 당시의 나에게는 갈림길 앞에서 다른 길을 갈망할 만한 고통을 경험한 관점이 없었다. 그러니 경험을 하나씩 지워버리고 시간을 되돌려, 마리아 주앙이 입은 옷의 신선한 냄새와 그녀의 갈색 무릎에 빠져 있던 당시의 그 소년으로 돌아가는 게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 P77

프라두는 자기가 다니던 학교에 계속 찾아가 계단에 앉아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했다. 그레고리우스는 실우베이라의 질문을 받고 원하던 삶을 살았노라고 대답하던 자신의 반항적인 모습을 떠올렸다. 이끼 덮인 계단에 앉아 고뇌하는 의사의 모습, 회의에잠긴 사업가가 기차에서 한 질문이 그의 마음속에 동요를 일으켰다.
확실하고 익숙한 베른의 거리에서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동요.
- P79

낯선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일까 생각하며 남의 뒤를 밟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금전 그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온 감정은 아주 새로운 호기심이었다.
- P80

그가 사랑하는 고전들은 각자의 삶을 산 인물들로 가득했고, 그 책들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언제나 이런 삶을 읽고 이해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포르투갈 귀족 그리고 조금 전 다리를 절던 저 남자의 삶이왜 지금 이토록 새롭게 느껴지는가. - P80

이곳이 리스본이었다.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 인생을 마지막 관점에 서서 생각하게 됐고, 어떤 포르투갈 의사가 마치 그에게 쓴 것처럼 느껴지는 책을 우연히 손에 넣게되어 찾아온 도시.
- P82

일인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의 절반쯤이지금 전화를 걸며 자신을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준다는 느낌,
거의 예약의 윤무를 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기억이 없었다.
- P86

그러면 무엇 때문인가. 새어버리는 시간과 죽음에 대한 생각?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갑자기 모른다는 것? 자기 소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 자기 의지가 지녔던 지극히 당연한 익숙함을 잃은 것? 그래서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낯설어지고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
- P101

나는 그의 시선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내 안에 그의 시선을만들고, 그 시선에서 나온 나의 모습을 내 안에 받아들였다. 그렇게 보이는 나는 중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닐 때든, 병원에서 일을 할 때는 결코 내가 아니었다. 평생 단 일 분도,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외모에서 스스로를 알아채지 못할까? 그들에게도자신의 영상이 천박한 왜곡으로 가득 차 있는 무대처럼 생각될까? 그들도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받는 인상과 그들 스스로 경험하는 방식 사이의 엄청난 괴리를 느낄까? 그들에게도 내면의 익숙함과 외부의 익숙함이 서로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어 동일한 사람의 익숙함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을 정도일까?
이런 의식이 불러오는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는, 스스로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바깥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커진다. - P106

사람들이 타인을보는 방식은 집이나 나무, 별을 볼 때와 사뭇 다르다. 이들을특정한 형식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자기 내부의 한 부분으로 만들려는 기대를 가지고 보는 것이다. 각 사람의 상상력은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소원과기대에 맞게, 하지만 또한 그들로부터 자신의 불안과 선입견이옳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각자의 구미에 맞추어가지런하게 정리한다. 우리는 편견 없이 확실하게 다른 사람들의 외적인 윤곽에조차 다다르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도중에 이미 딴 곳으로 돌아가고, 우리를 우리라는 사람으로 만드는 특별하고 특이한 온갖 소원과환상으로 흐려진다.  - P106

그들이 문두스라고 불렀던 사람은 이렇게 생겼다. 처음에는 선생님을 사랑하여 첫째 줄에 앉았던 여학생, 나중에는 아내였던 플로렌스의 눈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공부하던 반짝이는 로만 문학 세계가 지닌 마술과 자유분방함과 매력을 파괴하기 위해 자신의 학식을 남용하는, 힘들고 지루한 남편이 되어갔다.
- P108

기에게는 없다는 초조한 생각이 충격과 뒤섞였다. 프라두는 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 자기는 완전히 다르다고 확신했을까? 어떻게 이런 확신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그는 이 확신이 마치 언제나자기를 비춰주던 내면의 밝은 빛, 자신에 대한 뚜렷한 익숙함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엄청난 생소함을 동시에 나타내는 빛인 양 이야기했다.  - P109

 대체 무슨 상관이 있기에? 단 하나의 포르투갈어 단어와 이마에 적힌 단 하나의 전화번호가 도대체 어떻게 질서 정연했던 삶에서 그를 떼어내고, 베른에서 멀리 떨어진 포르투갈 사람의 인생에 - 그것도 이미 죽고 없는 - 개입하게 할 수 있었을까.
- P110

람들과 오랫동안 마주 보고 앉아 있다. 함께 먹고 일하며 옆자리에서 잠을 자고, 한 지붕 아래서 산다. 스쳐 지나가는 덧없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지속성과 신뢰감과 친밀한 이해심을 보이는 이 모든 것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속임수는 아닐까? 매순간 견딜 수 없으므로 불안하고혼란스러운 이 덧없음을 은폐하고 없애려는 시도….. 다른 사람을 향한 눈빛이나 시선 교환은, 모든 것을 흔들고 덜컹거리게 만드는 엄청난 속도와 기입에 마비된 기차 승객들이 서로스쳐 지나가며 던지는 지극히 짧은 시선의 만남과 같은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스치며 지나가는 밤의 만남처럼 언제나 서로에게서 벗어나고, 추측과 생각의 단상과 날조된 특성들만 우리에게 남겨두는 건 아닌지. 만나는 게사실은 사람들이 아니라, 상상이 던지는 그림자들은 아닌지.
- P123

자기 삶과는 완전히 달랐고 자기와는 다른 논리를 지녔던 어떤한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방법일까. 이게 가능할까. 자기 시간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자각과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호기심은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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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은 결정적 순간에 확실히 자신만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세기 말 한국 사회를 덮친 외환위기 국면과 대학들의경쟁적인 등록금 인상,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속에서 학생들은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없었다.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는 기업들의 만행 속에서 사회는 학생들에게 ‘생존‘을 위한 ‘경쟁‘만을 유일한 선택지로 내밀었다. 그러자 건강한 사회가 가져야 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거세되었다.
- P380

프랑스의 68혁명은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개인주의와 다원주의의 승리였고 동시에 권위주의와 국가주의의 패배였다. 68혁명은 소중한 승리의 경험이었다. 승리의 경험은 단순히 감정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사회적 투쟁을 부추긴다.
우리에게도 승리의 기억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10대가 계속거리에서 싸울 수 있는 까닭은 승리의 기억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소리 높여 함께 말하면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항의에 답하는 ‘상식적‘ 정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앞만 보며 경쟁의 계단을 오르라고 협박하는 채찍이 그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 P381

한국의 10대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10대들이 누리는 한 가지엄청난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경쟁하지 않을 자유다. 경쟁하지않을 자유,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경쟁 대신 협력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경쟁으로 마모되지 않은 에너지는 세상을 개혁해낼 조직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P381

대학에 2년만 다니다가 다른 길로 접어들어도 딱히 실패로 간주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이력서에는 ‘BAC+2‘, ‘BAC+3‘ 식으로 기술되곤 한다. 바칼로레아 이후 2년 수료, 3년 수료라는 뜻이다.
2년은 파리 1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3년은 7 대학에서 심리학을, 또 2년은 저널리즘을 배울 수도 있다. - P384

 모두에게명료한 한 가지 사실은 스스로가 개척해야 할 수백 가지의 길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것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작동하는 세상,
누구에게나 똑같은 길이 주어지는 대신 끊임없이 자기만의 길을만드는 세상이었으며, 과정은 고달플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굴욕을 감내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 세상이었다.
- P386

그러나 2017년 5월에 집권한 마크롱 정부가 2018년부터 대학생 선발권을 학교 측에 부여하면서 평등한 교육의 기회 부여라는원칙 자체에서의 거대한 변화, 저항이 빚어지고 있다.  - P386

원에서 새로운 입시제도를 시도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불평등을 교정해나가야 할 임무를 지닌 정부가 불평등을 확산시키는 데 강력히 일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해갈 도리가 없어 보이며 혼란과 저항은 불가피할 것 같다.
공생과 협력을 가르쳐온 프랑스 교육은 이제 경쟁이라는 괴물의출현과 맞서고 있다. 아이들은 그 괴물과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
- P388

마지막으로는 은퇴가 가능한 실질적인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세 아이를 낳았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를 낳은 직장 여성의 연금에 아이 수만큼 가산이 된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사회에 기여한노력을 인정해주는 셈이다.
2010년 사르코지가 주도한 연금법 개정 이후 은퇴 시기는 62 세로연장되었지만 내가 은퇴하던 당시에는 60세면 정년퇴직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아이가 한두 명이었다고 해도 일찍 퇴직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연금은 60세부터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를 셋 이상 낳았을 경우에는 50대에 은퇴해도 바로 연금을 수혜할 수 있다.
- P413

수혜할 수 있다.
혹시 교사들의 연금은 어느 정도 되는가?
25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세 아이를 낳았고, 4년을 육아휴직으로 쉬었으며, 25년간 연금을 냈다. 수혜하게 되는 연금의 비율은 일한 햇수의 두 배가 되는데, 자녀를 낳았을 경우에는 자녀 수 곱하기 2를 더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최종 급여의 56퍼센트 정도를 연금으로 수혜하고 있다. 한 달에 약 1500유로 정도를 받는다. - P413

처음에 학교는 아이에게 우정을 쌓는 공간을 의미했다. 친구들과 만나서 놀거나밥 먹거나 때때로 뭘 배우기도 하는 그다음엔 사람들 사이에서발생하는 갈등과 이해의 충돌을 어떻게 조절해가며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 그 지혜를 학교에서 배워갔다. 아이는 어디 가서든친구를 금세 만들었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삶의 가장큰 의미를 터득해갔다. 학교는 효율과 경쟁보다 존엄과 다양성,
협력 그리고 자율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다.
중학교에 가면서 학습한 바가 점수로 평가되는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수가 있되 등수가 없었던 까닭에 우정을 경쟁으로 훼손시키지 않고, 오직 자신과의 경주를 할 수 있었다.
- P418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학교는 같은 시기 같은 동기로 태어났다.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시민이 통치하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그 시민 일반이 깨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학교다. 그런 학교가 혁명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고, 자유롭고,
존엄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멋진 일이었다. 불평등이 가해질 때 항의할 수 있고, 자유가 위협받을 때 광장으로 뛰쳐나가 자유를 엄호할 수 있으며, 존엄이 짓밟힐 때 그것을 단호히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는 학교와 학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생활을 통해 이 모든 가치들이 선언되고위협받고, 다시 수호되는 과정을 겪어왔다. 선언만으로 지켜지는것은 없다. 매일 이 선언을 부수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이뤄질 때,
그것을 지켜내려는 노력 또한 숨 쉬듯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P418

TTT다시 프랑스 사회에 거대한 위험이 몰아닥치고 있다.
마크롱이라는 합법적 위험이 부지런히 이 사회에 덫을 놓고있고, 곳곳에서 사람들은 여기에 맞서 싸우고, 또 싸울 준비를 한다. 연대의 힘으로 세우고 지탱해온 이 사회가 간단히 허물어지진 않을 것이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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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결국 밥하기는 인류가 먹고 살아야 하는 한 도망칠 수 없는 노동이라는 자각에서 고민과 갈등은 시작되었다. 이 책의 절반은 부엌이란 공간에서의 노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리매김할 것인가,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며 이 작은 공장을 어떻게 가동할까에 대한 부단한 몸부림의 기록이다.
부엌은 뾰족한 사회적 자아와 뜨거운 모성적 자아가 충돌하는공간이었다. 나에게 한 편의 신화가 된 엄마와 할머니처럼, 내 아이의 몸에 차곡차곡 쌓여 그 아이를 성장시킬 음식들 속에서 나 또한신화가 되고자 하는 욕망과, 이 반복적인 노동에 최소한의 시간만투여하겠다는 냉정한 이성이 늘 씨름한다.

아이가 커가며 엄마는 더 이상 아이와 같은 생체 리듬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엄마는 자신에게 주어진 필생의 의무를의지로 수행한다. 아이를 건강하게 생존시키는 일, 그것을 제 손으로 행할 수 없을 때에 이르면 최소한 그들의 건강한 생존을 확인하는 일로 바뀌는 것이다. 매일 밤 반복되던 그 한 가지 질문 "밥은 먹었니?", 그것은 성인이 된 딸에게 엄마가 행하기로 다짐한마지막 한 가지 의무였다. ‘네가 아직 나와 함께 생활하는 동안 난너의 건강한 생존, 그 한 가지만을 관여하겠다.‘는 선언이다.
- P18

"밥은 먹었니?",
그 질문은 어디 가서 누굴 만나고,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기쁨과 아픔을 겪으며네 인생을 만들어가는넌 언제나 밥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으며 살 것.
무엇보다 너 자신을,
네 몸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것을 잊지 말 것.
그 한 가지를 주문하는엄마의 지치지 않는 기도였다.
- P19

이곳에 흔한 모로코, 베트남, 태국, 이탈리아 음식도 자주 우리집 식탁에 오른다. 프랑스 문화부가 실시하는 시민들의 문화생활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얼마나 자주 레스토랑에 가느냐는 것이 문항에 포함되어 있다. 외국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에 가는 건,
그 자체로 이국 문화를 체험하는 문화생활에 속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낯선 문명을 먼저 눈과 코와 혀로 만나고, 그 다음 몸 안에 들여보내 조금씩 우리를 구성하게 한다.
요리는 각기 다른 문명이 음식으로 만나 서로의 온기와 에너지를 몸 안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들의 음식을 만들며, 그들의문명 속으로 들어간다. 그 음식으로 새로운 방식의 온기를 가족과친구들에게 전한다.
- P27

마치 손을 뻗으면 무엇이든 손에 쥘 수 있는 세상에 사는 듯, 할머니는 무엇이든 땅과 자연에서 구하셨다. 그래서 어떤 두려움도 없으셨다. 어딜 가든 땅과 자연은 있고, 그들이 언제 무엇을 품었다.
건네줄지 할머니는 잘 알고 있었다.
- P38

하루 세 번 돌아오는 밥시간, 종종, 이 정도 밥 했으면 됐지, 또 해야 돼? 싶을 때가 있다. 투수로 선발되어서 9회 말까지 잘 선방했는데 구원투수도, 선수 교체도 없이 다음날이면 또 내가 방어해야 하는 해일처럼 끝없이 밀려온다. 야구 선수들은 몇 달 하다 보면 시즌 오프가 있고, 특히나 잘 해내고 나면, 그에 따르는 눈부신보상도 있건만 밥하기는 나 포함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져야 끝난다. - P43

허기란 실현되지 않은 모든 욕망들을 대신하여찾아드는 육체적 신호였던 걸까?
원하던 것을 먹는다고 해도더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내 맘대로 정한 메뉴가 나오던 시기,
시도 때도 없이 입이 궁금하던 증상이 사라졌던 것은허기가 반드시 육체적인 욕망만은 아니란 걸 알게 해준다.
- P46

육개장은 아빠를 떠나보내며 먹은 음식이다.
아빠를 기억하게 하는,
그러나 아빠와는 나누지 못했던 음식.
내가 기대어 살던 세상의 한 기둥이 사라지던 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음식이었다.
- P55

뱅쇼는 말 그대로 ‘뜨거운 와인‘이다. 적포도주에 오렌지와 계피,
사과, 레몬, 정향, 생강, 흑설탕, 그밖에 넣고 싶은 과일들을 멋대로퐁퐁 집어넣고 끓여낸다. 알코올은 증발하고 달콤한 설탕과 향긋한 과일, 쌉쌀한 정향과 계피가 신이 주신 선물인 와인과 만나 후끈하게 온 몸을 녹여준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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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모든 교육기관이 장애를 지닌 학생에게도 학습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는 ‘장애학생 진학법‘을시행했다. 장애학생을 비장애학생들로부터 분리해내 그들을 위한 특수시설을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시설 스스로가 그들을불편 없이 맞는 환경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 학교란다양한 사람들이 누구를 배제하거나 누구에게 특권을 부여하지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곳이라는 판단이다. 학생이어떤 특별한 장애를 지니고 있어도 ‘학교는 취학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야 하므로 이 법은 다양한 지원 인력의 양성과 고용을촉진하기도 했다.
- P288

아이는 국가가 함께 키운다는 프랑스 정부의 태도는, 장애학생들을 일대일 맞춤형으로 돌보고, 그들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을제공하는 데에서 더욱 또렷이 드러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은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회가 그들에게 어깨 하나를 내어주어 기대며 갈 수 있게 해주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게 하겠다는 그 철학에서 아이들은 더불어 살기의 기초를 배운다.
- P290

이해받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많다. 아이들이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누군가의 공감으로 녹아내린다. 이후 현실의 문제를극복해가는 건 각자의 과제다. 아이를 키우며 내 어린 날들의 기억들을 계속 꺼내본다.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부모와 단단한 공감의 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
- P295

아이는 서툴던 어린 시절의 엄마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열세 살의 딸로부터 아직도 울고 있는 일곱 살, 아홉 살의 내가위로를 받는다. 서로의 상처를 핥으며 우린 서로의 삶을 같이 쓰다듬는다.
- P295

 물론 가사노동에서 완벽한 분담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는 나와 함께 살기 전까지는 청소를 직접 하지 않고 도우미를 불렀기에 수십 년간 전혀 청소하는 버릇을 익히지 않은 터였다. 난 포기하지 않고, 집 안에서의 모든 노동이 평등해질 때까지 무수히 싸우며 그에게 가르쳤다. 먼지는 누가 치우지 않는 한, 계속 쌓인다.
는 것을, 가사노동은 일상을 이루는 무한한 같은 동작으로 채워져 있다. 그 일상을 수행하는 과정이 우리의 이식을 구축하고, 그 의식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 P300

둘의 관계에서 평등을 요청하고 촉구하는 쪽은 언제나 나다.
평등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린 사실 완벽하게평등하지 않다. 1 세계의 남자는 자신이 아무리 평등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세상의 중심에서 세계사를 주도해나갔다는,
수백 년 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 호통을 쳐서 깨우쳐주지 않으면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고서 있으며, 누군가의 노동 위에 제 안위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 P301

평등하다고 말할 때는 의무와 권리를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가 가사노동을 나누듯 일상의 경비도 같이 부담한다.
- P301

나와 칼리는 깔끔한 옷차림, 단정한 머리를 하고 희완에게 늘보기 좋은 풍경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왜 머리도 안 빗고 스염도 안 깎고, 계절이 끝나가도록 똑같은 옷만 입는 남자를 보아야 하느냐. 나의 주된 일상의 풍경이 당신인데 내가 누릴 일상의풍경에 대해 신경 써달라" 고도 요구한다. "왜 아름다워야 하는은 항상 여자인가. 여자도 남자의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당신도 언제나 내가 당신을 보며, 멋진 남자를 보는 만족감을느끼게 해달라." - P302

평등의 감수성은 내가 나보다 강한 사람들과 대등해져야 한다.
는 사실뿐 아니라 나보다 약한 존재들(난민 어린이는 물론이고 동물이나 식물까지)도 나만큼 존중받아야 한다고 느끼게 한다. 그것은생명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 하는 생태 근본주의자의 심리다.  - P304

깔랑은 너로 인해 내 속에 생성된 달콤함을 녹여 너에게 전달하는 행위다. 그래서 그것은 주는 행위인 동시에 다시 받는 행위다. 나에게 달콤함을 생성하게 하는 상대와의 깔랑은 불가역적이다. 말없이 몸으로 위무하는 두 마리의 동물처럼 그 단순한 몸의언어는 우리의 인생에 닥쳐왔고, 앞으로도 닥쳐올 슬픔과 환멸들로부터 우리를 쓰다듬어주는 포근한 깃털이다. - P306

어떤 사랑은 할수록 사람을 외롭고 허기지게 하지만,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사랑은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빗물에도 씻겨가지 않는다. 곱게 우리 안에 스며들어 빛으로 쌓인다. 그래서 사랑으로 빚어진 생명체는 빛을 발한다. 그 언제라도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는 화니를 비축한 사람이기에. - P307

비건이 되고 나서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변화가 있었니?
네. 아주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생명체를 더 많이 존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세상에는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들을 비웃는 사람들도 많다는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채식주의나 비건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의편견을 견뎌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우리는 다른 사림들에게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무런 피해도 없으면서 우리를 비난해요. 전 (점진적으로 사람들이 채식주의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는) 비건 진화주의자예요. 결국 모든 생명체가동일한 생존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믿고, 그렇게 되길 바라요.
- P313

인종차별이 범죄 행위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까지는 이르렀지만 여전히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라는 생각이 팽배해요. 생명에는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한 게 없거든요.
- P314

나 짜릿한 자유를 선사하는 답이었던지. 내 어휘로 풀어서 말해보자면, 진리라고 제시된 명제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의심하고, 회의하면서 세상을 관통하는 나만의 시선과 관점을 갖고자하는 것이 바로 철학하기다.
- P340

프랑스는 고등학교졸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첫날을 4시간짜리 철학시험으로 시작한다. 인문계(L, Littérature), 자연계(S,
Scientifique), 경제사회(ES, Economique et Social) 부문에 각각 출제된 철학 문제는 그날 저녁 신문에 머리기사로 등장하고, 사람들은 그 문제들을 한동안 화젯거리로 삼는다.
철학시험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법에 복종하지 않는 행동도 이성적 행동일 수 있는가?‘ ‘국가는 개인의적인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예술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 P340

나만의 사고 체계, 세계관 없이 세상에 발을 딛는 청년에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바로 대세를 좇는 삶이다. 자기 세계관이없으면 가장 번성한 종교인 자본주의가 그들의 사고를 점령하여그들에게 대세를 좋게 하며 결국 박 터지는 경쟁 속에서 영혼을탈취당할 것이다.
- P344

지식과 생각을 나의 언어로 기술해나가는 것은 철학뿐 아니라프랑스의 모든 교과과정에서 12년간 지속되는 방식이다. 수업이나 시험, 과제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간다. 그들에게 객관식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객관식은 나의 앎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이들은 판단한다.  - P345

그러나 채점의 효율과 비용의 절감이라는 사소한이득을 위해 앎의 질을 포기하진 않는다. 결국 교육의 목표 자체를 어디에 두는지의 문제, 선택의 문제다.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여 그가 요구하는 정답을 맞히는능력을 갖춘 체제 순응적인 엘리트를 길러낼 것인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세상의 모순에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는, 자신과세상의 주인이 될 시민들을 길러낼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우린먼저 판단해야 한다.
- P345

1949년, 프랑스에서 여성참정권이 보장된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 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해 출간된 저서 《제2의 성》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페미니즘이라는 세계에 입문하는사람이 반드시 그 입구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 문구는 70년이 지난 오늘 프랑스 생물 교과서에서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2011년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 "남자 혹은 여자 되기" 라는 장을 삽입하며, 이렇게 젠더를 정의한다. "모든 사람은태어날 때 생물학적 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나면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사회적 성, 즉 젠더를가질 수 있다."
보부아르와 생물 교과서의 문장은 상반된 각도에서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인간의 속성에 반기를 든다. - P358

보부아르의 글이여성의 특징처럼 여겨지는 종속성과 수동성이 사회에 의해 길러지고 강요된다는 사실, 즉 성적 불평등을 만드는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면, 생물 교과서의 "남자 혹은 여자 되기"는 환경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생물학적 성과 각자의 성적 정체성이 달라질 수있다고 말한다. 보다 확장되고 유연해진 싱정제성에 대한 사회적수용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성정체성을 스스로를 남성혹은 여성으로 느끼는가의 문제로 바라보고, 성정체성은 날 때부터 결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화될 수있는 것이라 기술한다.
- P359

업종 불문, 수시로 파업과 가두시위가 벌어지는 사회가 프랑스다. 학생들도 교사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파업은 "엇! 무슨 일?" 인지 묻게하는 사회적 사이렌이다. 이들이 파업을 대하는 태도는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순순히 수용한다는 면에서 자연현상을 대하는 것과 비슷해보인다. 폭우가 쏟아지고 우박이 떨어질 때 하늘을 원망하지 않듯, 파업을 한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 종종 일어나곤 하는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인다. - P366

파업은 기계의 부속품이나 노예가 되길 거부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공식화된 사회적 언어인 셈이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수행함으로써 함께 굴려가던 사회라는 기계는 한 군데가 잠시 멈추면서 같이 멈춰서거나 더디게 작동한다. 그때 잠시 멈춰서 문제 제기를 하는 한 집단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것이 파업을 대하는 이들의 방식이다. 프랑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파업이란 사회적 언어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 P366

중고교의 시민윤리 교과과정엔 노동인권 교육이 들어 있다.
"프랑스 학교에선 노조 문건 작성하는 법까지 가르친다"는 레토릭으로 프랑스의 노동인권 교육에 대한 전설은 한국에도 한바탕회자된 바 있다.  - P367

.….. 모두 깨어납시다. 삶에서싸우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그리고 우리 후손들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파업은 의미 없는 파업입니다. 좀 더 이해하고 관용하며 그들과 함께 춤춥시다."
- P368

음을 모를 수 없다. 1936년의 총파업.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그러나 결기 있게 진행된 그 파업이 바로 프랑스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유급휴가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칼리도 초등학교 5학년 역사 수업을 통해 1936년 5월, 약 200만 명의 노동자들이 한달간 진행한 총파업에 대해 배운 바 있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당시 막 집권한 좌파연합 정부 인민전선(Front Populaire)으로하여금 자신들의 모든 요구, 즉 2주의 유급휴가, 통상임금 상승,
주 40시간 노동, 실업급여를 전면 수용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 P368

연 5주 유급휴가, 주 35시간 노동이라는 현재의 근로조건은바로 당시의 승리가 물꼬를 트며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프랑스인들의 삶의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일에 쏠려 있던 삶의 무게중심은 점점 여가와 개인적 삶 쪽으로 이동했고, 사람들을 일의 노예에서 제 삶의 운용 주체로 서서히 바꿔놓았다.  - P369

프랑스 중학교 4학년에 올라가면 세계인권선언과 프랑스 헌법 속에 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떤 식으로 기술되어 있는지, 그 역사적·법적 근거를 먼저 배운다. 1948년에 유엔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의 23조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노동의 권리와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천명한다. 이 인권선언은 이후, 세계 대부분의 헌법에 영향을끼치며 노동권과 노동자의 단결권을 가장 기초적인 시민의 권리중 하나로 수용하게 한다. - P370

고교생들이 노동자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파업이나 집회 동참을 결의하거나, 정치 사회 이슈에서 자신들의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게 된 것은 아이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이 나라의 교육철학의 바탕에 역사와 시민윤리 시간을 통해 습득되고 훈련된 사고의 결과인 것이다.
- P371

그러나 요즘처럼 마크롱의 대학 개혁 반대 집회와 철도 노동자들의 격렬한 파업 투쟁이 진행되는 기간이면 망아지 같던 고등학생들이 중학생과는 다른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들은 전국 조직을 가진 고교생연합회(Union nationale lycéenne)를 통해 파업을결의하고 교문에 쓰레기통들을 쌓아 봉쇄한 후 거리로 향한다.
칼리는 종종 맞은편 학교의 교문이 봉쇄된 모습을 보곤 한다.
샤를마뉴 고등학교 교문 앞에 책걸상과 쓰레기통이 쌓이는 날은
‘형님‘들이 거리로 진출하는 ‘그날‘이다. - P373

2017년 5월, 한국과 같은 시기에 프랑스에서도 대선이 치러졌다. 결선 투표 후보로 극우정당의 르펜과 부자들의 대변인 마크롱이 올라갔다. 이번에도 고등학생들은 ‘르펜도 마크롱도 거부한다‘는 운동을 전개했다. 치욕적인 선택의 상황을 차라리 보이콧할 것을 주장한 이들도 바로 투표권 없는 고교생들이었다. 지난대선은 프랑스 대선 사상 가장 많은 무효표와 기권표를 기록한선거이기도 했다.
- P377

고교생들이 거리에서 항상 승리를 견인했던 것만은 아니다.
작은 저항의 흔적만 남기고 끝날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이들은타협으로 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무뎌져가는 세상을 뒤흔드는 날쌘 짱돌을 던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각자 골방에서 자신들의 불만들을 댓글로 쏟아내는 대신, 점점 더 치열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직해간다. 현재 프랑스에는 전국 단위의고등학교 연합체 네 개가 조직되어 있으며, 그중 가장 활발한 활동력을 보이는 조직은 고교생연합조합(Syndicat des Lycéens)이다. 고교생연합조합은 2009년 설립되었고, 2015년 고교생권리장전>을 선포했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이런 싸움의 동력을 얻는 것일까? 학교에서 남다른 교육이라도 받는 것일까?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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