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모든 교육기관이 장애를 지닌 학생에게도 학습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는 ‘장애학생 진학법‘을시행했다. 장애학생을 비장애학생들로부터 분리해내 그들을 위한 특수시설을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시설 스스로가 그들을불편 없이 맞는 환경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 학교란다양한 사람들이 누구를 배제하거나 누구에게 특권을 부여하지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곳이라는 판단이다. 학생이어떤 특별한 장애를 지니고 있어도 ‘학교는 취학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야 하므로 이 법은 다양한 지원 인력의 양성과 고용을촉진하기도 했다.
- P288

아이는 국가가 함께 키운다는 프랑스 정부의 태도는, 장애학생들을 일대일 맞춤형으로 돌보고, 그들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을제공하는 데에서 더욱 또렷이 드러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은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회가 그들에게 어깨 하나를 내어주어 기대며 갈 수 있게 해주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게 하겠다는 그 철학에서 아이들은 더불어 살기의 기초를 배운다.
- P290

이해받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많다. 아이들이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누군가의 공감으로 녹아내린다. 이후 현실의 문제를극복해가는 건 각자의 과제다. 아이를 키우며 내 어린 날들의 기억들을 계속 꺼내본다.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부모와 단단한 공감의 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
- P295

아이는 서툴던 어린 시절의 엄마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열세 살의 딸로부터 아직도 울고 있는 일곱 살, 아홉 살의 내가위로를 받는다. 서로의 상처를 핥으며 우린 서로의 삶을 같이 쓰다듬는다.
- P295

 물론 가사노동에서 완벽한 분담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는 나와 함께 살기 전까지는 청소를 직접 하지 않고 도우미를 불렀기에 수십 년간 전혀 청소하는 버릇을 익히지 않은 터였다. 난 포기하지 않고, 집 안에서의 모든 노동이 평등해질 때까지 무수히 싸우며 그에게 가르쳤다. 먼지는 누가 치우지 않는 한, 계속 쌓인다.
는 것을, 가사노동은 일상을 이루는 무한한 같은 동작으로 채워져 있다. 그 일상을 수행하는 과정이 우리의 이식을 구축하고, 그 의식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 P300

둘의 관계에서 평등을 요청하고 촉구하는 쪽은 언제나 나다.
평등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린 사실 완벽하게평등하지 않다. 1 세계의 남자는 자신이 아무리 평등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세상의 중심에서 세계사를 주도해나갔다는,
수백 년 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 호통을 쳐서 깨우쳐주지 않으면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고서 있으며, 누군가의 노동 위에 제 안위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 P301

평등하다고 말할 때는 의무와 권리를 함께 나누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가 가사노동을 나누듯 일상의 경비도 같이 부담한다.
- P301

나와 칼리는 깔끔한 옷차림, 단정한 머리를 하고 희완에게 늘보기 좋은 풍경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왜 머리도 안 빗고 스염도 안 깎고, 계절이 끝나가도록 똑같은 옷만 입는 남자를 보아야 하느냐. 나의 주된 일상의 풍경이 당신인데 내가 누릴 일상의풍경에 대해 신경 써달라" 고도 요구한다. "왜 아름다워야 하는은 항상 여자인가. 여자도 남자의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당신도 언제나 내가 당신을 보며, 멋진 남자를 보는 만족감을느끼게 해달라." - P302

평등의 감수성은 내가 나보다 강한 사람들과 대등해져야 한다.
는 사실뿐 아니라 나보다 약한 존재들(난민 어린이는 물론이고 동물이나 식물까지)도 나만큼 존중받아야 한다고 느끼게 한다. 그것은생명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 하는 생태 근본주의자의 심리다.  - P304

깔랑은 너로 인해 내 속에 생성된 달콤함을 녹여 너에게 전달하는 행위다. 그래서 그것은 주는 행위인 동시에 다시 받는 행위다. 나에게 달콤함을 생성하게 하는 상대와의 깔랑은 불가역적이다. 말없이 몸으로 위무하는 두 마리의 동물처럼 그 단순한 몸의언어는 우리의 인생에 닥쳐왔고, 앞으로도 닥쳐올 슬픔과 환멸들로부터 우리를 쓰다듬어주는 포근한 깃털이다. - P306

어떤 사랑은 할수록 사람을 외롭고 허기지게 하지만,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사랑은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빗물에도 씻겨가지 않는다. 곱게 우리 안에 스며들어 빛으로 쌓인다. 그래서 사랑으로 빚어진 생명체는 빛을 발한다. 그 언제라도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는 화니를 비축한 사람이기에. - P307

비건이 되고 나서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변화가 있었니?
네. 아주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생명체를 더 많이 존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세상에는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들을 비웃는 사람들도 많다는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채식주의나 비건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의편견을 견뎌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우리는 다른 사림들에게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무런 피해도 없으면서 우리를 비난해요. 전 (점진적으로 사람들이 채식주의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는) 비건 진화주의자예요. 결국 모든 생명체가동일한 생존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믿고, 그렇게 되길 바라요.
- P313

인종차별이 범죄 행위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까지는 이르렀지만 여전히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라는 생각이 팽배해요. 생명에는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한 게 없거든요.
- P314

나 짜릿한 자유를 선사하는 답이었던지. 내 어휘로 풀어서 말해보자면, 진리라고 제시된 명제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의심하고, 회의하면서 세상을 관통하는 나만의 시선과 관점을 갖고자하는 것이 바로 철학하기다.
- P340

프랑스는 고등학교졸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첫날을 4시간짜리 철학시험으로 시작한다. 인문계(L, Littérature), 자연계(S,
Scientifique), 경제사회(ES, Economique et Social) 부문에 각각 출제된 철학 문제는 그날 저녁 신문에 머리기사로 등장하고, 사람들은 그 문제들을 한동안 화젯거리로 삼는다.
철학시험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법에 복종하지 않는 행동도 이성적 행동일 수 있는가?‘ ‘국가는 개인의적인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예술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 P340

나만의 사고 체계, 세계관 없이 세상에 발을 딛는 청년에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바로 대세를 좇는 삶이다. 자기 세계관이없으면 가장 번성한 종교인 자본주의가 그들의 사고를 점령하여그들에게 대세를 좋게 하며 결국 박 터지는 경쟁 속에서 영혼을탈취당할 것이다.
- P344

지식과 생각을 나의 언어로 기술해나가는 것은 철학뿐 아니라프랑스의 모든 교과과정에서 12년간 지속되는 방식이다. 수업이나 시험, 과제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간다. 그들에게 객관식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객관식은 나의 앎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이들은 판단한다.  - P345

그러나 채점의 효율과 비용의 절감이라는 사소한이득을 위해 앎의 질을 포기하진 않는다. 결국 교육의 목표 자체를 어디에 두는지의 문제, 선택의 문제다.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여 그가 요구하는 정답을 맞히는능력을 갖춘 체제 순응적인 엘리트를 길러낼 것인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세상의 모순에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는, 자신과세상의 주인이 될 시민들을 길러낼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우린먼저 판단해야 한다.
- P345

1949년, 프랑스에서 여성참정권이 보장된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 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해 출간된 저서 《제2의 성》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페미니즘이라는 세계에 입문하는사람이 반드시 그 입구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 문구는 70년이 지난 오늘 프랑스 생물 교과서에서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2011년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 "남자 혹은 여자 되기" 라는 장을 삽입하며, 이렇게 젠더를 정의한다. "모든 사람은태어날 때 생물학적 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나면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사회적 성, 즉 젠더를가질 수 있다."
보부아르와 생물 교과서의 문장은 상반된 각도에서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인간의 속성에 반기를 든다. - P358

보부아르의 글이여성의 특징처럼 여겨지는 종속성과 수동성이 사회에 의해 길러지고 강요된다는 사실, 즉 성적 불평등을 만드는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면, 생물 교과서의 "남자 혹은 여자 되기"는 환경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생물학적 성과 각자의 성적 정체성이 달라질 수있다고 말한다. 보다 확장되고 유연해진 싱정제성에 대한 사회적수용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성정체성을 스스로를 남성혹은 여성으로 느끼는가의 문제로 바라보고, 성정체성은 날 때부터 결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화될 수있는 것이라 기술한다.
- P359

업종 불문, 수시로 파업과 가두시위가 벌어지는 사회가 프랑스다. 학생들도 교사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파업은 "엇! 무슨 일?" 인지 묻게하는 사회적 사이렌이다. 이들이 파업을 대하는 태도는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순순히 수용한다는 면에서 자연현상을 대하는 것과 비슷해보인다. 폭우가 쏟아지고 우박이 떨어질 때 하늘을 원망하지 않듯, 파업을 한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 종종 일어나곤 하는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인다. - P366

파업은 기계의 부속품이나 노예가 되길 거부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공식화된 사회적 언어인 셈이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수행함으로써 함께 굴려가던 사회라는 기계는 한 군데가 잠시 멈추면서 같이 멈춰서거나 더디게 작동한다. 그때 잠시 멈춰서 문제 제기를 하는 한 집단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것이 파업을 대하는 이들의 방식이다. 프랑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파업이란 사회적 언어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 P366

중고교의 시민윤리 교과과정엔 노동인권 교육이 들어 있다.
"프랑스 학교에선 노조 문건 작성하는 법까지 가르친다"는 레토릭으로 프랑스의 노동인권 교육에 대한 전설은 한국에도 한바탕회자된 바 있다.  - P367

.….. 모두 깨어납시다. 삶에서싸우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그리고 우리 후손들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파업은 의미 없는 파업입니다. 좀 더 이해하고 관용하며 그들과 함께 춤춥시다."
- P368

음을 모를 수 없다. 1936년의 총파업.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그러나 결기 있게 진행된 그 파업이 바로 프랑스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유급휴가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칼리도 초등학교 5학년 역사 수업을 통해 1936년 5월, 약 200만 명의 노동자들이 한달간 진행한 총파업에 대해 배운 바 있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당시 막 집권한 좌파연합 정부 인민전선(Front Populaire)으로하여금 자신들의 모든 요구, 즉 2주의 유급휴가, 통상임금 상승,
주 40시간 노동, 실업급여를 전면 수용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 P368

연 5주 유급휴가, 주 35시간 노동이라는 현재의 근로조건은바로 당시의 승리가 물꼬를 트며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프랑스인들의 삶의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일에 쏠려 있던 삶의 무게중심은 점점 여가와 개인적 삶 쪽으로 이동했고, 사람들을 일의 노예에서 제 삶의 운용 주체로 서서히 바꿔놓았다.  - P369

프랑스 중학교 4학년에 올라가면 세계인권선언과 프랑스 헌법 속에 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떤 식으로 기술되어 있는지, 그 역사적·법적 근거를 먼저 배운다. 1948년에 유엔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의 23조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노동의 권리와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천명한다. 이 인권선언은 이후, 세계 대부분의 헌법에 영향을끼치며 노동권과 노동자의 단결권을 가장 기초적인 시민의 권리중 하나로 수용하게 한다. - P370

고교생들이 노동자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파업이나 집회 동참을 결의하거나, 정치 사회 이슈에서 자신들의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게 된 것은 아이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이 나라의 교육철학의 바탕에 역사와 시민윤리 시간을 통해 습득되고 훈련된 사고의 결과인 것이다.
- P371

그러나 요즘처럼 마크롱의 대학 개혁 반대 집회와 철도 노동자들의 격렬한 파업 투쟁이 진행되는 기간이면 망아지 같던 고등학생들이 중학생과는 다른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들은 전국 조직을 가진 고교생연합회(Union nationale lycéenne)를 통해 파업을결의하고 교문에 쓰레기통들을 쌓아 봉쇄한 후 거리로 향한다.
칼리는 종종 맞은편 학교의 교문이 봉쇄된 모습을 보곤 한다.
샤를마뉴 고등학교 교문 앞에 책걸상과 쓰레기통이 쌓이는 날은
‘형님‘들이 거리로 진출하는 ‘그날‘이다. - P373

2017년 5월, 한국과 같은 시기에 프랑스에서도 대선이 치러졌다. 결선 투표 후보로 극우정당의 르펜과 부자들의 대변인 마크롱이 올라갔다. 이번에도 고등학생들은 ‘르펜도 마크롱도 거부한다‘는 운동을 전개했다. 치욕적인 선택의 상황을 차라리 보이콧할 것을 주장한 이들도 바로 투표권 없는 고교생들이었다. 지난대선은 프랑스 대선 사상 가장 많은 무효표와 기권표를 기록한선거이기도 했다.
- P377

고교생들이 거리에서 항상 승리를 견인했던 것만은 아니다.
작은 저항의 흔적만 남기고 끝날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이들은타협으로 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무뎌져가는 세상을 뒤흔드는 날쌘 짱돌을 던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각자 골방에서 자신들의 불만들을 댓글로 쏟아내는 대신, 점점 더 치열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직해간다. 현재 프랑스에는 전국 단위의고등학교 연합체 네 개가 조직되어 있으며, 그중 가장 활발한 활동력을 보이는 조직은 고교생연합조합(Syndicat des Lycéens)이다. 고교생연합조합은 2009년 설립되었고, 2015년 고교생권리장전>을 선포했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이런 싸움의 동력을 얻는 것일까? 학교에서 남다른 교육이라도 받는 것일까?
- P3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