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 라셰즈의 미로 투어를 마치고 나면 오보 도도로간다. 그곳에서 오늘의 첫 커피와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해는 이미 중천인데. 그러나 어떤 커피는 시간을 유예하기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아침을 조금 더 살기 위해오보도도에 온다. - P79

추운 계절에는 싫어하는 이야기 말고 좋아하는 이야기를해보자. 맛있는 핫초콜릿을 파는 카페를 알고 있다.
나는 그곳을 단번에 알아봤다. 공간의 언어는 벽지나 식탁,
인테리어 소품만이 아니다. 온기와 냄새로도 말을 한다. - P114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곁에 머물 겁니다.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헤밍웨이의 말이다. - P130

파리의 카페를 담은 글을 쓰며, 그 풍경들을 기록하는일의 의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내가 쓴 글 속에 행위라고할 만한 것은 ‘봤다‘와 ‘마셨다‘ ‘먹었다‘ ‘생각했다‘가전부인데, 그런 단순한 글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 전, 호숫가에서 (나는 지금 호숫가에 살고있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을 만나 그 두려운 질문에 대한답을 찾았다. 새를 관찰하고, 새를 그리고, 새를 기록하는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용도를 물었다.
어떤 기관의 연구 자료로 쓴다거나 관찰일기 같은 블로그를운영한다거나 책을 준비 중이라는 답변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는 내 질문에 그저 배시시 웃으며 특별한 용도는 없다고했다. 새를 기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시선을기록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냥 새를 보는 사람입니다"라고했던 그의 말이내 안에 무엇인가를 흔들었다.
- P131

서른 살쯤 되니 아빠가 두려워하는 것들이보였다. 잘 몰라서, 남들과 달라서 무시당하는 것, 돈 없는것, 가족이 아픈 것. 그는 이 세 가지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대체로 화를 냈고, 나는 아빠의 그런 반응이 분노의 표시가아니라 두려움의 표출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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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카페에 가고 싶지만, 어떤 카페가 좋은 카페인지생각해본 적은 없다. 너무 화려하고 예쁜 카페는 불편하고,
유명한 카페는 지나치게 붐비고, 촌스러운 카페는 속상하다.
다만 카페를 고를 때 커피 맛보다 더 중요한 것을 꼽자면,
그건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파묻히지도 않는 적당한 쿠션감의의자다. 말하자면 화목한가정집에 놓인 식탁 의자 같은 것. - P7

내가 원하는 카페는 파리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그렇게잠시 머물다가 나 자신이 풍경이 되는 곳이다. 풍경은 적절한 거리를 요구한다. 대상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대상과 나 사이에 약간의 왜곡과 굴절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일상을 아주 조금 왜곡하고 굴절시킬 수 있는 공간, 내게는 그런 카페가 이상적이다. - P8

호두나무 테이블을 좋아했다.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아니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그 시절 둘의 기억은 복잡하게얽혀 있어 쉽게 주인을 찾을 수 없다. 호두나무 테이블을좋아했던 기억은 누구의 것일까? - P18

미셸 투르니에는 뒷모습」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 ) 뒤쪽이 진실이다! - P23

그는 이상한 표정으로 실실 웃었다. 이 자식이 왜 웃는걸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발음이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비웃는 것일까? 기분이 상했지만 참았다. 어쩔수 없었다. 마음은 사르트르인데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텔레토비 수준이니 싸움을 걸 수도 없었다. 어학원에서는언제나 곱고 귀여운 말만 가르쳐줬다.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반갑군요‘ 등. 기초 프랑스어 교재에 ‘싸우는 법‘
챕터가 있었다면 파리에서 사는 일이 한결 나았을 것이다. - P28

파티시에 한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달콤한 맛은적당함을 잃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적당히단맛은 없으며, 혀끝에서 달콤함을 느끼는 순간, 이미 하루권장량을 한참 초과한 당분이 들어간 것이라고.
인생에서 ‘적당함‘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아마 ‘달콤함‘을잃었을 것이다.  - P55

언제부턴지 순간 포착된 이미지 혹은 1분짜리 동영상속에 살고 있다. 상상이 1분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나는1분짜리 다른 세상을 꿈꾼다. 버리고 싶은 나의 현재가남루할수록 1분을 더 열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질병이 맞다. - P58

어쨌든 순진한데 유식하다.
유식해서 좋은 것은 아니고 유식한데 자기가 유식한지 몰라서좋다. 지식을 자아의 장식품으로 쓰지 않는다. 아마 장난감정도가 맞겠다. 아주 흥미롭다. 맥주를 더 마셔도 되겠다. - P62

그는 ‘자신의 것‘을 이야기한다. 크루아상이 맛있는 그의빵집, 고기를 많이 넣어주는 그의 케밥 집, 저글링을 하는친구들이 모이는 그의 공원. 아무 데나 소유 형용사 ‘Mon‘
(남성 명사 앞에), ‘Ma‘ (여성 명사 앞에)를 붙인다. 웃기는애다. 그런데 묘하게 빠져든다. 어디든 자기 텐트를 펼쳐놓고내 집이라 여기며 사는 사람 같다. 마음에 든다. 나는 부자를만나고 싶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찾는 사람이 맞는 듯하다. 어디든 내 것이 되는 사람이면 가난하지 않은 마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 P63

스탕달은 이것을 ‘결정작용‘이라 불렀다. 잘즈부르크의소금 광산 깊은 곳에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를 던져놓고 한참후에 꺼내보면 그 나뭇가지가 온통 소금 결정체로 뒤덮여서반짝이는데, 소금 결정이 평범한 나뭇가지를 다이아몬드처럼빛나게 하는 것, 그것이 결정작용이며, 사랑이란 바로 이런결정작용이라고 말했다. 내 인생의 마른 나뭇가지들이 소금결정체로 빛나는 중인데 밥 좀 굶으면 어떠하리. - P68

70어쨌든 나는 지금 연애의 마지막 단계, 생활의 영역에무사히 안착했다. 같이 사는 남자가 물구나무를 서면 모를까, 하하하 웃을 일은 별로 없다. 연애뿐만이 아니라 살면서하하하 웃을 일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 하하하 웃는척을 하는 것은, 그가 물구나무를 서며 재주를 부리는 모습이어쩐지 안쓰러워서.
소금 결정체는 녹았지만 서로의 마른 나뭇가지는흉측하지 않다. 매일 우리에게 달려든 혹독한 바람이결정작용보다 강력한 전우애를 만들었다. 우리는 같은 편에서싸우고 있다. 바람을 가르는 펀치력은 없지만, 맷집이 늘어난그에게서 나를 본다. 내가 빛나는 나뭇가지에게 내어줄 수있는 것은 ‘하하하‘ 기쁜 웃음이 전부였지만, 마른 나뭇가지가된 나의 전우를 위해서는 총 한 발쯤 대신 맞아줄 수도 있다. 그런 마음으로 그를 보면, 웃기지 않아도 웃을 수 있다. 웃음쯤이야 얼마든지!
이제 스탕달의 연애론」은 내게 낡은 책이 됐다. 사랑을이론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사랑을 이미 벗어난 사람이라생각한다. 길 위에 있는 사람이 지도를 그릴 수 없듯이, 사랑중에 있는 사람은 사랑을 말할 수 없다. - P70

나는 나의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지 말할 수 없다. 내가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바람뿐이다. 내 사랑의 바람은치사하지 않은 사랑. 마음의 크기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잃은것과 그가 얻은 것을, 그가 잃은 것과 내가 얻은 것을 셈하지 않고, 속도와 거리와 길이와 면적을 측정하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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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목표는 ‘인간을 향한 끝없는 사랑‘이다. 이는 ‘배움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삶‘을의미하는 ‘고전‘이라는 단어가 인문학에 포함되는 이유다. - P6

미국의 작가인 로버트풀검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라."고 말했다.  - P12

한국 사람이라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다들 알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히 한 다음에야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라는 의미로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지은 《대학》에 나오는 글이다. - P27

아이와 함께 자연으로 나갔을 때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는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는 어딘가로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한참무언가를 관찰한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늘고 부모에게 달려와 자신이 관찰한 것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당신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었는가? 우리는 여기서 교육에 대한 놀라운 영감을 하나 얻을 수 있다.
‘진정한 배움이란 그저 알고 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알게 된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줄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부모가 볼 때는 그냥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고도의몰입‘과 ‘치열한 관찰‘을 통해 자연에서 배운 것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 P49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바로 "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묻는 ‘생각 교육‘이다. 참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에서 그 엄청난 교육을 받는 아이가 "네 생각은 어떠니?"
라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이거나 뉴스나 책, 연예인에게서 보고 들은말을 마치 사기 생각처럼 말한다. 물론 인용도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중심에는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인용한 문장이 아무리 빛나도그 중심에 내가 없으면 곧 사라진다.  - P50

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 정신은 지식을 갖추는 데 소용되는 것을 획득함으로써가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소유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세우고 자신만의 생각을 생산함으로써 비로소 참된 자유를 얻는다." - P51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고즐길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게 우선이다"라고 충고한다. 사회성은 혼자설 수 있는 아이라면 저절로 길러지는 이자와 같은 능력이다. 바꿔 말해 우리는 지금 입금은 하지도 않은 채 이자를 바라는 셈이다.
게다가 모든 창조는 혼자 있을 때 이뤄진다. 혼자 있는 아이만이 감정의 눈을 뜰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멀어지면 귀와 눈이 열린다.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고 들리지 않았던 소리를 듣게 된다. 철저하게 혼자 있는 아이는 이전과는 다른 생각과 창조를 해 나간다.  - P54

타고르의 아버지는 우리에게 이런 가르침을 남겨준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책을 읽어주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잃게 되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면 오히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아이의 삶에 빈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모든 공간을 부모가 다 채우려 하지마라.‘ - P56

"세상에 비스듬히 드러눕고 옆으로 삐딱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하는 것, 이 세 가지가 학문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기울여야 할 곳이다. 이 세 가지도 못하면서 다른 일에 힘쓴다면 비록하늘의 이치를 통달하고 재주가 있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식견을가졌다 할지라도 결국은 발꿈치를 땅에 붙이고 바로 설 수 없게 되어어긋난 말씨, 잘못된 행동, 도적질, 대학, 이단이나 잡술등으로 흘러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P66

플라톤Plato 은 《국가》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아이를 강제로 가르치지 말게.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에떤 과목도 억지로 배우면 안 되네. 억지로 배우는 것은 마음에 머물지않고 금방 떠난다네."
쇼펜하우어도 거든다.
"어릴 때는 개념을 무작정 주입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관찰과 체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혀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 P76

지금, 당신 앞에 선 작은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당신을 바라보고있는가? 마음대로 분노하고, 마음대로 명령하고, 마음대로 진로를 정해주고, 마음대로 학원에 보내고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라도 멈추어라.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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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해진 마음에 기대어서 습관처럼 사는 것이 페스트라고 생각합니다. - P68

 치료제는 긴장입니다. 다음은 지적 태도고요. 이 소설은 지적긴장을 하는 인물과 하지 않는 인물들이 대비되며 전개됩니다. - P69

연결되는 모습이지요. 감옥에 갇힌 것은 벽에 의해 타자와 단절됨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벽을 허무는 가장 큰 힘이 바로 ‘공감‘이지요. 공감하지 못한다는 건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을 갖고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을 실현해나가면서타인과 공감하게 되고, 타자를 내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경계 자체를 허물어버릴 수도 있지요. - P72

페스트와 싸우려면 이런 태도가 필요합니다. 탁월하다고 생각한 일을 본분으로 삼아 책임지고 지속하려는 태도요 - P73

카뮈의 대작 페스트에서 교수님이 뽑으신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리유가 랑베르에게 아주 부드럽게 건넨 한마디입니다. "인간은 하나의 관념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관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것은 삶인데 종종 관념이 삶보다 앞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삶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어떻게 완수하는가에는 관심이 없고 자본주의, 사회주의 같은 관념만 실현하려고 하지요. - P75

많은 사람이 관념에 갇혀 사는 것 같습니다.

 의지와 긴장이 없기 때문에 그 감옥을 부수지 않고 스스로 갇힌 것입니다. 페스트에 감염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랑은 무엇이다‘ 하는 보편적 정의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정해진 사랑, 감옥에 갇힌 사랑을 교도관처럼 집행하려고 하지요. 그러면 사랑의 모양이 다 비슷해집니다. 하지만 사랑이 관념이 아니라 삶 자체가 된다면 이 세상에단 하나밖에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의지도 없고 긴장하지 않으면 정해진 사랑의 관념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남기 쉬워요. 하지만 의지를 갖고 긴장을 유지하면 이 우주에서 하나뿐인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 P76

카뮈는 그 의미에 몰두한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 우리 각자는 모두 페스트를 지니고 스스로 유폐되어 죽어간다. 나를 꼭 가둔 채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건너가지 못하게 내 발목을 잡는 것은 모두 페스트다.
정해진 마음, 정치적 진영, 종교적 독선, 편견과 고정관념 등등이또 다른 페스트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이런 것들을 넘어 어디론가 건너가는 활동력을 회복해 자유를 누리는 것이 페스트에맞서는 인간의 투쟁이다. 인간으로 존재하려는 자들이 갖춰야하는 자격이다. - P84

관념에 갇히면 보지 않고 판단한다. 보는 것은 세상이 내게 밀려들어오도록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활짝 여는 일이다. 자신을곧게 세우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지지대들은 하나도 남기지않는다. 하지만 판단하는 것은 지지대에 기대어 그 너머의 세상을 단정하는 일이다. 카뮈에게 가장 강력한 지지대는 신이었다. - P87

‘데미안』에도 나오지만, 죽기 전까지 우리에게 부여된 가장숭고한 사명은 나를 대면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찾아야 하고, 내가 원하는 내가 되어야 하지요. 내가 원하는 내가 된 사람이 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성취도 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일어나고요.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된 자는 질문하는 자이고,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자는 대답하는 자입니다. 이 세계는 질문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질문의 결과이지요. 대답의 결과로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향해나아가는 길, 그 길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이책을 골랐습니다. - P96

 어떤 문제든지 내가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굉장히 큰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데미안』속 이 구절은 외우면 좋겠습니다.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해야 하는 것을 하기가 더 쉬울까요, 하고 싶은 것 하기가 더 쉬울까요? 해야 하는 것 하기가 더 쉽습니다. 정해져 있는 것은 숙고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자기가 바라는 것은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을 헤세는 두려움이라고 표현했어요. 내가바라는 것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동반하고, 나는 그것에 힘입어 두려워도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을 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내안의 행복은 현재 상태를 넘어 다음 단계로 가야지만 실현될 수있지요.  - P98

인식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카뮈는 이렇게 말해요. "인식이란사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식하면 느낌을 안에 품어서 그것을 본질적인 것으로 바꾸어 빛을 발하게 한다."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본능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관찰하느냐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생각의 결과입니다. 물건이나 제도나 철학 이런 것들은 전부 인식의 결과이고, 사유의 결과이고,
생각의 결과예요. 생각하는 자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누가 만든 것을 가져다 쓸 수밖에 없습니다. - P103

생각의 발단은 불편함을 인식하는 겁니다. 불편함을 인식해서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그것을 해결하려고 덤비는 일, 이것이 생각입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다 불편함을 해결하누결과입니다. - P104

"이제는 한 번이라도 진짜로 살아보고 싶다." 이건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한 문장이지만 사실은 저에게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진짜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를 향해쉼 없이 걷는 일입니다. 나를 향해 쉼 없이 걷는 일입니다. - P111

사회가 이미 정해놓은 기준을 좇는 사람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고, 사회가 시키는 말만 반복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자기를 향해 걷는사람은 그런 폐쇄적인 사회 전체에 대해 숙고합니다. 숙고함으로써 그 굳어진 사회가 나아갈 다음 단계,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는 것이지요. - P112

사람. 이런 사람들은 고독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고독한 사람은 자기를 인정하고,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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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난감을 수시로 사줘도 아이는 장난감으로 꾸준히 혼자 놀지 못하고 자꾸 엄마 아빠를 부릅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가 장난감을 두 손에 쥐고도 부모를 부르는 이유는, 장난감은 친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장난감을 도구 삼아서 노는 상호작용을 원합니다. 로봇이 해주는 것과는 다른 ‘살아 있고, 애정 어리며, 자신에게 집중해주는‘ 대답과반응을 아이들은 원합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혼자 놀지 않고 자꾸 엄마, 아빠를 부르며 찾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리고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아이가 사회적 의사소통의 첫걸음을 잘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 P6

아이가 원하는 ‘살아 있고, 애정 어리며, 집중해주는 반응‘, 우리는 그것을 한마디로 ‘눈맞춤‘이라고 표현해봤습니다. 말 그대로, ‘부모가 아이와 눈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떤 의미일까요?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봐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것, 아이의 시선으로 이해하며 말을 걸어주는 것, 아이와 함께 놀이하며 아이의 마음에 응답해주는 것, 그럼으로써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 P7

요컨대,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표출하고,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표현합니다. 그래서 놀이는 아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도 합니다. - P24

아이의 눈에 세상은 자신보다 큰 것들이 많습니다. 엄마 아빠도 자신보다 크고, 집이나 자동차도 그렇고요. 세상은 자신보다크고 높은데 장난감은 그러한 것들을 축소해놓았죠. 너무 커 보이기만 한 것들이 자신의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은 것들이 되었으니 자신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전능감과 과대자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능감과 과대자기는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될 현실을 견디는 인내력과 좌절을 견디는 인내력을 키우는 계기가 됩니다. - P24

그러나 부모의 머릿속이 복잡하면 오히려 아이의 놀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개입해 놀이 방법을 알려주어야 할 것 같고, 틀린 것을 고쳐주어야 할 것 같고,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줘야 할 것같은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놀이는 학습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함께 웃을 수 있고 즐겁게 정서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놀이입니다. - P27

부모는 놀이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놀이에 들어가야 합니다. 아이의 놀이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번아이를 관찰해보세요.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것도 아이의 놀이 세계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말없이 아이의 놀이를 10분 정도 지켜보세요. 작은 손으로 장난감을 쥐는 모습, 중얼대는 예쁜 입술, 가끔 나를 보고 웃는 미소, 나를 부르는사랑스러운 목소리를 가만히 느껴보세요.
때로는 따뜻한 눈빛과 미소로 아이를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부모의 유대감을 든든하게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느낌, 안전한 분위기만으로도 놀이를 풍성하게 채울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생각보다 자신의 세계를 견고하게 만들어나갈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하는 행동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행동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 P30

부모라도 다 잘하지 않아요. 부모도 아이와 같이 크는 것이니까요. 아이의 나이와 부모의 양육 나이는 동갑입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면, 부모의 양육 나이도 다섯 살인 것이지요. 다섯 살은충분히 실수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나의 부족한 양육 태도에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 P48

아이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때는 일단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힌트 주기를 하거나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도와주세요. 그리고 중요한 마무리는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잊지 마세요. 성취감은 아이의 몫입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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