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바텐더가 칵테일을 가져다주며 다정하게 설명한다. "위스키와 ○○과 △△을 섞은 칵테일로…뭐가 뭔지 잘 모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바텐더는 정중한 고갯짓을 하고 떠났고, 나는 기대감에 차 서둘러 술잔을 들어 첫 모금을 마신다.
약간의 점도가 느껴지는, 자줏빛이 감도는 갈색의 술을 마시자 스모키한 위스키 향이 입안을 꽉 채운다. 들숨에 남는 잔향은 달큼하니 셰리주 맛이 진하다. 가니시로 꽂힌 타임의 알싸한 향이 코에 닿아 아로마가 더 짙게 느껴진다. 맛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정성껏 제조된, 밀도가 높아 거의 끈적거리며 넘어가는 술을 연달아 들이켜고는 기쁨에 겨워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맛있어! 잘골랐어.’그 만족감이 무슨 신호라도 되듯, 비로소 이 ‘바‘라는 작은 세상에 틈새가 생겨나더니 내가 앉아 쉴 아늑한 자리가 마련된다. 마티니의 진과 베르무트가 경계 없이 뒤섞여 하나가 되듯, 이곳의 공기 속에 나도 위화감 없이 녹아든다. 칵테일의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퍼지면서 취기에 굳은 몸과 마음이 풀릴 때 이곳은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나를 환대한다. 나는 칵테일의 풍성한 향과 맛을 만끽하며 앙상하던 마음에 만족감을 채워 넣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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