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난감하다. 서울 한복판에 그 무거운 검을 들고 언제까지나 직립하고 계시는 위대한 장군의 무서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는 참으로 난감하다. 거칠고 무거운 슬픔에 쓸려 마음이 다 닮아 버렸다. 시나브로 장군의 마음을 잡아 먹고 있는 무서움이 아니다. 살이 베일 듯 생생하게 시시각각 내달려 오는 무서움.

장군은 언제나 무서웠다. 그를 한 발 짝씩 뒷걸음질 치게 해 사지로 몰아넣는 현실이 나는 무서웠고 적의 살의와 권력의 무능이 무서웠고 식은땀이 마를 날 없음에도 전장의 선두에 곧은 눈을 시퍼렇게 떠야 하는 장군이 무서웠고 내내 고독하게 울고 있는 장군의 무서움이 무서웠다.

사는 게 너무 무서워 한밤중에 일어나 앉아 컴컴한 데서 울어본 적이 있다. 한밤중의 어두움은 그렇게 울기 좋은 공간이었다. 나는 마다하지 않았다. 목에서 쉰소리가 날 때까지 울고 나니 세상은 흘려버린 눈물만큼 딱 그만큼 덜 무거웠다. 내일 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일어나 출근을 준비 할 딱 고만큼의 무게. 사는 게 너무 무서워 밤중 새카만 어둠에 흘려보낸 눈물의 무게.

장군처럼 울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장군이 운다는 건 차고 있는 칼에게 부끄러운 일이었다. 장군은 울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제때에 흘려보내지 못한 눈물의 무게로 장군의 영혼은 21g보다 훨씬 무거웠을 것이다.
그때의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나는 장군만큼 삶이 무섭고 무서워 떨리는 가슴으로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같은 세상에 띄워 놓은 뱃머리에 우뚝 서서 둘러본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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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1-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밤중에 두려움과 외로움에 식은땀을 흘리던 장군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