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삶이 만만치 않다는 걸 절감할수록, 실은 내가 그리 대단한 존재가아니라는 걸 깨달을수록 사랑은 연민을 닮아간다. 자신의 약함을 절감할수록 연민의 폭은 넓어진다. 그런 연민은 다정하고 평등하다. 그 다정함이 나를 구원할 거다. - P13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혐오와 수치심》에서 정신분석·문학 등을 몽땅 동원해 이 두 감정의 뿌리를 짚는다. 오염·전염을 떠올리게 하는 오줌, 똥, 콧물, 끈적끈적한 체액은 원형적 혐오 대상이다. 이 이미지들은 비약을 거듭한다. 인간이면 가질 수밖에 없는 동물성과 유한성에 대한 두려움을 타인에게 투사하면서 혐오는 자란다. 승자만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더 잘 자란다. 자신 안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것을 타자에게 덮어씌우고 자기에게는 없는 척한다. 이상적인 남성성에 대한 환호는 여성혐오로 완성된다. 이상적인 몸은 추한 몸이 없으면 있을 수 없다. 인종주의, 동성애에 대한 거부의 근간에도이런 투사가 똬리를 틀고 있다. 누스바움은 이를 동물과 인간 사이 ‘완충지대’를 만들려는 욕망이라고 해석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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