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9  「9권째책」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이였다.  연애소설이 아니라 인생이야기였고, 겉질이 예뻤지만 알맹이는 슬프고 서럽고 때론 우울하기까지했다.

처음에는 의외성에 당황해서 읽기가 지루했지만 마지막에 어느새 동조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릿빛 사진의 추억, 호텔유로 1203, 나의 피투성이 연인, 성스러운 봄, 비소여인,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6개의 단편들. 내 마음을 사로잡은것은 제목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두개의 작품이였다. 처음 두작품은 왠지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라 구역질 날것같은 기분도 들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 은 삶의 마지막지점에서 나를 배신한 남편을, 배신의 사실을 묻어버리고 나만의 연인으로 끝을 내게 만드는 Y라는 여자이야기.

ㅡM은 누구였을까. 연신 궁금해하며.

ㅡ떠나간 오빠를 생각하면서. '오빠와의 사랑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나는 Y가 되어버렸을꺼야 결국은. 오빠는 나를 좋아해주었지만, 사랑하지 않았고, 나또한 그 사랑에대한 확신이 없었어. 이렇게 되기전에 떠난건 잘한일이야' 자위까지 하면서.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6개의 단편들 중 가장 서정적이다. 그래서 더 슬프고 비참하고 현실로 돌아가는 마지막이 나 스스로를 닮은거 같아서 묘한기분에 사로잡힌다.

삶과 사랑의 딜레마.

정미경씨는 그것을 이야기 하고싶은것일까. 소설의 시작은 어두운 동굴에 들어간 습습하고 불안하고 좋지만은 않은 감정에서 결국은 그 어두운 동굴에 나의 동공이 익숙해져 아, 결국은 나도 여기 속한존재구나.하고 느껴버리게 만든다.

소설을 읽기전에 어떤 리뷰에서ㅡ 이 작가는 큰작가는 못되겠다, 고만고만하게 잘 흘러가는 스토리로, 글솜씨로 책을 만들었을 뿐 ㅡ 대강 이런내용을 읽어서 초반엔 계속 머리에 멤돌았다. 리뷰는 역시 내 스스로 쓴뒤에 읽어봐야한다.

소설은 달콤한 과자, 과일, 씹어삼켜야하는 식품과 어울리지 않는다. 담백하고 따끈한 차 한잔과 가장 어울린다. 그래서 더더욱 매력적이다. 질리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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