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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이미 한번의 시도를 실패하고,
스무여드레동안 가방 속에 넣고만 다니던 책을
결국 한달을 다 채워 보고야 말았다.
<교양>을 제외하고 최장 기록을 가진 이 책은
여러모로 나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우선은 한국 문학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것.
풍부한 토속어와 순우리말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느끼게 했고, 걸쭉한 욕설은 재미를 더했다.
번역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단어들은
2004년의 나에겐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 너머 하늘은 경칩 달무리 비낀 미나리꽝 마냥 깊고 묽었다.
미나리꽝이 정확히 뭔지 모르는 내가,
이런 표현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참고로 미나리꽝은 미나리 밭을 말한다. 그러니 얼마나 절묘한 표현인가!)
그리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대의 우리나라를
놀랍도록 상세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것 또한 그렇다.
물론 아름다운 미풍양속은 산업화, 도시화에 무너져갔지만..
두번째로 작가 이문구가 나와 종씨라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나의 아버지와 돌림자가 같다는 것에,
내 몸에도 같은 피가 흐르는 것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니까 토정 이지암도, 작가의 조부도
멀게는 다 내 조상아니란 말인가.
대대로 한산이씨가 말술이라는 것에는 웃을 수 밖에 없었지만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배경이 충청도인것도 그렇고..
확실히 <관촌수필>은 <장미의 이름>처럼 흥미진진하다거나,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마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마치 질그릇에 담긴 탁주나, 뚝배기의 청국장처럼
구수하고 싶은 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생각하면 그립고, 아련한.
그것이 관촌수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