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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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많은 경이로운 작품들의 뿌리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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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4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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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선희(서른 중반 여성)

내가 이 책을 손에 든 것은 한창 마감에 쫓기던 때였다. 한꺼번에 3개 잡지에 연재를 하고 있으니 아무리 텀을 두어 연재를 한다 해도 항상 마감이 코앞이었다. 글은 안 나오고 초초해서 발정난 개 마냥 좁은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바닥부터 쌓아 놓은 책탑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으악! 채털리 부인이 내 정수리를 찍었고, 타치오가 내 가슴으로 뛰어 들었으며, 아오마메가 내 발가락에 독침을 놓을 뻔했다. 씩씩거리며 일어나려는데 딱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응? 소설책 이름이 [소설]이야? 작가님 네이밍센스 게으르시네(그런데 내가 이걸 언제 산거지). 그래서 현실도피......는 아니고 소설을 소설이라 직언하는 작가의 용기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작가로서 이 소설을 읽고 이 작가를 평해 보자면 일단- 이 양반은 고상하군. 문체는 언제나 조용하고 인물들은 교양이 있어. 내 취향의 캐릭터들은 아니야.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지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건 바람직한 일이야. 실험적인 소설들이 지니지 못한 성숙함이 있어. 작가 자신이 투영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성숙함이지. 그래. 이것이 이 작가가 집필을 대하는 자세인거야. 진지하게 인물들을 대하고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그들을 잘 중재하는 것. (갑자기 방에 렛잇고~ 렛잇고~ 가 울린다. 김선희 작가의 벨소리...). 으악! 김서니 편집자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툭 하면 감정적이 되는 내 아이들을 돌봐야 할 때!

 

편집자 김서니(서른 중반 여성)

하아...정말 피곤한 직업이다. 방금 통화를 마친 김선희 작가랑 매월 한바탕 하고 나면 체력장에서 100m 달리기를 하고 난 후 다시 오래달리기를 해야 하는 중학생이 된 심정이다. 김선희 작가는 꼭 마감임박 때 책 한 권을 독파하는 버릇이 있어서 제때에 전화를 해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은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라니, 용서해 줄까. 조금 공부가 됐을까나 몰라.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의 담당 편집자는 참 편할꺼야...아니 또 모르는 일이지. 이 소설의 진행속도와 집필의 진행속도가 비례할지도(내 성격엔 김선희 작가의 날라리 같은 진행속도가 맞는 다는 뼈아픈 현실이 슬프다...). 소설 한 권이 있기까지의 중요한 네사람으로 기둥을 잡은 플롯이 좋았어. 문장이 전체적으로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 작품에서는 믿음직하고 진정성을 준달까? 사실 내가 이 소설의 편집자라면 문장을 조금 쳐내겠지만. 그리고 마지막 독자부분에 인간관계와 사건들이 너무 쏠리지 않게 좀 더 분배를 했을 텐데. 하지만 아주 느렸던 작가 부분부터 균형을 잡아준 편집자 이야기, 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주는 비평가 부분을 지나 독자까지 서서히 피치를 올려 마지막에 큰 사건 하나를 터트리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아니 아주 좋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래도 좀 느려!(다시 한번 역시 난 김선희 작가의 날라리 속도가 맞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비평가 김서닌(서른 중반 여성)

너무 오래 책을 봤더니 눈이 침침하다. 오랜만에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역시 좋은 소설이다(어제까지 나를 괴롭혔던 김선희 작가의 소설과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비평가 부분이 아닌, 작가 루카스 요더 부분이다. 비평가 칼 스트라이버트는 일견 파격적이기까지 한 진보적인 사상가지만 요더 작가를 견제하는 편협함과 특권의식은 나를 언짢게 했다. 그것은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도피하려는 방어기제로 보인다. 하지만 요더는 얼마나 순수한가. 소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아무리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어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매 작품에 임한다. 융의 원형을 제대로 구현한 작품들이다. 그래서 작품 끝까지 작가 루카스 요더가 시대에 뒤떨어진 베스트셀러 대중소설작가로 인식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요더 자신도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자기를 바꾸려 하는 것은 씁쓸했다. 이 격변하는 세계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인간이 적응하고 적응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이 소설에서 그것은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좋은 소설이란 것은 내가 말한 이런 부분들을 편집자 이본 마멜이 요더를 끝까지 신뢰하고 보호함으로서 균형을 잡는다. 그래. 우리 비평가들이 할 일은 그 균형을 함부로 무너뜨리지 않고 자신이 비평할 소설을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 것일 게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 서시(序詩))

 

독자 김서늬(서른 중반 여성)

아, 좋다. 블로그 독서모임인 고블린 2월 도서가 [소설]이 되었을 때 나는 10여년 전에 읽은 책인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 슬펐다(내가 그렇지 뭐ㅠ_ㅠ).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좋다고 느끼지 않았다는 건 기억한다. 아무래도 이 책은 나이를 따지는 듯하다. 하나의 기인 호흡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이 부분에서 연령대별로 갈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긴 호흡의 그 편안함이 안락하게 느껴진다면 이 소설에 진심으로 반하게 될 것이다. 책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의 전문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들이 진지하다는 것이 좋았다. 요즘 골치 아프다며 아카가와 지로와 히가시가와 도쿠야에만 몰두했던(물론 이 작가들이 안 좋다는 게 아니다. 결코.) 몸과 마음이 편안한 휴식을 받은 기분이다. 역시 좋은 책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희 작가님. 더욱 분발하세요! 저번 작품은 그저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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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성문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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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마치 신이 선택한 마지막 인류 같다. 자신들만의 방주 안에서 잔뜩 웅크리고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간다. 신도 어쩔 수 없었다. 신이 허락하기 전에 모두를 죽여 버렸으니까. 사실 신도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노아만을 남기고 큰물로 싹 쓸어버리셨지.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엄청난 살육을 저질러 놓고도 ‘도대체 왜?’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무차별 살육은 측정할 수 없는 공포를 조장한다. 메리캣은 어느 날 가족들과의 식사에서 그저 설탕단지에 독을 넣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무언가 치밀한 계획을 짠 것도 아니고, 거창한 대의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도대체 메리캣이 왜 그랬는지를 알 수가 없다. 단지 메리캣이 그날 근신중이었다는 메마른 단서 하나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실제 메리캣의 나이가 열여덟임에도 읽는 내내 그저 12살 정도의 철없는 소녀로 인식되는 것은 우리가 그 소녀를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한 장치다. 거기다 동생만큼 속을 알 수 없는 순도 100% 백치미의 아름다운 언니 콘스턴스의 묘한 존재감은 이 고딕물의 매력을 한껏 고조시킨다.

그리고 둘은 끊임없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마치 무언가를 위한(무엇을 위해서일까?) 주문처럼 반복되는 ‘사랑해’는 이 둘이 신이 선택한 마지막 인류로서 서로를 꼭 사랑해야만 하는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우리의 판단일 뿐.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봤는지 모른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우리 정말정말 행복하다.”

덧1. 읽기 전에 이 책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72쪽 ~ 87쪽을 한번 읽어보시길! 아름답다.

덧2. 약간 분위기가 다르지만 대량살육이란 의미에서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와 같이 읽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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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선택의 재발견 마이크로 인문학 3
김운하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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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이 선택해 주면 좋을 텐데, 만유인력의 법칙이 선택해 주면 좋을 텐데, 햄릿이 선택해 주면 좋을 텐데(애는 자기 앞가림부터 해야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가 선택해 주면 좋을 텐데, 아니면 포로리라도...(때릴꺼야?).

우유부단함을 어깨에 짊어지고 태어난 인간으로서 선택은 무의식이 해 주지 않는 이상 나에겐 지상 최대의 난제다. 로또도 자동만 하는 이 선택의 어려움.

이 책이 어떤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운명론을 지지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요지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그런 제약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후, 그것을 후회하지 않을 선택 또는 나의 주체적인 결정을 긍정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패한 선택을 후회만 하지 말고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더 나은 선택자가 되자는 것이다.

아아. 모든 선택이 후회로 이어지는 내겐 반면교사가 넘쳐납니다. 인생이 그냥 반면교사입니다. 그러면 학습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왜 여전히 하루에 스물다섯번씩 후회할까? 이 책으로 많은 심리적 요인들에 대한 예시와 긍정을 경험하고서도 나라는 인간은 선택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건 아마도 인간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고뇌하는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피해 갈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니, 선택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삶의 불가피이니, 우리는 선택을 긍정할 필요가 있다고 밖에 결론이 안 난다. 결정과 후회를 긍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애초에 선택이라는 행위 자체를 긍정하자는 말이다. 인생은 선택이라는 도박이 있어서 재밌지 않은가 말이다. 오광에 고도리에 홍단, 청단, 초단에 쓰리고에 흔들기까지 한 환희의 순간이 나에게 오지 말란 법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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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의식의 소음 마이크로 인문학 1
김종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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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우리 둘을 생각하다 : 나의 수많은 편지가 너에게는 얼마나 시끄러운 소음이었을지. 나 같은 게 널 좋아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열렬히 말고 조금만 좋아했었다면 너의 10대는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처럼 자유로웠을 텐데.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해 놓고 나는 너무 무서웠다. 너 없는 내 10대가 너무 무서웠다. 30대가 된 지금도 나는 지금도 가끔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분노에 가득 찬 눈동자에 눈물을 가득 담고 돌아서던 너의 뒷모습을 반추한다. 지금까지 내 고질병이 되어 버린 지독한 두통의 시작이었다.

02 동경했던 때를 생각하다 : 20대는 초반은 원래 다 그런 거 아닌가? 누군가를 지독히 동경하고 그것을 사랑이라 믿으며 혼자 애태우는 거. 어디서 당신이 나타날까 기대에 차서 두근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거. 젊음의 치기는 나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했다. 24시간 작동하는 당신에 대한 생각 모드! 망상 모드! 생각이 생각을 낳는 뫼비우스의 소음. 나만 들었겠지? 제발 그랬기를.

03 우울이 우울을 생각하다 : 생각이 생각을 재생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울증이다. 편리하다. 모든 것을 우울증 탓으로 돌리면 내가 폭식하는 것도, 그러다 며칠을 굶는 것도, 잠만 자는 것도,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울음을 터트리는 것도 모두 다 너무 편해진다. 대신, 아무리 생각을 구토질 해도 마음의 어둠 속에서는 꾸역꾸역 도무지 알 수 없는 생각들이 삐뚤빼뚤하게 비집고 나온다. 넌 틀렸어. 넌 아니야. 넌 몰라. 넌 못났어. 넌 못해. 사방에서 들리는 이 생각의 소음을 견디다 못해 저 너머를 생각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 이쯤 되니 꽤 억울하다.

이렇게 과거나 곱씹으며 30분 넘게 리뷰를 쓰고 있다니.

저자는 생각이 많다는 것은 잘못 사는 것이라 했다. 더 이상 과거의 사건을 생각의 무대에서 재상연하지 말라고 했다. 과거의 유령들이 현재 나의 공간을 가득 채우도록 방치하는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잠이 안 오는구나. 유령들이 내 주위를 온통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내가 무슨 수로 꿀 같은 잠에 빠질 수 있겠는가. 오늘 밤도 어김없이 유령은 그 차가운 손을 내 이마에 올려놓겠지.

그래. 잠이 안 온다면 이 책을 뒤에서부터 다시 읽자. 저자의 꽤 단호한 문장들은 당신을 잠시나마 피신시킬 것이다. 거기다 여러 분야의 풍부한 인용은 딱딱한 인문서를 벗어나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다만 “생각하기가 아니라 지각하라”는 말은 여러 가지 다양한 설명에도 잘 이해되지 않아 스스로에게 좀 아쉽다. 음...다시 읽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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