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해진 마음에 기대어서 습관처럼 사는 것이 페스트라고 생각합니다. - P68
치료제는 긴장입니다. 다음은 지적 태도고요. 이 소설은 지적긴장을 하는 인물과 하지 않는 인물들이 대비되며 전개됩니다. - P69
연결되는 모습이지요. 감옥에 갇힌 것은 벽에 의해 타자와 단절됨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벽을 허무는 가장 큰 힘이 바로 ‘공감‘이지요. 공감하지 못한다는 건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을 갖고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을 실현해나가면서타인과 공감하게 되고, 타자를 내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경계 자체를 허물어버릴 수도 있지요. - P72
페스트와 싸우려면 이런 태도가 필요합니다. 탁월하다고 생각한 일을 본분으로 삼아 책임지고 지속하려는 태도요 - P73
카뮈의 대작 페스트에서 교수님이 뽑으신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리유가 랑베르에게 아주 부드럽게 건넨 한마디입니다. "인간은 하나의 관념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관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것은 삶인데 종종 관념이 삶보다 앞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삶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어떻게 완수하는가에는 관심이 없고 자본주의, 사회주의 같은 관념만 실현하려고 하지요. - P75
많은 사람이 관념에 갇혀 사는 것 같습니다.
의지와 긴장이 없기 때문에 그 감옥을 부수지 않고 스스로 갇힌 것입니다. 페스트에 감염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랑은 무엇이다‘ 하는 보편적 정의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정해진 사랑, 감옥에 갇힌 사랑을 교도관처럼 집행하려고 하지요. 그러면 사랑의 모양이 다 비슷해집니다. 하지만 사랑이 관념이 아니라 삶 자체가 된다면 이 세상에단 하나밖에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의지도 없고 긴장하지 않으면 정해진 사랑의 관념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남기 쉬워요. 하지만 의지를 갖고 긴장을 유지하면 이 우주에서 하나뿐인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 P76
카뮈는 그 의미에 몰두한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 우리 각자는 모두 페스트를 지니고 스스로 유폐되어 죽어간다. 나를 꼭 가둔 채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건너가지 못하게 내 발목을 잡는 것은 모두 페스트다. 정해진 마음, 정치적 진영, 종교적 독선, 편견과 고정관념 등등이또 다른 페스트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이런 것들을 넘어 어디론가 건너가는 활동력을 회복해 자유를 누리는 것이 페스트에맞서는 인간의 투쟁이다. 인간으로 존재하려는 자들이 갖춰야하는 자격이다. - P84
관념에 갇히면 보지 않고 판단한다. 보는 것은 세상이 내게 밀려들어오도록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활짝 여는 일이다. 자신을곧게 세우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지지대들은 하나도 남기지않는다. 하지만 판단하는 것은 지지대에 기대어 그 너머의 세상을 단정하는 일이다. 카뮈에게 가장 강력한 지지대는 신이었다. - P87
‘데미안』에도 나오지만, 죽기 전까지 우리에게 부여된 가장숭고한 사명은 나를 대면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찾아야 하고, 내가 원하는 내가 되어야 하지요. 내가 원하는 내가 된 사람이 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성취도 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일어나고요.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된 자는 질문하는 자이고,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자는 대답하는 자입니다. 이 세계는 질문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질문의 결과이지요. 대답의 결과로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향해나아가는 길, 그 길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이책을 골랐습니다. - P96
어떤 문제든지 내가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굉장히 큰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데미안』속 이 구절은 외우면 좋겠습니다.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해야 하는 것을 하기가 더 쉬울까요, 하고 싶은 것 하기가 더 쉬울까요? 해야 하는 것 하기가 더 쉽습니다. 정해져 있는 것은 숙고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자기가 바라는 것은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을 헤세는 두려움이라고 표현했어요. 내가바라는 것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동반하고, 나는 그것에 힘입어 두려워도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을 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내안의 행복은 현재 상태를 넘어 다음 단계로 가야지만 실현될 수있지요. - P98
인식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카뮈는 이렇게 말해요. "인식이란사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식하면 느낌을 안에 품어서 그것을 본질적인 것으로 바꾸어 빛을 발하게 한다."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본능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관찰하느냐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생각의 결과입니다. 물건이나 제도나 철학 이런 것들은 전부 인식의 결과이고, 사유의 결과이고, 생각의 결과예요. 생각하는 자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누가 만든 것을 가져다 쓸 수밖에 없습니다. - P103
생각의 발단은 불편함을 인식하는 겁니다. 불편함을 인식해서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그것을 해결하려고 덤비는 일, 이것이 생각입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다 불편함을 해결하누결과입니다. - P104
"이제는 한 번이라도 진짜로 살아보고 싶다." 이건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한 문장이지만 사실은 저에게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진짜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를 향해쉼 없이 걷는 일입니다. 나를 향해 쉼 없이 걷는 일입니다. - P111
사회가 이미 정해놓은 기준을 좇는 사람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고, 사회가 시키는 말만 반복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자기를 향해 걷는사람은 그런 폐쇄적인 사회 전체에 대해 숙고합니다. 숙고함으로써 그 굳어진 사회가 나아갈 다음 단계,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는 것이지요. - P112
사람. 이런 사람들은 고독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고독한 사람은 자기를 인정하고,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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