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뜻을 잘 몰라서 일어나는 혼란은 대체로 내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해결되지만(‘아 그게 그 뜻이었구나‘) 내가 하려는 말을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말실수, 오해,
억울함, 답답함)은 사회적 장애를 일으킨다. 나는 제대로 말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을 느낀다. 말을 하려는 마음이 말보다 늘 한 걸음 빨라서, 엇박자로,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다리보다 마음이 먼저 나가는 바람에 넘어지듯이 말을 한다. 제대로된 단어를 얼른찾지 못해 과녁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다. - P10

어린아이는 언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세상을 배워나간다. 아이는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추론에 의해 말을 익힌다. 단어가 쓰이는 용례를 수집하고 의미를 제련해서 제 것으로 삼는다. 이렇게모은 단어들을 잇고 엮고 쌓아 세계를 구성한다. 어떤 단어를 새로이 알게 되면, 그 단어가 표상하는 영역만큼 세상이 넓어진다. 새로 알게 된 단어는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단어가 없으면, 다른 사람의고급 언어 공격을 받아칠 수도 없고 세상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내 생각을 표현할 수도 없어 위태롭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필요한 단어가 무엇인지, 그 단어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단어가 ‘엄연하다‘라는 사실을 그 단어로 얻어맞기 전에는 몰랐던 것처럼.
그래서 우리에게는 사전이 있다. - P17

나는 당장 읽지도 않을 책들을 사서 책꽂이에꽂아놓는 것도 좋아하는데, 책을 일종의 외장 메모리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리에 꽂으면 내 지식이 되는 메모리스틱처럼 여긴다. 그중에서도 모든 지식을 집대성한 사전이 집에 있다면, 테라바이트급의메모리스틱을 갖고 있는 셈이니 얼마나 든든한가(언제 머리에 꽂을지는 알 수 없지만).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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