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었)는가라는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 13

이것은 책의 시작부분에 쓰여진 한 줄이다. 이 책의 출간소식을 반가워하며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이유와 같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내가 꼬꼬마였던 시절부터 엄마,아빠의 책장에서 자주 보이던 책들을 가끔씩 떠올려 볼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의 책들을 책 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 책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왜 인기가 있었던건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또 궁금했던 부분을 사이사이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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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변화하는 문화, 사회풍경을 함께 보면서 그때의 국민들이 어떤 책을 읽고 선호했는지를 천천히 시기별로 정리해주고 있다. 나는 제법 큰 사이즈의 A3 용지를 펼쳐서 하나하나 정리하며 시대별로 공부하듯 읽었다. 이런 공들인 책읽기를 하고나면 정말 엄청난 무언가를 나에게 가득가득 채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교외 어떤 산 위에서, 그 전 일본 신사 그늘에서, 어떤 초등학교는 개천 자리에서, 그리고 한 남자 중학교는 산 밑 골짜기에서 각기 수업을 받고 있다. 남한은 어디를 가든지, 정거장에서, 약탈당한 건물 안에서, 천막 속에서, 그리고 묘지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교과서있는 학생은 교과서를 가지고, 책 없는 학생은 책 없는 대로, 지리 수학 영어 미술 그리고 공민 교실로 몰려들고 있다. 여학생들은 닭을 치고 계란을 팔아서 학교를 돕는다. 안동에서는 학생들이 흙벽돌로 교사 게 채를 이미 건축하였다. - 52

해방과 분단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흐름들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전시 독서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유식한 피난민들이 마땅히 할 만한 장사가 없어 벌여놓은 헌책방이 많았는데 사람들은 이 곳을 통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위 글처럼 당시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한국전쟁 속에서의 민중의 교육열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 
<우리말 큰사전> <과학대사전> <이조실록>처럼 대자본과 대규모 집필·편집진이 필요한 책들이 발간되는가 하면 '문학전집'도 다시 나타났다. 정음사·동아출판사·을유문화사 등이 각각 대규모 세계문학·한국문학 전집 발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 81

전집류는 그 자체로 1960~80년대 독서 · 출판문화의 가장 중요한 산물이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종류의 전집 · 총서류가 나왔다. 한문고전 · 세계고전, 철학 · 사상류 외에 "실무 전서" 같은 실용 · 자기계발서류도 있었다. 일단 뭐든 전집으로 묶어내는 것이 1950년대 말부터의 출판 관행이었던 것이다. 한 기사에 의하면, 1970년 현재 일반 단행본 부문의 약 70%정도가 전집 또는 전집형태로 발간되고 있다 했다. 그런 전집을 가정과 회사에 보급한 것은 외판원들이었다. 이들이출판 마케팅의 중추를 담당했다. 출판사의 영업 자체가 서점이나 통신판매보다 외판에 더 의존했던 것이다. (중략) 외판원들이 주도하는 책 읽기의 풍경은 1990년대까지 이어진다. - 132

이처럼 한국 출판문화의 역사도 사이사이 엿볼 수 있다. 1950년대 초중반에 창간된 한국문화사에서 중요한 잡지들이 소개된다. <학원> <사상계> <문학예술> <아리랑> <여원> <현대문학> <자유문학> <명랑>. 
또한 1958년부터는 한국의 출판문화도 점점 성장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이때부터 시작해 대형기획 출판과 함께 외판, 할부판매등의 1960-70년대의 지배적인 마케팅 방식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시기는 일본과 미국등의 전후 상황으로부터 문화 ·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보면 어린시절 내방 책장에 쭉 - 자리하고 있던 전집들이 생각난다. 위인전, 과학백과사전, 고전동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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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에서 청년 · 학생들의 의기는 우리 역사의 수리바퀴를 움직이는 큰 에너지였다. 식민지 시기의 광주학생운동, 1960년의 4 · 19와 1980년의 광주항쟁, 그리고 1987년의 민주화운동과 최근의 촛불항쟁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중요한 순간에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치적 주체로 등장했다. 이렇듯 한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온 청년 ·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19세로 제한받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90

동감했던 부분. 이렇게 독서사를 읽으며 그 시대의 역사를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어 특히 좋았다. 중간중간 함께 소개되는 역사를 접하며 책에 다 소개할 수 없었을 부족한 부분들은 내가 더 찾아 보태가며 병행해 읽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책 한권을 읽는 동안 기대이상으로 더 많은 것들을 얻고 채울 수 있었다는 만족감이 함께 들었던 것도 같다.





<사상계>의 목소리는 '기독교 민주주의', '서구 지향적 자유주의', '반공주의'라는 틀 안에서 공명하고 있다. <사상계>에 민족주의적 목소리가 더해진 데는 함석헌의 영향이 컸다. <사상계>의 첫 필화 사건의 주인공인 그는 1958년 8월호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6 · 25 싸움이 주는 역사적 교훈>을 게재한다. - 92

책에서 힘있게 소개하고 있는 잡지<사상계> 4 · 19가 가능하게 된 기초는 <사상계>라고 할 정도로 한국 지성사와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잡지중의 하나가 바로 이 것이고 식민지 시기의 개벽과 이후의 창작과비평으로 이어지는 지식인 잡치 계보의 중추라고 한다.





1980년대 초에 서울 시내 미국문화원, 영국문화원, 일본문화원의 도서열람실은 <타임> <뉴스위크> <분게이슌주><주오고론>같은 시사 잡지들을 보려는 대학생들로 붐볐다 한다. 이들 잡지는 국내 서점에도 나와 있었지만, 서점에서 팔리는 건 표지만 멀쩡할 뿐 검열 당국에 의해 몇 페이지씩 찢어져 없어지거나 군데군데 먹칠을 당해 있기 일수였다. 대학생들은 국내 언론에서 ‘실종된’ 한국의 진실을 찾기 위해 훼손되지 않은 잡지를 볼 수 있는 외국 문화원을 찾았던 것이다. 특히 그들이 보기 원했던 것은 광주항쟁의 진실이나 12 · 12등에 관한 것이었다. - 123

책은 '검열 공화국에서 책읽기', '전설의 전혜린', '카뮈 팬 자살사건' 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던 즈음  [엄경철의 심야토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짜뉴스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토론이 열려서 책 읽기를 잠시 멈추고 토론을 보았는데, 그리고 다시 이 부분을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종된' 한국의 진실을 찾기 위해 외국에서 발행된 책들을 읽기 위해 외국 문화원을 찾은 많은 학생들의 풍경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그 시절의 그런 '열의'를 생각하며 나또한 앞으로 더 진실된 마음으로 사회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옳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려는 노력을 보태야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먼 곳’의 문학과 철학은 정신적 허기를 채우는 중요한 양식이었는데, 문제는 한국의 문화와 삶이 지나치게 가난했다는 점이겠다. - 128

'전설의 전혜린', '카뮈 팬 자살사건' 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소개된 이야기들이 있다. 책은 그런 것 같다. 같은 책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나에게 흡수되는 것에 많은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하다못해 개개인의 기분,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게 읽히는 데, 그 시절, 어렵고 가난했던 한국의 시대적 상황과 문화 그런 삶 속에서 읽혀지는 책은 또 얼마나 다르게 느껴졌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또 아팠다.

 





책은 언제나 TV · 라디오 · 영화  등의 강력한 라이벌들과 함께 20세기를 보내왔지만, 스마트폰보다 강한 라이벌은 없었던 것 같다. 스마트폰은 이제껏 인간이 발전시켜온 미디어테크놀로지를 손바닥 안에 집약했다. '저장 · 재현 · 표현 · 공유'하는 모든 미디어 기능이 그 속에 총 구현돼 있다. 그 기계를 통해 오늘의 인간은 모든 활동을 다 해낼 수 있다. 연애 · 쇼핑 · 상거래 등등. (사이버가 앞에 붙긴 하지만) 마치 빠삐용이나 비전향 장기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현대인은 스마트폰만 쥐여주면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중략) '스마트폰 세대'가 종이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책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화면과 종이에 대한 그들의 감각과 경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을 때부터 책을 접해왔던 세대와 많이 다르다. -311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해왔다. 전자책이 점차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보태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손맛'을 잃고 싶지 않다. 책에서 말하듯 '스마트폰 세대가 종이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라는 말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으로 들렸다. 당장 내 주변을 보아도 점차 책 읽기를 멀리하고 혹은 책 사서보기를 줄여가는 사람들을 적잖케 볼 수 있다. 책 역사와도 같은 오랜 전통서점들이 경제난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또한 늘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책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으니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오랜시간 품고 함께 잘 읽다보면 이 귀한 책 역사가 더 오래오래 잘 지속되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믿고 싶다. 이 다음 다시 더 보태질 대한민국 독서사의 2편도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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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을 가르칩니다 - 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 배우는 사람, 교사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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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예민함을 가르칩니다 -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 이 책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는 이 책을 쓴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에 대한 소개글로 대신하는게 좋을 것 같다.

아웃박스는 고양시 내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연구 모임이다. 아이들의 성 고정관념을 깨고 Thing outside the box 젠더 감수성을 길러 줌으로써
이 모임이 필요 없어지는 그 날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보름마다 모여 세상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그 관점을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오늘의 예민함이 내일의 자연스러움이 되길 바라며,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학년별 젠더 감수성 수업 자료 및 학급운영방법을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 소개글 중에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선 선생님들이 이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서 움직이는 이야기들을 볼때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고 또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치열한 시간들에 많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예준이의 태권도장에 갔는데 일찍와 수업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보였다. 열명 남짓되는 아이들 중 여자아이는 둘. 관장님과 다른 이야기를 하던 끝에, "여자아이들도 태권도에 많은 흥미를 가지나요?"  라고 물었는데 아마 내 표정에는 분명 '의아하고 새롭다'는 의미가 스며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데 내가 여기던 고정관념들이 그렇게 무수히 쏟아지듯 떠올랐다.
준이가 넘어져서 다리에 상처가 생겨서 제법 놀랐을법한데 벌떡 일어나 '괜찮아' 라고 했던 날, 나는 준이에게 "오~ 우리 준이 남자다운데?" 라고 했다던가.
준이와 쇼핑을 갔던 날, 파란색과 핑크색 가방 중 핑크색 가방을 사고 싶다고 했던 날, 나는 "파란색이 더 좋지 않아?" 라고 여러번 되물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자유활동시간에 색칠놀이를 자주 하고 오는데, 어떤날은 선생님께서 공주그림도안을 주셔서 그걸 색칠하고 왔던 준이가 "엄마, 오늘은 여자친구들이 하는 색칠놀이 밖에 없어서 나도 공주 색칠했어" 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떠오른다.
책에서도 아이들이 교실 곳곳에서 평소에 받았던 성차별 발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있는데 정말 무심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심어주었던건 아닌가, 싶어 여러시각에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때의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들로 인해 생겨난 고정관념이 지속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이제라도, 나부터라도 조금씩 달라지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여자나 남자라는 말은 우리의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또 성별에 따라 그에 맞게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 즉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 - 29




125페이지에서는 차별에 맞서는 통쾌한 언어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이 써낸 대안이 소개 되는데 이 부분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남자가 운동을 안 하면  쓰냐 -> 운동을 못하면 좀 어때요
여자애가 왜 이렇게 방을 안치우니? -> 아빠가 치우면 저도 따라 할게요
살도 많이 빠지고, 이제 시집가도 되겠네 -> 내 나이 열두 살, 조선시대 아닙니다
남자는 주먹이지 -> 남자는 가위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태어났으며 각자가 지닌 성격이나 특징은 고유의 매력이다. 단지 어떤 성별에 어울리는 성격이나 능력이 있다고 믿어 버리면 각자가 지닌 성격과 능력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 127



134페이지, 사춘기 맞춤 성교육 편도 기억에 남는다.
어릴적 학교에서 이루어지던 성교육이 생각났다. 뭐 그렇게 조심스럽게, 선생님도 아이들도 부끄러워하던 짧은 시간. 책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성에 대한 무지와 왜곡된 인식은 때때로 다른 성에 대한 '혐오'로까지 표출된다(136p) 라고. 요즘의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지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금 현 시대상황에 맞는 제대로된 교육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성인이 다 된 사람들로 모인 어떤자리에서 한 남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생리한다는건 도대체 어떤느낌이야? 생리통 그건 왜 그렇게 힘이 든거야? "라고 물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자들이 정말 도대체 뭐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타박을 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는  '뜨거운 굴을 낳는 기분에 대하여' 라는 제목으로 생리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을 이야기 하고 있다. 뜨거운 굴, 이라는 대목에서 웃음이 났다. 거 참 잘 표현했다는 생각. 그때 그 남자에게 타박대신 이런식의 설명을 보태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생리대를 구입하기 위해 상점에 가면 꼭 생리대만 따로 빼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종이 봉투나, 검은 봉투에 생리대를 한번 더 넣어 다른 물건들과 함께 담아주는 때가 많았다. 그럴때면 나는 '그냥 주셔도 돼요-' 라고 말을 하며 왜 이걸 굳이 봉투를 하나 더 꺼내 감추듯 넣어주는걸까? 하고 자주 생각했다. 오히려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누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중요할 것이다. 분명하게 아는 것, 그래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조금씩 느껴가는 그런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굳어지기 전에 서로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다른 성별의 상황에 한 번이라도 공감해 보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차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히 다르지 않을까? - 153

내가 생각하는 성교육 수업은 '백신'과도 같다. - 160

젠더 교육은 사실 인권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젠더 교육이기 때문이다. 배움과 활동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알고 행사할 수 있으며,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옹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인권 교육이라 한다면, 젠더 교육은 인권 교육에서 '젠더'라는 주제로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182


 

 



/ 끝부분에 소개된 '녹색 어머니와 마미캅'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많은 공감을 했다. 
'녹색 어머니' 와 '마미캅' 모두 어머니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사실. 이것은 전통적인 성 역할(양육의 책임자=어머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한 부모 가정 등 가족 구성원의 다양성을 전혀 존중해 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명칭을 변경하자는 건의를 했는데 학교에서 해 준 답변을 보고는 가슴이 좀 답답했다.
"이것은 전국에서 사용하는 정식 명칭이다, 바꾸고 싶으면 학교가 아닌 정부에 건의하라" 그럼에도 매년 건의한 끝에 이 선생님의 학교에서는 학교 재량으로 변경이 가능하게 되어 녹색 어머니회를 '학부모교통봉사단'으로, 마미캅은 '학부모안전봉사단'으로 바꿨는데 그 이후 작년에 비해 많은 아버지들이 교통 지도를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런 크고 작은 노력들이 하나 둘 모여 멈춰버린 학교에서의 성평등 시계를 다시 가게 하겠다는 마지막 문장은 정말 마음 깊이 와닿았다.




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을 앞으로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싶다. 나 또한 왜곡된 고정관념들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시선으로 커가는 아이들을 대하고 또한 그런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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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산사순례편만 모았다는 소개글에 마음이 끌렸다. 산사에 가는 시간을 좋아해서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주말 나들이 정도로도 종종 산사에 찾아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가본, 혹시 가보지 못한 산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이 책은 기존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산사만을 따로 모아서 묶었고, 제일 처음 나오는 '산사의 미학'이 이번에 새롭게 추가 되었다고 한다. 책은 북한의 산사 두 곳을 제외하고는 총 14곳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7곳은 한 두번씩 가본절이라 책을 받은 후에는 먼저 가본 절부터 읽기 시작했다.



유홍준님의 글은 언제나 그렇듯 편안하게 읽힌다.
몇편을 기록해보자면,




4월 말, 5월 초에 누가 나에게 답사처를 상의해오면, 나는 서슴없이 고창 선운사에 가보라고 권한다. 그때쯤 한창 만개해 있을 동백꽃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133

이것은 고창 선운사 편의 첫 줄이다. 이 구절을 보고 진심으로 반가웠다. 그 맘때가 되어 절을 떠올리면 늘 제일 먼저 떠올랐던 곳. 고창 선운사 그리고 동백.
예전에 출장으로 처음 가보게 된 곳이었는데 정말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어서 나또한 사람들에게 종종 선운사 이야기를 꺼냈었다. 다음 여행때는 책에 소개된 도솔암 석각여래상도 잊지 않아야 겠다.



그리고 조만간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창녕의 관룡사.
창녕은 시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해서, 나또한 결혼 후에는 제법 낯설지 않은 곳이 되었다. 종종 주말 나들이로 찾곤 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소개된 관룡사에도 한번 찾아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겨 화왕산성에 오르는 길은 관룡사까지 차로 올라가 거기서 용선대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코스다. 그 길은 사뭇 발아래로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경관이 통쾌하기 때문이다. 어느 길로 오르든 화왕산성에 다다르면 정상의 드넓은 억새밭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5만여 평 산상에 핀 억새밭의 풍광이라고 하면 굳이 내가 묘사하지 않아도 능히 상상이 가지 않겠는가. - 283

예준이 100일즈음에 남편과 올랐던 화왕산. 아기띠를 먼갈아하며 부지런히 올라서 만난 억새밭은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된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웠던지.
함께 오르던 사람들의 응원도 받아가며 아이를 안고 올라서일까,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가 또 떠올라서 아 정말 빨리 다녀와야겠다고 내내 생각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역시 다양한 부분에 있어 깊게 알고서 보고 즐기는 것에는 분명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는 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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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전보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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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씨에서 출판한 이번 책 <십죽재전보> 
평소 잘 접하던 분야가 아니라 약간 망설이긴 했지만, 명나라 말의 인쇄기법에 대해 알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으로 만나게 된 책.  처음 책을 받았을때는 책을 한장한장 넘기는 것조차 얼마나 조심스럽던지. 이 책은 일단 보통책에서 자주 보기 힘든 누드제본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전에 제본작업을 알아보다 이 누드제본 형태를 알게되고 제작 문의를 했을때 이 형태의 제작은 보통 제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림씨에서 이 책을 특별히 누드제본 형태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보고 나니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오래 두고 펼쳐보면서 끝부분이 닳아도 그 것만의 멋이 살아날 것 같은 귀하고 공들인 제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시를 쓰기 위해 작은 종이를 물들이거나 문양을 찍는 등의 장식을 곁들인 것을 시전지라고 했고, 여러 시전지를 한데 묶은 것을 '보(譜)'라 하여 십죽재전보가 탄생했다. 중국에서 시전지의 역사는 9세기 전반부터로 매우 오래 되었는데 가장 정교하고 출판 인쇄 기법 상으로도 탁월했던 것이 명나라 말에 나온 십죽재전보의 시전지라고 한다. 책의 첫 시작에서 이 대목을 읽고는 얼마나 많은 기대를 했던지.  

138페이지의 그림은 작은 잎이 무수히 모여 있는 국화 꽃잎을 공화기법과 색이 옅게 줄어드는 두판기법을 동시에 사용해 묘사했다고 한다. 얼마나 자세히 보고 또 보았던지. 공화기법을 통해 국화 꽃잎에서 입체감을 표현하고 두판기법으로 색이 옅어지는 효과를 보태어 정말 멋진 그림을 완성시켰다. 이 책에서 제일 긴 시간 들여다 본 페이지였던 것 같다.

사실 이 외에도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귀하고 멋진 작품을 이토록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했다. 편지지, 엽서 등을 자주 사용하고 또 그런것들을 만들고 작업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인쇄기법에 요즘 특히 흥미가 많이 생긴 찰나에 이 책의 출간소식은 더 없이 기뻤다. 그 기쁨과 기대감에 조금의 실망감도 들지 않겠금 책은 충분히 좋았다. 이렇게 예쁜 그림에 어찌 아까워 편지를, 시를 썼을까 싶을정도로 좋은 그림들이 많았다. 


날도 선선해지고, 편지로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올 가을에는 조금 더 다채로운 색의 종이를 꾸미고 만들어
긴 마음의 글씨를 곱게 담아보내야겠다. 나만의 시전지를 만들어서.  

 

 

 

 

두판기법은 빨강, 노랑, 파랑 등 주요색으로 판을 나눴다. 뿐만 아니라 색이 엷고 짙게 변하는 이른바 그러데이션 효롸를 위해서도 별도의 판을 제작했다. 이렇게 많은 판을 같은 위치에서 여러 번 찍기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연구했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두판이라는 명칭도 각 색깔별로 새긴 목판들이 많아서 마치 "제사 때 음식 접시를 잔뜩 벌여 놓은 모습과 같아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한때 다른 업자가 호정언의 목판을 훔치러 왔다가 목판 판수가 많은 것을 보고서 훔쳐 가도 작업하기 힘들 것을 깨닫고 훔치지를 포기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 18

공화기법은 문양을 새긴 목판에 아무런 색도 칠하지 않고 마련(목판 인쇄에서, 판목에 먹을 칠해서 종이를 덮고 그 위를 문지르는 도구로 바렌을 말함)으로 문질러 종이에 돋음 문양이 새겨지도록 하는 수법이다. 이는 고대부터 존재했으나 그동안 잊혀 오다가 이 때 다시 부활했다.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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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주세요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김영희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창비에서 발간된 그림책 <아이스크림 주세요>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그림을 그렸던 작가로 잘 알려진 '안자이 미즈마루'가 지은 책이다.
그 때문인지 그림을 보면 사이사이 하루키의 글들이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 하루키의 책을 보면서 '글과 참 잘어울린다' 라는 생각을 많이했던지라 '미즈마루의 그림책'이라는 소개는 더욱 기대의 마음을 품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무려 열번은 읽어준 것 같다. 글밥이 많은 책이 아니라 한번 읽어도 반복적인 대화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임에도 페이지마다 달라지는 귀여운 그림들을 발견하는 시간들은 아이에게 더욱더 즐거움으로 다가간 것 같았다.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과 다르게 단순하고 가볍게 그려낸 듯한 그림이 오히려 더 편안하게 다가왔고
읽어주면서 놀이처럼 해보기도 하고, '그럼 또 다음은 어떤게 나타나면 좋을까?' 묻기도하니
아이가 간단하게 표현된 그림 속에서 또 다른 상상속의 그림들을 찾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 더 좋았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사용된 초록의 색감이 너무 좋아서 사이사이 자주 펼쳐보게되었던 기분좋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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