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집 -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 44
김혜경 지음 / 제철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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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풍화를 거쳐 깨알보다 입자가 작아진 모래들은 속절없이손가락 사이를 스쳐 가고, 나는 내 살을 간지럽히는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결국 이상향이란 찾을수 없겠다는 생각에 슬퍼진다. 나는 내가 가늠할 수없는 모래들의 산 위에서, 미련하게 마시고 토하기를 반복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저 퍼마시는 게 잘마시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 나는, 낮과 밤에 따라급격하게 달라지는 모래의 온도 차이를 알게 된 나는, 고작 지금의 한때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 P154

그럴 땐 눈을 감자! 고개를 돌리자! 내가 왜 이꼴을 다 지켜보고 있나! 적당히 모르고, 알아도 모른척 살자! 내 몸뚱이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이 세상에 대해서 뭔 고민을 더 하냐! 그 시간에 목구멍을타고 미끈하게 흘러 내려가는 럼을 떠올리자! 아니바로 마시자! 트렁크가 고장 났을 때 드라이버를 꺼내서 고치거나 수리공을 부르는 대신 그냥 쾅쾅 쳐서 문을 닫는 것처럼! 어떻게든 일단 살아남고 보는게 잘못은 아니잖아!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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