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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이금이 작가님의 신작이라 작년에 부지런히 구매해 두었다가 읽지 못했던 책을 이번에 꺼내 읽었다.
1910년대 암울했던 조선의 어린 여성들이 여러 이유로 먼 타국에 '사진 신부'로 가게 되는데,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 배움의 기회를 갖기 위해 선택한 버들과 부유한 집 고명딸이었지만 과부가 되어 돌아온 친구 홍주, 그리고 무당의 손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원치 않게 떠나게 된 송화.
지금으로서의 상상조차 못할 역사의 일부이기도 한 '사진 신부'들의 이야기.
양반집 딸인 버들이지만, 의병이었던 아버지가 죽고 큰 아들마저 순사에게 죽음을 당한 상황에서도 어머니 윤씨의 말은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당시의 어두운 상황의 단면을 보는것 같아 씁쓸했다.
한떨기 꽃처럼 아름다운 청춘의 소녀들이 하와이에서 겪었을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상황들과 녹록치않은 타국 생활 중에도 강인하게 살아남는 그녀들의 모습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송화의 이야기가 슬펐다.
무당이라는 신분에 일찍 정신을 놓아버린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에 결국 조선으로 돌아간 송화의 이야기는 가장 기막히면서도 속상했다.
아무도 버들에게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을 마음 깊이 간직한 그녀의 고단한 삶이 느껴졌다. 나는 과연 딸을 저리 쿨하게 떠나 보낼 수 있을까?
읽는 동안 왜 제목이 엄마들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아마 진주에게는 송화, 버들, 홍주가 모두 엄마라는 뜻이겠지?
단순히 세 여인의 삶 뿐 아니라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도 엿볼 수 있었지만, 아직 초등학생에게는 어려울 것 같아 5학년이 된 딸에게는 먼저 '태평양을 건너간 사진신부'를 먼저 권해주려 한다.
우리 어무이는 왜놈 없는 시상에서 살라꼬 내를 여로 보냈지만 내는 공부시켜 준다 캐서 온 기다. 돌이켜 보면 내는 새 시상 살라꼬 어무이, 동생들 다 버리고 이 먼 데까지 왔으면서 딸은 내 결에 잡아 둘라 카는 기 사나운 욕심인기라. 내는 여까지 오는 것만도 벅차게 왔다. 인자는 니가 꿈꾸는 시상 찾아가 내보다 멀리 훨훨 날아가그레이.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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